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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경의 통일신학

2007년 12월 11일                심 은정(Alexander Universität Nürnberg-Erlangen 종교학 박사과정)

이 글은 지난 12월 1일 6.15유럽공동위의 연말 좌담회에서 발표(연사 심은정)된 내용 전문입니다.

Shim, Eun-Jung우선 이 자리에 초대하여 주시고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을 감사 드립니다. 저는 뉘른베르크 에얼랑엔 알렉산더 우니에서 종교학으로 박사논문을 쓰고 있는 심은정이라고 합니다.  저의 논문 주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제(諸) 종교가 통일운동에 미친 영향" 입니다. 주로 기독교와 불교를 중심으로 종교단체나 종교인이 통일운동에 참여했는가. 만약 참여했다면 왜 참여했으며 어떻게 참여했는가, 그리고 그것이 전반적 통일운동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분석해 보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 기독교 쪽에서 통일신학이라는 주제로 계속 글을 발표하시고, 통일운동에 여러 해 동안 직접 참가하고 계신 박순경 교수님의 통일신학에 대해서 토론해 보고자 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여러분들께 한 기도문을 읽어드리겠습니다.

<...하나님, 오늘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이렇게 기도하며 시위할 수 있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6.25 때 공산군에게 쫓겨 부산까지 밀려갔지만 적화 통일되지 않도록 유엔군과 미군을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지난 50년 동안 미군을 주둔시켜 이 나라의 공산화를 막아주신 하나님. 평화적으로 통일될 때까지 미군이 철수하지 않도록 주여 붙들어 주시옵소서. 하나님을 대적하고 또한 수많은 교회를 파기하고 그리스도인을 죽이고 투옥하고 핍박하는 김정일 정권이 어서 무너지고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날이 오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 기도문은 2003년 1월 1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에서 금란감리교회 김홍도 목사의 기도문의 일부입니다. 금란감리교회는 5만 여명 출석교인의 한국 10대 교회에 속하는 교회입니다.

인용문을 하나 더 읽어드리겠습니다.

<..6.25 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동포들을 살상한 북한은 56년이 지난 오늘도 반성과 회개 없이 핵무기 및 대포동 미사일 기지 건설 등으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 말조차 못하면서 민족통일을 이루겠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아직도 적화통일의 야망을 불태우고 있는 김정일 집단이 속히 무너지길 기도하자...>

이것은 2006년 6월 19일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가 주최한 "6.25 상기 56주년 교계지도자 특별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이 채택한 결의문 중 일부입니다.

이 인용문들은 최근 보수적 개신교 지도자들의 사고방식과 상황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공산주의 자체에 대한 반감, 더 나아가서 북한자체에 대한 반감, 그래서 결국 통일은, 북한정권이 무너져야만 평화적으로 이룩될 수 있다는 개신교 지도자들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2001년 월간조선이 개신교의 대표적인 지도자 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적이 있는데, "김정일을 성경적으로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사탄의 제자이다"라는 항목에 동의한 이들이 50.9% 이었고, 김정일 정권에 대해서는 "기독교의 적이다"라는 항목에 동의한 이들이 67.9%, 반 김정일 운동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응답이 60.4%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보수적인 개신교 세력들은 단독으로 혹은 극우단체들과의 연대하에 여러 차례 반북-친미를 표방한 대규모 정치적 집회를 열면서 한국개신교는 단번에 한국 우익세력의 대표주자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개신교 신자가 전체 인구중 20 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또 그 중에서 기존의 몇 만 명의 신도를 가진 대형교회들이 대부분 보수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개신교의 태도, 즉 반공주의적, 반 북한주의적 태도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집니다.

특히, 정치적 차원에서 또 민간 차원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가 점점 더 활발해 지고 있는 이때에 기독교인들의 이러한 보수주의적 정치행동은 학문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개신교 기독교인들의 현재적 정치행동뿐만 아니라 해방 전후부터 개신교 기독교인이 민족의 분단문제에 대해서 취한 태도에 대해서, 기독교가 분단상황을 굳히는데 이바지했을 뿐 아니라 통일의 길을 차단시켜 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박순경 교수님이십니다. 이 책에(박순경 교수 팔순 기념 논문집) 사진이 나와 있는데요. 돌려서 보시기 바랍니다. 박순경 교수님은 독일에 계시는 (마침 오늘 참석을 못하신)  이영빈 목사님과 감리교 신학교에서 같이 수업을 받으신 분이기도 한데요.

