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합의, 그리고 동북아은행의 가능성

<연속기고> 조성주의 '동북아은행' 구상(2)

 2007년 05월 22일 (화) 12:48:36

조성주 기획위원

 

북일수교와 동북아은행의 가능성

지난 2.13합의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은 5개의 워킹그룹의 활동을 합의했다. ‘한반도 비핵화’, ‘에너지 및 경제협력’,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북미관계 정상화’, ‘북일관계 정상화’라는 5개이다.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성이 있는데 이 5개의 워킹그룹이 지향하는 바가 향후 어디로 갈 것인가 라는 문제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경우 향후 한반도 비핵지대, 또는 평화지대로의 이행가능성 그리고 핵군축 등의 논의가 중심이 될 것이다. 에너지 및 경제협력의 경우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이후 건설된 한반도에너지기구(KEDO)의 경우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것이 향후 동북아 지역의 다자간 에너지 협력의 시초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있기도 한 측면을 본다면 향후 동북아 지역의 다자간 에너지 협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주7: 특히 경수로 사업과 관련하여 체결된 각종 협정·의정서 등 제도적 장치는 타 분야 협력 사업의 법적·제도적 기틀 형성에 본보기가 되었다. 끝으로 KEDO 경수로 사업은 국내에서 통일부를 비롯한 7개 유관 부처·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대북 협력사업을 추진한 첫 사례이다. 국제적으로는 한·미·일·EU 4개국이 집행이사국으로, 그 외에 많은 나라가 회원국으로 참여하여 북한 지역에서 실시한 최초의 다자 협력사업으로 북핵문제를 기존의 양자적 방식이 아닌 다자적 방식으로 접근한 선례가 되었다. - 통일부 정책자료. 06.6.01>

다자안보협력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제고하고 다자간 안보협력틀을 새롭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미간 관계정상화는 북에 대한 미국의 적성국교역법과 테러지원국 해제를 가져올 것이고 이것은 필연코 북을 세계 경제무대에 정상적으로 복귀시키는 시초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북아 은행과 연결시켜 고민해 볼 수 있는 것은 북일관계 정상화이다. 북과 일본간에는 소위 납치자 문제가 중심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북일간의 관계 정상화, 수교에서 납치자 문제보다 더 중요한것은 일본의 북에 대한 전쟁배상 문제이다. 남의 경우는 지난 1960년대 사대친일외교로 비판받은 박정희 정권의 한일수교로 인해 배상문제가 사라졌지만 북과 일본간에는 여전히 전쟁배상 문제가 남아있다. 이것은 북일간에 관계정상화를 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일본의 예상 배상액은 약 100억 달러 정도로 전망되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것을 일본이 전쟁배상이라는 명목으로 단순히 지급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일본과 북 사이의 전쟁배상문제는 어떻게 해결가능할 것인가. 필자는 이 과정에 ‘동북아은행’이 상당한 역할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일본은 1965년 남과의 관계정상화 당시 5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는데 이는 마닐라의 아시아개발은행(ADB) 설립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즉 아시아개발은행을 통한 차관제공을 통해 남과의 배상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향후 일본은 북에 대한 100억달러 또는 적게 잡아도 수십억달러에 해당하는 전쟁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동북아은행’의 설립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대고 이를 통해 북에 대한 장기 저리 차관 또는 대출을 해주는 형태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볼 수 있다.<주8: 문제는 재정자금을 가진 일본이 동북아 개발은행 구상에 동의하도록 설득하는 일인데, 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특히 일본의 대북한 배상의 잠재력과 연결될 수 있다면 가능성은 더 커진다. 1965년 일본과 한국의 관계정상화와 그에 따른 5억 달러의 차관은 마닐라의 아시아개발은행 설립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동북아개발은행의 출범이 북일관계의 타결과 동시에 이루어지기를 상상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 아닐 터이고, 어쩌면 시베리아에서 북한을 거쳐 일본까지 천연가스관을 연결할 가능성이 이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 21세기 한반도구상 : 한국의 미래를 비추는 세 개의 거울, 우정은, 창작과 비평>

