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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같은 북한군? 귀신잡는 시나리오

부시 정권 8년 동안 숨죽이며 기다린건 북-미 관계 정상화
‘대북지원, 어뢰로 돌아왔다’식 북풍 몰이 오히려 의혹증폭

 2010년 4월 19일

한겨레 주요기사하니Only 한승동 기자

 

» 합조단, 함미 본격 조사 민·군 합동조사단이 18일 오후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천안함 배꼬리(함미)에 올라 침몰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석연치 않은 일에 의문을 던지고, 말 안되는, 또는 말 안 돼 보이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언론 기본임무의 하나다. 언론의 자유을 보장한다는 건 국민 누구라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의미다. 그게 민주주의와 전체주의를 가르는 선이다. 권력은 제기된 의문에 성실하게 답해야 할 의무를 진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그들의 집권에 동의한다. 답변이 요령부득이라면 의혹은 증폭되고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동의받지 않은 권력, 동의받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권력은 물러나거나, 불법 폭압장치를 가동해야 한다.

 

이제 상식적인 얘기가 됐지만, 다시한번 정리해 보자.

 

국내외 언론보도, 전문가들 얘기 등 이제까지 흘러나온 정보들을 종합해볼 때 북한의 기본전략(생존전략이라 해도 좋고)은 미국과의 관계 트기, 나아가 수교 쪽에 가장 큰 무게가 두어져 있었다. 김정일 체제 유지라는 측면에서도, 북한이라는 국가의 생존과 지속이라는 측면에서도 지금과 같은 봉쇄와 고립 상태를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고, 현상을 타파하는 핵심고리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라는 걸 의심하는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심지어 대포동 개발과 핵실험조차도 궁극적으로, 김정일 체제 유지라는 게 지상의 목표이면 일수록, 미국과의 협상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계책 차원에서 그 동기를 이해해야 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북한이, 지난 8년여 조지 부시 정권과의 악연, 대미 협상에 죽을 쑤게 만든 공화당 부시 정권의 네오콘적 강박이 마침내 끝나고 오바마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서, 2000년 민주당 클린턴 정권시절 조명록 북한군 차수가 워싱턴에 날아가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는, 관계 정상화 직전까지 갔던 그 놀라운 상황을 다시 한번 소생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마침내 도래했다고 엄청난 기대를 품을 만한 상황(실제 오바마 정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북한은 일단 그렇게 기대해볼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 판단일 것이다)에서, 한국 해군 함정을 향해 어뢰를 발사했다?

 

그것도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게다가 천안함만 문제의 해역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순천함 성남함에 기타 많은 고속 경비정과 항공기들, 인공위성들, 게다가 적지않은 미군 함정들, 특히 동시에 수백개의 표적을 추적하면서 각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전방위 최첨단 특수감청 및 방어·공격 시스템 장착함 이지스함정들까지 복수로 인근해역에 배치돼 있었다는데.

 

그런 상황에서 북한의 그 무엇이 NLL을 몰래 남하해 어뢰를 쏘고 귀신같이 흔적 하나 남김없이 빠져나갔다?

 

그래도 북한이 했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생각해본다면, 북한은 내부 지휘체계와 완전히 파탄난 무정부 상태이거나 준 내전상태에 가깝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왜냐하면, 우선 앞서 얘기했듯이 북한에겐 기사회생의 거의 유일한 기회를 안겨줄 것으로 보고 매달려온 미국과의 협상,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절호의 찬스가 오바마 정권의 등장으로 눈앞에 당도해 있다고 믿을 만한 상황이 도래했는데, 그것을 시도해 보지도 않고 단방에 날려버릴 남한침투와 한국 해군 함정 공격을, 엄청난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평양의 중앙권력이 감행했을까.

