경의선 철마, 56년만에 북으로 갔다

이재정, "끊어진 혈맥 잇고 한반도의 심장이 다시 뛰는 것"

 2007년 05월 17일 (목) 11:44:39

문산=이광길/박현범 기자

 

17일 오전 문산역에서 '통일철마'가 56년만에 북을 향해 출발했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남소연 기자]

17일 오전 11시 29분경, 수분 동안 축포가 터지는 가운데 남측 이재정 통일부 장관, 북측 권호웅 내각책임참사 등을 태운 경의선 '통일철마' 제7435호가 56년만에 경기도 문산역을 떠나 북으로 향했다.

환영나온 시민들은 '희망의 출발을 알리는 풍선'을 하늘 높이 띄워 보냈다. 열차에 탄 탑승자, 밖에서 모니터로 열차 출발을 지켜보던 수백명의 시민들은 서로 힘차게 손을 흔들며 역사적인 '평화와 희망의 남북열차' 출발을 한껏 자축했다.

전날 종일 내리던 비도 그치고 하늘은 눈부시게 빛났다.

기념행사는 오전 10시45분, 이재정 통일부 장관, 북측 권호웅 내각책임참사 등 남북대표단이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김병찬, 이승연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북측에서 권호웅 단장과 김철 철도성 부상, 박경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 리순근 철도성 부국장, 정원찬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부국장 등이, 남측에서는 이재정 장관과 김원웅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백낙청 6.15남측위 상임대표, 이춘희 건설교통부 차관,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북측 대표단 도착 환담록>

이재정 장관 : 오시느라 수고하셨다. 어제 비가 많이 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늘 맑고 찬란한 아침이 돼서 고맙다. 그동안 56년간 묵은 떼를 벗겨내기 위해 물청소를 아주 세게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권호웅 참사 : 금강산(동해선)은 아직도 물청소를 하는 것 같다.

이 : 아무튼 오늘 남북이 정말 힘을 모아 민족의 염원이었던 분단역 역사를 뒤로하고 이제 우리가 서로 하나다 될 수 있는 길을 만든 것은 정말 남북이 함께 이뤄낸 위대한 승리의 역사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 정말 축하한다.

권 : 아직까지 위대하다는 말은 붙이지 마시라.

이 : 시작이 위대하다는 것이다.

권 : 포부는 원대하게 가지고 소박하게 시작해서 앞으로 좋은 일을 많이 만들자. 남측에 계신 분들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뵙기는 처음인 것 같다. 땀 흘리며 일한 분들이기 때문에. 여기 오신 분들 뿐만 아니고 (탑승자) 명단을 보니까 귀한 분들도 많이 오신 것 같더라.

이: 그렇다. 6.15정상회담시 수행한 분들 가운데 여러분들이 참여했다. 특히 문익환 목사의 사모님인 박용길 장로님도 오셨다. 그래서 그동안 남북관계 평화 화해 위해 애쓴 분들도 오시고 아주 어린 초등생도 두명 왔다. 오늘 날시도 축복해주는 것 같아 고마운 일이다.

권 : 동해선은 아직도 비가 오고 있다. 비가 안오면 좋을텐데.

이 : 문산은 처음이신가.

권 : 처음이다.

백낙청 6.15남측위 상임대표 : 권 대표께서 소박하게 시작하자고 하신 말씀은 좋은 말씀이다. 사실 큰 장벽이 있어도 벽돌 한장 떼어내면 큰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권 참사의 소박하다는 말씀도 맞고, (이 장관의) 위대한 출발도 맞는 말씀이다.

박경철 북 민화협 부회장 : 권 참사의 말씀은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문산=공동취재단>

 

 

김중태 통일부 남북경제협력본부장의 경과보고에 이어 기념사에 나선 이재정 장관은 "우리는 오늘 새로운 역사의 현장에 있다"면서 "분단으로 발이 묶였던 열차가 이제 잠시후면 힘찬 기적소리와 함께 한반도 동과 서에서 남북을 오가게 된다"고 이 행사를 준비해온 책임자로서 감격을 가감없이 토로했다.

