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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은 탁족ㆍ회음ㆍ복달임을 하는 날

[복날을 극복하는 슬기로운 겨레문화 1]

2007.07.15 10:07

김영조  

 

▲뜨거운 여름날 시원스럽게 뿜어주는 옹기 분수     © 김영조

 

외팔로 대금을 부는 스님이 있다. 교통사고로 오른쪽 팔을 잃은 뒤 외팔로 연주하는 대금을 개발하고, 연주법을 개발했다. 그야말로 인간 승리인 것이다. 그 스님이 한여름 뜨거웠던 날 전화를 주셨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스님, 왠 새해인가요?"
"늘 새해처럼 사시라는 뜻으로 드린 말씀입니다."


8월에도 새해처럼 생각하라? 그럼 여름날 복더위도 한겨울의 하얀 눈보라를 연상하며 살면 어떨까?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초복, 중복, 말복의 삼복은 한 해 가운데 가장 무덥다는 때이다. 이런 복날엔 우리 조상들이 어떤 방법으로 여름을 견뎠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일이다.

 

복날, 양기에 눌려 음기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날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는 속절(俗節)이 들어 있다. 초복, 중복, 말복의 삼복(三伏)이다. 하지 뒤 셋째 경일(庚日:십간-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일곱 번째 날)을 초복, 넷째 경일(庚日)을 중복, 입추 후 첫 경일(庚日)을 말복이라 하여, 이를 삼경일(三庚日) 혹은 삼복이라 한다.

복날은 10일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린다. 그러나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하고, 삼복은 한 해 가운데 가장 더운 기간으로 이를 '삼복더위'라 한다.

 

 

▲ 조선 중기 이수광이 편찬한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적 책 지봉유설(왼쪽), 조선의 세시풍속이 기록된 최남선의 ‘조선상식(朝鮮常識)’ 풍속 편(오른쪽) ⓒ 서울대학교, 수원 남문서점

 

1614년(광해군 6년)에 이수광이 펴낸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적인 책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보면 복날을 '양기에 눌려 음기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날'이라고 함으로써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있을 때라고 하였다.

<음양오행>에 따르면 여름철은 '화(火)'의 기운, 가을철은 '금(金)'의 기운이다. 그런데 가을의 '금기운이 땅으로 나오려다가 아직 '화'의 기운이 강렬하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하는 때이다. 그래서 엎드릴 '복(伏)'자를 써서 '초복, 중복, 말복'이라고 한다.

또 최남선의 <조선상식(朝鮮常識)>에는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서기제복에서 복(伏)은 꺾는다는 뜻으로, 복날은 더위를 꺾는 날 즉, 더위를 피하는 피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복한다고 이야기한다.

조선 순조(純祖) 때의 학자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사기(史記)'에 이르기를 진덕공(秦德公) 2년에 처음으로 삼복제사를 지냈는데,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충재(蟲災 : 해충으로 농작물이 입는 피해)를 방지했다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전한다. 이를 보면 삼복은 중국에서 유래한 풍속으로 짐작된다.

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밝은 별은 큰 개 자리의 시리우스(Sirius)로, 동양에서는 천랑성(天狼星)이라고 부른다. 이 별은 삼복 기간이 되면 해와 함께 떠서 함께 진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삼복 때 태양의 열기에 별 중에서 가장 밝은 시리우스의 열기가 보태졌기 때문에 가장 더운 때라고 생각해서 이때를 '개의 날(dog's day)'라고 부른다고 한다.

로마 시대에는 이 별을 농가의 충실한 개에 비유하여 개별이라 불렀다. 따라서 개의 날(dog's day)에는 개를 잡아 제사를 지내 별을 달랬다고 전해진다.

 

복날에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

 

▲ 조선 중기의 화가 이경윤이 그린 <탁족도>로 '선비의 여름나기'를 보여준다. ⓒ 국립중앙박물관

옛 사람들은 삼복에 '북놀이'라는 것을 했는데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 모여서 술을 마시는 회음(會飮), 더위를 물리치려고 개고기국을 끓여먹는 복달임이 그것이다.

삼복의 풍속은 더운 여름철을 극복하는 방편으로 먹고 마실 것을 마련해서 계곡이나 산을 찾아 더위를 잊고, 하루를 즐기는 여유를 지녔다. 아이들과 부녀자들은 여름 과일을 즐기고, 어른들은 술, 음식과 함께 탁족을 하면서 하루를 즐긴다. 한편으로 해안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내기도 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겨내라는 뜻으로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표(氷票:얼음표)를 주어 얼음을 간직해 두는 창고인 장빙고(藏氷庫)에 가서 얼음을 타 가게 했다.

복날과 관계있는 믿음으로 '복날에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는 것이 있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복날에는 아무리 더워도 목욕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초복에 목욕을 하였다면 중복과 말복 날에도 목욕을 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복날마다 목욕을 해야만 몸이 여위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폭포 물맞기’로 더위를 잊는 풍습도 있었다.

또 복날에는 벼가 한 살씩 먹는다고 한다. 벼는 하나의 줄기에 마디가 세 개씩 있는데 복날마다 하나씩 생기며, 이 마디가 세 개가 되어야만 비로소 이삭이 패게 된다고 한다. 예부터 이날은 음양오행상 금(金)이 화(火)에 굴복당하는 것이 흉하다 하여 복날을 흉일(凶日)이라고 믿고 혼인, 먼 여행, 힘든 농사나 일 등 큰일을 피했다.

 

복날에 먹는 슬기로운 음식


옛 사람들이 복날에 먹었던 먹거리 풍속의 중심에 있던 것은 개고기국을 끓여 먹는 복달임이다. 농가월령가의 8월령을 보면, 며느리가 친정으로 나들이 갈 때 '개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고 했을 정도로 사돈집에 보내는 귀한 음식이었다.

