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 실천하여 조국통일 이룩하자 !

 

시작   6.15정신   6.15유럽공동위   유럽운동사       종합

   책동네   /   문화

    6.15 Forum      독자마당

                                            공지사항 | 소개 | 강령 | 알림

 

 

좌담회 후기

 2009년 12월 12일

윤정이

 

 정토원 가는 길은 초겨울 독일 날씨에 그 이름값을 다할 만큼이나 스산했다.

만물이 겨울나기 준비하느라 분주하기 그지없지만  길거리의 아가씨들  옷차림이 아직까지 많이 가벼운지라,  뜬금없이 아름다움이란 표출되어  확인되었을때에야 그 의미가 드러난다는 소박한 자연의 습성이 잠시나마 생각의 끝자락에 머물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집사람의 실없는 사람이라는 야박을 받는 중에도 짧은 치마자락속으로 스미는 겨울바람을 처연하게 온몸으로 받아내는 그네들의 노력이 기특하기도하고  가상하여 그들이야말로 자연에 충실한, 절대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창조물이 아닐까하는 진짜로 실없는 생각까지 하게되었다.  

 

 일전에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정국에 분양소를 찾던 중, 관에서 하는 일이 영 마뜩치 않아 일부러 정토원 분양소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참을 헤맸던 기억이 있어  이번엔 미리 인터넷을 체크하며 루트를 단단히 챙기고 겉으로는 애써 여유를 부리며 집을 나섰는데 인간의 기억이란 그리도 허망한 것이라 이번에도 또 한참을 돌고 말았으니 급기야 식구들이 죄다 한소리씩 하기에 으르렀다. 참을성 많은 집사람의 푸념과 원망은 일견 정당하긴했지만 속으론 여간 야속한 게 아니었다. 그래도 저번보단 낫지않냐는 궁색한 대답이 벌써 어둑해진 주위 기운에 맥없이 흩어져갔다.

 

정토원 안뜰에 진입하여 차의 시동을 껐을땐 이미 시간가량이 지난 후였다.

아이들 준비시키느라는 변명을 앞세워 들어서긴 했지만 부모님연배를 한참이나 넘기신 어르신들을 마냥 기다리게했다는 자책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다들 반갑게 맞아주시고 다과와 따쓰한 차를 들며 안부인사를 하는데 어디 분위기 좋은 산장 카페에서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 모임같아서 눈치 볼 필요없이 이 온화한 기류에 쉬이 편승하게 되었다.

 

서로의 체온과 화기애애한 일상의 이야기들로 볼이 바알갛게 상기되어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을 즈음 민주주의에 관한 토론이 시작되었는데 돌연 방금전과는 사뭇 다른 눈빛들과 토론에 임하는 자세에 놀라고 참석한 분들의 정제되어있으면서도 강조하는 부분에서의 거침없는 언변에 놀라고 그 연세에 그 정열을 소유할 수 있다는데에 또 놀랐다.  강연이나 발제형식이 아닌 자유토론형식으로 진행된 좌담회는 말그대로 아주 자연스럽게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로 이어져서 약간은 산만하다는 인상을 받긴했지만 그것은 자유로운 토론에서 감안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거니와 다른 한편으로 그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이야기들이 스스럼없이 풀려나오기에 오히려 폭넓은 내용들을 담아내는 잇점이 있기도 하였다.  대체로 조국이 처해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모두가 공감하는 바,  민주주의라는 큰 틀에서 핵심키랄수 있는 보수와 진보, 그리고 시민조직의 용어정리가 토론내내 중요한 관건중 하나였다. 여기에 노동과 자본의 관계라는 이론까지 들어와 자칫 난상토론이 될수 있었으나 사회자의 노련한 진행과 참석자들의 원숙한 절제로 무리없이 이어져갔다.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담론에  담아낼 수 있는 수많은 이론, 내용, 그리고 용어들이란  결코 녹녹치 않은 현실속에서 이루어져왔던, 신산이 묻어나는 민중의 투쟁의 역사와 괴리가 생길 수 있음을 언뜻 느꼈는데, 여전히 핍박받는 촛불시민들, 희생자들을 아직 가슴에도 묻을 수 없는 용산의 유족들, 광주를 연상시키는 진압을 겪어야했던 쌍용가족들,  공기업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외국으로 팔려가는 우리 공기업들, 민생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고 재벌들과 땅부자들만 살지우는 4대강 사업,  위장전입이나 탈세는 범죄측에도 못끼고 군필자가 씨가 마른 고위공직자들, 국민의 눈과 귀를 볼모로 서서히 장악해가는 미디어…….  하나같이 결론은 역사의 주체인 민중이 그 희생의 주체로 귀착되고 있고 또한 그런 담론들이 현실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기에 그렇게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것이리라.

