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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통일운동, 국민 호응 얻는 복합적 운동 돼야"

<창간 10주년 인터뷰> 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2010년 11월 3일

                                      통일뉴스  김치관/고성진 기자

 

 

 

▲ 지난달 22일 <통일뉴스>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지난 10월 22일 <통일뉴스>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를 만났다. 백낙청 대표는 한반도 문제에서 남한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민간통일운동이 국민의 호응을 얻는 복합적 운동이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통일뉴스 : 통일뉴스가 창간 10년을 맞았다. 6.15공동선언 이후에 남북해외 공동행사나 민간교류가 굉장히 활발해졌다. 민간교류의 의미, 성과와 과제를 말씀해달라.

■ 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 우선 통일뉴스 창간 10주년을 축하드린다. 통일뉴스 10년이 바로 6.15공동선언 10년이다. 지난 10년간 민간교류는 그전에 비하면 전혀 차원이 다른 활기를 띠었다. 물론 우리가 지난 10년이라고 하지만. 그중 앞의 7년하고 최근 3년하고는 차이가 많이 난다. 불행히도 더 좋아지는 차이가 아니라 민간교류가 굉장히 위축되는 3년이었다.

그런데 그처럼 후퇴하고 위축되고도 6.15공동선언 이전과 비교해 보면, 개성공단 같은 게 여전히 남아 있고, 남북 군사당국끼리 교신도 하고, 항공 관제정보 같은 것도 주고받고,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긴 했지만 면회소를 건설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위축되고 위축되었는데도 10년 전에 비할 때 완연히 다른 걸 보면, 6.15공동선언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저 자신은 ‘6.15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2005년에 결성돼서 4년 동안 상임대표를 맡으면서 주로 그 분야의 교류에 관여를 했다. 우리로 치면 사회문화교류에 해당되고 북에서는 정치사업으로 간주하는데, 하여튼 그런 분야에 관여하면서 보람된 일도 많았다. 또 지금 이 사업이 그야말로 위축되어 있는 게 안타깝다.

제가 경험을 통해 느낀 바가 있다면, 하나는 6.15공동위원회 자체가 이것저것 많은 사업들을 할 수는 없지만 인도적 지원이라든가 다른 분야의 대북사업들과 조금 더 원활하게 소통하고 발맞춰 나가면 좋겠다는 것이다. 사업을 한 기구에서 다 하자는 뜻이 아니라, 좀더 소통이 긴밀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또 하나는 역시 우리의 대북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쪽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우리 남쪽 활동가들이 대남사업도 좀더 잘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다.

□ 현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의 위축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영향이 깊거나 큰 것 같다. 김상근 6.15남측위 상임대표는 10.4선언 3주년 기념식에서 현 정부의 통일의지에 근본적인 회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에 대해서 그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된다고 보는지?

■ 현 정부가 통일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자기 입맛에 맞는 통일을 할 수 있다면 할 용의가 있고 나름대로는 그런 식의 통일을 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민족화해를 통해서 통일하겠다는 의지는 확실히 약한 것 같다. 급변사태로 무너지면 통일을 하겠다든가 아니면 우리가 소위 원칙을 고수하고 강경자세를 취하면 저쪽에서 손들고 들어와서 통일작업이 진행되리라든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결국 그게 좋으냐 나쁘냐를 떠나서 안 되는 일이지 않나?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바둑을 혼자 두나? 상대가 있고, 이쪽이 한 수를 두면 저쪽이 한 수를 두는 것이다. 정세와 실정에 맞춘 해법이 나와야지,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기대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도 이제는 뒤늦게나마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과연 임기 내에 결정적인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려면 첫째는 막연한 의지가 아니고 절실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둘째로는 그걸 밑받침할 실력이 있어야 되는데, 모르겠다. 미리 ‘된다, 안 된다’ 예단할 생각은 없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 말씀대로, 북이라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대북정책 자체를 바꾸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 우선 정권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남북관계를 일방적으로 주도해 보려고 했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되었고, 국내에서도 여러 대통령 관심사들이 벽에 부딪히지 않았나? 세종시도 그랬고, 지방선거 패배도 있고, 4대강은 계속 밀어붙이고는 있지만 후딱 해치우면 되리라고 생각했던 것만큼 순조롭지는 않은 상황이다. 개헌 논의도 별로 안 먹히고 있다. 그러다보면 국내정치의 필요 때문에도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아보자고 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그것도 역시 나 혼자 하겠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여건을 갖춰야 되고 그럴 만한 실력을 지녀야 된다. 실력의 일부는 관련분야 정부 당국의 인적 구성인데, 그런 것도 좀 변해야 될 것이다.