 

그게 아니라면, 북한이 한국 해군 함정을 공격했을 가능성은 중앙지휘체계를 벗어난 일부 모험주의 과격분자들의 독자소행으로 봐야 하는데, 만일 그랬다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일사분란한 북한 특유의 지휘체계는 완전히 부서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것저것 완전 통제불능의 준 내전상태이거나. 그렇지 않은데도 , 말하자면 지휘체계가 멀쩡한데도 그런 중대하고도 미묘한 사건을 상부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저질렀다면 그 당사자들은 죽기를 자처한 셈이 된다. 그 동기가 고작 복수의 일념에 불타는 소영웅주의 따위일 수 있을까. 또는 일각에서 얘기하듯 김정일 후계자 주변 출세주의자들의 모험주의, 실패하면 모든 게 끝장날 수 있는, 성공 가능성 역시 지극히 희박한 한 건 주의가, 지금과 같은 북한 위기상황에서 중앙 수령의 승인없이 감행될 수 있을까. 북한이 아무리 곤경에 처해 있다고는 하나 지휘체계의 전면적 마비 또는 준 내전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판단할 만한 정황은 아직 없다.

 

아니면 1200톤급 초계함 하나를 날려버리고 100명이 넘는 장병들을 희생시키고라도 미국의 눈길을 끌어야 한다는 데 집착한 정신병리학적 이상증세가 극고조점에 이르렀거나. 또는 그런 짓을 감행하고도 협상이 가능하다고 믿을 정도의 무뇌 또는 배짱 또는 신출귀몰 능력의 소지자거나.

 

그럼에도 만일 북한군의 어뢰공격설이 나중에 사실로 판명된다면, 괴물로 변한 범죄집단에 대한 응징은 당연히 더없이 단호해야 되겠지만, 그 전에 도대체 대한민국 해군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지난 몇 차례의 서해 교전들 경험만 떠올리더라도 한국 해군은 결코 누구도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예상치못한 위급상황에서도 그들의 대처는 칭송을 받을 만했지 비난받아야 할 정도로 형편없었다곤 절대 얘기할 수 없는 능력있는 존재였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NLL 한참 남쪽, 그것도 백령도 왼쪽 근해에서 인공위성의 감시 아래 수많은 해군함정과 항공기들이 참가한 합동군사훈련 중이었는데도 분명 엔진을 단 상당한 크기의 군사장비가 1200톤급 해군함정을 단방에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을 지닌 어뢰 또는 어뢰들을 장착한 채 접근해서 발사까지 하고 도주했는데도 낌새조차 채지 못했을까. 해군 초계함은 그냥 철판을 잇대어 물에 띄워놓은 바지선이 아니다. 거기에는 바로 그런 전투상황이나 적대세력이 가해올지로 모를 온갖 있을 수 있는 위급사태를 상정한 첨단 대응장비들을 무수히 탑재하고 있고, 해군 승무원들은 그것을 어떻게 작동시키고 위난시 어떻게 대처하는지 끊임없이 연습하고 훈련하는 게 일상임무일 터. 천안함만이 아니라 주변에, 백령도 주민들 말에 따르더라도 평소와는 달리 이례적일 정도로 수많은 함정들이 인근 해역에 포진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런 침투물체의 접근을 낌새조차 채지 못했고 중무기를 발사하고 도주했는데도 레이더니 음파니, 바로 그런 것들을 포착하기 위해 장착한 많은 첨단장비들이 하나같이 침묵을 지키고 평소 훈련받은 그 많은 장병들은 전혀 몰랐을까.

 

북한 모험분자들이나, 아니면 흔히 얘기하듯 김정일 지시를 받은 특수비밀집단이 그런 짓을 감행했는데도, 그것을 사전 사후에 감지조차 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당해 놓고 이토록 시간이 흘렀는데도 무엇 하나 제대로 짚어낼 수 없는 해군이라면, 어디가 잘 못돼도 한참 잘못된 게 아닐까. 그런 해군에 마음놓고 자식들을 보낼 어버이들이 있을까? 그리고 매년 수십조원의 세금을 쏟아붓고 무기수입 액수가 세계 3위인 대한민국 방위력이 고작 그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한심한가. 우리는 우리의 안위를 이대로 그들에게 맡겨놓고 있어도 될까?

