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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10주년 대담> "6.15시대, 되돌릴 수 없다"

한충목 "대북정책 변화 위한 대중투쟁", 이승환 "민주주의 진전에 주력",

정인성 "화해.상생의식 대중화가 핵심'

 2010년 6월 7일

                                                    통일뉴스    김치관 / 고성진 기자

 

 

 

▲ 3일 통일뉴스 사무실에서 6.15선언 10주년 기념 대담이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선거 직후인 지난 3일 <통일뉴스>가 마련한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 특별 좌담'에 참가한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 간부들은 6.2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향후 민간 통일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둘러싸고는 의견이 갈렸다.

6.15남측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인성 원불교 남북교류위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다시 한 번 ‘민심이 천심이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국민들 일부의 마음 속에 아직도 잔존하는 북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과의 극단적인 대결은 원치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평했다.

6.15남측위 공동대표인 한충목 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 그리고 ‘전쟁 불사론’은 국민들에 의해서 완전히 심판됐다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라 했고, 6.15남측위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승환 민화협 운영위원장은 “천안호 사건의 발생원인 자체가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천안함 사건이 이명박 정부에겐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향후 민간 통일운동의 방향과 6.15남측위원회의 역할을 두고는 강조점과 시각이 달랐다.

먼저 한충목 공동대표는 “통일운동에 대해서 탄압하고 6.15선언을 훼손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대중투쟁을 펼치는 것이 민간통일운동 진영의 주요한 역할이 되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투쟁 중심의 예전 방식의 투쟁만으로 이것을 돌파하기에는 역부족이기도 하고, 6.15공동선언 시대에 맞지 않다”면서 ‘6.15공동선언 시대에 맞는 대중참여형 운동’을 제창했다.

또한 “이 일을 전국적인 범위에서 함께 소통하고 지휘하는 역할이 필요한데, 이것은 6.15남측위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다”며 “6.15공동선언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6.15남측위로 집결하고 힘을 보태서, 전국적 범위에서 대중들과 함께 6.15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들을 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이승환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MB정부가 대북정책을 바꿀 것이냐는 것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라며 “템포 조절은 할 것이고, 여론의 역풍을 의식하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힘의 우위를 관철시키려고 하는, 북이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지 않겠다는 구도를 쉽사리 접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는 민간교류나 통일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하는 것보다는 제도화된 정치구조 속에서 혹은 시민사회적 수준에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일에 힘을 더 쏟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한 일”이라며 “6.15남측위에 과도한 내용과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그렇게 썩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6.15시대에 우리가 추구했던 철학과 방향들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하고, 그 내용들을 업그레이드시켜가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한충목 공동대표와 이승환 공동집행위원장은 의견차를 보였지만 6.15농민본부가 추진해온 '통일쌀 사업'이 통일운동 대중화에 있어서 모범적 사업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6.15남측위원회가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기도 했다.

정인성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가 남북 대결정책을 펼 수 있는 것은 우리 내부에 그것을 지지할 수 있는 토양이 있기 때문”이라며 “‘민심은 대북정책이 크게 변화하는 것을 바란다’고 우리가 섣불리 단정하는 것을 조심해야 하고 거기에 편승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대립과 대결의 생각을 어떻게 화해의 생각으로 바꿔나갈 것인가, 그런 부분을 우리 6.15남측위원회 몫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자들은 6.15공동선언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이승환), ‘민간차원의 교류확대’(한충목), ‘화해 협력 정신’(정인성) 등을 짚었고 그간의 성과로 민간교류의 질과 양이 확대되고 통일운동의 폭이 넓어진 점과 남북 상호 이해 심화와 민족대단결 의식이 확대된 점 등을 꼽았다.

또한 ‘행사 위주의 통일운동, 상층연대 중심의 통일운동에 치중한 측면’(한충목), ‘민간교류의 제도화에 소홀’(이승환), ‘당국간 관계에 의한 영향’(정인성) 등을 아쉬운 점으로 짚었다.

대담에서는 6.15선언 발표 10주년 관련 6.15남측위의 행사 일정도 소개됐다.

이승환 공동집행위원장은 “올해 공동행사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서울에서 공동행사를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고, 그래서 사실 서울에서 추진하기 위해 정부.여당과 협의하고 끈질긴 노력들을 해 왔다. 천안함 사건 이후 서울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북측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여 평양에서 공동행사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답은 동일한 것이었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6.15남측위는 서울에서 단독 행사를 준비중이며, 오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통일문화제를 개최하고, 기념일 당일인 15일에는 오전 10시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공식 기념행사인 '평화통일민족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청앞 광장 사용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충목 공동대표는 “평화통일 박람회는 통일문화제 그 자리에서 당초보다 축소돼 13일 당일 하루로 진행된다”며 “여러 지역.부문들이 참석해서 가능한 대중 참여형 발랄한 행사들이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환 공동집행위원장은 “북과 공동행사를 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6.15 10주년을 맞이하는 공동호소문을 준비하고 있다”며 “비록 공동행사는 좌초됐지만, 어쨌든 국민과 함께 하는 올해 6.15 10주년 행사에 함께 참여해서 6.15시대의 종언이 아니라, 6.15시대의 생명과 정신을 계속 살려나가는 데 함께 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정인성 대변인은 “남북관계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단절되고 있다고 해서 크게 낙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이미 6.15공동선언은 우리 민족의 통일대장전이고, 북에서 흔히 얘기하는 민족통일의 큰 이정표이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되돌릴 수 없다”고 못박았다.

다음은 지난 3일 오후 통일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 기념 좌담회 전문이다.

 

<6.15공동선언 10주년 기념 대담 (전문)>

 

대담 : 이승환(6.15남측위 공동집행위원장, 민화협 운영위원장) 
         정인성(6.15남측위 공동대표 겸 대변인, 원불교 남북교류위원장) 
         한충목(6.15남측위 공동대표, 진보연대 공동대표)
사회 : 김치관 기자
정리 : 고성진 기자
사진 : 조성봉 기자
일시 : 2010. 6. 3 17:20-19:20
장소 : 통일뉴스 사무실

 

6.2선거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에 대한 국민 심판"

□ 사회 : 6.2지방선거가 끝났다. 어느 선거보다 ‘북풍’ 분위기였고 결과가 나왔는데 개인적인 평가나 소감은?

 

 

▲ 6.15남측위 공동대표인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한충목 : 천안함 사태를 왜곡하고 확대하면서 지금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것을 지자체 선거에 활용했는데, 역시 우리 국민들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 그리고 ‘전쟁 불사론’은 국민들에 의해서 완전히 심판됐다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 이번에 야권 단일화를 실현했는데, 단결할 때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가 얻게 됐다고 생각한다.

