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치세력의 동북아은행 구상비교

<연속기고> 조성주의 '동북아은행' 구상(3)

 2007년 05월 29일 (화) 18:39:58

조성주 기획위원

 

앞선 글에서 '동북아은행' 구상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치적 의미와 그 실현가능성을 타진해보았다. 그럼 이제 구체적으로 이러한 한반도 경제구상이 현실정치에선 얼마나 고민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현실정치권에서 '동북아은행'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노무현 정권의 한덕수 총리,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 정도가 대표적이다.

각자 동북아은행에 대한 입장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굳이 그 표현을 동북아은행으로 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동북아은행 구상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포용한 경우도 있다. 심상정 의원의 정책이 그러한 경우라 하겠다.

박근혜와 한덕수의 '동북아개발은행'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북아 '개발'은행의 경우 첫 번째 글에서 짚었듯이 그 추진의지에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으며, 결국 북의 경제를 시장경제화 하겠다는 구상아래 흡수통일 또는 북의 완만한 붕괴를 상정하고 있다는 의심을 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 한나라당은 한반도 통일경제의 초벌적 수준의 역할을 하고 있는 ‘남북협력기금’에 끊임없이 딴지를 걸어온 것이 사실이다.(민중의 소리 2005.11.23) 한나라당 소속의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차원의 남북협력기금을 삭감했으며 당차원에서도 “현금인출기로 전락한 남북협력기금”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비록 박근혜 전 대표가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해 북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실제 남북관계에 있어서 수구냉전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이 동북아 경제협력 또는 한반도 통일경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여권에서는 현 국무총리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동북아개발은행’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미 2005년 경제부총리 시절 동북아 개발은행을 설립해 북한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며(YTN 2005.7.28) 최근에도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미FTA를 강행하고 현재 재경부와 모피아로 대표되는 새로운 재계 엘리트 관료집단을 상징하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경우는 기본틀은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 비즈니스 국가', 또는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전략하에 놓여있으며 해외자본의 다양한 투자를 통해 북의 경제개방과 개혁을 이끌어 내겠다는 구상일 것이다.

더구나 이전 글에서 짚어보았듯이 동북아 경제협력이라는 구상과 한덕수 총리가 그렇게도 찬양하는 한미FTA는 근본적으로 충돌하는 정책이다. 이미 미국의 언론들에서도 한미FTA는 경제적인 목적보다는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이 강하다고 언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1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한미간 정치적 동맹 강화라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최신호(6월4일자)에서 보도했다. - 한국일보 2007.5.28>

그렇다면 한덕수 총리가 이야기하는 동북아개발은행과 한미FTA는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민족적이라든가 남북통일 지향적이라기보다는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남북협력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한다면 너무 박한 것일까?

이와 대비되는 진보진영의 입장은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이번에 대선후보로 출마하면서 제시한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주2 : 심상정 의원의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 구상은 http://www.minsim.or.kr/sim_05_view.php?idx=3666&page_num=1&num=80&now_block=1& 에서 볼 수 있다.>

필자는 동북아은행과 관련된 구상을 전개하면서 마주친 가장 구체적이고 진보적인 한반도 통일경제정책은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의 '평화경제공동체' 구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경제통’으로 통하는 심상정 의원은 최근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인상적인 공약과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물론 권영길 의원의 '한반도 경제권'과 '북방 경제권'의 연계라는 구상도 매우 인상적인 구상이며, 노회찬 의원의 2020년 통일올림픽 공약도 참신함에서 눈길을 잡아끈다. 그러나 필자는 한반도 통일경제와 관련해서 가장 구체성이 돋보이는 정책은 심상정 의원의 정책이라고 본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평화경제공동체' 구상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평화경제공동체'는 분단체제를 허무는 것을 넘어 대안사회를 구상하는 것을 목표로 함을 밝히고 있다. 그 내용으로서는 크게 ▲한반도 평화기금 10년간 100조 조성 ▲한반도 호혜경제협정 추진 ▲한반도 5대 공사네트워크(철도, 전력, 통신, 수도, 먹거리) 구축 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의 정책이 뛰어난 이유는 첫 번째로 구체성이다. 이미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남북협력기금을 발전시키고 넘치는 외환보유고를 활용하여 '남북협력은행'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 '동북아개발은행'과 같은 다자간 지원체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2006.10.27)

두 번째로는 예리하고 진보적인 정세분석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평화기금 100조원 조성 내역을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것 중하나는 북일관계 개선이후 일본의 북에 대한 배상금 10조원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인식이 2.13합의 이후의 정세인식에 기초하여 이후 조성된 평화정세가 다시 전쟁위험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불가역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북의 경제발전전략에 대한 세심한 분석도 눈에 띈다. 북의 인프라 개발은 '마중물 효과(pump-effect)'를 이용한 도약(빅뱅)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북이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단번 도약'이라 불리는 경제발전전략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동북아 호혜경제론'에 입각하여 서울, 개성특구, 중국의 단둥, 신의주특구,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와 나선특구를 각각 크러스터로 연계하여 발전시킨다는 전략에서 동북아라는 지역을 한반도 통일경제와 연계하는 고민의 선진성이 돋보인다.

이러한 구상 속에서 동북아은행과 한반도평화은행, 그리고 한반도 평화기금등을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식으로 제안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정책은 매우 인상적이고 깊이있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 통일경제'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더욱 깊어져야 한다.

경제를 고민하지 않고서 통일은 없다. 극단의 신자유주의에 고통받는 한반도 이남이나 오랜 경제봉쇄와 군사적 위협으로 인해 경제발전에 어려움을 겪어온 한반도 이북은 통일의 과정을 통해서 경제발전과 번영, 그리고 근본구조의 전환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구체적으로는 '한반도 통일경제'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구상이 없이 진정 한반도 7천만 민중을 위한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 7천만 민중을 위한 통일이 되기위해서도 더욱 더 경제를 고민해야만 한다. 그리고 점점더 남북간의 통일이 가까워올수록 진보운동과 통일운동은 더 바쁘고 더 진지하게 한반도 통일경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심상정 의원의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라는 정책은 각 후보에 대한 호불호, 선호도를 떠나서 통일운동진영을 포함한 진보진영이 깊이 고민하고 끌어안아야 하는 선진적인 정책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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