 

 

▲ 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그간 ‘한반도식 통일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점진적인 교류와 화해를 통한 통일을 말씀해오셨는데, 현 정부 들어와서 그게 무색할 정도로 막히고 있다. 문제는 다음 정권인 것 같다. 현재의 보수적 상황이 다음 정부까지 지속된다면, ‘진행형’이라는 것이 우여곡절 수준을 넘어서 차질이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 보수정권도 보수정권 나름인데, 이번 정권처럼 한반도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무책임하고, 통일은 차치하고 분단을 관리하는 능력조차 없고, 또 국내정치에서도 사실은 보수정권이라기보다는 사익추구집단의 성격이 더 강한 그런 정권이 다시 들어선다고 하면, 일이 어려워질 건 뻔하다. 우리 국민들이 그런 정권을 다시 선택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하면 통일 못해도 싸고, 고생 훨씬 더 해도 싸다고 볼 수 있다.(웃음)

반면에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이런 것은 보수가 아니지 않냐? 경륜도 있고 공심(公心)도 있고 실행능력도 있는 그런 보수정권을 창출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거기에 걸맞은 인적 자원을 갖추고 국민을 설득해서 집권한다고 하면, 그것은 최선의 결과와는 거리가 멀지만 ‘한반도식 통일 얘기 자체가 우스워지겠구나’라고 할 상황은 아닐 것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정말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야겠다는 의식이 투철해지고, 또 거기에 부응해서 정치권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나아진 보수정권이라 해도 보수진영의 집권을 또 허용해서는 제대로 바꿀 수가 없다. 훨씬 더 개혁적이고 진보적이며 특히 이명박 정권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비판해온 실적과 6.15 이후에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진전시켜본 경험이 있는 세력이 집권해야 된다. 이 점을 국민에게 설득해서 2013년부터 새로운 국정이 새로 펼쳐져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남북관계가 종전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와도 또 다른 차원의 추진력을 갖게 되고, 한반도식 통일의 과정이 훨씬 더 빨라질 것이다.

□ 민주대연합과 민주정권 내지는 개혁.진보정권 집권을 간절히 바라실텐데,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의 선후와 맥락이 있을 것 같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 민주대연합이라는 표현은 현존 민주당 중심의 연합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다른 성격의 야권연대를 추구하는 쪽에선 그 표현을 잘 안 쓴다. 물론 민주당을 포함하는 야권연대라야 위력을 갖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도 그런 정치연합이 전면적으로는 안 됐지만 부분적으로나마 됐기 때문에 그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원하는 국민들 사이에서는 2012년에 가서도 정치연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 때 해보니까 너무 힘들고, 더군다나 10월 재보궐선거 때는 후보단일화 해봤자 성과도 없더라, 그러니까 새로 모든 야당을 결합하는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바 있다. 문성근 씨의 ‘100만 민란’ 운동도 있고, 그것과 맥락이 조금 다르지만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의 ‘빅텐트’론도 있다.

