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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통일문화상 - 2011년 수상기념강연

 2011년 6월 17일, 서울

                                           오 인동 / 6.15미국위 공동위원장

 

 

                   < 조국의 남과 북에 드리는 말씀 >

 

남북관계가 잘 되어가면 해외동포들은 뿌듯한 마음으로 조국에 박수를 보내고, 어려워지면 진보계 재미동포는 미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국무부와 상.하원의회를 설득하려고 뛰어다닙니다. 미북관계 좋아지면 남북관계도 좋아지는 것이 전례이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들과 만나 한반도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평화협정촉구건의서를 건네고 또 대통령에게 New Korea 정책건의서와 더불어 면담을 요청하고 나오면서 자부심도 느꼈습니다. 클린턴과 오바마 대통령의 답신도 받아 보았지만 결국 미북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하여 차츰 처량하고 씁쓸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왜 우리 문제를 남북끼리 해결하지 못하고 미국의 선처를 바라면서 초라해져야 합니까?

 

2000년 6.15에서 10.4 선언까지의 7년은 분단대결 50년사를 하나씩 허물어 가는 희열과 희망에 찬 나날이었습니다. 그때는 점잖을 떠는 교만한 미국의 보수인사들도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해/협력/교류의 거대한 파도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은 남북이 해내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통일의 동력은 남북자신에서 나와야 합니다. 조국의 지도자와 지성인들은 올바른 역사인식, 냉철한 시대인식, 우리는 한 겨레라는 민족의식에 바탕을 둔 통일관을 정립하고 국민/인민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이제는 지도자가 과감하게 “통일보다 더 좋은 분단은 없다”는 확신에 찬 얘기를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한반도통일을 원하는 주변국은 없다는 피동적 사고가 아니라, 남북이 원한다고 함께 외치고 나서면    주변국을 뿌리칠 수 있다는 능동적 사고를 불어넣어 주어야 합니다.

민족이란 명제에 주눅 들 필요가 없습니다. ”민족보다 낳은 동맹은 없다”는 진리를,”동맹은 한때이고 민족은 영원하다”는 얘기를 주저할 이유도 없습니다. 남과 북은 역사.문화.정서의 단일민족이라는 동질성의 토대에서‘한강의 기적’도 ‘서해갑문의 역사’도 일궈냈습니다. 설익은 세계화 논리에 취한 남녘동포가 ‘민족’소리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본 남한 보수계 원로인사가 앞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의 민족주의 부활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우리 민족끼리’라는 값진 정신을 왜 혐오해야 합니까?

평양의학대학병원에서 북녘의사/간호원들과 수술복 입은 채 어깨 비벼대며 일하다 보니 동포의 정서가 이렇게 빨리 또 가깝게 다가 올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하나’ 라는 끈끈한 정을 더 많은 남북민중의 교류와 접촉을 통해 체험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한민족의 재량으로 자신을 가지고 세계의 누구와도 당당하게 대하자는 것입니다.

 

 

북측에 드리는 

 

북은 남한과 서방세계에 비합리적, 기만적 독재불량국가로 낙인 되게 방치한 과거를 뉘우쳐야 합니다. 북이 밖에서 보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면 이제는 능동적으로 고정관념을 바꿔 주어야 합니다. 1994년 제네바북미기본합의에서 시작해서6자회담 9.19공동성명 합의를 어긴 측이 북이 아니라면 실례를 들어 진지한 어조로 밝혀 남측과 세계에 알려야 합니다. 핵폐기가 다음 단계로 진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말할 때 2.13합의를 안 지킨쪽이 어느쪽인지도 가려내야 합니다.

