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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기독교·부시는 근본주의 자식들

[논단] '종교 근본주의'에 드리워진 폭력의 그림자와 가공할 위험성

 2007/08/05 [09:56]

이태경

 

종교근본주의에 드리워진 폭력의 그림자

탈레반에 억류된 한국인들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번 피랍사태의 원인(遠因)은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침공과 점령, 한국군의 파병 그리고 한국 기독교의 공격적인 선교행태일 것이고, 근인(近因)은 봉사단의 봉사목적지 선정이 사려 깊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기실 한국인 피랍 사태의 배면에 도사리고 있지만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요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종교 근본주의’이다.

본디 모든 근본주의의 주요한 속성 가운데 하나가 완전과 순수에 대한 강박적 추구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이를 방해하는 생각과 사람에 대한 폭력적 소거(掃去)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차별과 배제의 원리가 거의 모든 근본주의에서 발견되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어떤 근본주의가 지상에 이루려는 이상이 원대하면 할수록 이를 추종하는 이들은 모질어지기 일쑤다.

진정 두려운 것은 거의 모든 근본주의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사랑을 말한다는 점이다. 아니 말 뿐만 아니라 인간과 신에 대한 사랑을 매우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단 그 방식이 폭력과 배제라는 데 문제가 있다.

특 히 '종교 근본주의'는 근본주의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이다. 인류가 경험했던 가장 참혹했던 살육과 파괴의 기억을 더듬다 보면 어김없이 '종교 근본주의'와 만나게 된다. 그 중에도 으뜸을 다투는 것이 기독교와 이슬람교이다. 유일신을 섬기기 때문인지 몰라도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타 종교와 문화를 인정하는데 매우 인색했으며 때로 폭력을 통해 타 종교와 문화를 구축(驅逐)하곤 했다.

멀 게는 십자군 원정과 사라센 제국의 팽창과정에서 가깝에는 보스니아의 인종청소까지,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저지른 폭력의 역사는 길고도 잔혹하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아프카니스탄에서 목도하고 있는 것도 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이슬람 근본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의 격돌인지도 모른다.

탈레반, 한국 기독교 그리고 부시는 종교 근본주의의 자식들

이 번 피랍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등장인물은 크게 탈레반, 한국기독교 그리고 조지 부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뜻 보기에 전혀 근친성이 없어 보이는 탈레반과 한국기독교 그리고 부시 사이에는 놀랄 정도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이 바로 종교 근본주의이다.

이 슬람 근본주의로 무장한 채 아프카니스탄을 다시 중세의 야만으로 회귀시키려는 탈레반과 제국주의자들의 시선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세계 선교에 매진하고 있는 한국 기독교,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다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종교 근본주의의 배 다른 형제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특히 탈레반과 부시는 서로가 서로를 강하게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칭해도 모자람이 없다.

한국 기독교 주류는 정복의 관점에서 세계 선교를 강행한 나머지 이번 피랍 사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말았다. 결국 한국 기독교 주류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비극의 조연 역할을 하고 만 셈이다.

'종교 근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하여

피 랍된 한국인 인질들은 조속히 석방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아프칸 정부 그리고 미국이 서로 긴밀히 공조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피랍된 한국인 인질들이 무사히 석방된다고 해도 여전히 '종교 근본주의'의 해악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 근본주의'를 희석시키거나 퇴치시킬 묘방은 없는 것일까? 선뜻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성과 윤리라는 성채(城砦)에 의지하는 것과 자유롭고 주체적인 개인을 발견하는 개인들이 늘어나는 것이 얼른 떠오르는 대안이지만 그 조차 저 세찬 '종교 근본주의'의 격랑에 떠내려가지 않는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결국 인류는 고작 여기까지만 진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쓴이는 대자보의 편집위원이며,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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