저는 문성근씨 같은 분이 헌신적으로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미리부터 “그게 되겠느냐?”고 기운을 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정말 많은 국민들이 호응해서 정치권에 단일 정당을 강제할 수 있으면 그것은 좋은 일이다. 될지 안 될지를 예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게 안 되면 그보다 결합도가 낮은 연합정치, 다시 말해서 민주당 외에도 하나 이상의 야권 정당이 있는 상태에서 공동정책을 내걸고 후보 단일화도 하고 2013년에 공동정부 구성도 하는, 이런 방식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너무 어려워서 안 되니까 이것 아니면 다 망한다’, 운동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런 절박함을 갖고 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자기들하고 다른 형태의 정치연합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힘을 뺄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이론적으로만 말한다면, 단일 정당을 강제할 만한 숫자의 사람들이 모인다면 2~3개 정당을 두고 연립하라고 강요할 실력도 되는 것이다. 국민들의 의식을 높이고 참여를 유도해서 그것을 단일 연합정당을 만드는 데 쓸 수도 있고, 또 다른 데 쓸 수도 있다는 여유를 두고 움직이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은 그것 말고도 ‘진보대연합’ 논의 등 여러 가지 논의가 있는데 일단 각자 자기주장을 펼쳐보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그러면서 갈라질 사람은 갈라져도 볼 단계다. 하지만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내년 들어가서 되도록 빠른 시기에 큰 가닥을 잡아야 하는데 서로 너무 의 상할 일은 피하는 게 좋다.

저는 이 기회에 분단시대 한국의 정치지형을 점검하는 작업까지 해봤으면 한다. 남한의 정치를 두고 우리가 흔히 보수, 진보 얘기하지만, 사실은 정상적인 보수랄까 합리적인 보수하고 합리적인 진보세력을 다 합쳐봤자 전체의 절반 정도가 될까 말까 한 것이 분단체제가 만들어낸 한국현실이 아닌가 한다. 우리 사회의 상당히 많은 부분은 보수라기보다는 수구라 불러 마땅한 세력이 차지하고 있다. 핵심은 수적으로 소수일지 몰라도 사회의 유리한 고지들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따르는 서민층의 수효도 만만찮은 실정이다.

그래서 합리적인 보수를 저들로부터 떼어낼 수 있어야지, 진보세력만 따로 합쳐서는 게임이 잘 안 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 중에 일부는 지역적인 이유로, 예를 들어 호남인이기 때문에 성향은 한나라당 비슷하지만 민주당에 들어와 있다든가, 또는 자신의 진정한 보수주의를 관철하는 데 한나라당 갖고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등의 현상을 볼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보수세력의 일부를 떼어내는 작업이 한 쪽에서 진행돼야 한다. 그러다보면 좀더 확실하게 진보를 추구하는 정당이나 급진적인 성향을 띠는 세력이 그런 보수인사를 포용하는 정당과 하나로 합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을 ‘민란’에 준하는 대중동원을 통해 돌파할지, 아니면 지금 있는 5~6개 정당에서 개체수를 줄이는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하나로 되지는 않은 상태에서 연합하고 연립하는 길이 더 현실적인지를 철저히 연구하고 검토해서 2011년에 대충 합의를 보았으면 한다는 거다.

올해의 정치연합에 저도 좀 관여를 했지만, 엄청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전부터 그런 일을 쭉 해오다가 ‘이번에 다시 해보니까 정말 너무 어렵더라,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라고 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전에 김대중 야당 총재가 시민사회세력을 끌어들여 당을 새로 만들기도 했지만 그것은 통합이지 정당간의 연합이 아니었다. 통합이 아닌 연합은 DJP연합, 그리고 노무현.정몽준 연합이 깨지긴 했지만 효과를 본 연합이었다. 다만 두 번 다 시민사회가 완전히 배제된 연합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김대중 같은 강력한 리더도 없고 노무현 후보도 없는 상태에서 연합을 하려니까 굉장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연합정치에 힘을 보태서 해본 최초의 실험이었다. 그리고 첫 시도에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면, “어려우니까 그만하자”고 포기할 일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더 좋은 길이 있으면 그 길로 가는데 안 되면 다시 이걸 시도해보자”고 할 정도는 충분히 된다고 본다.