박순경 선생님이 평생을 바쳐 쓰신 글은 통일과 관계된 것이라고 할 수 있구요. 또 직접 통일운동가로서 행동하신 분이시기도 합니다. 1988년 자주 민주 통일 국민회의 통일위원회 위원, 1989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조국통일위원회 위원, 1991년 조국통일 범민족 연합 부위원장, 그리고 2003년부터는 통일연대 명예대표 또 민주노동당 고문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특히 1991년 동경에서 재일 대한기독교회 주최로 열린 평화통일 선교에 관한 기독자 동경회의에서 기독교와 민족통일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서 신학적으로 해석을 시도하셨다가 구속되셔서 4개월 만에 2년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시기도 했습니다. 물론 개신교 쪽에서 학술적으로나 정치적 행동으로 통일운동에 관여하고 계신 분이 많이 있습니다. 독일에서 살고 계시는 이영빈 목사님과 김순환 선생님도 해외에서 처음으로 통일의 물꼬를 트신 분들로 높게 평가 받고 계십니다. 그런데 박순경 선생님은 학술적으로, 그러니까 신학적으로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리고 실천적으로 통일운동에 직접 뛰어드신 분으로써 흔치 않은 경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박순경 교수님의 통일신학에 대해서 부족하지만 요약해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박순경 교수님의 통일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왜 신학자가 통일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신학이 신적인 것을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것이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역사적 상황이나 사회에 따라서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70년대에 민중신학이라는 것이 나타났었구요 60년대 남미에서는 해방신학이 주류를 이루었었습니다. 박순경 교수님에게 있어서 통일이 신학의 주제가 된 것은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경험과 그것을 통해서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역사의 모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독교와 공산주의의 문제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는데요, 다시 말해서 기독교와 공산주의가 과연 적대적일 수밖에 없느냐, 적대적이지 않다면 어떤 식으로 서로 이해해야 하느냐의 문제인 것입니다.