 

 두번째 주제는 파독광부의 역사였다. 파독광부들의 애환과 살아온 흔적들을 수집, 자료화 기획을 하시는 김선생님(?)의 이야기를 토대로 많은 질문과 이야기가 오갔다. 김선생님의 현재 작업 진행상황에 대한 이야기와 참석자들의 증언들이 계속해서 이어졌는데 젊은 측에 속하는 나로서는 과거 동포사회와 관의 관계, 광부로서 독일까지 오게 된 배경, 말그대로 역경을 헤치며 지내온  이방인으로서의 삶…… 살아있는 귀한 역사의 증언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참석자들의 많은 관심과 걱정,  따뜻한 충고와 격려, 그리고 무엇보다도 누가 시키지도 않고 그렇다고 돈이 되는 일도 아닌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맨 발로 뛰고 온 몸으로 맞닥드리고 계신 김선생님이 주도하시기에 아마도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관에서 이 프로엑트에 관심을 갖고 돕는다니 아주 다행한 일이다.  과거 군사독재시절, 동포사회를 늘 감시하고 예속시키려는 모습에서 벗어나 동포사회에 한발짝 다가가려는 노력을 보며 격세지감보다는 카아의 역사의 순기능, 뭐 그런게 먼저 떠올랐다.  아무튼 여간 고마운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조성형 영화감독의 최근 화제가 되었던 영화 „ Endstation der Sehnsucht“ 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우선 영화를 보지못한 나는 미안한 마음에 감독님을 대할 때 마다 등에 한 짐을 메고 있는 것처럼 구부정한 자세로 눈도 못 마주쳤지만 얼핏 그 내용이 아직 찾지 못한 고향에 관한 이야기라는걸 알고 내 차례가 아님을 알면서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침튀어가며 고향자랑을 해댔다. 그렇지만 내가 알고있는 그리고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고향의 의미란  독일에서 수십년을 보낸 어르신들에게는 수많은 상념을 일으키는, 모두가 다른 의미를 지니는,  한가지가 아닌 복합적인 의미의 고향이었다. 영화는 바로 그런 내용을 관통하고 있었으며 내면의 안식처로서의 고향을 여태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어르신들의 심경을 대변하기도 했다.

이번에 기회를 놓쳤지만 나중에라도 영화를 꼭 보고나서 여기 적힌 나의 고향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는지, 바뀌었다면 어떻게 바뀌었는지 꼭 한번 비교해보고 싶다.  감독님께는 여전히 죄송한데 상영이 끝났다면  DVD 를 구할 수 밖에…

 

 토론이 잘 갈무리되고 모두가 정성스레 준비해 온 음식들로 허기진 배를 가득 채웠다.  간단한 식사라고 공고되었기에 그닥 기대하진 않았지만 준비된 많은 음식과 하나하나 정갈한 맛이 아직도 뇌리 한 끝에 강하게 남아있기에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기도하다.  배부른 돼지를 경계하라했거늘 그래도 어쩌랴,  배부르고 등따시니 양주의 학이 안부러우니.

 

 정토원을 나서는데 큰 아들이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한테 작별인사하러 왔던 곳“이란다. 연신 대견하기도 하고 장하기도 한데  나는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 보낸 기억에 다시 울컥했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말씀엔 두가지를 강조하신것 같다. 일단 깨어있어야하고 그리고 깨어있는 시민들이 어떤 모습으로든 조직되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정 할게 없으면 벽을 보고 욕을 하라“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말씀과 맥이 닿아있다.  친일파, 독재의 찌꺼기들, 일부 대형교회 정치목사들, 예나 지금이나 국민위에 군림하는 언론권력, 부도덕한 몇몇 재벌들, 사정기관들의 끝모를 권력….이 거대한 카르텔을 부수고 통일된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맘껏 누리며 사람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은 결국 우리의 몫으로 남아있다. 두 분 말씀과 함께 긴 겨울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오고야만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새겨본다.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어르신들 한분 한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있었으면 좋겠다.

 

마인츠에서 윤정이

 

6.15유럽공동위

 

 


615 유럽공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