 

적절한 때마다 불거졌다 슬그머니 잠잠해지고 마는 마약과 위조달러 생산국이란 딱지도, 사실이 아니라면 떼어버려야 합니다.  사건이 일어나거나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곧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말과 글로써 진실을, 조선글로서뿐 아니라 영문 등 외국어로 서방언론매체에 기고해서 알려야지요. 강소국이 강대국횡포의 벽을 넘기 어렵지만 적어도 남한동포들에게는 알려야 합니다. 더 이상 혼자서 ‘우리식대로의 원칙’만 지키면 진실은 밝혀진다는 오만이나 태만을 계속한다면 손해만 봅니다.

 

남녘국민이 북에게 퍼주기만 했다는 말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민족의 공생/공익을 위해 남측에 영토까지 내주며 ‘더 크게 퍼주었다’고 생각하는 금강산, 개성공단 얘기도 차분하게 말 할 수 있겠지요. 남한은 북에 땅 한 평이라도 내 줄 수 있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고.

 

남측이 식량을 지원해 주었더니 원자탄으로 돌아왔다고 하는 것이 남녘국민들의 강한 비난입니다. 왜 핵무기를 개발했는지 그 이유를 성실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이 복잡한 일을 역지사지의 예로 얘기할 수도 있겠지요. 전쟁 뒤 아직까지 미국이 북에 그래왔듯이 만약‘남녘에선 미군이 철수하고 북녘에 주둔한 중국군 몇 만이 원자포와 미사일을 배치하고, 매년 조.중연합 대남군사훈련을 하며 위협한다’면 남녘도 핵/미사일 방위수단을 생각 안 했겠느냐 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북의 핵은 남한을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님을 밝히고 그래도 남한국민들이 못 미더워 한다면 이라크와 리비아의 경우와는 다르게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예방하고 있다는 논리도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겠지요. 북은 김일성 수령의 유훈이라는 참된  ‘한반도비핵화’의 뜻을 남과 함께 힘 합쳐 이루자고 제안해야 합니다.

 

북의 미군철수 주장에 대해서도 입장을 바꿔서‘조선은 중국과 동맹을 맺고, 남한은 바다 건너 한참 먼 미국과 동맹관계라면, 남한은 위협적인 중국군 철수하라고 안 할 것이냐고? 또 북의 군사작전권을 틀어쥔 중국이 남한과 맺은 정전협정을 반세기 이상 그대로 붙들고 있으면, 남측은 중국에 평화협정 하자고 요구하지 않을 것이냐고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남한과 중국 사이에 낀 군사주권도 없는 북이 계속 중국 눈치만 보고 있다면 말입니다.

 

남한정부가 동포애로 지원해준 식량에 대한 감사표시도 제때에 하면 남한 국민은 또 화답할 것입니다. 허나 또 그 식량은 모두 인민군대로 들어간다고 비난하면, 이것도 사실이 아니라면 설명을 해야지요. 사실이 아니기에 설명할 필요도 없다면 오해는 깊어만 갈 것 아닙니까? 북의 식량수요는 약 550만 톤인데 이중 450-500만 톤은 자급자족하고 있으며, 110만 인민군이 먹는 식량은 25만 톤이라는 간단한 수치도 말해 줄 수 있겠지요. 그러면 또 남한국민이 이번엔 식량은 평양에 사는 노동당 간부들이 다 전용한다고 하겠지요. 노동당 간부는 2백여만의 도시 평양에 보다 전국 각 지방에 더 많이 산다는 사실도 상기시켜줄 수 있겠지요.

 

아프리카 나라에 식량지원하며 분배감시 요구한다는 얘기 못 들었지만 지원자가 원하면 모욕이라 생각하지 말고 당당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하나는 전체를 위해, 전체는 하나를 위해”라는 정신 따라 나눠 가지며 사는 곳이 북의 진면목이라면 상대가 이해하도록 보여주어야 합니다. 고난의 행군시기도 이겨왔다는 신념을 갖고 말입니다. 지독한 인권탄압국가라고 북을 지탄하는 남녘보수층의 비난에 대해서 할 말은 무엇인지도 알고 싶네요.