박순경 교수님은 실제로 해방이전에 좌익계열의 민족해방운동가들을 만나면서 막스의 공산주의가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종교를 인민의 아편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품으셨다고 합니다. 반대로 기독교인들이 공산주의와 공산주의자들을 기독교를 위협하는 적대세력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발감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실제로 감신 대를 다니실 때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고 묻는 여론조사에서 여운형계열의 인민공화국 통일노선을 지지한다고 손드셨다가 학교에서 쫓겨날 뻔 했던 경험이 있었는데요. 이러한 사건과 그 당시 이승만박사 계통과 기독교의 반공노선을 경험하시면서 기독교와 공산주의는 필연적으로 만나야 한다고 확신하셨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쭉 미국유학생활 동안과 그 후 귀국해서 교수생활을 하면서 간직하고 계시다가 1972년에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면서 더 이상 이 문제를 숙제로 남겨둘 수 없다는 판단을 하시고 1974년에 유럽으로 연구여행을 떠나시고, 3년 동안 유럽에 머무르시면서 막스주의와 사회주의 계열의 신학자들을 새롭게 발견하시고 한국신학은 한민족의 삶과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확신하고 귀국하시게 됩니다. 즉 한국신학은 한민족 전체의 현재의 고통과 미래의 문제와 관련된 분단문제와, 그 문제의 극복을 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에 박순경 교수님의 통일신학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고 볼 수 있는데, 첫 번째 방향을 바로, 기독교의 이데올로기적 역할에 대한 비판이고, 두 번째는 기독교의 본질에 입각해서 한국의 신학이 통일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럽에서의 연구활동을 통해서 박순경 교수님에게 확실하게 된 것은, 막스가 비판한 기독교가 기독교자체가 아니라 기독교가 갖은 자 편에 서서 행해온 이데올로기적 기능에 대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복음의 본질은 하나님이 이집트에서 노예상태로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해방시키셨다는, 하나님은 약한 자편에 서시는 해방 자 하나님이라는 것인데, 기독교가 로마시대에 공식적인 국가종교로 영입되면서 이러한 기능은 잊혀지고 되려 기득권 가진 자들을 보호하고 약한자들을 그야말로 현혹시키는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19세기 제국주의 시대가 열리면서 기독교가 제국주의자들과 하나가 되어서 침략에 앞장서온 것도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박순경 교수는 바로 기독교가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해왔다는 것을 분명히 한국의 선교의 역사를 통해서 밝히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기독교역사가들은 서양 선교사들의 덕택으로 한국이 여러 가지 문명의 혜택을 받게 되었으며, 의료, 교육기관 등등 많이 있죠. 기독교를 개화사상의 하나로 높게 평가합니다. 이에 반해서 박순경 교수는 선교사들은 그 당시 서양 제국주의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들일 뿐이었다고 비판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 최초로 선교활동을 시작한 미국인 알렌 선교사는 표면적으로 한국에 처음으로 현대적인 의료원을 세운 것으로 유명한데, 사실 그는 돈이 될만한 채굴권이라든지 벌목 권 등을 싼 가격에 미국에 넘기는 일을 주로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따낸 금강 채굴권을 일본이 한국을 장악하자 헐값에 일본에 팔아 넘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선교사들의 상업행위, 또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을 때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강조하면서 식민지 정권에 순종할 것을 권유한 행위 등을 통해서 박순경은 선교사들의 본질을 밝히고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선교사들이 그 당시 민족해방운동의 사상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막스의 공산주의에 대해 취했던 태도인데, 선교사들은 자국의 정치적 입장, 즉 소련의 공산주의에 대항하고 자본주의를 확산시키려는 자국의 입장을 대변했고, 이는 결국 한국의 기독교인의 반공주의의 뿌리가 되었다고 박순경은 보고 있습니다. 그 이후 반공주의는 이승만 정권에 의해서 자신의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며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정책을 대중집회 등을 통해서 더욱 공고히 하는데 이바지했다고 박순경은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분단상황에서 기독교의 이데올로기적 역할은 바로 반공주의, 결국 기득권의 권력을 연장시키는 수단의 하나인, 반공주의로 집약되어 나타나며 이러한 반공주의가 통일의 길을 차단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박순경은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산주의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서 박순경은 막스주의의 올바른 해석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공산주의를 경계하고 위협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유 중 하나가 막스주의의 유물론에 입각한 신의 존재부정, 더 나아가서 종교에 대한 부정 때문인데, 사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막스의 종교비판은 종교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종교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에 대한 것이라는 것은 박순경 선생님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기독교의 본래의 기능, 즉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정의를 이루시기 위해서 심판하시는 하나님이라는, 기독교의 복음, 이 핵심 메시지를 잊어버리고 기독교가 갖은 자의 편에 설 때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기독교가 기독교의 본질로 돌아가면 더 이상 공산주의와 충돌할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상호 대화의 가능성까지 열리게 된다고 박순경 선생님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막스주의와 기독교의 대화 가능성은 서구에서뿐만 아니라 한국 역사 속에서도 입증 되었는데요. 독일의 신학자인 골비처는 마르크스 무신론의 역사적 기능, 서구 기독교와 문화에서의 문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의미를 승인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변혁을 위한 행동이론으로서, 휴머니즘으로서, 과학이념으로서 취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1920년대 막스의 공산주의가 소개되고 공산주의자들과 기독교인들간의 물리적인 충돌이 벌써 가시화 되고 있을 때에 YMCA를 중심으로 기독교의 청년운동을 주도했던 이대위는 <청년>이라는 잡지를 통해서 여러 차례 기독교의 이상과 사회주의의 실행을 종합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대위는 사회주의와 기독교의 사상은 상통하다고 하면서 민족교회론을 제창하였습니다. 기독교인들이 막스주의를 이념적인 문제 때문에 적대시하는 것은 막스주의의 본질과 기독교의 본질을 간과했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서 막스주의와 기독교는 둘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서로 보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박순경 선생님의 주장입니다.