■ 정인성 : 같은 생각이다. 덧붙인다면, ‘민심의 흐름이 있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각종 언론이 일방적인 보도를 하고, 또 여론조사 결과가 어느 한 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결과에 나타난 것을 보면 민심이 확실히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민심이 천심이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치인 뿐만 아니라 모든 지도자들은 항상 민심의 흐름을 주의 깊에 살피고 그 흐름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또 하나는 우리 국민들 일부의 마음 속에 아직도 잔존하는 북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과의 극단적인 대결은 원치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 이승환 : 어쨌든 이번선거 결과는 이 선거를 북풍 선거로 가져가려고 했던 것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과 뜻이 확실히 나타났다는 것이 분명하고 그게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천안호 사건은 사실 애초에 이명박 정부에게는 사건의 성격 자체가 양날의 칼이었다. 이것이 만약 정부 발표대로 설사 북한 소행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6.15와 10.4가 실종되게 만들었던 대북정책의 운영, 그리고 지난 정부에서 화해협력을 통해 진전되어온 남북관계를 힘에 근거해서 북한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북정책을 전개해 왔던, 그런 후과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천안호 사건의 발생원인 자체가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에서 일어난 것이고, 천안호 사건을 북풍으로 몰아가서 안보정국으로 선거를 끌어가려고 했던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을 향해서 천안호 사건이 자신들의 대결적 대북정책을 향한 또 하나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했어야 했다.

그리고 천안호 대응과 관련해서도 군사 조치 위주로 나가면서 사실상 전쟁 위기가 급격히 고조되고, 대통령 스스로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식의 분위기 막나갔던 상황에서 국민들이 그런 상황을 그냥 두고 보고 있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는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6.15선언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

□ 사회 :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을 맞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6.15선언에 대한 역사적 의미나 한계 등을 포함해서 평가를 내린다면?

 

 

▲ 6.15남측위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승환 민화협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이승환 : 6.15선언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한반도 운명을 우리 민족이 스스로 풀어나가는 측면에서 ‘한반도 문제의 한반도화’라고 생각한다. 과거 대한민국에서 대외 정책이라는 것은 별로 없었다. 전부 미국의 세계 전략의 일환으로 거기에 쫓아가는 것이지 한국의 독자적인 대외전략이나 국제정세 변화에 스스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어떤 결정이나 결단을 내렸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중국이 부상하고 동북아질서가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계속 과거와 같은 대미편승의 기조로 나갈 것이냐,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김대중 정부가 등장하면서 남북 협력에 의해서 동북아질서 재편을 주도적으로 풀어나가고, 그것을 통해서 동북아시아에서 존재하고 있는 냉전구도 자체를 해체시키면서 한반도가 주도적으로 동북아질서 재편 과정에서 자기 위상과 역할을 가져나가려 했던 것이 6.15공동선언과 남북정상회담에 담긴 기본 구도였고, 그 구도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여진다. 저는 이 점이 6.15공동선언에서 가장 중요하게 판단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본다.

그리고 어쨌든 한반도에 남아있는 냉전을 청산하고 남북 간에 협력과 평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는 점 역시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여진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취하고 있는 기본적인 대외 정책이 결국은 한.미 동맹이나 한.미.일 동맹에 근거해 동북아에서 미국이란 강대국에 편승하는, 과거 김영삼 정부 이전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대미편승전략으로 인해 동북아 국제질서와 관련해서, 특히 6자회담에서 한국의 위상이 형편없이 저하되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 시점에서 6.15공동선언이 당시 국제상황과 정세를 내다보고, 어떻게 이것을 대응하려고 했던가 하는 측면에서 보면 정말 대단한 역사적인 구도와 그림을 가졌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충목 : 그간 반목하고 서로 남북 대결하고 외세에 의존하던 지난 50년을 극복하면서 한반도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서 자주적이고 평화적으로 통일하자’는 두 정상의 결단이 어찌 보면 새로운 시대를 열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데, 비행장에서 두 정상이 포옹하던 장면, 그것으로 인해서 남북 대결, 전쟁을 멀리하고 화해협력, 평화와 통일로 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 여러 가지 상징적인 사건이 있지만 금강산과 개성이 열려지면서 남북 간 민간 차원의 다양한 교류의 물꼬가 트여졌다. 아마 모르긴 해도, 지금까지 2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남북을 오가는 역사를 만들었다. ‘한 사람이 걸어가는 그 길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통해 길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그런 역사들이 지금까지 왔다고 본다. 그리고 어찌 보면 지난 10년 있었기 때문에, 한반도 협력의 시대, 평화의 시대가 있었기 때문에 IMF 경제 위기라는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6.15공동선언을 국회에서 의결하고 법적, 제도적 보완을 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나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었다면 훨씬 더 평화.통일의 기운을 높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 더 지적한다면, 노무현 대통령 시대로 와서 남북 정상회담이 임기 마지막에 이뤄지고 10.4선언이 임기 말에 나오면서 6.15공동선언을 실천할 수 있는 시간과 계기들을 허비한 것 아니었냐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 정인성 : 다 같은 생각들인 것 같다. 저는 종교인이기 때문에, 종교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겠다. 종교의 기능 중에 사회 해체의 기능과 사회 통합의 기능이 있다.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고, 잘못된 길로 간다고 판단되면 강력한 사회 해체의 기능이 있다. 요즘 각 종단이 4대강 사업이 종교에서 추구하는 생명존중 정신에 어긋난다고 심각하게 바라보고, 종교인들이 나서서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사회 해체의 기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편, 사회 통합의 기능이 있다. 저는 거기에는 남북문제도 함께 있다고 바라본다. 사회 구성원들을 화해하고 서로 통합하는 길로 안내하는 기능이 있다. 또 막혀 있는 길을 상생으로 소통시키는 기능이 있다. 그래서 오랜 시간동안 분단된 우리 남북관계도 그동안의 대결과 반목하는 것을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낸 6.15공동선언이야 말로 종교정신에도 부합하고, 역사적인 쾌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외세에 의해 분단된 우리민족 내부 문제의 해결 주체인 우리 민족이 스스로 당사자가 되어서 해결하고자 하는 점이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 사회 :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쳐서 사실상 8년, 길게는 10년 동안 민간교류는 폭발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 이전에 민간교류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조금 더 문제의식을 던진다면, 왜 10년 간이나 많은 교류들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민간교류가 위축되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도 있을 수 있다. 지난 10년 간의 민간교류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면?

