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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움직이는 것 불가능하지 않다"

재미교포들, 18일 미 상원 보좌관들 만나 한반도 평화 정책 제안

 2009년 3월 25일

오마이 뉴스 09.03.23        김창수  

 

자누지, 대북정책

 

 

 

지난 3월18일 미주동포전국협회(NAKA) 등 재미 교포들이 미 상원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3월 18일(미국 시각), 미국 상원 의원회관은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사람들로 종일 분주했다. 미국 국회의사당 바로 옆에 지어진 덕슨 빌딩, 하트 빌딩, 러셀 빌딩 등 3개의 큰 건물은 100명의 미국 상원의원들이 사용하는 의원회관이다.

 

세 건물 사이에는 내부통로가 있으며, 지하에는 의사당까지 작은 철도가 놓여 있었다. 재미한인 13명과 2명의 미국인들은 몇 무리로 갈라져서 이 3개의 건물을 넘나들었다. 25명의 상원의원 보좌관을 만났고, 15명의 상원의원에게는 문서를 전달했다. 이날 접촉한 40명의 상원의원은 모두 외교관계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소속이다.

 

이날 활동 대상에는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낸 존 케리 상원외교위원장, 외교위원장을 지냈고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오바마 인수위에서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으로 거론되었던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미국 정치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 평화단체와 재미 한인단체 등 60개 단체들은 3월 18일을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날'로 정했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고, 미 상원의원 외교관계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의원실을 방문하여 한반도 평화에 대해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이 행사는 미주동포전국협회(NAKA), 미주 코리아 평화위원회(NCPK), 북미주 코리아 평화네트워크(NANPK), 미국 변호사연합 코리아평화팀(NLG), 미국 평화재향군인회 소속 코리아 평화캠페인 등 5개 단체가 중심이 되었다.

 

재미 한인단체들이 미국 의회를 상대로 해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책 제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올바른 한반도 정책을 세워나가도록 호소·지지하는 활동을 목적으로 1994년에 미주동포전국협회(NAKA)가 만들어졌다. 이행우 NAKA 전 회장(현 6·15 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 대표위원장)은 "법안이 통과되고 난 이후에는 잘못된 것을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법안 통과 이전에 의회를 대상으로 정책협의를 긴밀하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에는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워싱턴 D.C의 역할이 각별히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서울-평양' 막혀 '워싱턴-평양' 뚫어야

 

 

 

지난 3월6일 ‘6·15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 회원들이 프랭크 자누지(오른쪽에서 두번째) 미 상원 외교관계위 전문위원을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자누지는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한반도팀장을 지내는 등 현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사진 맨 오른쪽은 이 기사를 쓴 김창수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방문연구원이다.

 

이날 행사 이전에 지난 3월 6일 '서울-평양'의 대화가 막힌 상황에서 '워싱턴-평양'의 대화를 촉진시키는 것이 현안문제를 근본부터 풀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6·15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가 먼저 첫 행동을 시작했다. '6·15 미국위원회'는 미 의회와 국무부를 방문해서 5개의 요구 사항을 담은 건의서를 전달했다.

 

5개 사항의 요점은 ▲북한에 특사 파견과 외교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북미 정상회담 ▲6자회담 합의사항 준수 ▲동아시아안보기구 창설 등이다. 이 건의서는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의 프랭크 자누지 전문위원과 하원 외교위원회의 데니스 헬핀, 제시카 리 전문위원, 국무부의 로라 로젠버그 북한 담당관, 셰리 홀리데이 스클러 한국 담당 팀장 등에게 전달됐다. 

 

'6.15 미국위원회'(www.615us.com) 오인동 공동위원장(전 하버드 의대교수)은 "미국의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정책에 대한 정리가 시작되는 시점에 건의서를 전달했기 때문에 시기가 매우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이 시기는 클린턴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 직후였고, 보스워스 대표가 6자회담 국가들을 방문하던 때였다.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의 배경은?