이렇게 보신탕은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대표적인 시절음식지만, 보신탕이란 말은 현대에 생긴 말이고 원래는 개장, 구장(狗醬), 구탕(狗湯) 등으로 불렸다. '복(伏)' 자가 '사람 인(人)변'에 '개 견(犬)' 자를 쓴 것에서 알 수 있듯, 복날 개를 삶아 먹는 것은 더위를 잊는 것뿐만 아니라 보신(補身)과 액(厄)을 물리치는 일까지 결부되기도 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따듯하게 하고, 기력을 증진시킨다"는 기록이 있다.

또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의하면 "복날에 개장국을 끓여 양기를 북돋운다"는 기록이 있고,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개장국을 먹으면서 땀을 내면 더위를 물리쳐 허한 것을 보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는 털의 빛깔이 누런 개인 황구(黃狗)의 고기가 사람을 보한다고 하여, 황구를 최고품으로 여기고 있다.

▲ 1670년경 석계부인(石溪夫人) 안동 장씨(安東張氏)가 한글로 요리명과 요리법을 쓴 조리서 음식지미방, 원명 규곤시의방

ⓒ 김영조

또 조선시대 요리서인 <음식지미방(飮食知味方)>(일명, 규곤시의방)'에는 개장ㆍ개장국누르미ㆍ개장고지누르미ㆍ개장찜ㆍ누런 개 삶는 법, 개장 고는 법 등 전통 요리법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문헌들을 통해서 볼 때, 개장국은 우리 민족이 건강식으로 널리 즐겼음을 알 수 있다.

현대에 와서 서양의 문화에 매몰되는 경향으로 인해 전통음식의 하나인 보신탕이 혐오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 전통문화의 삶에는 가축 가운데 소와 함께 개가 동일한 인식에서 기르고 먹었던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비둘기나 말, 심지어 원숭이 골까지 먹는 그들의 입김에 우리의 음식문화가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 중국, 필리핀 등 한국보다 개고기를 더 좋아하는 나라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만, 개고기는 개고기일 뿐이다. 개고기가 마치 만병통치인 것처럼 좋아하는 것도 잘못이다. 개고기를 먹었다고 해서 건강이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개고기를 먹는 것이 자칫 동물을 사랑하는 것에 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 복날 음식으로 삼계탕도 즐겨 먹었다. 삼계탕(蔘鷄湯)은 햇병아리를 잡아 인삼과 대추, 찹쌀 등을 넣고 고은 것으로써 원기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여름철 먹거리 중 냉면은 땅이 척박해 쌀농사보다 메밀이나 감자농사가 잘되던 북쪽지방에서 발달했다. 냉면은 변비를 없애주며, 고혈압과 동맥경화에 좋고,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냉면을 먹을 때 치는 식초는 녹말이나 육류를 먹으면 생기는 유산을 분해해 피로회복을 도와주며, 여름철에 생기기 쉬운 세균의 번식을 막아준다. 이 식초의 사용은 찬 음식인 냉면에 따뜻하게 해주는 겨자를 넣는 것과 함께 우리 겨레의 슬기로움이다.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즐겨 먹는 음식으로 그밖에 임자수탕, 용봉탕과 육개장도 있다. 임자수탕의 '임자(荏子)'는 참깨를 가리키는 말로 이 음식은 깨를 불려 소화가 잘 안 되는 껍질은 벗겨내고 볶아서 곱게 갈아 체에 밭친 뽀얀 깻국물에 영계를 푹 삶아 고운 국물을 섞어 차게 먹는 냉탕이다.

깨는 좋은 단백질이 들어 있으며, 5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은 등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있는 디에치에이(DHA)와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고열량 식품이다. 또한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함량이 높아 맛과 영양면에서 매우 훌륭한 음식이다.

 

 

▲ 여름철의 보양식, 임자수탕(왼쪽), 용봉탕(오른쪽) ⓒ 임수근의 요리정보

 

용 봉탕의 '용봉(龍鳳)'은 상상의 동물인 용과 봉황을 말하는데, 실제는 용 대신 잉어나 자라를, 봉황 대신 닭을 쓴다. 잉어는 민물고기의 임금으로 폭포를 거슬러 기어오를 만큼 왕성한 생명력이 있어 스테미나식으로도 유명하다. 주재료인 잉어와 닭은 각각 영양면에서 뛰어나지만, 궁합이 매우 잘 맞는 음식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하여 초복에서 말복까지 먹는 풍속이 있다. 국수를 아욱과에 딸린 한해살이풀인 어저귀국에 말아먹거나 미역국에 익혀 먹기도 하고, 호박전을 부쳐 먹거나 호박과 돼지고기에다 흰떡을 썰어 넣어 볶아 먹기도 하는데, 모두 여름철의 시절음식으로 먹는 소박한 음식들이다.
 
복날 음식으로 이 밖에도 미꾸라지를 산 채로 뜨거운 물에 끓여 두부 속에 들어가게 한 도랑탕, 민어국, 염소탕, 장어백숙, 미역초무침, 메밀수제비, 죽순, 오골계와 뜸부기, 자라탕, 메기찜 등도 있다.
 
하 지만, 여름철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찾는 보양식에 목을 매서는 안 된다. 한두 가지의 보양식이 우리의 건강을 완벽히 담보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각종 영양소가 들어있는 식품들을 골고루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땀을 흘려 부족한 수분 보충을 위해 물도 충분히 마실 필요가 있다. 어떤 이는 '더위만 빼고 골고루 다 먹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  “복날을 극복하는 슬기로운 겨레문화 2”가 이어집니다  



글쓴이는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으로 민족문화운동가입니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역임했습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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