■ 한충목 : 6.15공동선언이 나온 다음에 통일운동진영의 지평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진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정인성 교무님이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으로 대변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종단에 이어 시민운동진영도 통일운동의 주체로 참여하면서 통일운동의 주체역량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이전에 전통적으로 통일운동을 청년학생이라든지, 노동자들이라든지 기층민중을 중심으로 해 왔다면,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종교, 시민, 여성, 학술, 문화, 언론 등 다양한 계층이 통일운동의 주역으로 등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예전에 북을 바라볼 때 속칭 ‘뿔 난 사람들’ 같이 바라봤던 것에서 함께 통일을 이뤄야 할 동반자라는 것을 경험하면서 민족대단결 의식이 상당히 확산됐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지역에 가보면, 6.15마라톤, 6.15축구대회, 6.15야구대회 등 이전에 통일운동이라고 볼 수 없었던,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 통일운동의 이름으로 다양한 대중들과 더불어서 아주 재미나고 기쁘게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청소년, 시민들까지 참여하는 참여형 대중운동이 많이 활성화됐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부분들은 더욱 확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저희들이 행사 위주의 통일운동, 상층연대 중심의 통일운동에 치중한 측면이 있었던 것은 한계로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이명박 정권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반통일 정책, 대북 적대정책들을 펼치는 것에 대해서 민간 통일운동이 강력히 저항하고 반대하는 대중투쟁을 힘있게 벌여나가야 된다. 그럴 때만이 통일의 비전이 6.15공동선언의 방향에 근거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 정인성 : 남북교류의 초기에도 대표를 맡지는 않았지만 참여는 쭉 해 왔다. 짧은 기간에 정말 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10년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 10년이 10년이 아니다. 6.15공동선언 직후 바로 미국 부시정부가 들어서면서 북의 지도자를 폄훼하는 강경한 발언으로 인해서 한동안 경색됐었고, 우리도 역시 마찬가지로 참여정부 들어서면서 대규모 탈북자들의 입국 문제로 근 1년 간 남북관계가 경색된 적이 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4~5년밖에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10년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4~5년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에 엄청난 큰 성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교류가 상당히 확장되고 최근에는 환경까지 확장이 됐다. 그동안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도 넓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 이승환 : 조금 다른 측면에서 얘기를 하고 싶은데, 민간교류는 정치적 교류와 인도지원, 사회문화교류 등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주목을 받았던 6.15, 8.15, 10.4 등의 계기를 통한 남북공동행사는 민간 차원에서의 정치적인 교류로 봐야 한다. 그간의 남북공동행사는 그 지향하는 방향이 일정하게는 남북 사이에 민간차원의 대의기구랄까, 그런 것들을 장기적으로 제도화하려는 내용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남북정상회담이 정례화되고 경추위나 군사공동위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국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그러면 민간차원에서는 통일 과정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반영할 제도적 기구를 어떻게 준비해 나갈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남북공동행사와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통일과정에서 추구해야 할 민간대의기구의 준비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대북 인도지원과 흔히 얘기하는 사회문화교류인데, 이것은 그야말로 각계각층 다방면에 걸쳐서 다양한 교류들이 이뤄지고, 지난 두 정부 시절에 길게 보면 10년, 짧게 보면 몇 년 안 되는 시기에 굉장히 폭이 확대되고 교류의 질과 양이 확대됐다. 그런 점에서 6.15이후 10년 동안 각 방면에 걸쳐서 남북 간의 민간교류가 확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이고, 그것은 남북관계가 변화하고 닫히고 이런다 할지라도 일시적으로 위축은 나타나겠지만 그 싹을 완전히 잘라낼 수 없을 정도로 뿌리내렸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측면에서 보면, 저는 흔히 보수세력들이 북한의 변화와 관련해서 한 게 뭐 있냐는 식의 문제제기들을 많이 하는데, 남북 간에 당국들이 만나고 접촉해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사실 별로 없다. 당국 간에는 협상과 계산이 존재하는 것이지, 서로 만나고 마음을 트고 그 과정에서 상대 마음으로부터 변화가 생기도록 해온 것은 유일하게 민간교류이다. 그런 점에서 사실은 민간교류를 통해서 남쪽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인지, 마찬가지로 북쪽 사람들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에 대한 상호 이해가 깊어졌다.

그 과정에서 예를 든다면 종교간 교류로 인해 북쪽 내부에서 그간 별로 주목을 못 받았던 소위 종단과 연관된 사람들의 지위가 높아진다든가, 남쪽 시민운동에 대응해서 북쪽에서도 환경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들이 하나의 부문으로 새로 생겨났다는 점 등은 변화와 관련해서 매우 주목할 만한 부분들이다. 이제는 통일 과정에서 민간교류를 통해 상호 접촉하고 상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 어떤 통일정책도 성립할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워하는 측면이 있다면, 첫째로는 민간교류가 좀 더 튼튼한 제도적 기반 위에 올라섰어야 됐는데, 그 점에 관련해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다. 남북 간에 사회문화교류와 관련된 제도적인 추진위원회가 충분히 합의되고 논의되고 성립될 수 있었다고 판단되는데, 남북 양 당국이 이런 부분들, 특히 민간교류의 제도화에 소홀했고, 그래서 그 제도화가 진전되지 못한 부분이 대단히 아쉽다.

그리고 어쨌거나 민간교류가 한 단계 더 높아지고 발전해 나가려면 남쪽도 그렇고 북쪽도 그렇고 민간교류를 발전시켜 나가고 이것을 선도해 나가는 단위들 간에 사업적 관계를 넘어서는 좀더 진지한 유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민간교류가 계산과 협상 위주의 당국간 교류와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그로 인해 서로의 마음들을 끄집어내는데 실패했던 점들이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돼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정인성 : 당국을 이야기했는데, 남이나 북이나 천안함 사태에서도 보듯이 상호 국가적인 목표가 작동할 때는 민간의 한계가 뚜렷이 나타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한계는 북의 민간도 마찬가지로 여러 차례 경험해보면 활동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오히려 그 부분에 있어서 자유롭고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북의 민간을 볼 때는 우리와 같지 않은 모습들도 보이고, 남의 민간 역시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국가의 목표와 민이 추구하는 생각이 다를 때 우리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남북 민간의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한계를 느낄 때 답답하고 아쉽고 이것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걱정하기도 했다. 통일을 향한 우리민족 문제는 남북 정부와 민간이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첫사랑', '감격시대'의 기억 

□ 사회 : 남북 교류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든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또 아쉬웠던 순간들이 있다면?

 

 

▲ 6.15남측위 공동대표 겸 대변인인 정인성 원불교 남북교류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정인성 : 저의 경우 6.15남측위를 통해서 북쪽과 접촉할 때와 종단을 통해서 접촉할 때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종단 간에 만날 때는 형식에 덜 구애받고 편하게 만난다.

