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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 ‘민족대단합’에 대한 남과 북의 견해 차이를 넘어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6.15남측위원회 정책위원                       l 2007/07/08 (통권 제 27 호)

 2007/07/08

이태호 (통권 제 27 호)

 

지난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평양에서 열렸던 6.15공동선언발표 7돌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의 주제는 ‘민족대단합’이었다. 15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본대회의 명칭도 민족대단합대회로 되었다.
‘민 족대단합’ 혹은 ‘민족대단결’은 7.4공동선언 이래 천명되어 온 통일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2.13합의 이후의 내외 정세 속에서 새삼스러운 의미로 다가왔다. 2.13합의를 계기로 한반도 핵 위기 해결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북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가 논의되는 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역동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현실의 남북 관계는 기대한 만큼의 속도와 폭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답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히 5월에 남북열차 시험운행이 성사되고 내금강 관광도 시작돼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가 터지는 듯하다가, 6.15 직전 열린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쌀 지원 문제를 북측의 2.13합의 이행과 연계하려는 남측에 대해 북이 반발하면서 남북 당국간 관계가 다시 냉각되고 급기야 남측 당국대표단의 6.15 평양행사 참여도 불발된 조건에서 민간통일운동은 민족 화해와 단합의 물꼬를 민간이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남북해외의 민간통일운동이 민족대단합을 주제로 내건 것은 여러모로 시의적절하게 느껴졌다.
한편, 민족대단합은 길게는 6.15공동선언 이래, 짧게는 6.15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의 발족 이래 민간통일운동이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해 온 기본 의제이자, 다양한 고민과 이견이 함축된 의제이기도 했다.

대중화와 연결되어 있는 남의 ‘민족대단합’
우 선 민족대단합은 통일운동의 대중화와 직결된 문제였다. 남과 북, 해외 동포사회의 각계각층에게 어떻게 다양한 참여와 교류협력의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여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에 기여하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6.15공동위원회의 존립근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통일운동의 다양성, 교류협력의 다양성에 기초하여 실천적 의미의 사상과 종교, 제도와 문화를 뛰어넘는 폭넓은 단결을 이룰 것인가의 문제임과 동시에, 6.15 이후 남한 사회에서 본격화된 이른바 남남갈등 혹은 해외동포사회 내부의 갈등을 원만히 해소하고 평화통일을 향한 대세를 형성해 낼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더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사회는 각각 역사적으로, 정치ㆍ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상당히 다른 조건 속에서 성장해 온 터라, 추상적 의미에서 ‘민족대단합’을 강조하는 것 이외에 실천적으로 객관적인 차이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긍정하는 전제 아래서 서로의 차이를 좁혀가고 어떻게 단합할 지에 대해 보다 진전된 고민과 전형이 간절히 요구되던 참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민족대단합을 통해 서로 주장하거나 얻고자 하는 바가 판이하게 다른 현실적 조건 아래서는 ‘판을 깨지 않는 수준’에서 민족대단합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진솔하게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실 이러한 생각의 일단은 즉흥적인 생각이 아니라 지난 3월 8일 심양에서 열린 6.15민족공동위원회에서 백낙청 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발표한 2007년 기조연설문에서도 확인되는 남측의 중요한 기조이기도 하다. 3월 심양에서의 기조연설은 “올해야말로 다수 국민 대중과의 교감 속에서 통일운동을 일상 생활에 깊이 뿌리내릴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6.15민족공동위원회는 지난 날의 성과에 만족하거나 호전된 정세에 안주하지 말고 현재의 유리한 흐름을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민족공동행사의 내용과 형식을 국민 대중이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각급 실무회의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풍토를 조성하며, 작고 전문적인 다양한 교류협력을 전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민족대단결의 요체를 통일 운동의 다양성 보장과 진솔한 대화 풍토의 실현에 두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기본입장은 이번 6.15 공동선언 발표 7돌 기념 민족단합대회 상임대표의 기조연설로도 이어졌다. 추상적 민족대단결을 넘어서는 실핏줄 같은 다양한 교류와 협력, 민족 공조와 병행하여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번영에 기여함으로써 세계 대중의 공감을 받는 운동, 차이를 인정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풍토의 정착, 선참자로서의 기득권에 연연함이 없이 6?15민족공동위원회의 확대 발전을 꾀하는 것 등을 민족대단합을 위한 실천과제로 강조되었다.

