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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듯…” 언론·정치·종교 등 각계 조문행렬

 2010년 12월 7일

한겨레  김민경 기자

 

“바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등불’같은 분이셨다.”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 스승이었다.”

 리영희 선생의 빈소가 차려진 5일 고인의 뜻을 기리고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적 스승을 잃어버린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함께 슬픔을 나눴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우리 시대를 밝혀줄 어른이 너무 없는데, 리영희 선생님은 바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등불’ 같은 분이셨다”며 “등불을 비춰줄 사람이 없는 이 혼란한 시대에 가셨으니 더없이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선생님이 가시니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 같다”며 “앞으로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어려운 시절 가장 비판적인 지성을 가지고 살면서,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큰 스승”이라며 “지금 한국 상황에도 리 선생님 같은 분이 꼭 필요한데 너무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임재경 전 <한겨레> 부사장,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등 언론계 후배들이 가장 먼저 빈소로 달려왔다. 이어 한명숙 전 총리,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 정치인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등 시민·사회단체 인사들, 송기인 신부와 퇴휴 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등 종교계 인사, 김세균 서울대 교수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등 학계 인사를 비롯한 400여명의 조문객이 이날 하루 동안 고인의 영정 앞에 분향했다. 조문을 마친 뒤에도 이들은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리 선생 혹은 그의 저서와 얽힌 옛 추억을 반추하며 명복을 빌었다.

 고인의 책 <전환시대의 논리>에 큰 영향을 받았다며 빈소에 달려온 손순호(53)씨는 “3일 전 혼수상태로 누워계시던 선생님을 뵌 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며 “‘정신적 아버지’인 리영희 선생의 마지막 길을 지킬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타까워했다. 1979년 광주교도소에서 고인과 함께 수감됐던 장기수 출신 양희철(66)씨는 “말씀도 잘하고 원만한 성격이던 리영희 선생님이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숨졌다는 소식에 김치를 사서 돌렸던 게 생각난다”며 “언론인으로서뿐 아니라 학자로서 지조를 지키셨던 분인데, 돌아가셨단 소식을 듣고 많이 울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고인을 기리는 발걸음은 인터넷에서도 이어졌다. 고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뒤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는 ‘시대의 스승 리영희 선생 잠들다’라는 제목의 추모글이 올라온 뒤 고인의 평안한 영면을 비는 추모서명이 이어졌다.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누리집의 ‘사이버추모’ 난에도 추모글이 이어져, 이곳을 찾은 시민 서동수씨는 “암흑의 시대, 선생님의 지성으로 그 험난한 길을 지나왔습니다. 영면하십시오. 사랑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고인의 추모 열기가 온종일 이어졌다. 트위터 이용자들도 “노무현 김대중 그리고 리영희. 어두컴컴한 우리나라에 등불이었던 분들이 자꾸 가시네요. 너무 안타깝습니다”(@winfile)라는 글을 올리는 등 리 선생의 타계 관련 기사나 생전의 저작들이 꾸준히 리트위트(RT)됐다.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지는 장례식의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임재경 전 한겨레신문사 부사장은 “리영희 선생은 우리 사회가 가장 어려웠던 1970~80년대 앞장서 진실을 말했던 분”이라며 “고인은 정계·학계·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생활인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존재이기에 장례를 민주사회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장으로, 4일간 치러지는 장례식의 공동장례위원장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고은 시인, 임재경 전 <한겨레> 부사장이 맡았다. 또 민주사회장의 공동집행위원장은 고광헌 <한겨레> 사장, 박우정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 김영훈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남윤인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등 4인이 맡게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68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장례위에 참가했고, 종교계·시민사회단체·언론계·학계 등을 망라한 장례위원도 500여명에 이른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오는 7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교육문화관 1층 메인홀에서 ‘리영희 선생을 기리는 시민 추모의 밤’을 가진다. 이날 추모의 밤에는 리 선생의 강연과 대담 등 생전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 추모노래, 추모시 낭송, 리 선생님에 대한 각계 인사의 회고 등 순서로 우리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를 기릴 예정이다. 하니티브이는 이날 추모의 밤 행사 전체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입원해 있던 고인의 병세가 악화되자 가족들은 5일 0시20분께 병실에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리 선생은 별세 3주 전께부터 정상적인 대화가 힘들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고, 이 무렵 가족들에게 “화장된 뒤 광주(국립 5·18 민주묘지)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인 윤영자(78)씨는 “생일(12월2일)도 잘 치르고 당신의 평전이 나오는 걸 보고 가셔서 내 마음이 그나마 편하다”며 “광주에 묻히게 되면 찾아오는 이들도 많고 함께 묻혀 있는 친구들도 많아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부인 윤씨와 아들 건일(49·삼성에스디에스 부장)·건석(46·녹색병원 외과과장)씨, 딸 미정(48·주부)씨가 있다. 며느리는 강미경(41·씨앤앰 부장)·이윤정(42·주부)씨, 사위는 오석근(49·케이티파워텔 전무)씨다.