2012년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는 연합하기가 특히 어려운 선거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는 다르다. 공동정부를 구성할 수 있으니까. 따라서 2012년 총선에서 단일야당이 안 되면 2012년 대선, 나아가 2013년의 공동정부 구성에 대한 밑그림을 미리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2012년 총선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런 큰 그림에 원칙적인 합의라도 해내는 것이 2011년의 과제이고 되도록 빨리 합의를 이루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인터뷰를 하다보니 <통일뉴스>가 아니라 <오마이뉴스> 인터뷰 내용 같다.(웃음)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민간 교류가 막혀 있다. 현 단계에 있어 민간통일운동에 대한 방향은 어떻게 보고 있나?

■ 지금은 대북 인도적 지원조차 정부가 억압적으로 나오고, 완전한 봉쇄는 아니지만 제약을 많이 가하고 있다. 우선은 그 대목에서 정부가 비인도적일 뿐 아니라 우리 남쪽 사회의 이익에도 얼마나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정부에 계속 압력을 가해야 된다고 본다. 6.15공동위원회 사업 같은 것은 더 어려운데, 섣불리 6.15공동위를 활성화하자는 캠페인을 벌인다고 될 일은 아니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

조금 아까, <통일뉴스>가 아니고 <오마이뉴스>가 된 것 같다고 농담 비슷하게 했는데, 저는 <통일뉴스>와 <오마이뉴스>가 통합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통일뉴스>는 <오마이뉴스>의 관심사를 좀더 수용하고, <오마이뉴스>도 <통일뉴스>의 영역에 더 주목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걸 보면서 절실하게 느낀 것은 남한의 국내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다. 미국이 초강대국이라고 하지만, 한반도에 대해선 관심도 떨어지고 전문가들의 한반도 사정에 대한 지식도 태부족이다. 남쪽 정부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서, 적어도 남북관계에서는 미국의 태도를 굉장히 많이 바꿀 수 있다.

그러면 남쪽 정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누구냐? 옛날 같으면 미국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가령 이명박 정부가 엇나가는 것을 미국이 “그러지 말라”고 해서 바꾸는 일은 옛날만큼 쉽지 않다. 물론 미국이 그 문제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걸기로 나온다면 다르겠지만 그럴 일은 없는 것 아닌가. 한국정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남쪽 국민들이다. 그런데 민간통일운동이 통일문제라는 하나의 이슈만 가지고 정부하고 맞대결을 해서 국민으로부터 “너희가 옳다”는 판정을 얻어내기는 참 어렵다. 그러기에는 우리 국민 사이에 북한 정권이 너무 인기가 없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따라서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을 정권의 다른 행태와 연결시켜서 종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때그때 국민의 호응을 가장 잘 얻어낼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대북문제도 자기들 멋대로 못하게 만드는 복합적 운동이 필요하다.

어떤 때는 그게 인도적 지원 문제, 쌀 지원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4대강 문제라든가 남북관계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그런 문제에 치중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 같으면, 친환경 무상급식 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북풍 전략을 꺾는 데도 굉장히 큰 기여를 하지 않았나? 물론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져서 북풍에 흔들리지 않은 것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동시에 북풍과 관계없는 다른 이슈를 통해서 북풍을 일으키는 정권을 견제하기도 했다.

당시 북풍의 초점은 천안함 사건이었다. 그것이 지금 진실규명이 안 돼 있다. 진실이 밝혀지고 난 다음에 그걸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새롭게 출발시키자고 하면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인 것도 사실이다. 지금 북측이나 중국측에서도 “그 얘기는 대충 다 됐으니까, 6자회담을 빨리 하자”는 쪽으로 적극성을 보이고 있고, 미국은 적극성은 없지만 말로는 어쨌든 “천안함 사건하고는 무관하게 북이 핵문제에 대한 성의만 보이면 6자회담 하겠다”고 나온다. 유독 우리 정부만 이랬다저랬다 하고 있다. 어느 날은 사과해야 된다고 했다가, 어느 날은 사과 안 해도 비핵화를 제대로 하겠다고만 하면 된다느니 왔다갔다하고 있다.