민족 공조, 민족 우선의 강화를 위한 북의 ‘민족대단합’
반면, 북측과 해외의 일부는 민족대단합을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외세와 내외 분열주의에 대해 민족애와 자주정신에 기초한 민족 공조의 대열을 형성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북측은 다양성보다는 단일하고 순수한 힘의 형성에 강조점을 두면서, 외세와의 협력에 대비되는 민족 공조와 민족 우선, 외부의 전쟁 위협으로부터의 평화 수호와 자위력의 형성, 내외 분열주의에 대한 경계 등을 민족대단합의 중요한 과제로 제기하였다. 더불어 북측은 6.15공동위원회가 자기 강령을 확정하고 그 정치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요컨대 북측은 우리 민족끼리의 사상에 기초하여 외세로부터 민족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단결하자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북측의 연설문에서 ‘민족대단합’, 혹은 ‘우리 민족끼리’를 하나의 이념 혹은 사상으로 정식화하려는 경향이 과거보다 더 짙어졌고, 그 과정에서 이 ‘사상’을 북측의 역대 최고지도자 - 김일성 주석과 현 김정일 위원장이 제창한 것임을 강조하는 표현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사실, 북의 이같은 입장으로 인해 행사 처음부터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북측은 개막식 환영연설로 예정된 김영대 북측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의 연설문 초안에 명시된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께서 밝혀주신 <우리 민족끼리>는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이 힘을 합쳐 풀어나가려는 민족 자주의 리념”이라는 표현이 논란의 대상이었다. 이는 남북간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는 것과는 별개로 남과 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북측의 최고지도자가 ‘지도’하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어서 남측은 이 표현을 수정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었다. 남측의 입장에서 6.15공동선언은 다양한 사상과 이념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열린 선언이며, 남과 북의 민중이 요구해 온 것을 위정자들이 반영한 선언이지 특정지도자가 제창하고 가르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표현은 통상 상대방을 배려해 온 공동행사 연설문들의 관행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북측에서는 북 당국의 연설이므로 수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이후 북측위원회의 연설문에서는 같은 표현을 모두 수정 혹은 삭제하기로 하는 조건으로 북측 연설문의 수정 없는 낭독을 양해했다.
그러나 북측은 이후의 본대회 연설문에서도 같은 표현과 기조를 계속 주장함으로써 사전 실무협상이 난항에 난항을 거듭해야 했다. 본대회 연설문은 심지어 7.4공동성명은 ‘김일성 주석’이, 6.15공동선언은 ‘경애하는 김정일 위원장’이 제창한 것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결국 남북간 최종 합의는 “경애하는 김정일 위원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합의한 6.15공동선언”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특정 지도자의 명칭이 연설문에 명시된 것 역시 초유의 일이었고, 구체적인 지도자 명칭의 표기는 오히려 북측이 꺼려왔다는 점에서는 매우 특이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6.15행사에 동행한 한 한반도 전문가는 북측이 민족 대단결 ‘이념’과 그 구심적 지도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가 2.13합의 이후의 대폭 개방을 앞둔 사전정지작업 혹은 사전정치사업의 일환인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진정한 민족 대단결’의 ‘구체적 실현 방안’을 위한 남북의 논쟁과 합의
남 과 북 해외의 민족 대단결을 보는 인식의 차이는 알려진 바와 같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행사 참여와 주석단 배치 문제에서 또 다시 불거졌다. 이는 민족 대단결의 원칙과 실현 방안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고도 격렬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 북측과 남측 일부의 논지는 한나라당이 6.15공동선언을 인정하지 않고, 그 의의를 폄훼하는 일에 앞장서 온 만큼 6.15선언을 실천하기 위해서 모인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한 일부 6.15선언을 지지하는 의원들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상석에 앉힐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한편, 남측대표단의 공식입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당 대표로 참여했건, 개인으로 참여했건 각 당 의원들을 주석단에 앉게 했던 것은 관례에 따른 것이므로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에 대한 특혜라 할 수는 없고, 이 관행 혹은 주석단 자체에 대해 문제 제기할 필요가 있다면 이는 일반 원칙으로 사후 얘기해야 마땅한 것이지, 한나라당 의원을 상석에서 배제하려는 북측의 요구를 합리적인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일반 원칙으로서 남측은 이미 기조연설문 초안에서 선참자로서의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6.15공동위원회의 확대 발전과 폭넓은 민족 대단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밝힌 마당에 북측의 한나라당 주석단 배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 국 이 문제는 행사를 파행으로 이끄는 격렬한 논쟁과 갈등을 수반했다. 이틀을 순연시키며 논쟁적인 토론을 벌인 끝에 한나라당을 포함한 정당인사는 물론이고 종교, 사회단체의 대표도 제외하고 오직 남북해외 위원장과 연설자만 주석단에 오르되 이 문제에 대해 남북위원장이 사과를 공개 표명하는 선에서 17일 오전 민족대단합대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 미 남측의 수많은 언론에는 한나라당 주석단 배제 관련 기사가 1면을 장식한 후였다. 이로 인해 표면적으로 보면 민족대단합 대회는 역대 어느 대회보다 민족내부 갈등을 드러낸 대회로 기억될 만한 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백낙청 상임대표는 이 격렬한 논쟁이야말로 “추상적 민족대단합의 강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보다 구체적인 민족 대단합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게 될 과정이었고 따라서 여러모로 이전의 운동보다 발전한 측면이 있는 행사”였다고 평가한다. 그의 분석은 매우 예리하게 이전 행사와 올해의 행사를 평가하고 있고 이후의 발전 방향도 예시하고 있다.
적어도 우리는 지난 3박4일간 매우 심도 있게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진정한 민족 대단결’의 ‘구체적 실현 방안’을 의제로 격렬하게 토론했고 각각의 입장과 주장의 여러 측면을 세세하게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결과 더욱 많은 차이를 발견하게 된 것은 실망할 일만은 아니다. 통일운동 의제의 확장은 이런 지난한 과정을 통해 한걸음씩 진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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