 

개혁/개방은 왜 안 합니까? 하고 있다면, 자신의 처지에 맞는 방법으로 하고 있는 실례를 보여주며, 다시 역지사지의 논리로, 예컨대‘중국의 무력위협과 경제적 압박고립정책으로 외자차관도 교역도 봉쇄 당한 남한에 북이 왜 개혁/개방 안 하냐고 다그치면 뭐라 답할 것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 상태에서 자주와 사회주의체제를 지키려는 남한이 개혁/개방을 쉽게 할 수는 없겠지요.  베트남은 통일하고 다이모이, 중국은 분단대결 걱정 없어 흑묘백묘의 개혁/개방 한 것입니다.

 

남녘에 대고 거칠고 위협적이며 전투적인 고음/강성방송만 되풀이 하는 것도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 북의 지도층도 인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하려고’애쓰고 있는 정상적인 우리겨레 사람들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설득력 있는 어조로 말해야 합니다. 금지구역을 무단으로 넘어 피살된 금강산 관광객사건에 대한 북의 적절한 유감표명이 남녘국민에 여러 이유로 전달되지 않았고, 연평도 포격전에서 북의 인명피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잘 알려진 남측민간인명피해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유감표시는 남북관계를 호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은 좀더 연구해 가며 진위가 가려질 때를 기다려야겠지요.

 

이렇게 해서 북은 울타리 안 인민들의 통일교육을 넘어서 통합의 상대인 남녘 국민들의 마음도 얻어야 합니다. 다 같은 겨레인 남녘동포도 북녘형제가 국제적 불량아로 인식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북녘 인민들도 남녘만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란 것을 남녘국민이 이해할 때 화해/협력/교류는 쉬워지고 통일의 희망은 커집니다. 북의 원칙에 입각한 자주성/자존심으로 중국, 소련, 미국과 맞서 결국은 이겨내어 온 실력을 격려하는 남녘과 해외동포들도 많습니다.

 

 

남측에 드리는

 

남녘의 기업인과 과학자들은 세계를 휘젓고 다니며 경쟁해서 건설업에서 시작해서 조선, 자동차, 전자산업 등으로 괄목할 경제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한편, 언제나 나라 안에서는 힘 쓸 수 있는 수구정치가, 반공과 안보의 성역에 안주하며 미군 밑에 기어온 군 지도부, 한글로만 쓰기에 세계와 경쟁할 필요가 없는 일부 언론이 국민을 오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을 하는 많은 분들은 주변국의 이해니 국제관계의 역학에서 우리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아니라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90년대 중반, 영변의 핵시설 문제로 북에 오래 체류하던 미국관리와 함께 남녘 어떤 연구소에 갔었습니다. 미국명문대학 출신 박사들이 그에게 북에 대해서가 아니고 미국은, 중국은 하며 주변국의 입장부터 묻더군요. 정작 알려고 노력 해야 할 상대인 북의 입장이나 현실보다는 미국이 뭐라고 할까부터 생각하며 그에 맞춰 대북정책논리를 펴려는 것 같았습니다.

 

