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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공동선언 이행의 걸림돌 - 3대장벽을 중심으로’

<기획연재> ‘새로운 민족사를 열어나가는 6.15시대’ ⑩

2007년 07월 18일 (수) 18:23:25

한현수

 

한현수(범민련남측본부 정책위원장)

지난 2000년 남과 북은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이후 이른바 ‘6.15시대’를 맞아 남과 북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6.15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길을 걸어 왔다. 한때 6.15선언은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2005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 정동영 통일부장관’ 특사면담을 계기로 제2의 6.15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6.15공동선언 발표 7주년을 맞아 지금 시대를 ‘새로운 민족사를 열어나가는 6.15시대’로 규정하면서 아래와 같은 십수 개의 사안들을 정리해 연재하고자 한다. 이 기획연재에는 서너 명의 필자들이 참가할 것이며 소제목들은 연재 중에 다소 바뀔 수도 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 편집자 주

 

<기획연재 순서>

 

1. 6.15시대란 무엇인가?

2. 6.15시대의 목표

3. 6.15시대의 자주통일운동의 특징

4. 6.15시대 민족대단결운동의 현황과 과제

5. 6.15시대 남북부문간 교류운동의 과제

6. 6.15시대 자주통일운동의 추동력

7. 6.15시대 진보의 기준

8. 6.15시대와 민족문제

9. 제2의 6.15시대

10. 6.15공동선언 이행의 걸림돌 (3대장벽을 중심으로)

11. 6.15민족공동위원회의 강화발전을 위한 과제

12. 남북정치협상 개최를 위한 몇 가지 조건

13. 6.15시대와 남북공동투쟁문제

14. 6.15시대와 통일방안

15. 민족통일기구에 대하여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 특히 교류와 협력의 경우 그 양적 측면만 보자면 급속도로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미 금강산 관광 100만명, 방북인원 10만명을 돌파한지 오래이며, 경제협력의 규모와 폭도 계속 커지고 있다.

남북 장관급회담의 합의 추세를 보면, 초기에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 사업(경의선 및 동해선 연결, 개성공단 건설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이산가족 등), 경제협력의 제도화(경협관련 합의서 및 시행령 등), 사회문화적 교류 등이 주류를 이루다가, 16차 장관급회담(2005.9.16)부터 ‘상대방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기초위에서 낡은 관념과 관행을 없애고 남북관계를 새롭게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남북사이 냉전 잔재의 해결 및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 문제 등은 본격적 통일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기본 조치라는 것을 상기해 볼 때, 공동선언 5년을 넘어서면서부터 비로소 남북관계를 다른 단계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합의들이 명시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장관급회담에서의 합의 이후 2년여가 다 되는 아직까지도 정치, 군사적인 현안문제들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오늘날, 남북간에 제기되고 있는 정치, 군사적인 현안문제들은 정치적으로는 참관지 제한문제, 경제적으로는 전략물자수출통제, 군사적으로는 대북전쟁연습,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이 문제들은 현 단계 교류 및 협력을 활성화화고 신뢰를 강화해 나가는 데에서 직접적으로 부딪히고 있는 문제이면서 동시에 냉전시대의 잔재들을 실질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참관지 제한 문제는 남북간 교류가 본격화된 2000년 이래 정부에서 3대헌장 기념탑, 애국열사릉, 혁명열사릉, 금수산 기념궁전 등 몇 몇 장소에 대해 남측 인사들의 방문 및 참관을 엄격히 금지해 온 것을 일컫는다.

정부에서는 이 장소들이 북의 ‘대남혁명전략’과 연관된 장소여서 참관을 금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참으로 궁색한 말이다. 그렇게 따지자면 북의 ‘주체사상’ 자체가 이미 ‘인민의 혁명’을 말하고 있는 조건에서 북녘 땅을 밟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 하물며 인민문화궁전이나 국제친선전람관이나 주체탑이나 통일전선탑의 참관을 허용하는 것은 뭐라고 설명할 수 있겠는가.

특히 지난 2005년 8.15민족대축전의 북측대표단이 서울에 도착하여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이 현충원(일제시대의 독립운동가들 뿐 아니라 ‘6.25전몰장병’도 있고, 김창룡 등의 친일살인귀도 있다) 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속좁은 변명’에 불과하다.

참관지 제한 문제는 남북간 교류가 연간 수십만명에 달하는 이 시대에 통일의 한 당사자의 체제와 제도 중 어떤 것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냉전적 관행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북간 신뢰는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수 없다.

전략물자수출통제 제도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비롯한 각종 경제협력사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문제이다.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적성국교역법의 연장선에 있는 이른바 ‘바세나르협약’ 및 미 상무성의 수출입규정을 꼽을 수 있다.

이 제도들은 적성국과의 교역을 할 때, 재래식 무기나 그 개발에 전용될 우려가 있는 ‘전략물자 및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는 것으로, 바세나르 협약의 경우 위반시 별다른 제재조치가 없지만, 미 상무성의 수출입규정의 경우, 만일 수출한 기술 및 물자에 미국측 기술 및 물자가 10%이상 포함되었을 경우에는 해당기업의 대미 수출을 금지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제재효과는 가히 충격적이라 할만하다.

이 규정에 의해 개성공단 시범공단에 입주하였던 시계회사 (주)로만손의 경우 부품가공용 정밀선반기계 반입이 금지되었고, 개성공단 내 전화설비를 위해 KT가 반입하려 했던 설비의 경우 미국이 심사를 지연시키는 바람에 6개월이나 공사가 늦어지기도 하였다.