또 하나 고려해보아야 할 지점은 앞에서 동북아은행의 설립시 민간진영이 참여 가능성이다. 예를 들면 남에서 국민주 형태의 기금을 모아 참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며, 동북아 지역의 시민단체 등이 함께 협력하여 참여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것은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인데, 동북아 지역에서의 민중들간의 구체적인 연대와 협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안에너지 개발의 경우 사실 동북아 지역에서 국가차원에서 해결이 난망한 점이 있다. 북의 경우 에너지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핵에너지에 기대지 않을 수 없는 방법이 없고, 중국의 경우도 급속한 경제개발 속에서 석유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힘든 상황이다. 러시아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낫다고 할 수 있지만 천연가스가 풍부하여 석유에너지 이후 실질적인 대안에너지 개발의 동력으로 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바이오 에너지 등과 같은 대안에너지 체제를 연구, 실험해보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은 국가차원에서 접근하기 힘들 것이다. 이것을 동북아은행에 동북아 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진행해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는 동북아 지역에 평화 또는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자금을 동북아 민중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대적인 공동주식 형태로 공모한다면 이는 자금형성의 의미 이상으로 동북아 지역 민중들의 구체적인 연대의식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북아은행의 가능성을 통해 바라본 대안사회에 대한 전망

그런 의미에서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개발과 다양한 대안프로젝트 형성의 중심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동북아은행은 한반도에 설립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이는 향후 한반도의 미래를 어떻게 구상하는 가와 맞닿아있다. 구체적으로 요즘 많이 논의되고 있는 대안사회 구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평화와 번영, 그리고 냉전과 분단, 전쟁, 차별의 상징인 20세기를 넘어서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구상은 한반도가 가장 적절한 곳이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냉전적 대결의 장이었으며 분단의 상징이었다. 한쪽에서는 사회주의라는 거대한 실험이 마지막까지 종료되지 않고 남아있는 곳이며 한쪽은 자본주의의 가장 추악한 모습인 천민자본주의의 모습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복잡한 한반도의 상황은 오히려 21세기를 경과하고 있는 지금, 새로운 사회 또는 세계에 대한 상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지난해 10월 북의 핵실험은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의 표현대로 새로운 시대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북의 핵실험으로 촉발된 동북아의 긴장이 오히려 21세기 새로운 시대에 대한 구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또한 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회투자국가론’이니 ‘사회연대국가론’이니, ‘신진보주의 국가론’이니 하는 다양한 대안사회논의가 촉발된 것도 북미간의 축을 기본으로 하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와 이에 따른 분단구조의 해체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후 진보개혁진영에서 주로 논의될 한반도의 대안사회 역시 이러한 분단구조의 해체와 동북아 지역에 새로운 대안체제를 건설하는 것을 그 구상에 포함시켜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안사회 구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복잡다기한 논의를 촉발하고 다양한 구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동북아은행 설립에 대한 논의에서 볼 수 있다. 대안사회가 경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면 경제의 꽃이자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은행에 대한 논의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동북아은행 설립에 있어서의 난관

그러나 동북아은행 설립에 대한 구상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거쳐야 할 난관도 무척 많다. 첫 번째로는 북일관계가 시급히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북아은행은 일본이 참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일본의 자금력은 핵심적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최근 급격히 극우화 되고 있으며 과거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보여주었던 적극적인 동아시아에서의 일본경제 역할론은 이미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주9: 97년 이후 제기된 일본의 ‘신 미야자와 플랜’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일본의 극우화가 계속해서 진행된다면 일본이 참여하는 동북아은행 설립은 요원한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동북아은행의 구상이 차베스 등이 주도하는 남미은행의 구상처럼 탈미적 대안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여부이다. 이는 중미관계, 그리고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러시아의 새로운 부상 등과 연동되어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중남미의 경우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필두로 해서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니카라과의 오르테가, 그리고 브라질의 룰라 등 다양한 반미 또는 탈미적인 정치세력이 존재한다. 이처럼 강력한 정치세력이 동북아에서 형성되는 것이 가능한가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동북아은행이 기존의 개발중심이 아니고 동북아 지역 민중들의 구체적인 삶의 개선과 자주적인 발전을 추구한다면 민중을 배제하는 자본중심의 신자유주의와 극한경쟁을 초래하는 미국주도의 정치경제적 질서를 탈피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동북아은행, 동북아공동체의 전망