 

그 비싸다는 이지스함정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미국 일본이 주도하고 한국에도 참여하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체제의 핵심장비가 이들 이지스함인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북한 내륙에서 몰래 발사되는 미사일까지 포착해서, 그것도 발사 순간부터, 그 진로를 순식간에 계산해내고 그 탄도 예상 지점으로 요격미사일을 날려 발사 초기단계 또는 성층권 또는 목표가격 전의 대기권 재돌입시에 정확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물론 인공위성, PAC-3 등 다른 장비들도 거기에 함께 가세하지만) 이지스함인데, 비상시를 상정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동원된 그 많은 함정들과 이지스함들은 한가하게 뱃놀이라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다른 목적에서 북한군이 침투하는 걸 뻔히 보고도 어뢰를 발사하도록 내버려두고 도주하는 항로까지 일부러 눈감아주기라도 했단 말인가? 게다가 엉뚱한 새떼들(그것도 밤에 떼거리로 날았다는데)에게 76밀리 주포를 무려 5분 이상 계속 쏴댔다니?

 

이런 의문들이, 당국이 발표했지만, 뉘늦게 이리저리 수정해야 했던 일부 주요 팩트들과 그럼에도 여전히 석연찮게 남아 있는 의문들과 맞물려 증폭되면서 개운치 않은 맛을 남기고 있다.

 

아직 합동조사 최종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추측들이 난무하고 유력언론들이 그들 관점에서 제시하는 그럴법한 시나리오들 중에는 그들의 정치관·세계관에 따라 심하게 윤색돼 있어 매우 위험해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도, 정부의 정책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역시 4대강, 세종시, MBC 쪼인트 까기, 한명숙, 봉은사 등 선거악재들을 겨냥한 계산된 노림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심도 물리치기 어렵다. 한나라 정두원 의원 발언을 듣자니 안보위기 분위기에 등장하는 여론의 여당 쏠림 현상이 실제 나타나고 있는 모양이다. 입으로야 그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저들 중엔 그걸 즐기려는 자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나경원 의원은 기왕 붙은 불에 기름칠이라도 하려는지, 북한군 공격이 거의 기정사실로 판명이라도 난양 얘기하고, 이게 모두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간에 북한에 퍼준 4조원 때문이라며, 그 돈이 어뢰로 되돌아왔다는 꽤나 자극적인 구호까지 방송에 동원했다고 한다. 한심하다. 편협과 단견과 사시로 무장한 채 다수를 위한 비전조차 없는, 일개 파당의 이익에 눈먼 자들이 정치 지도자가 되거나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나라는 불행하다. 천안함 비극이 결과적으로 그 비극을 조장했거나 막지 못한 무책임한 세력에게 지방선거 승리라는 선물을 안겨주는 엉뚱한 재료로 동원된다면, 당한 이들의 비극과 그 어버이들의 몸부림과 눈물이 책임져야 할 자들에게 정치적 이득을 안겨주는 희극으로 귀결된다면, 세상에 어찌 정의가 깃들고 희망이 남아 있겠는가.

 

1990년대 이후 일본이란 나라를 망친 것(그래서 지난해 가을 결국 자민당 정권이 무너졌다)은, 집권 자민당과 짝자꿍하며 세상을 마음대로 주물러온 관료들의 현실안주·변화 기피증·기득권 집착과, 세상에는 비교적 공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도 없는 일본 검찰 엘리트들 간의 연합, <페리스코프>를 쓴 김기협의 표현을 빌자면 관료와 검찰이 짜고 지키는 특권구조였다는 일본연구 전문가들의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한국은 일본의 복사판이되, 그 특권구조가 유발하는 왜곡 정도가 일본보다 훨씬 더 심하다는 지적도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그들이 특권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에 대한 저들의 비방과 사실날조와 모욕, 오로지 잃었던 권력을 되찾기 위해 광분했던 기득권층, 유력 보수언론들이 거기에 가세했던 특권구조의 횡포가 어떤 지경에까지 이르렀던가. 그들 언론은 지금까지 조사에서 드러난 정황으로 천안함이 외부폭발에 따른 충격으로 침몰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묘하게 왜곡하고 있는 것 같다. 외부폭발에 따른 침몰이면 무조건 북한 어뢰공격에 따른 결과인가?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니지 않은가. 저들이 그것을 기정사실로 상정하고 펼치고 있는 대북 전쟁 시나리오는 정말 무책임하고 위험하며 정략적 계산임을 의심케 하는 악취마저 풍긴다. 나라가 망하지 않으려면 모름지기 기득권을 지키려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세력들을 경계해야 한다.