그는 "단순한 시험운행이 아니"며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연결한다는 민족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 "한반도의 심장이 다시 뛰는 것"등 최상급의 수사를 동원해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재정 장관 기념사(전문) 보기]

왼쪽부터 김원웅 국회 통외통위 위원장, 권호웅 북측 단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탑승차 제7435호 열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남소연 기자]

승무원들이 남북대표단을 맞고 있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남소연 기자]

이어 축사에 나선 권호웅 북측단장은 "이제 저 열차는 민족의 념원과 지향을 그대로 안고 단합과 통일의 리정표를 향하여 힘차게 달릴것"이며 "분단의 장벽을 뚫고 뻗어간 저 두줄기 레루와 그를 떠받들고 있는 하나하나의 침목에는 우리 민족의 쌓이고 쌓인 통일념원과 지향이 그대로 어려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호웅 북측단장 축사(전문) 보기]

특히 그는 지금 이시각에도 여전한 내외분열주의세력의 도전을 지적하면서 "그럴수록 우리 겨레는 더욱 더 큰 하나가 되여 민족자주, 민족공조의 궤도를 따라 힘차게 달려야 하며 이 궤도에서 절대로 탈선하거나 주춤거리지 말아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북과 남이 몰아가는 통일의 기관차가 민족중시, 평화수호, 단합실현의 궤도를 따라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모든 노력과 성의를 다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전 11시4분경 기념행사가 끝나고 그 자신 이산가족이기도 한 신장철 기관사가 운전하는 제7435호 열차가 문산역 플랫폼에서 '민족번영의 길'을 상징하는 꽃길을 따라 등장, 승무신고 행사가 열렸다.

출발에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앞줄 왼쪽 세번째 통일부 홍보대사인 탤런트 고은아(본명 방효진), 그 옆 마지막 경의선 기관사 한준기 옹.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남소연 기자]

간단한 시승행사와 기념촬영에 이어,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 남측 대표단 100명과 권호웅 단장 등 북측 대표단 50명이 국방부 취타대의 연주 속에 차례로 탑승, 도라산역으로 출발했다. 낮 12시 열차는 '철마의 부활'을 상징하는 공기조형물을 통과, 도라산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출입경 수속이 진행되는 동안, 가수 안치환 씨 등의 축하공연도 예정 돼 있다.

12시20분, 철마는 56년만에 경의선 상의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할 예정이다. 오후 1시 개성역에 도착하면 간단한 환영행사에 이어 자남산여관에서 공동오찬을 가진 뒤, 당초 예정에 없었던 자남산 여관 인근 선죽교 참관에 나설 예정이다.

'통일철마'는 낮 12시 15분경 남측 민간인통제구역 제2통문을 통과했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김주영 기자]

제2통문을 통과해 북으로 가는 열차. 군사분계선상에서의 촬영은 유엔사측에 의해 거부당됐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김주영 기자]

오후 2시30분 개성역을 출발, 3시30분 분사분계선을 통과해 4시10분 문산역에 도착하면 모든 행사가 끝이 난다.

동해선의 경우, 경의선과 거의 같은 시각 북측 금강산역에서 출발해 57년만에 동쪽 군사분계선을 통과, 남측 제진역으로 왔다가 다시 금강산역으로 돌아감으로써 행사가 끝난다. 동해선에는 남측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과 북측 김용산 철도상 등이 탑승한다.

행사장인 문산역은 아침 일찍부터 행사 관계자와 취재진, 구경 나온 시민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문산지역 주민인 백영임(56)씨는 "너무 감격스럽고 좋다.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 계속 열차가 왔다갔다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역사적인 현장에 손자를 데리고 나왔다며 "손자가 커서 이 역사의 현장에 왔던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덧붙였다.

김포 통진고등학교 교지편집부 학생 6명을 인솔해 왔다는 김동찬 교사는 "김포지역도 민통선이 있는 지역이다. 통일이 되면 지리적으로 밀접한 지역이기에 아이들이 건전한 통일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 이곳에 오게 됐다"면서 "(정치적 문제로 갈등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자리를 통해 한민족으로서의 만남이라는 순수한 마음을 아이들이 갖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채여경(고2) 학생은 "많이 떨린다. 빨리 통일이 되면 좋겠다"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박현선(고2) 학생은 "열차를 타보고 싶다. 열차를 타고 가서 평양에서 냉면을 먹어 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열차를 타고 개성에 있는 고모를 보러 가려고 왔다는 한영숙(75) 씨는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탈 수 있다고 하던데..."라며 뒤늦게 열차를 탈 수 없다는 사실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6.25 전쟁 전 문산으로 시집을 온 오숙희(77)씨 역시 친정인 개성을 갈 수 없다는 사실에 "다음을 기약해야겠다"며 아쉬워 했다.

'납북가족모임' 관계자들이 항의시위차 행사장에 출입하려다 안전요원들에 저지되면서 항의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주최측에 따르면, 경의선쪽 신청 신청자만 800명에 이른다. 행사위 측이 준비한 프레스카드는 일찍부터 동이 났고 주석단 근접취재 여부를 문의하는 취재진의 성화에 행사 관계자들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천막으로 임시 설치한 프레스센터에는 취재진이 빼곡히 들어차 있으며, 행사 관계자들은 프레스센터 옆 운영본부를 분주히 오가고 있다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glb_3.gif

 


615 유럽공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