2005년 6월 초 정동영 통일부 장관 시절이었는데, 참여정부 들어서면서 탈북자 대량 입국 등의 일로 남북관계가 굉장히 경색돼 있었다. 그때 백낙청 상임대표를 모시고 평양에 가서 당국 간에 서로 막혀있던 남북관계를 민간인 우리들이 소통하고 풀어내고 왔을 때 그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일로 해서 나중에 장관급 회담으로까지 이어지고, 더욱 더 남북 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서 어느 것보다 그 때가 기억에 남는다.

2007년 여름으로 기억하는데 김상근 당시 공동대표를 단장으로 금강산에서 실무접촉을 마치고 금강산 목란관 휴게소 근처 계곡에서 북의 리충복 단장 등 북측 대표단과 커다란 바위에 올라가 바가지에 밥을 비벼서 한 숟갈씩 서로의 입에 떠먹여 주며 즐거운 한나절을 보낸 적이 있다. 당시 일부는 바위에서 미끄러져 계곡으로 빠지기도 했다. 통일이 되어 남과 북의 모든 국민들에게 이런 시절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지금도 그때를 회상하면 미소가 절로 생긴다.

■ 한충목 : 기억나는 일이나 사람들이 많다. 첫 사랑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지 않나. 초기에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이것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것들이 서로 익숙하지 않았을 때, 그때 밤새 폭탄주 돌려가면서 새벽까지 술 먹고, 그렇게 하기가 수십 번이었다. 때로는 민간차원에서도 서로 낯을 붉히고 안 볼 듯이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만남이 자꾸 잦아지면서 서로 이해하는 폭도 깊어지고, 때로는 어려운 문제도 풀어갈 수 있는 지혜들이 서로 생겨나면서 어느 시점에 가서는 서로 공유하는 마음들이 넓어졌던 것 같다. 그렇게 굉장히 어려웠을 때부터 서로 많은 것들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초기 모임을 했던 분들이 많이 생각한다. 허혁필 단장님, 김지선 중앙위원이 생각이 많이 나고, 가끔 북에 갔을 때도 안부를 묻곤 한다. 기쁜 마음으로 그 분들을 기억하고 있다.

기억나는 일은 역시 2005년 남북관계 개선이 있고, 더불어 2005년에 ‘아리랑 축전’할 때 ‘겨레하나’(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에서 그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결정하고, 한 달 사이에 4천여 명 정도를 방북을 시켰는데, 그때 남북 상황실이 있었다. 남북 상황실이 한달 내내 서너 시간도 잠을 못 자면서 그 사업들을 실무적으로 조직하고 추진하고, 또 각 지역과 부문에 있는 일꾼들이 그것을 받아서 여러 조직 사업들을 했는데, 그 때의 일꾼들, 그리고 그 일, 상당히 고생을 하면서 보람이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는다.

또 하나가 2006년 금강산 관광이 어려워졌을 때가 있었다. 그 때 금강산 1만 2천봉에 1만 2천 명 참가단을 조직하자고 해서 금강산 관광 참가단을 조직해서 결국 1만 2천 8백 명 정도 금강산을 방문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 때 전농에서 농민단체들이 한 번에 1,200명이 방문했었다. 청년학생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니고 농민이 그 일을 해내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분들이 농민 특유의 정서가 있지 않나. 덩실덩실 춤추고, 노래 부르고 이러면서 기쁨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모습들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저는 어찌 보면 그런 힘들, 민심이 아직도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이승환 : 개인적으로는 가장 감격스러웠다고 할까, 인생에 무거운 짐을 덜어낸 듯한 느낌을 가졌었던 때는 2002년이었다. 북측 대표단이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해서, 서울에서 첫 공동행사를 할 때였다. 그 때 공항 안쪽으로 들어가서 북측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서, 북측 대표단을 영접해서 나올 때 사실은 속으로 눈물이 많이 났었다. ‘통일운동 하다보니까 이런 때도 오는 구나’하는 생각에 그 동안에 살아왔던 과정까지 오버랩되기도 했다. 그때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그 때 북에서 그림도 가지고 왔었고, 전시회도 했고, 또 그 때 같이 왔던 예술단 중에 조명애 씨 같은 경우 남쪽에도 잘 알려진 스타가 됐다. 덕분에 그 이후에 공동행사의 기쁨은 확실히 한계효용의 법칙,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면서(웃음) 조금씩 떨어져갔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2005년 6.15 기념행사를 평양시민 10만여 명 이상의 연도 환영을 받으면서 김일성 경기장에서 했는데, 참으로 대단했다. 대부분 그렇게 느끼고 있을 텐데, 그때가 아마 지금까지의 남북 민간교류사에서 가장 절정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북측 분들을 만났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초창기에 북측 대표였던 김령성 참사에서부터 실무적으로 우리와 어울리면서 협의를 했던 노익장 허혁필 단장, 우리하고는 가장 오랫동안 실무적으로 부대꼈을 것 같은데 리창덕 민화협 사무소장, 리충복 부위원장 이런 분들, 그리고 그 외에도 우리가 만났던 모든 분들이 굉장히 깊은 인상을 줬다. 어쨌든 정치적인 판단과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제외하면 만났던 북측 사람들의 대부분은 성실하고 책임감이 투철하고,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로 우리가 배울 점이 많았던 분들이었다.

아쉬운 점도 많았다. 우리가 만나고 접촉했던 북쪽 사람들의 대부분이 주요하게는 대남관계 부서에서 일하는 분들일텐데,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과잉 정치주의’랄까, 또 다른 식으로 얘기하면 북쪽의 상황을 중심으로 해서 여러 가지 것들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답답했고, 반대로 우리 남쪽 사람들도 그럴 수 밖에 없다. 어쨌든 그런 점에서 정치적 완고성, 이런 것들과 마주쳤을 때 굉장히 답답했고 어려웠다. 아마 이런 것들이 2007년 평양 공동행사 당시 문제의 ‘박계동 주석단 사건’ 등 남북 사이에 굉장히 많은 문제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생각된다.

사실은 남과 북 사이에 상호 체제와 연관된 문제들을 극복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세월이 필요한데, 제가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는 북쪽 동지들이 시기를 앞당겨서 문제를 풀려고 했던 점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것들로 인해서 많은 어려움과 고민을 안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실은 그렇게 다른 정치적 입장과 견해를 가지고 부딪치면서 이해가 깊어졌던 부분도 있고, 그러면서 관계를 유지해 왔던 그때가 지금 이명박 정부 시기에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로 귀중한 시기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 사회 : 사회지만 저도 기억에 남는 일을 말하고 싶다. 초기에 남북 민간이 처음 만났던 뜨거웠던 시기를 저는 ‘감격 시대’라고 표현해 봤다. 저 같은 경우에도 첫 취재였던 2001년 6.15 1주년 금강산 공동행사와 평양 8.15 공동행사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2005년 금강산에서 6.15공동위 발족식 때 비로소 다소나마 만족할 수준의 취재를 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 같은 경우에는 워낙 취재가 바쁘니까 누가 제 담당 안내원인 줄도 잘 모를 정도였고 취재가 가로막히면 화를 내곤 했는데 미안한 생각이 든다. 2001년 8.15 평양 공동행사 당시 6박 7일 동안 묵묵하면서도 성실하게 취재를 도와준 담당 안내원을 그 이후로는 못 봐서 매우 아쉽다.