미국에 살다 보니 별일 다 봅니다. 참모총장을 지낸 분, 국회외교통일분과 의원, 통일연구가라는 분들이 미국 주류사회 세미나나 연구소에서 보여주는 사대주의적 언행은 같은 동포로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90년대 중반 미.한 전.현직고위관리와 전문가들의 비공개 모임에서 발제/토론하는 남측 인사들의 비굴한 자세를 보고 저는 자연과학도로서 그들에게 가졌던 경외심을 다 떨쳐버렸습니다. 고교시절 선조들이 중국에 사대하며 산 역사를 통렬이 비난하며 비분강개했던 생각이 나더군요. 그 뒤 북에 가보지도 않았고 우리겨레의 정서도 모르는 서방세계 전문가들의 칼럼에 대단한 비중을 두는 것을 볼 때나, 북녘인사라고는 탈북자 밖에 만나보지 못한 것 같은 보수계 연구원, 교수, 신문논설위원들이 북에 대해 쓰는 글을 볼 때, 역량이 넘치는 남한이 왜 제 역할을 못하고 헤매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우리나라 중심의 정책을 근간으로 밀고 나가면서 주변국을 조율하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두려워하는 사고 자체가 문제로 보였습니다. 굶어 죽어간다고 얕보는 북은 어째서 미국과 맞서 비록 손해는 보지만 결국은 끌고 가고, 풍요롭다는 남한은 뭐가 모자라서 끌려 다니는지 안타까웠습니다. 북은 벼랑끝 망나니 짓만 해서 그렇다고요? 그럼 남녘은 망나니가 아니어서 미국이 하라는 대로만 합니까? 어느 보수인사는 북을 빗대어‘자주가 밥 먹여주나?’한다더군요. 그러면‘사대는 밥 먹여주나요?’ 자주와 주체성을 입에 달고 살아온 북이 해방 뒤 30 년을 남녘보다 더 잘살았던 것은 어째서 입니까? 최근 30년의 경제발전으로 잘 살게 된 남한동포의 졸부행세는 더 크고 잘사는 미국에 사는 동포의 눈에는 가련해 보입니다.

 

‘제 나라 사람을 굶겨 죽이는 정권은 망해야 한다’는 것이 보수층의 든든한 입심이더군요. 맞습니다. 그런 정권 빨리 망하는 것이 좋지요. 그런데 망해 줍니까? 90년대 후반에 북에선 백만이 굶어 죽었다지요? 60년대 중국에선 천만이 굶어 죽었답니다. 그래서 중국이 망했습니까, 아니면 앞으로 북이 망할 건 가요? 중국은 지금 미국 넘어 강국으로 가고 있으니, 혹여 북도 저들 말대로 강성대국 될까 두렵지는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커진 국력으로 서로 버티며 통일만 지연시킬 것 같아 안타까워서 하는 말입니다. 북의 3대세습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지도자가 누가 되던 남측은 결국 그와 상대해야 하니 그 체제 안의 특성으로 치부해 두는 것이 분단소멸에 도움 될 것입니다.

 

북의 붕괴설은 20년 전 김일성 정권시절부터의 얘기이니 기대하지 말고, 남한사람들 애써 번 큰 돈, 분단유지 하느라 낭비 말고 함께 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매년 미군 주둔비로 20억 달러 쓰는 것은 괜찮고, 북에 2-4억 달러 퍼준 것만 억울하다고 생각합니까? 소련에 30억 달러 퍼준 적도 있고, 일본과 북이 수교하게 되면 40년 강점의 보상으로 100억 달러 정도를 배상한다지요. 그런데 남한에선 국방비 포함 분단유지비로 매해 수백억 달러를 퍼 쓰고 있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나요? 이 돈을 남한실업자 구제에 쓴다면 국민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대단할 것입니다.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도 북과 함께 한다면 주변국을 조정하며 더 큰 국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 체제상 북은 통일에 대해 한 목소리로 나오고 있지만 남한에선 백가쟁명입니다. 민주주의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역사의 전진을 견인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남한 진보지성인들은 보수층이 혐오하는 진보의 논리를 평이한 말과 글로 이해 시켜야 합니다. 80년대 90년대에 주장하던 진보의 논리도 당시 보수층에 의해 비난 받고 조롱 당했습니다. 그러나 그 10년 20년 뒤인 2000년대에 알게 모르게 일반화 되어 있는 것을 봅니다. 어차피 역사는 이렇게 진전해 가는 것이니 인내심 가지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한미공조로 이뤘다는 세계경제10위권”의 역량으로 어려운 북과 민족경제공동체로 나가는 줄 알았는데, 북을 중국으로 내몰아 ‘조중공조 강성대국’ 만들어 주게 된 것 같습니다. 지난주 평양 고려호텔에서 본 손님의 거의 모두는 중국인이었습니다. 남측이 차단하니 북녘엔 아무도 안가는 줄 아는데, 아닙니다. 유럽, 남미, 중동 사업가도 보았습니다. 남북관계가 극도로 나빠진 현 상태로는 정부가 교류/협력 사업이라도 시작 하려면 훨씬 크게 <더 퍼주어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미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에서 그렇게 제안 했다는 얘기도 들리더군요. 그러니 이대로 가다가는 <잃어버린 10년> 이라는 구호와 더불어 ‘대북압박정책 3년 여’에 <중국에 잃어버린 북한 5년>이 될 처지입니다. ‘화해/협력 7년’으로 북과 동행하게 되었었는데, 한푼 못 건지고 다 잃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국격을 높인다는 G-20, 핵안보정상회의 등 <허장성세 행사5년은 북한 잃은 5년>이 될까 두렵습니다.