 

기름이 없어 평소 훈련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북한이 스텔스 어뢰나 스텔스 잠수함(또는 잠수정)을 개발했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어느 여당의원이 국회에서 질문했고 국방장관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평소 일등임을 자처하는 이상한 신문은 그런 걸 대서특필하는 웃기는 짓거리를 했다. 왈 대한민국 몇대 신문에 들어간다는 돈많은 어느 신문은 북한 잠수정이나 잠수함이 삼엄한 남쪽 경계를 뚫기 위해 엔진을 끄고 조류를 이용해 남쪽으로 침투한 뒤 엔진을 켜서 약간의 미세조정을 거쳐 어뢰를 발사하고 다시 엔진을 끈 뒤 역시 조류를 이용해 북으로 되돌아갔을 수도 있다는 참으로 기발한 시나리오를 썼다. 수많은 함정들이 동원돼 합동군사훈련 중인 남쪽의 그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천안함이 그 시각에 그 곳을 지나갈 줄 알고 미리 엔진을 끄고 때마침 남쪽으로 흐르는 조류를 타고 내려온 뒤 200킬로그램이 넘는다는 어뢰, 또는 어뢰들을 발사한 뒤 때마침 방향을 북쪽으로 획 바꾼 조류를 타고 북으로 소리없이 되돌아갔다? (어뢰를 발사한 직후 조류가 갑자기 방향을 반대로 획 바꾸지 않았다면, 어뢰를 쏘고 천안함이 대파당해 가라앉고 구출함정들이 몰려드는 그 상황에도 북한 잠수정이나 잠수함이 엔진 끄고 언제 바뀔지도 모를 조류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문제의 NLL 남쪽 해역에 계속 대기하고 있었다는 얘기밖에 안 되는데. 그럴 수 있나? 북한 내륙 해안 잠수함 기지에 있는 잠수함들까지 몇대가 대기중이고 몇 대가 언제 어디로 이동했다는 것까지 위성으로 사진찍어 판독할 수 있는 세상인데, 그 난리가 난 상황에서, 관련국들이 즉각 감시망을 풀가동하며 신경을 곤두세웠을 그 시각에 태연히 사고함과 몇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을 해역에 엔진 끄고 떠 있었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만일 그러지 않고 엔진을 켜고 도주했다면 당연히 포착됐겠지. 날아가는 밤 새떼도 포착해서 주포를 마구 쏘아댈 정도의 첨단장비들을 풀가동시킨 초긴장상태에서까지 설마 대한민국 해군 함정들이 문제의 해역에서 엔진소리 요란하게 NLL을 넘어 북쪽으로 도주하는 잠수정 또는 잠수함을 발견하지 못하는 실수까지 범하진 않겠지.)

 

뭐, 역시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세상에는 있을 법하지 않은 일도 종종 일어나니 단정할 순 없지만, 의문의 사건의 퍼즐조각들을 맞춰가는 일은 그래도 상식에 근거해서 진행해야 설득력이 높고 오류의 가능성도 적다. 옆에 있던 누가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면 볼일이 급해서 그랬다고 생각해야지, 화장실에 숨겨 놓은 맛난 음식을 먹으러 갔을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뭐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글쎄….

 

좌우간,

 

납득할 만한 설명이 제시될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한승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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