■ 정인성 : 사회자가 기억을 얘기하니까 자꾸 떠오르는데 지금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사건이 있다. 2005년 8.15민족공동행사 때 김기남 당 비서가 국립 현충원에 가서 참배한 일이다. 그때 공동대표 중에는 김종수 신부님과 제가 함께 갔었는데, 직접 총뿌리를 겨눈 전쟁을 치른 그 당사자들이 누워있는 국립묘지에 가서 북측 대표단이 참배한 사건이 정말 크게 인상에 남는다. 우리 민족 화해를 이렇게 해야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에 기억에 남는 것은 종단 쪽에서 ‘아시아 종교인 평화회의(ACRP)’에 남쪽 종교인들의 노력으로 북측을 가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2008년 필리핀 마닐라에서도 아시아 종교인 평화회의 총회가 있었는데, 남측 대표단의 협력으로 그 분들을 주빈석에 자리하게 하고, 그 후에도 국제회의에서 서로 협력하고 대화했던 일들이 6.15공동선언의 큰 성과이고 기억에 많이 남는 일들이다. 기억으로 끝나지 않고 현재형으로 되살아나기를 바란다.

한충목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변화 위한 대중투쟁이 주요한 역할"
이승환 "대북정책 변화 없을 것.. 우리 사회 민주주의 진전에 주력"
정인성 "북한 부정의식 뿌리 깊어.. 화해.상생의식 대중화가 핵심"


□ 사회 : 이명박 정부에서 민간통일운동이 본의 아니게 제한을 많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도 끝났고, 이제 6.15 10주년 행사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민간 통일운동이 이명박 정부 하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전망은 있나?

 

 

▲ 정부의 대북정책 페지를 위한 대중적 투쟁을 강조한 한충목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한충목 : 이번 선거를 통해서 민심이 확인됐다. 그 민심은 어쨌든 ‘이명박 정부의 반북 대결정책은 옳지 않다. 천안함이라는 사건을 통해서 북풍을 일으키고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정책이 국민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로 정리됐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지난 2년여 동안 해 왔던 대북 정책은 실패한 것이라고 규정해도 틀림이 없다고 본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이 그런 대북정책을 민족의 공동 이익을 위해서 함께 단결해서 풀어나가려고 하는 의지가 없다는 데 안타까움이 있다.

민간 통일운동 진영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기 위한 여러 대중적인 투쟁을 벌여나가는 것을 방향으로 해야 한다. 투쟁 중심의 예전 방식의 투쟁만으로 이것을 돌파하기에는 역부족이기도 하고, 6.15공동선언 시대에 맞지 않다. 따라서 6.15공동선언 시대에 맞는 대중참여형 운동을 힘있게 불러일으키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 방향에서 저는 이 일을 전국적인 범위에서 함께 소통하고 지휘하는 역할이 필요한데, 이것은 6.15남측위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6.15공동선언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6.15남측위로 집결하고 힘을 보태서, 전국적 범위에서 대중들과 함께 6.15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들을 힘 있게 해야 한다고 본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그런 노력의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는 우리가 새로운 통일운동을 만들어내는 것도 창조적으로 고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 통일운동에 대해서 탄압하고 6.15선언을 훼손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대중투쟁을 펼치는 것이 민간통일운동 진영의 주요한 역할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 이승환 : 저는 개인적으로는 ‘통일운동이 이명박 정부 하에서 크게 할 일이 많지 않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그렇게 생각한다. 결국은 지금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 자체가 MB 정부의 대북정책이고, MB 정부의 대북정책은 명백히 힘의 우위에 근거한 대북 압박이 본질이다. 북한이 저자세를 보이지 않는데 우리가 지원하는 것은 퍼주기이고, 북한에 확실하게 맞서지 않으면 힘을 가지고 있는 자로서 국민적 자존심을 상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저는 이번 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MB정부가 대북정책을 바꿀 것이냐는 것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다. 대북정책의 기조가 잘 안 바뀔 것이다. 템포 조절은 할 것이고, 여론의 역풍을 의식하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힘의 우위를 관철시키려고 하는, 북이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지 않겠다는 구도를 쉽사리 접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도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형식이 어떻게 되든 유엔 제재를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고, 비록 템포 조절하겠다고 하지만 여러 군사적 조치들, 그리고 한.미 전작권 연기와 관련해서 집요하게 이면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 등등 이런 여러 가지들이 그런 판단을 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제 과거와 비슷하게 통일운동이 곧 민주화 운동인, 다시 얘기하면 지금 시점에서는 민간교류나 통일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하는 것보다는 제도화된 정치구조 속에서 혹은 시민사회적 수준에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일에 힘을 더 쏟는 것이 저는 훨씬 더 유익한 일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6.15남측위원회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부분에서도, 6.15남측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일정한 합의 수준이 존재하고 있고, 그것을 넘어서는 것을 하기는 어려운 단위이기 때문에, 6.15남측위에 과도한 내용과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그렇게 썩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힘의 우위에 근거한 대북정책의 외줄타기가 시작된 이상 이에 대응하는 시민사회 입장과 대응 방향은 분명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진전을 위해서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 의해서 독점화돼 있는 사회 제반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변화되는 과정이 있어야 대북정책의 변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결국은 MB의 대북정책이나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사실은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가 가장 큰 계기가 되리라고 판단한다.

두 번째는 우리가 힘에 근거한 대북정책과 다른 의미에서 시민사회의 대안, 이른바 화해협력 정책과 그런 기조 위해서 6.15시대에 우리가 추구했던 철학과 방향들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하고, 그 내용들을 업그레이드시켜가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과 관련해서 6.15남측위원회의 전 상임대표였던 백낙청 명예대표가 지난 ‘창비’(창장과 비평) 봄호에 ‘포용정책 2.0을 향하여’라는 글을 쓰셨는데, ‘지금 무슨 포용정책 타령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가 6.15 시대에 해 왔던 것들을 되돌아보면서 그 내용을 심화시켜서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저는 백 선생님이 제기한 부분이 이명박 정부 시대에 시민사회가 깊어가는 분단체제에 대해서 어떻게 고민할 것이냐 부분에 대한 일종의 공부 화두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 사회 :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대응방향에 대한 강조점이 약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충목 공동대표는 민간통일운동 진영의 대응을 6.15남측위 중심으로 말했고, 이승환 집행위원장은 민간교류가 제한된 상황에서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라는 간접적 경로를 거쳐서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내적 축적이나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되지 않느냐고 말해 강조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정인성 대변인 생각은 어떤가?