공산주의에 대한 문제는 분단과 통일의 문제를 생각할 때 참 여러 방면에 걸쳐서 걸림돌이 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 됩니다. 사실 이론적으로 그 사상에 공감하더라도 한국전쟁을 직접 겪으면서 생겨난 개인적인 피해 때문에, 물론 공산주의자들과 부딪히면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사람들은 그 당시 자본가들이었겠지만, 한국에서는 앞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아직도 레드 콤플렉스가 계급, 계층과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번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순경 선생님은 이 레드 콤플렉스가 결국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대변하는 선교사들의 반공주의 정책과, 해방 이후에 미국의 지지를 받으며 권력은 잡은 기독교인들에 의해서 고착화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순경 선생님의 통일신학의 두번째 방향은 바로 과연 통일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것이냐에 관한 것입니다. 이 문제는 분명히 사회과학적인 방법으로 현세분석과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하는 문제인데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신학하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특별히 다루어야 하느냐고 물을 수 가 있죠. 박순경 선생님은 이 문제를 분명히 신학적으로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이제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여러 학자나 정치가들에 의해서 다양하게 제시되어 왔습니다. 쟤가 이 방면에 있어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혹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단순하게 말하자면 대중적으로 말하자면 통일논의는 독일 식의 흡수통일이냐, 물론 남한이 북한을 흡수한다는 것이겠죠, 아니면 연방제냐의 문제로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좁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정치적으로 논의되는 여러 가지 논의들은 일반 대중들에게는 생소할 수 가 있구요. 대부분은 북한이 언젠가는 망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통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들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순경 선생님은 흡수통일은 분명히 안 된다고 하십니다. 북한이 남한을 이던,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던 어떤 한 체제가 다른 체제를 흡수하는 식의 통일은 절대로 안되며 연방제를 통한 제3의 체제로서의 통일을 주장하고 계십니다. 여기서 제3의 체제라는 것은 즉 남한의 자본주의도 북한의 공산주의도 아닌 제3의 새로운 사회를 뜻하는데요. 이 새로운 사회는 신학적으로 항상 비판되어지고 검토되어져야 한다는 것이 박순경 선생님의 생각입니다.

이 통일된 사회, 제3의 사회를 달성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그것을 과연 누가 이루어내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이것은 바로 통일의 주체, 또는 통일신학의 주체라는 문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누가 통일을 이루어 내느냐가 결정이 되면 바로 통일의 구체적인 모습이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순경 선생님에 의하면 통일의 주체는, 민족, 민중, 여성 이렇게 삼자입니다. 이렇게 세 주체에 의해서만 통일이 달성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우선 민족이 통일의 주체라는 것은 바로 한민족 전체가 아직도 세계 지배세력아래 놓여 있으며 분단상황이 바로 이 지배세력들에 종속되어 있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박순경 선생님에 의하면 민족이라는 의식은 바로 일제하 항일운동 시에 생겨 났다고 합니다. 이는 서구의 부르주아적 민족개념과는 달리 2차 대전 이후에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생겨난 민족 개념은 서구의 제국주의적 지배세력에 대항하여 민족의 해방을 추구하는 가운데 생겨났는데요. 한국의 민족개념도 바로 일제의 식민지 지배세력에 대항해서 독립운동을 하는 가운데 생겨 났으며 현재의 분단상황이 계속해서 민족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족의 개념이 중요하다고 박순경 선생님은 말하고 계십니다. 통일을 이야기할 때 민족의 주체성이 중요시되는 것은 통일의 문제가 아직도 우리민족과 강대국의 지배관계의 문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주체는 민중입니다. 이것은 민족의 주체성 개념에 반드시 민중의 주체성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1920년대 항일운동 당시에도 민족해방운동가들이 막스주의를 접하게 되면서 민족해방운동에 민중의 계급적 시각을 도입시켰습니다. 민족해방은 민중이 주체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인데 바로 이러한 시각이 오늘날 통일운동에도 견지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박순경 선생님은 한 예로 삼일운동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것이 민중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민족해방운동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독립선언서를 작성했던 33인의 대부분이 민족자본가들이었고 이들이 추구했던 것은 결국 민중의 입장이 반영이 안된 부르주아주의적 운동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통일운동은 민중의 계급적 문제가 반드시 전제될 때에만 가능하다고 박순경 선생님은 말씀하고 계십니다.