 

<각계인사 추모 발언-“내게 리영희 선생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우리 시대를 밝혀줄 어른이 너무 없는데, 리영희 선생님은 바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등불’같은 분이셨다. 등불 비춰줄 사람이 없는 이 혼란한 시대에 가셨으니 더없이 아쉽다.”

  

 · 한명숙 전 국무총리

 “선생님이 가시니까 역사의 한 페이지 넘어가는 것 같다. 앞으로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 마음이 서글프고 안타깝다. 좋은 데 가셔서 편안히 계시길 바란다.”

  

 · 김두관 경남도지사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인, 지식인으로 분단사회를 제대로 보는 시각을 알려주셨다. 역사와 사회 문제를 보는 안목을 키워주신 선생님을 존경한다.”

  

 ·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1970년대 아주 힘들고 어려운 시절 (저서인) <전환시대의 논리>에 쓰신 글을 보고 나를 포함해 많은 젊은이들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인간의 가치, 사회적 정의의 실현을 학자로, 언론인으로 모범적으로 보여줬다. 영원히 추앙받는 20세기 지성이다. 10일전쯤에 문병갔을때 선생님께선 현재 남북문제를 많이 걱정하셨다. ‘잘 닦아왔는데 힘들게 됐다’고. 그러나 ‘또 헤쳐나가겠지’하는 말씀도 하셨다. 마지막 찾아뵀을 때 사모님이 ‘유 서방 왔으니 웃어보라’고 하니 웃으셨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 이정희 민노당 대표

 “리영희 선생님은 우리시대, 사회의 진정한 지식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준 지식인의 표상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선생님의 저작을 읽고 ‘내 머리로 생각한다’는게 어떤 것인지, 이 사회에서 이성에 따라 판단하게 하는 법을 깨닫고 스스로의 힘을 찾게 됐다. 그런 선생님의 역할이 그리워진다. 편안하게 쉬실 수 있길 바란다. 이 사회 지식인, 어른으로 끊임없이 당신이 생각하시는 올바름의 기준을 말해왔고,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할 일을 다했다.”

  

 ·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큰 스승이신 리영희 선생 가신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선생님이 한평생 민주주의, 평화를 위해 희생하셨는데 그 마음을 이어받아 선생님의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

 “선생님이 저희 세대에겐 사상의 은사셨다. 선생님의 책을 통해 한국현대사, 국제관계, 남북관계 보는 법을 배웠고 지식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웠다. 이렇게 떠나신 게 아쉽고 안타깝지만 소신껏 마지막까지 사신 모습을 보면 멋지게 살다간 어른이시다. 인생의 사표로 삼고, 앞으로 오랫동안 기억하며 간직하겠다.”

  

 · 김세균 서울대 교수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착찹하다. 타계 소식을 들으니 눈물이 났다. 어려운 시절 가장 비판적인 사상을 갖고 살았을 뿐 아니라, 당시를 살았던 모든 사람, 특히 젊은이들이 새로운 눈을 뜨게해준 큰 스승이다. 어떤 분도 그런 역할을 못할정도로 큰일을 해내셨다. 예감은 했지만 막상 돌아가셨다고 들으니 한 시대가 끝난게 아닌가 싶다. 현재 한국 상황에 선생님같은 분이 꼭 필요한데, 누가 그 공백 메울 수 있을지…. 아쉽다.”

  

 · 최갑수 서울대 교수(서양사)

 “(자신과 학번이 같은) 서울대 72학번 ‘마당’ 모임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분을 꼽아봤는데 그게 리영희 선생이었다. 그래서 2005년 졸업 30년 모임에 초청했는데 선생님께서 처음 하신 말씀이 ‘건강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식인이라는게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걸 강조하셨다. 70년대 학번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이었다. 냉전시대에 그 냉전을 뛰어넘는 참신한 시각을 주신 감사한 분이다.”

  

 ·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건강이) 안 좋으신 것은 알고 있었고, 얼마전 찾아뵀을 때도 오래 못가실 것을 알았지만 막상 이렇게 가시고 나니 이런 분이 더는 안 계신다는 사실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리영희 선생을 처음 뵌 지가 벌써 40년이 넘었다. 선생님이고, 선배였다. 늘 앞장서서 옳은 말씀을 하고 나갔으니 의지가 됐고 그러면서도 굉장히 다정한 분이었다.”

 

 ·송영길 인천시장

 “대학교 1학년때 처음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된 뒤로 책도 다 읽었다. 리 교수님 좋아한 이유가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비약하는게 아니라 치밀하게 자료 모으고 근거 갖고 시야를 확대해 나갔기 때문이다. 학자로서의 성실함과 철저함, 게으르지 않은 꾸준함이 존경스럽다. 리 교수님 말씀 중 가장 생각나는 건 ‘남북관계 해결 안 되면 일본 종속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제관계·남북관계의 역학구조를 알려주신 분이다.”

  

 ·문성근 영화배우

 “우리의 정신을 일깨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해주신 어른이다. 늘 따라 배우면서 살아왔는데, 지금 이렇게 역사적으로 대단히 걱정스러운 후퇴기에 떠나시니 너무나 안타깝다. 자주적인 민주국가를 만드는데 후학으로서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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