 

상원의원 보좌관, 상하원 전문위원, 국무부 한국과 담당자들을 만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의례적인 면담에 그치는 것은 아닐까?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교회협의회(NCC) 회장과 미국 장로교총회장을 역임한 이승만 목사(유니언 신학대학원 교수)는 "상원의원은 여러 위원회를 다룬다"며 "보좌관이 방향을 제시하고 세부적인 초안도 작성하기 때문에 보좌관을 통해서 미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정책 결정을 위한 기초작업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원의원 100명은 14개의 상임위원회, 4개의 특별위원회, 4개의 상하 합동위원회에 겹치기 출연을 해 한 분야에 집중하기 어렵다. 의원 보좌관들이 각 나라를 방문하고 현장조사를 하며 각종 정보를 수집해서, 의원들의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지역구의 민원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전문위원이나 보좌관이 설계도를 그리므로 이들과 만남이 필요하고 또 실제 효과도 크다. 서방 세계 최대규모의 군사훈련이었던 한미 팀 스피리트 훈련이 1990년대에 중단된 데는 이러한 정책활동이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 이날 참가자들의 견해다.

 

서건일 NAKA 회장은 "한인단체들이 클린턴 국무장관과도 과거 백악관 시절이나 상원의원 시절에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눴다"며 "클린턴 장관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사전 학습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 서로 '네 탓이오!'

 

 

 

지난 3월18일 재미 교포들이 공화당의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의 보좌관 키스 루스(오른쪽에서 두번째)를 만나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토론을 벌였다.

 

3월 18일 하루에 접촉한 25명의 상원 보좌관들은 민주당이 18명, 공화당이 7명이다.

 

공화당 루가 의원의 키스 루스 보좌관은 2008년 2월에도 평양을 방문한 한반도 전문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루가 의원은 경제협력과 안전보장을 통해서 핵폐기를 추구하는 '넌-루가 프로그램'의 제안자이다.

 

키스 루스 보좌관은 '넌-루가 프로그램'을 북한에 적용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2008년에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 핵무기고의 안전성 여부, 북한 군부가 핵군축에 동의할 수 있는 조건을 알아보는 것도 방북의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스 보좌관은 "북한의 내부 절차 때문에 처음 협의했던 내용들이 달라진다"며 "협의 내용을 처리하는 중간 과정에서 북한의 여러 분파들 사이에 의견조정이 안 되기 때문에 대화가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접촉과 대화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신뢰형성의 길이라는 점 또한 빼놓지 않았다.

 

"악마는 디테일(detail)에 있다"

 

공화당 소속 조니 르삭슨 의원의 휴스턴 언스트 보좌관은 "개성의 모습을 소상하게 기억한다, 한반도 평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관심이 많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이 평화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 북한이 이에 호응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었다. 제프 셋션 의원의 보좌관도 "북한을 코너로 몰면 실패한다"고 말하면서도 북한과 미국이 서로 믿고 평화 대화를 진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을 표시했다.

 

공화당 보좌관들은 최근 북한의 대미 전략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단계적(step by step)으로 요구 사항을 제시해왔는데, 오바마 정부출범 이후에는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므로 북미관계가 안 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D.C에서 PNP 포럼(평화와 번영 포럼)을 만들어서 동포 사회 여론형성에 기여하고 있는 윤흥노 6·15 미주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공화당 보좌관들 사이에 퍼져 있는 북한에 대한 회의는 북한에 대한 미국사회의 보수적인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았다.