■ 정인성 : 두 분 말씀 소중하고, 좋으신 말씀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가 남북 대결정책을 펼 수 있는 것은 우리 내부에 그것을 지지할 수 있는 토양이 있기 때문에, 그 정책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지난 금강산에서 박왕자씨 사건에서부터 지금 천안함 사건까지 보면, 우리 사회에 그동안 크게 표출되지는 않았지만 북에 대한 부정의식이 비록 일부일지라도 상당히 뿌리깊게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점을 간과하고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그것이 어떤 사건이 터지면, 그 사건에 플러스 북에 대한 반발세력, 그것이 다시 또다시 결과로는 북에 대한 강경정책으로 급선회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는 민간 통일진영이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그것이 ‘민심은 대북정책이 크게 변화하는 것을 바란다’고 우리가 섣불리 단정하는 것을 조심해야 하고 거기에 편승해서도 안 될 것 같다. 우리는 늘 민간 통일운동에서 앞으로 그러한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도 염두에 두고, 그 분들의 대립과 대결의 생각을 어떻게 화해의 생각으로 바꿔나갈 것인가, 그런 부분을 우리 6.15남측위원회 몫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해가야 될 지는 항상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충목 : 첨언을 한다면, ‘지금 이 시대에 와서 북풍이 과연 가능한가’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렇게 정리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쨌든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이것을 보수언론들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지난 두 달 사이에 그동안 4대강 사업이니, 세종시 문제, 무상급식 등 여러 가지 담론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것을 하루아침에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명박 정부는 끊임없이 이것을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정부 당국과 같이 화해하고 협력하면서 어떤 것들을 풀어야겠다는 것을 일정 정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상대 자체가 총을 들고 칼을 들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응을 해야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저는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6.15남측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야5당과 더불어서 무수한 기자회견과 여러 가지 실천활동을 했다고 본다. 그렇게 우리가 실천적인 방향들을 제시했기 때문에 여기에 소속돼 있는 여러 단위들이 열심히 하거나, 그 일에 대해서 적극적이냐 소극적이냐 하는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현장에서 그 일들을 묵묵히 실천했다고 본다. 야당들도 이번에 마지막으로 내세운 구호는 ‘전쟁이냐, 평화냐’였고, 그것이 국민들에게 상당한 정도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는데 방향적으로 기여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민간 통일운동이 보다 적극적으로 야5당과도 협력하고 국민들과도 함께 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를 변화시키기 위한 각자의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가는 노력들을 힘 있게 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성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회 : 이명박 정부 하의 통일운동을 이야기하다 보니 과제들이 동시에 짚어지는 것 같다. 그 중 하나는 ‘6.15남측위와 6.15민족공동위의 위상을 어떻게 보느냐’이고, 또 하나는 ‘통일운동의 대중화를 이명박 정부에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인가’와 연관을 지을 수 있는 것 같다. 과연 6.15남측위와 6.15민족공동위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어떤 역할까지 할 수 있는지, 또 통일운동은 어떻게 대중화를 이룰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자.

이승환 집행위원장은 6.15남측위나 민간교류 활동이 현재로는 곤란한 것 아니냐, 그보다는 사회적 민주화, 쉽게 말해서 비상시국회의, 시민단체연석회의 등 연대 폭을 넓혀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과제를 해결해나가면서 통일의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하는데, 한충목 공동대표는 어떻게 보나?

■ 한충목 : 교류는 통일운동의 한 분야다. 통일운동이라는 것이 통일운동을 가로막는 것에 대해서 저항하는 것도 통일운동일 것이고 교류도 당연히 있을 것이고, 대북 지원협력 활동도 통일운동의 일환이다. 그것은 당연히 우리가 함께 가능한 방법들을 만들어가면서 해야 한다. 포기해야 할 것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다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현재는 워낙 이명박 정부가 어떤 것도 하지 못하게 막아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풀지 않고는 교류 문제도 지원 문제도 진행될 수 없다. 교류와 지원을 우리가 안 하려는 것이 아니라 계속 불허하고 제한하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 예를 들어 지역이나 부문에 보면, 대북 지원을 위해서 거둬놓은 돈들이 굉장히 많이 쌓여있다. 단체마다 엄청나다. 보내려고 시도하는데 가능하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그 가능하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걷어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다른 어떤 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지금 시기에는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종단은 종단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민은 시민 쪽으로, 진보연대는 진보연대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것을 서로 협력해서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의논할 수 있는 공간이 저는 6.15남측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쨌든 중앙 차원의 정치전이 아니라 전국적인 대중운동으로 발전하려면 6.15남측위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나 6.15 지역본부들을 강화해야 한다. 6.15 지역본부가 없는 지역에서도 종교인들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켜내야 한다는 선언을 몇 천 명씩, 몇 만 명씩 <한겨레>신문에 광고까지 내고 있다. 이런 무수히 많은 분들을 6.15 지역조직을 건설하거나 부문을 활성화시키면서 6.15남측위의 성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기 노력들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운동 대중화에 '통일쌀 사업' 사례 주목 

□ 사회 : 6.15남측위원회가 현재 상근자도 없는 상황이고, 지금까지 공동행사 위주로 활동이 진행됐는데, 한충목 공동대표 지적대로 활동하기에는 현재 모습으로는 조금 무리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 한충목 : 교류를 중심으로 하면, 이명박 정부 하에서 남북 간 공동행사를 하기가 지금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6.15남측위가 사실 할 일이 없게 된다. 그런데 그것을 뛰어넘어서, 예를 들어서 대중들에 대한 통일교육, 청소년.시민 등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한다든지, 때로 어떤 입장들을 중앙과 전 지역.부문들이 공동으로 발표하게 한다든지, 때에 따라서는 아주 절박할 때는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촛불을 든다든지, 이런 다양한 활동들을 6.15남측위가 할 수 있고 해야 된다는 정리를 우리가 함께 같이 한다면 당연히 그런 일들을 위해서 여러 단위들에서 사람도 파견할 것이라고 보고, 재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방향으로 진로를 찾지 않으면 아마 이명박 정권 앞으로 남은 2년 6개월 동안 사실 개점휴업 상태로 있는 것 말고는 할 것이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

 

 

▲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우선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 이승환 공동집행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이승환 : 통일운동이라는 게 하나의 운동이고, 그런 이상 복잡한 여러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다. 교류만이 통일운동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앞의 얘기들은 당연한 얘기 같다. 저는 조금 더 고민해야 되겠다는 생각인데, 가령 지금까지 6.15남측위원회가 해 왔던 일들은 사실은 큰 범주 안에서 보면 정부의 대북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고, 어쨌든 6.15 차원에서 남북 간의 민간교류 이런 부분들을 지속시키고, 그것을 위해서 대체로는 정당들과 연대해서 상층에서 여론전을 전개하는 것들이 중심이었다.