저는 물론 당장의 6자회담이라든가 남북 간의 접촉은 천안함 문제를 너무 따지지 말고 빨리 진행하는 데에 찬성한다. 그러나 내가 정책담당자도 아니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긴 안목을 갖고 한반도의 앞날을 구상하고 거기에 입각한 운동을 하려 한다면, 진실에 입각한 설계라야 하고 진실에 입각한 운동을 해야 한다. 우리가 권한이 있나 돈이 있나? 진실의 힘을 믿고 하는 길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천안함의 진실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분단현실에 대한 우리의 진단이 달라지고 우리의 행동방식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6자회담은 그것대로 진행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천안함 진실규명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힘을 쏟아야 된다고 본다.

통일운동 하는 분들 중 일부는 “어쨌든 남북관계가 중요하니까 천안함에 관해 너무 캐묻지 말자, 캐물어서 정부의 입장만 난처하게 만들면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한다. 또 시민운동의 인사나 단체들 중에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벌써 잊어버린 듯한 인상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통일운동을 하든 국내개혁운동을 하든 진실에 입각해서 해야 된다는 시민운동의 대원칙에 어긋나는 것이고 전략적으로도 상대의 약한 고리를 자진해서 덮어주는 어리석은 짓일 수 있다고 본다.

 

 

▲ 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천안함과 관련해 여전히 의혹들이 많다. <통일뉴스>도 천안함 특별취재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들이 납득할 상황변화를 가져올 만한 것을 밝히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 정부가 중요한 정보들을 공개 안하고 있기 때문에 비당국자들이 진실을 제대로 규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가 진실이라고 내놓은 발표 내용이 막말로 해서 “엉터리다”라는 것은 상식에 입각해서도 판단할 수 있고, 더구나 ‘결정적 증거’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아주 과학적으로 자세히 검증해서 결정적인 흠결을 짚어낸 학자들도 있다. 외국에 사는 학자라서 마음대로 떠든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외국의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한인학자들은 학자적인 명성과 평판을 잃는 순간 설 자리가 없어지는 사람들이다. 국내에서는 과학자로서의 명성이 훼손되더라도 정부가 좋은 자리 줘서 먹여 살릴 수 있지만, 그분들은 학계에서 인정할 수 없는 엉터리 소리를 했다간 그 날로 퇴장당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 의한 전문적인 검증도 있었고, 또 전문지식이 필요 없는 것들이 많다. 상식과 논리에 따라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가 한걸음 발전시켜 이런 상식도 구사할 필요가 있다. 곧, 북의 소행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도 여러 방증이 있다고 했을 때는 정부가 “우리도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그렇지만 이러이러한 정황들을 보면 북의 소행일 확률이 높지 않나” 하는 식으로 진솔하게 나와서 국민들을 훨씬 설득할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전혀 결정적이지 않은 결정적 증거라는 것을 불쑥 내놓고 믿으라고 하는가? 이런 얄궂은 상황을 양식있는 시민으로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왜 그랬을까?’, ‘북의 소행이라는 것을 자기들도 못 믿으면서 그렇게 몰아가려니까 엉터리 증거라도 제출해야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추론까지 하는 것은 상식적인 진행이다. 기본적인 양식과 교양이 있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그 점을 물어봐야 된다. 동시에 ‘이 정부가 보여준 다른 행태에 비춰서 정부가 진실을 말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을까 없을까’ 하는 것도 물어봐야 한다.

저는 정부가 처음부터 이것을 계획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아무리 이 정부가 국민들한테 거짓말을 많이 하고 그것이 여러 번 들통이 난 정부지만 그렇게까지는 안 했을 것이고, 했다면 그렇게까지 서툴고 무능하게 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어떤 사건사고를 밑에서 은폐하는 과정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북의 소행으로 발표하기로 뒤늦게 전략적인 결정이랄까 그런 것이 내려졌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확실히 그렇다고도 말할 수는 없지만.