 

북한은 키 리졸브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미국 상원은 이미 예산이 편성되어서 추진해온 것이므로 기술적으로도 중단시킬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악마는 디테일(detail)에 있다'고 했다. 핵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는 많은 디테일(detail)이 있고, 그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를 넘어서지 못하면 북미대화는 공전할 수밖에 없다. 2·13 합의 이후에는 BDA라는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었다. 북핵폐기 3단계 과정에서 2단계인 불능화 완료를 가로막은 악마는 신고와 검증에 숨어 있었다. 북한은 루스 보좌관이 방북하였을 때 신고와 검증이 쟁점으로 되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테일한 문제로 본 것이다. 그런데 기술적인 문제에 악마가 숨어 있어서 6자회담을 중단시키고 결과적으로 상호불신만 키웠다.

 

북미가 교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해!

 

민주당의 칼빈 의원 보좌관이나 케네디 의원 보좌관은 오바마 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점은 민주, 공화 모두 비슷하였다. 네오콘은 퇴장했고 부시 정부 마지막에 북한과 대화를 추진했기 때문에 미국 정치권에서 부시 정부 초기와 같이 대북정책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은 보이지 않는 듯했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서도 '북미간에 서로 과잉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미국 상원에 널리 형성되어 있었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지만 6자회담은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6자회담 구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미사일 문제나 북핵문제에서 한국과 일본이 강경한 자세이고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편에 서 있는 구도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한국이 강온 양쪽의 중간에 서 있었는데, 지금은 미국이 그 자리에 서 있다. 미국은 중간에 서서 한국·일본의 협력을 이끌고 중국·러시아와 조율해서 6자회담을 성공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초당적으로 의견이 모인 듯했다.

 

또 스티븐 보스워스 대표의 역할을 강화해서 2009년 안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의 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양당이 모두 비슷하게 전망했다. 상원 보좌관들을 만나고 있는 사이에 민주당의 케리 의원, 공화당의 루가 의원이 보스워스 대표와 면담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보스워스의 역할에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또 하나 추가되었다.

 

궁극적으로 북한과 미국은 모든 현안문제를 일괄타결하고, 그 과정에서는 6자회담에서 약속한 바와 같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지켜 나가면서 신뢰를 다져야 한다. 그러나 미국 상원의 현실을 볼 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북미 대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윤활유, 북한과 미국 사이에 상호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매개와 공감대가 절실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핑퐁외교'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념과 불신의 담장을 넘어 데탕트 시대를 열었다. '핑퐁외교'처럼 악마의 방해를 넘어설 수 있는 북미 공감대 형성 프로그램은 과연 무엇일까? 그 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새롭게 생겼다.

 

동포 2세 참여는 미주한인사회의 지형을 바꿔

 

이승만 목사는 미 상원에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정책 제안을 한 것은 미주동포운동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포 1세와 2세가 함께 참여하고, 미국의 평화단체와 연대해 추진했으며 많은 동포단체들이 지지 서명을 했기 때문이다. 미주한인사회에서 동포 2세의 참여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이승만 목사와 같은 원로들은 2세의 참여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미주 동포사회를 관찰해온 단체 활동가는 "그동안 서울에서 본 미주동포사회는 보수적인 인사들이 주류였다, 그러나 동포 2세들의 참여로 고여 있는 물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2세들을 비롯하여 풀뿌리에서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면 동포 사회는 과거처럼 보수 일색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참가자들은 후속 활동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NAKA의 서혁교 사무국장은 "이번 행사에 캘리포니아·뉴욕·버지니아·오리건·펜실버니아·뉴저지 등 미국 각지에서 참여했기 때문에 큰 압력효과가 있다"며 "각 지역에서 폭넓게 참여할 경우 상원의원들을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행우 대표위원장은 "이메일보다는 팩스, 팩스보다는 직접 방문, 한 사람의 방문보다는 여러 사람의 방문, 한 지역에서 방문보다는 여러 지역에서 방문이 더 효과를 거둔다"며 독려했다.

 

종일 낯선 풍경을 지켜보다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메웠다. "이들의 노력을 볼 때, 미국 상원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권고안을 채택하여 오바마 정부가 초당적인 협력을 받으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구나!"

덧붙이는 글 | 김창수 기자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전문위원을 지냈고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방문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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