동북아은행이라는 구상은 결국 동북아공동체라는 구상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동북아공동체 논의가 현실화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역동적인 과정을 통해서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세계경제를 비롯해 동북아시아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내부상황이다. 근 10년간 외국자본에 대한 무차별적인 개방과 이로 인한 사회양극화의 조짐은 최근 중국공산당내 좌파진영에서 제동을 걸고 나올 정도로 심각한 측면이 있다.<주10: 대표적인 물권법 반대 인사는 베이징대학의 ‘구좌파’(마오 노선을 견지하는 세력으로 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현재 중국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신)자유주의파로부터 ‘수구 좌파’로 불리기도 한다)인 궁셴톈 교수(법학)다. 궁 교수는 전인대 개막 전에 공개적으로 질의서를 내 “물권법이 사회주의적 소유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한시야 전 전국총공회(노동조합) 후보서기와 마빈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고문이 후진타오 주석의 최측근인 정비젠 개혁개방논단 이사장을 공개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좌파의 반격’으로 이해된다. 한.마 두 ‘구좌파’는 “중국이 지구화에 온몸을 던져선 안 된다”며 “중국이 미국 주도의 지구화에 편승하는 것은 반제투쟁을 주창하는 헌법과 당헌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주의파의 선봉이라 평가받고 있는 상하이대의 주쉐친 교수(역사학)는 “오늘날 중국은 어떤 개혁도 멈춤 없이 추진해야 하며, 어떤 개혁도 늦추는 대신 서둘러야 한다”고 좌파를 향해 맞불을 놓았다. “물권법은 자율적 개인으로 구성된 시민사회로 중국이 전환해 가는 첫걸음”이라며 격찬하기도 했다. ‘물권은 인권의 기초’라는 그의 말이 항간에 널리 퍼지기도 했다.... - 중국공산당 사유재산 인정 놓고 좌우파 충돌 - 이병한, 월간 말, 07.5.1>

물론 중국의 상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무리겠지만 오히려 중국의 지나친 시장경제에 대한 경도에 대한 중국공산당내 좌파들의 제어와 이것이 중국 내에서 어떻게 관철되는가와 향후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방향을 설정하는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인데 러시아의 경우 최근 3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한 푸틴 이후에 어떠한 노선을 걸을 것인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일반적인 전망은 푸틴의 노선을 그대로 수용할 것이며 최근 에너지를 중심으로 ‘천연가스 OPEC’ 창설 등을 주장하며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펼치지 않겠는가이다. 이것이 세계경제와 에너지 상황에 미칠 영향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극동지역 경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러시아간의 갈등이 얼마나 증폭될 것인가의 여부도 주목할 지점이다. 그리고 앞에서 짚어보았듯이 일본의 극우화가 어디까지 갈 것이며 이것을 일본 내에서 또는 국제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 여부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간 관계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에서의 미국과의 치열한 힘싸움, 그리고 남에서 동북아협력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지하는 정치세력과 기존의 미국주도의 세계질서를 지지하는 정치세력간의 역학관계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 할 수 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은 동북아 평화협력의 기초를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작년 10월 북핵실험이후 올해 합의된 2.13합의는 더 구체적으로 동북아 평화협력과 에너지, 국교정상화 등의 논의를 담아내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동북아경제협력 또는 안보협력 등의 논의를 촉발시켰고 결국 동북아 지역협력에 대한 광범위한 인식의 전환과 다양한 구상들이 만들어지는 초석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이 일본에서는 급격한 보수화가 진행되었으며 한반도 이남에서는 한미FTA라는 새로운 핵심변수가 등장했다. 한미FTA는 그 지향점이 동북아 지역협력과 근본적으로 배치된다. 동북아라는 지역구상이 그간 동북아에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왜곡을 가져온 미국주도의 질서와 배치됨은 당연한 것이다.<이러한 면에서 한미FTA가 공식적으로 추진되자 노무현 정부에서 동북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이 “동북아의 꿈이 날라갔다!”라고 표현한 것은 적절한 지적이었다>

미국주도의 정치경제 질서 속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구상할 것인가 동북아라는 지역에 기초해 새로운 정치경제 질서 속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구상할 것인가하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정세는 ‘2.13합의’와 ‘한미FTA’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다. 운동가들의 머리가 더욱 차가워지고 발들이 더욱 바빠져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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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은행, 그리고 한반도 통일경제  055-1505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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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北 개발 지원 '동북아은행' 설립 검토 056-1-2907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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