그 이상으로 6.15남측위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럴 경우 6.15가 어떻게 해야 되느냐 하는 부분은 남겨진 과제다. 아마 6.15 10주년이 끝나고 난 다음에 우리 내부에서 여러 가지 많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 부분은 6.15남측위 내부에 앞으로 여러 가지 논의들을 해 봐야 할 것이다. 좀 더 고민할 수 있는 지점들은, 예를 들어서 종단의 경우는 4대강과 관련해서 사실은 사회적 여론을 선도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 단위는 이번 선거에서 연합정치 실현을 위해서 앞장서서 노력했고, 4대강과 세종시를 포함해서 막판에는 어쨌든 무력한 야당들보다는 시민사회가 가장 적극적으로 MB의 전쟁 프레임에 반대하는 활동들을 전개했다. 그리고 민화협과 대북지원 단체들, 특히 MB정부 하에서 그나마 그래도 나름의 공간을 가지고 움직이는 단체들이 한 일이라는 것은 결국은 민간교류와 관련해서 교류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정부에 의해서 지나치게 통제되는 교류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신장시키는 것과 대북 인도지원과 관련해서 쌀 지원을 포함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수준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진보연대야 통일운동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방면에 걸쳐서 가장 앞장에 서서 싸우는 분들일 것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각 단위들이 발휘할 수 있는 자기 특기와 의제, 프레임들이 실제 훨씬 더 살아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구도를 어떤 획일적인 틀에 맞춰서 6.15남측위 차원에서 묶으려고 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고민이 있다. 각 단위가 지금 해 왔던 역할들, 소극적인 것이든, 적극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든, 또 사실은 대중들의 마음들 밑에서부터 움직이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들이 기본이다. 그리고 이것을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점에서 사실은 6.15남측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조금 과하게 얘기한다면, 지금부터 진행되는 여러 전선에서 6.15남측위원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또 솔직하게 인정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운동의 대중화와 관련해서는 6.15남측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백업을 못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통일쌀 사업’에 주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전느 농민본부가 진행했던 ‘통일쌀’ 관련 사업은 굉장히 의미있고, 이것이 말하자면 통일운동 대중화와 관련해서 중요한 한 장을 연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통일운동과 남북 민중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을 연결시키는, 그리고 자기 삶의 문제가 통일운동과 연결되면서 사실은 의도적으로 조작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대중성이 형성되는 사업의 하나가 통일쌀 사업이었다고 본다. 이 통일쌀은 쌀 지원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사실은 남쪽의 모순된 농업 구조에 대한 항의와 연동돼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통일운동을 대중화하고 발전시키는 측면에 있어서 어떤 것들을 종자로 해서 고민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에서 큰 시사를 주고 있다. 이 지점에서 통일쌀과 관련된 일련의 운동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것을 보고 우리가 힘을 보탤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 한충목 : 예를 드니까 조금 쉬워지는 것 같다. 말 그대로 6.15남측위가 교류에 얽매이지 말고, 통일쌀 관련한 농민들의 요구를 농민만의 투쟁이 아니라 종단도 지원하고 시민도 함께 하고 전국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이것을 소통시키고 지휘할 때만이 농민들의 생활적 요구와 통일운동이 접목된 운동이 아마 불처럼 일어나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는데 실제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중적인 투쟁을 하자는 것이 획일적인 조직을 만들어서 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6.15남측위만 해도 진보연대, 민화협, 종단, 시민이 모여있고, 야5당도 함께 상당한 부분을 하고 있는 속에서 이 사람들이 모두 다 동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면 사실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인 투쟁을 하자는 것이 바로 지금 얘기한 농민들의 처절한 투쟁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6.15남측위원회가 지지하고 힘을 실어주고 소통하게 하고 필요할 때는 지휘도 하는 이런 기능들을 우리가 갖자, 그럴 때만이 교류 중심으로 돼 있었던 통일운동을 극복하고 6.15남측위원회가 대중적인 기반을 갖는 통일운동의 구심 조직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 정인성 : 한 공동대표의 교류 중심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말은 저도 이해하면서 저는 대중화의 핵심은 우리 국민들이 분단의 사고에서 벗어나 북에 대한 이해와 폭을 넓혀 나가면서 궁극적으로 화합과 통일의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을 확대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더욱 더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우리가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변화시키고 여러 종류의 대중사업들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불식됐다고 생각됐던 남과 북 사이의 기존 오해를 불식시키고, 또 적대적인 상호 의식을 감소하고, 대결 위주의 생각을 화해의 생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대중화하는 데 가장 큰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 국민 전체를 바라보고 움직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지금은 단절됐지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사건들이 있었다. 2006년 아시안 게임 때 북의 미녀 응원단이 와서 응원을 하고, 또 2005년 8.15 민족공동행사 기간 중에 우리 상암운동장에서 북 여자축구 대표들이 와서 함께 체육 교류를 하고, 또 2003년 3.1민족대회 때는 종교 교류의 일환으로 북쪽의 그리스도교 대표단이 소망교회를 방문한 적도 있었다. 또 2005년도에는 북의 대표들이 현충원을 참배하고, 이런 것들이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북쪽을 이해하고 화해의 길로 가는 대중화의 큰 성과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들이 대중화하면, 국민 전체를 염두에 두고 반북의식 또는 대결의식을 감소시키면서 서로 화해하고 상생하는 쪽으로 의식을 바꿔나가는 것이 큰 대중화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남북이 막혀 있어서 이러한 일들을 다시 하기는 어려운 시기이기는 하지만 제 이야기는 좀더 대중정서에 걸맞게 국민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종단의 역할이크게 요청되어지는 점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북도 함께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북은 물론 자기의 정책 결정에 의해서였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 국면에서 남쪽 대중들이 모두 침통해 하고 있을 때 제 2차 핵실험을 했다. 이런 것은 6.15공동선언의 대중화에 커다란 장애를 조성하는 것이다.

13일 시청광장 통일문화제, 15일 조계사 기념식 예정 
"6.15공동선언, 이제는 정말 되돌릴 수 없다"


□ 사회 : 마지막으로, 6.15선언 10주년 행사가 멀지 않았는데, 6.15남측위에서 이번 행사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나? 오랫동안 일선에서 일을 해왔던 분들로서 개인적인 소회도 있을 것 같다. 간략한 심경들을 밝혀달라.

