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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민주주의 역행하면서 남북문제 푸는 건 불가능"

"3차 북핵 위기는 남한發…대미 민간외교 나설 터"

 2009년 8월 12일  

                                                        프레시안 / 황준호 기자

 

프레시안 / 황준호 기자      2009-08-11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11일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야기된 최근의 정세를 '3차 북핵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한국의 새 정권이 10.4 남북정상선언을 계속 발전시켰다면 그런 위기가 없었다고 본다. 따라서 이번 위기는 근본적으로 남한발(發)이다"라고 말했다.

백낙청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어디가 중도이며 어째서 변혁인가>(백낙청 지음, 창비 펴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핵 문제 같은) 북미 사이의 쟁점도 과거 같으면 우리가 중재할 수 있었는데 남북관계가 꼬이면서 핵 문제도 꼬였다"고 분석했다.

백 교수는 "따라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남한이 풀어야 하는데 그건 뒤쳐지고, 미국이 풀고 남쪽이 따라가는 현상이 될 것"이라며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미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빨리 편승해서 북미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상황이 개선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역행→지지도 하락→수구세력에 의지→대북 대결 정책

이명박 정부가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 백 교수는 한국에서는 남북문제와 국내정치가 맞물려 있어서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정책을 취하면서 남북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가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서는 이념이 아니라 실용으로 접근해 성과를 내고 싶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본다"고 전제했다.

그는 "그러나 부자 위주의 정책, 미디어법 같은 반민주적 정책을 펴면서 민주주의에 역행함으로써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혔고, 그에 따라 자연히 보수나 수구 세력에라도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북한과 대결해서라도 지지도를 끌어 올리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대결이 있으면 국민들은 정부에 불만스러워하면서도 구체적인 사례에 들어가면 북한이 더 잘못이라는데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따라서 남북 대결이 격화되면 정부는 국내정치적으로 이득을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남북문제와 국내정치는 같이 풀어야 한다"면서 "미국의 태도가 변하면서 남북문제도 풀릴 기미가 있지만, 국내정치적으로 반민주적·반민생적 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지 않으면 남북문제 개선의 기회도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리적 보수는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부터 정리해야"

계간 <창작과 비평> 편집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신간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에 출간된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는 백낙청 교수의 지론인 '변혁적 중도주의'에 관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

그는 변혁적 중도주의에 대해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가 만나 줏대 있는 중도세력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관련 기사 : 백낙청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가 힘 합쳐야")   
<프레시안 2009-04-16  참고>

              <한겨레   분단현실의 한 성찰 / 백낙청>

 

그는 간담회에서 "흔히 보수다 진보다 가르지만, 보수로 분류되는 사람 중에서도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진보로 분류되는 사람 중에서도 진정 사회를 발전시키는 진보인지 성찰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 두 세력의 격차는 좁기 때문에 '양쪽의 연대가 가능한가' 보다 '얼마나 폭넓게, 얼마나 짧은 기간에 진행될 수 있을까'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우리 사회에 합리적 보수 인사는 있지만 세력으로는 없는 것 같다"며 "이명박 정부는 제대로 된 보수주의 정권이 아닌데, 보수주의자이면서도 '이건 아니다'라는 인식이 없으면 합리적인 보수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보수와 중도실용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전략이 나 품격이 없다"라며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라고 한다면 이 정권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정부는 합리적 보수도 아닐 뿐더러 파시스트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정체가 뚜렷하지 않다"며 "그렇다고 제대로 파쇼를 할 능력이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국민들을 엄청나게 짜증나고 피곤하게 만들기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노선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변혁적 중도주의는 중도통합과 한반도 분단체제의 변혁이 함께 갈 수 있다는 뜻으로 말하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노선은 선거용 중도마케팅에 가까운데, 일관된 마케팅 전략도 아닌 것 같다. 진짜 중도마케팅을 열심히 하는 정치인들도 섭섭해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북 긴장 심화는 분단체제가 요동치는 현상"

올해 2월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에서 물러난 백 교수는 이 책의 서문 '시민참여 통일과정은 안녕한가'에서 시민참여형 통일에 '안녕치 못한' 현상도 많지만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시민참여형 통일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분단체제가 안정되고 굳어지는 경우이거나, 시민의 주도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정부 당국자 간에 또는 외국 정부의 개입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면서 "그러나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없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남북 긴장이 최근 심해졌는데 이것은 분단체제가 안정됐다는 게 아니라 더 위태롭게 요동치는 것을 뜻한다"며 "한반도 사태가 복잡하게 꼬였고 남쪽 시민사회가 발전했기 때문에 정부 간에만 남북문제를 풀 수 없고 시민사회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백 교수는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남측 민간사회가 독자적으로 미국에 대해 입장을 전달하고 정책을 바꾸는 일을 해야 한다"며 올 가을 쯤 미 의회나 정부를 방문해 시민사회의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미 외교를 안 하거나 못하거나 때로는 일부러 어깃장을 놓는 외교를 하기 때문에 민간이 독자적으로 할 필요성이 훨씬 절실해졌다"고 강조했다.

/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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