□ 북한이 당대표자회와 당 창건 65돌 기념행사를 통해서 지도체제를 정비하고 특히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했다. 이 대목에 대해서 남측 내부에서 논란도 있다.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 북의 이번 당대표자회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사실 모르는 게 많지 않나? 섣불리 이러쿵저러쿵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렇긴 하지만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나도 한마디 한다면, 두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하나는 북이 후계 승계를 위해서든 어떤 이유로든 상당한 체제정비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당대회도 당대표자회도 없었고, 선군정치 한다고 해서 국방위원회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북이라는 나라가 헌법에 당이 국가를 지도하게 되어 있는데 국방위원회는 당 기관이 아니라 국가기관이다. 그런 상황에서 당의 무게가 올라가고, 계승 예정자를 당 중앙군사위에 배치하는 등 새로운 인선을 하고, 어쨌든 당 기구를 정비하는 것을 보면, 그쪽 나름으로는 체제정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김정은 후계구도가 확실해지면서 북측 체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랄까, 우리 상식과 부합하지 않는 면이 더 극적으로 드러났다고 본다. 그래서 보수언론이나 일부 진보진영에서도 유독 그 점에 집착해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마치 우리가 모르는 결정적인 새로운 현상이 드러난 것처럼, 그걸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입장을 밝히라 하고 몰아치는데, 이런 식으로 일종의 충성맹세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본다.

하지만 기왕에 이런 논란이 벌어진 김에 조금 더 깊이있고 합리적인 토론이 진행돼서 각자가 단순히 후계문제뿐만 아니라 후계문제를 그런 식으로 해결하는 북녘 사회 전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뿐만 아니라 그러니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이런 이야기도 따라야 한다. 이 두 가지에 대해 각자가 솔직한 의견을 내놓고 토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저는 오래 전부터 분단체제론이라는 것을 주장해왔다. 분단체제론에 의하면, 남과 북이 흔히 말하듯 각기 상이한 사회체제를 갖고는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남과 북을 아우르는 하나의 분단체제 속에 함께 속해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 그런 분단의 제약을 안 받는 좀더 정상적인 국가하고는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쪽의 경우만 해도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남북이 화해하고 점진적으로 통합해가는 과정이 수반되지 않고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나 자유를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국민들이 그동안 피땀을 흘려서 민주적인 사회에 점점 더 근접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우리가 실감한 것이 그것 아니냐? 민주주의가 꽤 된 것 같았지만, 첫째는 그것 자체가 매우 불안정한 것이었고, 둘째는 남북관계의 경색과 국내문제의 후퇴가 맞물려 간다는 것을 실감했다. 북쪽의 경우 역시 분단체제의 제약 속에서는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로 발전할 수 없다고 본다. 남북이 완전히 통일된 뒤 어느 날 한반도에 사회주의 국가가 건설될지는 모르겠지만, 북쪽만으로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가 건설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어떤 면에서는 북측 당국도 은연중에 그런 특수성을 인정하는 것 같다. 사회주의를 계속 표방하기는 하지만 주체사상을 통해 뭔가 독특한 사회라는 점을 스스로 내세우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도 공산주의 건설이라는 조항을 삭제하고 주체사상화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았나? 북녘의 그런 독특한 사회의 일면이 우리 남쪽에서 볼 때는 왕조적인 성격에 해당하는 것이다. 북에서는 물론 그런 표현을 안 쓰고 주체사상과 수령론에 입각한 ‘우리식 사회주의’라고 말할 테지만, ‘왕조적’이라는 말을 사태를 단순화한다든가 비방하는 의미보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하고 북을 구별하는 방편으로 사용한다면, 사실 북에는 왕조적인 성격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건 2대 승계 때 이미 드러난 것이었다. 이번에 3대 승계까지 예정하고 나오니까 더 실감이 난 것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이냐? 기왕에 왕조라는 비유를 쓰는 김에, 어떤 왕국에서 왕이 나이도 먹고 건강이 안 좋은데 세자 책봉도 안하고 어느 날 갑자기 승하했다고 하면 굉장히 혼란이 일어나지 않겠나? 그런데 ‘그 나라에 혼란이 나면 내가 들어가서 접수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저쪽에서 체제를 정비한 것이 전혀 달갑지 않을 테고 ‘통일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의 통일이 아니고, 우선은 6자회담이라도 해서 핵문제에 진전을 이루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향해서 더 나아가고 그 다음에 남북연합이라는 중간단계를 거쳐서 점진적으로 통일과정을 밟아 나가고자 한다면, 후계자 선정도 안 돼서 더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것보다는 그런 식으로라도 뭔가 준비가 되고 체제가 정비가 되는 것이 꼭 불리하지도 않은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본다.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이 지금의 남쪽 사회나 북쪽 사회 그 어느 것보다 훌륭한 한반도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할 때, 그것은 통일과정에 각자가 최대한으로 참여하면서 풀어나갈 문제다. 지금 북의 후계구도를 “용인 안 한다”고 떠든다고 뭐가 되겠나? 제가 주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변혁적 중도주’의라는 건데, 이때 말하는 변혁은 한반도 전체가 같이 변하는 것이다. 물론 북하고 남하고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는 건 아니고, 남북연합이라는 중간단계를 거치면서 양쪽 모두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변혁이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반북이든 친북이든 단순해법을 갖고 극렬하게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태도를 비판하면서 양극단을 넘어선 사람들이 커다란 중도세력을 만들어서 남북의 변혁과정을 주동해야겠다는 것이다.