세번째 통일의 주체는 바로 여성입니다. 박순경 선생님은 통일신학에 대한 글을 발표하시기 이전부터 여성신학에 대해서 많이 연구하시고 발표를 하셨는데요. 여성신학이라는 것은 신학의 가부장적인 전통을 비판하고 여성의 입장을 반영하자는 것인데요. 이 같은 여성신학적 관점은 통일신학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여성은 민족이면서, 민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부장사회에서 여성만의 특수한 상황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여성의 특수한 문제들이 통일운동에 반영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서 여성들 자체가 통일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십니다. 반대로 여성의 특수한 문제는 민중, 민족의 문제 안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지 여성들의 특권의 보장이 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즉 통일은 이 세 주체가 동시로 주체로 나설 때에만, 그리로 동시에 통일의 주제로 고려될 때에만 가능하다고 박순경 선생님은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제 누가 통일을 달성할 것이냐가 밝혀졌으니 통일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겠습니다. 통일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이미 통일의 주체에서 밝혀졌듯이 민족, 민중, 여성의 관점이 관철되는 막스가 꿈꾸었던 사회주의 사회, 계급이 없어지고 인류가 평등한 사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순경 선생님은 이러한 사회를 민족사회, 즉 남한의 자본주의와 북한의 공산주의를 넘어서는 평등사회라고 정의하시는데, 이러한 제3의 사회, 민족사회라는 개념은 정치적 경제적 모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학적으로 고찰되어야 할 모델입니다.

이 통일사회는 우선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전제로 합니다. 더 이상 우리 민족의 문제가 분단세력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의 손으로 직접 성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 정세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 문제 때문에 북한은 또 한번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보통의 시민들은 이를 두고 정말 깡패가 위험한 무기를 소유해서 아무렇게나 휘두르게 될까 봐 걱정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은 물론 반공주의가 그 저변에 깔려있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정보의 부족이 가져온 어처구니없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통일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 두 번째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통일모델인데요. 박순경 선생님은 3단계 연방제를 통일의 모델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평화조약을 맺는 일단계를 거쳐서 2단계는 각 계층, 정치, 경제, 문화, 종교 그리고 여성들간의 교류를 맺는 단계로 넘어가게 되구요. 마지막 3단계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체제로 통일되는 단계입니다. 이는 자주적, 평화적, 민족대단결의 원칙하에 민주적으로 수행되어야 합니다. 이 통일사회는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넘어서는 제3의 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의 구체적인 내용을 박순경 선생님은 이렇게 묘사하고 계십니다. 노동자 계급의 정당과 사회주의 정당이 포함되는 의회정치, 계획경제를 허용하는 자유시장경제, 그리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노동자계급과 여성들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평등이 실현되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제3의 길로서 통일사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은 드렸지만 그것이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니라고 말할 때는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박순경 선생님이 강조하는 부분인데, 즉 그것은 바로 하나님 나라의 초월성과 관계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주권을 가지고 있는 하나님 나라는 이 땅의 어떠한 체제와도 동일시 될 수 없으며 그 어떤 체제도 끊임없는 하나님나라에 대한 기다림 속에서 검토되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이 흔히들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특히 그 체제 안에서 성공하는 것, 즉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무슨 하나님의 축복인양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뿐만 아니라 사회주의를 하나님의 나라와 동일시 하는 시도들도 비판되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분명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말씀이 육신이 되신 분이며 역사 속에서 그 역사의 현실에 참여하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직접 역사의 현실에 참여하시는 하나님의 행위를 박순경 선생님은 하나님의 혁명이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혁명은 하나님의 심판 위에서 사회의 통체적인 변화를 요구하며 인간의 평등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순경 선생님은 통일이 이러한 하나님의 혁명의 개념 안에서 조명되고 비판되어져야 한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끝까지 들어주신 것을 감사 드립니다.

2007년 12월 1일

 

6.15유럽공동위

 

 


615 유럽공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