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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건 30돌 기념시] 유배 지의 파수꾼

2004년 3월 6일

시 낭송하는 김원호 선생

김원호 선생은 민주사회건설협의회(민건) 30돌과 유럽민족민주운동 30년사를 돌아보며 지은 시 <유배지의 파수꾼>을 2004년 3월6일 후랑크후르트에서 개최된 기념식에서 낭송했다. 이 시 전문을 싣는다.

 

묘지의 정적 같이 고요한 나라.
소란 스런 타민족을 백안시하는 우월민족 사는 땅에
제 3세계 황인종 한 줌이 모여 요란한 함성은 왜 질렀던가?
지구의 땅 끝 어느 미개발 국에 사나운 독재가 섰기로서니
이역만리 이 땅에서 핏대 세워 고함치고 줄지어 시위하는
어리석음과 비겁함의 뜻은 도대체 무엇이 었을가?
동상 대 위에 서서 험한 얼굴하며 노려보는 베토벤*은 어차피 귀가 먹었고,
철학 하느라 혁명 한번 못한 나라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우리는 나라 사랑하는 다정다감한 다혈 질 한국민족.
거역과 반항이 몸에 베인 억눌린 자들의 아들 딸.
삼선반대, 굴욕외교반대, 유신헌법반대, 군사독재반대, 반공법반대,
매 맞고 멍들어 굳은 살 박힌 일군, 공부 군, 믿음 군들.
칼잡이들의 서슬 푸른 칼날이 춤추며 난도질할 때,
칼 맞은 사슴들의 애잔한 울음소리 가슴을 찔렀을 때,
두려움, 침묵, 비겁, 계산 훌훌이 모두 다 던져버리고,
반항의 대열에 끼어 들어 손에 손잡고 낯선 거리 누비면서
이 불의, 이 수난을 보라고, 그리고 함께 분노하자고, 목 쉬도록 외쳤었노라.

아아, 우리는 내지 아닌 울타리 바깥 유배 지의 속수무책 외지인.
역사는 우리와 아랑 곳 없다는 듯 저만치 비껴서 굴러만 간다.
그러나 우리는 현장 아닌 현장, 드높은 망루 위에 자랑스레 우뚝 서서
화광처럼 눈 밝히고, 번견 같이 귀 높이 곤두세워
내지의 모순, 불의, 부정, 비리 가리키며 고함치는 변경 지의 파수 군.
이쪽 저쪽 치우치지도 현혹 되지도 않고,
양쪽 모두 사랑 하기에 칭찬과 나무람 고르게 나누어 주면서,
사람 위에 사람 없고, 나라 위에 나라 없는 꿈같은 자유와 평화의 나라가
화사하게 다가 올 밝은 날을 그려보는 희망찬 꿈 쟁이 들.
그래서 뜨거운 열변, 맞댄 머리 부딪히며 불붙는 설전의 열기는
냉기서린 시선, 사나운 감시 모두 이겨내었고, 우리의 연대는 굳어져만 갔다.
글과 말은 연필 촉처럼, 마음 과 뜻 은 화살같이 뾰족히 날 세웠노라.

강산은 어언 세 번씩 바뀌어 다가 선 오늘,
초등 민주 생, 주체 흠모 생, 풋내기 통일 군이 외우던 민주와 주체는
지금은 벌레 먹고 구멍 뚫려 마력 잃은 껍데기 주문들.
삶 같은 꿈 오라 했건만, 삶은 여전 오지 않는 허망한 꿈 같은 삶.

폭군은 갔으나 현군은 보이지않고,
민주는 세웠으나 주인 잃은 민주 모조품.
자주와 독립은 허울좋은 하눌타리, 엄연히 상전모신 예속의 나라.
풍요는 왔건만 굴레는 더 죄이고, 부패의 악취에 온 누리는 질식 한다.
아아, 엽전에 발묶여 엽전이 된 고매한 백의민족의 허깨비 민주주의여!

군주가 붕어하자 광대가 등극해서 닮은 꼴 흉내낸다.
관졸과 병졸을 백성보다 더 어여삐 여기어서
교도와 총칼로 백성을 다스리고 자주와 민주를 강요한다.
기아와 아사, 결핍과 구걸로 백성의 천국 복지나라 세우련다.
아아, 자유와 웃음 없어 빛 바래어진 찬란한 주체의 깃발이여!

민주통일, 적화통일, 이념경쟁, 외세제거, 국가보안법,
속 비어 퇴색한 유령 구호들을 이제는 제발 그만 부르자.
요사하고 난폭 스런 재신(財神)의 홀림 에서 깨어나 반기를 들자.
혹세 무민하는 이념의 마술에도 이제는 더 이상 번제 물이 되지는 말자.
사나운 큰 짐승들 싸우는 골에 작은 짐승 살아갈 길은,
한 겨레, 한 핏줄, 한 운명, 한 마음 새 구호 외치고,
같은 말, 같은 노래 드 높이 부르면서,
갈라져 잃었던 우리들을 되 찾아 포옹하며
용서와 화해, 존경과 신뢰로 한 동아리 되는 것.
그리고 목소리 모은 거역의 크나 큰 한 함성: 우리는 하나되어 홀로 서겠노라고!

뿔뿔이 헤어져서 애국 애족 따로 하는 한 줌의 우리 작은 동아리들도
목표와 가는 길 구별을 하고, 가름과 모음은 헤아리면서
큰 뜻 아래 함께 모여 그 때처럼 또다시 손과 손을 마주잡자.
그래서 무력통일 재력통일 사이비 통일 꾼들에게 윤화 사를 당하지 말자.

우리는 머나먼 외곽 유배 지의 초소에 외로이 홀로 서서
님 그려 눈물 흘리고, 님 생각에 불안의 긴 밤 눈 뜬 채 새우노라.
내지를 사모하여 목숨 걸고 상소 올리는 우직한 파수 군.
내지가 무정하게 등을 돌려도 우리의 내지사랑 변함이 없어.
드디어 어느날 그리던 땅에 발 디디고 꿈 나무 심는 꿈 같은 날 오기까지,
우리는 오늘도 외지의 망루에 높이 서서 고함치는 충정어린 유배 지의 파수 군.

(독일 민주사회건설 협의회 창립 30주년을 맞으면서, 2004, Frankfurt/Main. 김 원호)

*(구 서독 수도 본의 뮨스터 광장에 서있는 베토벤 동상. 이 광장에서 1974년 3월 1일 유럽 최초의 유신헌법반대 대모가 거행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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