□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한반도평화포럼이 창립 1주년을 맞았다. 의미나 평가는?

■ 그동안 해온 일 중에 하나는 월례토론회를 열어서 공부하는 것이었는데, 일부는 언론을 통해서 사회에 알려지기도 했다. 저 자신과는 달리 국정운영 경험도 있고, 특히 통일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데 직접 관여했던 분들도 많이 있고 전문가들도 많아서 꽤 수준있는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김대중평화센터나 노무현재단 같은 단체들과 공동 학술행사를 열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민간외교에 해당하는 활동도 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시민단체가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무게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한다. 지난 봄에는 일본에 가서 그곳의 정치인, 한반도 전문가, 비판적 지식인들을 상대로 ‘전략적 대화’를 했는데, 그것도 꽤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앞으로 미국이라든가 다른 나라에서도 해볼 만한 일이라 믿고 아마 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 통일뉴스가 창간 10년을 맞았다. 그동안 지켜봤는데 평가와 비판이 있다면?

■ 6.15남측위 상임대표를 하는 동안에 제가 취한 방침에 대해서 통일뉴스가 동의 안하는 대목도 많이 있었고, 저도 통일뉴스 논지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통일뉴스를 만들어온 분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10년 동안 이렇게 끌고 왔다는 데 대해서 정말 존경심을 갖고 있다. 통일뉴스의 강점은 논조도 논조지만, 북에 대한 취재력도 다른 매체에 비해서 뛰어나고, 남쪽 내에서도 전문지다 보니까 우선 정보량이 많은 것이 큰 강점이라고 본다.

사실 통일뉴스는 북에서도 읽히는 신문 아니냐. 그래서 남과 북이 같이 접근할 수 있는 매체에 많은 정보가 정확하게 계속 공급되는 일이 참 중요하다고 본다. 사이버공간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이런 소통도 민간교류의 중요한 일부다. 그래서 앞으로 힘들더라도 더 분발해서 많이 애써주기를 부탁드린다. 통일뉴스와 제가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나름대로 연구를 하겠고, 통일뉴스도 제 얘기에 정당한 부분이 있으면 더 받아주시기 바란다.(웃음)

6.15정신

615 유럽공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