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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가장 슬픈 영화 <경계도시2>

My Blog Only|2010/03/29 09:24 가슴 뛰는 현장

 2010년 3월 30일

                                                                         오마이뉴스

 

 

 

▲송두율 교수 / ⓒ 경계도시2

<경계도시2>(감독 홍형숙)는 내가 본 영화(다큐멘터리) 중 가장 슬픈 영화다. <경계도시2>라는 거울 앞에 선 내가 바라봐야했던 것은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던 나였기 때문이다.

지금껏 난 국회에 공산당원이 진출하는 그 날이 우리 사회가 학문·사상·양심·표현의 자유를 가진 진정한 '열린 사회'가 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면서 조선노동당적을 가진 그를 내 마음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더 슬픈 건, 진보를 자처하는 많은 이들 또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경계도시2>에서는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나온다.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이들은
송두율 교수에게 조선노동당 입당을 사과하고 독일 국적을 포기하라고 종용한다. 진보진영을 위해, 운동 전체를 위해, 심지어는 이듬해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송두율 교수에게 무릎 꿇을 것을 요구한다.

(물론, 송두율 교수가 감옥에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나온 고민의 흔적일 수 있다. 또한 끝까지 송두율 교수를 지키고 지지한 것은 진보진영 인사들이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더 슬픈 건, 2003~2004년 송두율 교수의 귀환을 둘러싼 논란으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그때보다 조금은 더 열린 사회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2003년 그는 스파이였지만, 2010년 그는 스파이가 아닌 것은 맞다
.

하지만, 2010년은 공무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임·파면되고 여당 원내대표가 좌파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드러내는 시대다. 송두율 교수가 2003년이 아니라 오늘 귀환한다면, 우리 사회 야만성의 크기는 2003년보다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언제나 망각에 빠져있다. '해방 이후 최대의 거물 간첩 사건'이 '해방 이후 최대의 마녀사냥'이 됐지만, 그 누구도 이를 기억하려하거나 성찰하려 하지 않는다. 송 교수가 그렇게 질타했던 언론인들은 여전히 비난과 조롱의 대상으로서, 사회적 자살을 여전히 시도 중이다.

박헌영 / 위키피디아에서 퍼옴 (사진 원본은 박헌영의 딸인 박 비비안나가 현재 소장 중)

 

무엇보다더 슬픈 건, 우리 사회의 야만성이 60년 전 해방공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얼마 전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박헌영 평전>(지은이 안재성, 실천문학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박헌영은 해방공간 전후 조선 공산주의운동의 최고지도자였다.

공산주의는 한국전쟁 후 한국민에게 '' 그자체로 뿌리박혔지만, 전쟁 전 공산주의 이상은 조선인을 포함한 전 세계 노동자들을 사로잡았다. 해방 전 독립운동의 가장 큰 세력은 공산주의자들이었다.

이들은 일일 7~8시간 노동제, 최저임금제, 국민연금·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제도 확립,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사형제도 반대를 주장했다. 선입견을 버린다면, 공산주의자야말로 인본주의자이자 민주주의자였다. (이들의 이상은 소련·북한 등 현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실패를 낳았지만, 인류 최고의 제도인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에는 큰 영향을 끼쳤다.)

38선 이북 지역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토지개혁으로 한반도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해방공간에서 공산주의자는 모두에게 적이었다.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민중들의 집회와 노동자들의 파업은 우익세력으로부터 대대적으로 탄압받았다. 박헌영은 소련의 괴뢰로 공격받았다.

공사주의자의 활동은 일제 때보다 더 악화된 상황에서 이뤄졌고, 이들은 북한으로 피신하거나 지하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좌익세력은 토벌과 학살대상이 됐고, 전쟁을 거치면서 공산주의자를 비롯한 좌익세력은 한반도 남쪽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북에서도 박헌영을 비롯해, 이상사회를 건설하려던 수많은 공산주의자들은 김일성에 의해 숙청당하고 만다
.

6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진 걸까?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겪어야 했던 우리사회의 야만성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배회하고 있다. 홍형숙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학문·사상·양심·표현의 자유 등 이미 한국사회가 성취했다고 믿은 민주주의의 초석들은 송 교수의 법정에서 허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언제쯤 이러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래서 더 슬프다.

6.15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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