■ 이승환 : 일단 10주년 행사에 대한 객관적인 상황들을 독자들에게 알려드리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어쨌든 올해 6.15 10주년 공동행사를 어떻게든 성사시키기 위해서 사실은 6.15남측위원회가 굉장히 노력은 했지만, 천안함 사건과 남북관계 단절 이런 상황이 공동행사를 객관적으로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사실은 이 공동행사가 천안함 때문에 좌초된 것이라기 보다는 천안함 이전에 이미 남쪽 정부는 일관되게 올해 공동행사가 어렵다는 태도였고, 그런 점에서 6.15공동행사는 이명박 정부가 실제 좌초시킨 것이다. 좌초시킨 원천적 책임을 이명박 정부가 가질 수밖에 없다.

6.15남측위로서는 정부가 6.15 10주년을 북이 대규모 군중행사를 하고, 그것을 통해서 통일의 정통성을 과시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에 대해서 가장 우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어쨌든 그 점과 관련해서 올해 공동행사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서울에서 공동행사를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고, 그래서 사실 서울에서 추진하기 위해 정부.여당과 협의하고 끈질긴 노력들을 해 왔다. 천안함 사건 이후 서울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북측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여 평양에서 공동행사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답은 동일한 것이었다. 마지막까지 정부가 개방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올해 공동행사는 천안호에 의해서 좌초된 것이 아니라, 남쪽 정부의 소극적, 그리고 대북정책 자체에 내재돼 있는 6.15 부정인식에 의해서 좌절된 것이다.

그래서 6.15공동행사는 어려워졌지만 6.15남측위원회는 서울을 중심으로 국민과 함께 힘있게 6.15 10주년 행사를 치러낸다는 기조다. 그래서 6월 13일, 현재로서는 시청 앞 서울광장에 집회신고를 낸 상태다. 정부에서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해 오기는 했지만, 정부와 더 협의해야 된다고 보여진다. 불가피한 사정이 아닌 이상은 6.15 10주년과 관련해서 정부가 시청 앞 광장 같은 상징적 장소를 정부가 민간에게 제공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6월 13일 일요일 오후 2시에 통일문화제를 겸한 6.15 10주년 범국민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6월 15일 오전 10시에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공식적인 6.15 10주년 기념행사 '평화통일민족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북과 공동행사를 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6.15 10주년을 맞이하는 공동호소문을 준비하고 있다. 비록 공동행사는 좌초됐지만, 어쨌든 국민과 함께 하는 올해 6.15 10주년 행사에 함께 참여해서 6.15시대의 종언이 아니라, 6.15시대의 생명과 정신을 계속 살려나가는 데 함께 해 주시면 고맙겠다는 말씀드린다.

6.15 10주년을 위해서 사실은 작년부터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6.15남측위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공동행사가 추진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 6.15남측위로서는 매우 역사에 누를 끼쳤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저는 다른 한 편에서 우리가 낙관해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국민들의 전반적인 대북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그것이 통일운동을 위축시키고 이런 연쇄작용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냉전은 이미 누가 다시 되돌리려고 한다하더라도 불가능한 상황이고, 그리고 남북관계가 새로운 과정과 단계로 접어드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게 됐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여 년의 6.15시대 속에서 우리가 쟁취한 성과와 토대가 작지 않다.

그리고 이번 천안호 사건과 관련해서도 여론의 역풍이 몰아치고,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하더니만 결국은 시민사회의 만만치 않은 저력을 확인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갑자기 중도실용을 강조하고 템포조절 얘기를 하게 된 것이고, 국제적으로 봐도 중국이 여전히 한.미의 집요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지금 유지하고 있다. 어쨌든 이명박 정부 하에서 6.15시대를 지키고 이것을 다시 꽃 피우려고 하는 우리의 노력이 사실은 시간이 조금 지체되는 것이지, 결국은 그런 길 위에서 우리가 싸워 이길 것이다는 확신과 낙관성을 가지고, 우리가 눈 앞의 정세에 위축되기 보다는 더 담담하게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한충목 : 올해 워낙 천안함에 파묻혀서 사실은 갑갑한 심정으로 한두 달을 보냈고, 지자체 선거가 진행되다 보니까 6.15 10주년 관련해서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았다. 지자체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자체가 열흘도 안 남아있다. 그게 굉장한 어려움이다. 바라는 점은 우리 지역과 부문에 있는 일꾼들이 6.15 10주년이라는 역사적 무게를 같이 공유하면서 많은 대중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상근 상임대표께서 각 부문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 지역들도 순회할 계획도 갖고 계시고, 그런 과정들을 지속적으로 거친다면 이번 6.15행사가 어떻게 되느냐와 관계없이 대표와 회원들과의 소통들이 이뤄지고, 지역.부문들의 의견이 수렴되면, 저는 이후에 그런 것들이 아마 통일운동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 바라건대, 6월 13일과 15일이 공동행사는 어렵지만 6.15 10주년이기 때문에 축하하고 우리끼리 기념해야 될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하면 발랄한 행사들이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지금 ‘평화통일 박람회’를 애초에는 크게 계획하다가 지금 많이 축소됐지만, 지금이라도 여러 지역.부문들이 참석해서 가능한 대중 참여형 발랄한 행사들이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평화통일 박람회는 통일문화제 그 자리에서 당초보다 축소돼 13일 당일 하루로 진행된다. 다른 하나는 6.15 10주년을 맞아서 우리의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 국민들의 대북 부정의식을 화해의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정인성 대변인.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정인성 : 남북관계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단절되고 있다고 해서 크게 낙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가 길게 보고 가면 이미 6.15공동선언은 우리 민족의 통일대장전이고, 북에서 흔히 얘기하는 민족통일의 큰 이정표이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되돌릴 수 없다. 그 길 따라서 통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 원불교를 창시하신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금강(金剛)이 현세계(現世界)하니, 조선(朝鮮)이 갱조선(更朝鮮)’이라는, 일제강점기 때 한 말씀이 있다. 금강산이 세계에 드러날 때, 한반도가 옛날 한반도가 아니고 새로운 한반도로 거듭날 것이라는 예언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다시 우리 민족이 서로 화해하고 통일을 이뤄나갈 때 우리 한반도는 그야말로 옛날 외세에 의존하고 눈치보는 나라가 아닌 세계 정신의 지도국이 될 것이는 말씀이다. 희망을 가진다.

어려운 시기에 <통일뉴스>가 민족 화해를 위한 좋은 소식들을 전해줘서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 더 발전해서, 남북이 함께 보는 좋은 매체로 성장해주면 좋겠다.

□ 사회 : 감사하다. 세 분은 <통일뉴스>독자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민간 통일진영의 주역들이신데 바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

6.15정신

615 유럽공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