전략물자수출통제제도 때문에 개성공단 건설 당시 입주 기업 중 1/3은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유치한다는 남북간 합의는 사실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7일 각종 경제지에서는 남측의 SW공제조합이 북측의 삼천리총회사 측과 개성과 평양에 소프트웨어협력센터를 짓기로 전격 합의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는데, 언론들은 이 합의에 대해 남북경협이 이제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게 되었다면서 ‘남북경협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쾌거’로 평가하였다. 문제는 이 합의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전략물자통제’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펜티엄IV 급의 컴퓨터가 북으로 반입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았고, 아직도 대부분의 고성능 컴퓨터들은 북으로 반입되지 않는다.

개성공단은 이제 1만평 시범공단을 넘어 100만평 1단계 공단 건설로 넘어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전략물자수출통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등의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한다던 남북간 웅대한 구상은 그만큼 늦어질 것이다.

한미간 합동전쟁연습과 서해상의 해상경계선 문제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조치이다.

6.15공동선언 이후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고,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가 계속 고조되고 있는 이 마당에 아직까지 ‘평양 점령’을 호언하는 ‘선제공격전쟁연습’을 한다는 것은 그 어떤 말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문제이다. 특히 2002년 이후부터 주한미군의 재편 및 재배치가 본격화됨에 따라 첨단 무기가 대거 반입되고, 더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형태로 전쟁연습의 양상이 바뀌고 있어 큰 우려를 던지고 있다. 매우 첨예한 군사적 대치 상태에 놓여 있는 한반도에서 막대한 무기와 병력을 동원한 전쟁연습을 연례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군사적 도발이다.

9.19공동성명과 2.13 합의 등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이미 예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북을 ‘점령’의 상대로 규정한 군사체제와 작전계획, 전쟁훈련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에는 아예 뜻이 없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협상을 진행하면서 ‘작전계획’ 조정 문제를 언급한 바 있는데, 체제와 제도를 바꾸는 것이 지금 당장 어렵다면, 실질적인 군사적 무력시위인 군사훈련부터 중단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상경계선 재설정 문제는 군사적 충돌의 우려가 가장 높은 서해상에서 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기본조치이다.

현재 정전협정상에서는 해상경계선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다. 그것이 동해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서해의 경우 유엔군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북방경계선(NLL)과 북측이 선포한 해상경계선이 얽히면서 서로 경계선을 확정하기 위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고, 여기에 더해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 연안에 꽃게잡이를 위해 어선이 빈번하게 출입함에 따라 항시적인 충돌의 위험이 높다.

이 해상경계선의 문제는 철도 및 도로연결과정에서 필수적인 군사보장조치와 맞물려 제기되고 있는 문제인데, 논리적으로 볼 때, 육지의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면, 해상에서도 마찬가지로 그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근본적인 쟁점이 되고 있는 경계선 문제를 명확히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절박하고 합리적인 주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서해 해상경계선을 새롭게 설정하자는 제안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실천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열린 2006년 3월에 열린 3차 장성급회담에서 나온 것으로, 북측은 이와 관련하여 지난 5월 5차 장성급회담에서 ‘① 쌍방은 군사적충돌의 기본근원인 지금까지 서로 다르게 주장하여온 모든 해상경계선들을 다같이 대범하게 포기한다. ② 쌍방은 불가침에 관한 합의를 조속히 실현하기 위하여 정전협정과 공인된 국제법적요구에 맞게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확정하며 여러가지 군사적 신뢰 보장대책을 세운다. ③ 새로운 서해해상군사분계선은 철저히 쌍방의 령토, 령해권을 존중하는 원칙에서 설정한다. 이에 따라 북측은 서해 5개섬에 대한 남측의 주권을 인정하며 섬주변 관할수역문제는 쌍방이 합리적으로 합의하여 규정한다. 쌍방이 서로 가깝게 대치하고 있는 수역의 해상군사분계선은 반분하는 원칙에서, 그밖의 수역의 해상군사분계선은 령해권을 존중하는 원칙에서 설정한다’는 등 대단히 전향적인 안을 내놓았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논의하되, 서해 5개섬에 대한 남측의 주권을 인정함으로써 사실상 NLL에 근접한 구체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남측이 NLL을 고집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함에 따라 아직까지 해상경계선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북측의 해군사령부에서는 서해에서의 도발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규탄하면서 해상경계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그런가하면 16일 개최된 군사실무회담에서 북측이 이 문제에 대해 더 전향적인 안을 내놓았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반면, 남측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적극적이고 실천적 의지가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2.13 합의가 본격적인 이행국면으로 돌입하게 되면서 정치군사적 근본문제 해결을 위한 북측의 제안은 한층 더 적극화되고 있다. 최근 북은 정전협정 관리에 대한 북-미-유엔사 간 군사회담을 공식 제안했으며, 남북군사실무회담과 장성급회담에서 논의할 해상경계선에 대한 새 합의안도 제안하는 등 정치군사적 근본문제 해결을 위한 파상적인 공세에 돌입하였다.

분단체제가 정전체제와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한반도의 현실상, 북미관계의 정상화가 분단체제 극복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자체로 남북관계의 모든 현안이 절로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남측 정부는 북측의 군사회담 제안에서 남측이 왜 제외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소아병적인 푸념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정치군사적 근본문제 해결을 외면했던 소극적 태도를 되돌아보고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한 보다 전향적인 결단을 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그것만이 남측 정부가 통일의 한 당사자로서 시대의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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