 

‘한미 찰떡공조’와‘한중 갈등고조’를 잘 조율해야겠고, 천안함사건 5.24조치로 ‘한반도의 섬 아닌 섬이 된 남한’의 대륙진출활로도 찾아야겠지요.“천안함 폭침 맞고 스텔스무기 사고”,“연평쑥밭 되어 미사일방어체계”하고, “국방개혁 307” 해서 국방비 늘인다고 합니다. 65만 국군에 300억 달러 쓰면서도, 110만 인민군에 50억 달러도 못 쓰는 북을 제어 못한다는데 500억 달러 쓰면 할 수 있을까요?  건군 60여년에 주권국가의 기본권인 작전통제권이 없는 남한이 어떻게 북과 대등하게 대할 수 있겠습니까? 핵과 미사일의 비대칭 군사력에 대항해‘남핵도 해야 한다’는 소리도 들리는데 미국이 들어 줄까요? 가장 확실한 안보는 군비확충이 아니고 군비축소 해서 평화체제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국민이 알고 있나요?

 

 

남.북.해외가 함께

 

2차대전 뒤 분단국 중 통일을 못한 나라는 우리 밖에 없습니다. 남측국민들이 낮게 보는 베트남도, 높이 보는 독일도 자신의 힘으로 통일했습니다. 분단 상대방이 서로 힘 합쳐 해냈습니다. 두 나라 모두 당대에 생긴 분단, 당대에 해결했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분단지속의 근본원인은 외국군대가 동맹이라는 미명 아래 반도의 한쪽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조선이 결심’하면 한 뜻으로 한다지요? 왜 남북이 만나 흉금을 털어 놓고 얘기 못하겠습니까? 소통 잘하면 신뢰할 수 있습니다. 우리 겨레 모두가 원하는 일입니다.

 

지난 몇 년, 평양의대병원에서 만난 순박하고 정 많은 의사선생들, 때 묻지 않고 마음씨 고운 간호원들, 체하거나 척하지 않고 수수한 국가관료들 모두가 다 같은 동포임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단지 어려운 처지에서 무엇이던 필요하고, 많이 받을수록 더 고마운 의료품을 아껴 쓰고, 또 쓰고, 수선해 쓰는 것을 보며 더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나게 하는 곳입니다. 차마 내 수술가방을 가지고 오지 못하면서도 느끼는 보람은 가슴을 벅차게 합니다. 이들과는 통일, 다했습니다. 실감 못하겠다면 저와 함께 한번 가보십시다.

 

분단이래 남북은 통일연습을 꽤 해왔습니다. 6.25전쟁 같은 연습은 더 할 필요 없고,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기초연습은1972년에, 남북기본합의서 같은 구체적 연습은1992년에 해놓았습니다. 한편 남북은 서로 적화통일/흡수통일의 망상도 연습해 보고,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으로 통일방안까지 마련했고, 실천적 연습을 하자는 2007년 10.4선언까지 왔던 것입니다. 10.4합의 따라 보수된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달릴 수 천대의 열차/화물차, 서해의 남포/동해의 안변을 향해, 또 해주항을 들락거릴 무수한 대형선박들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 차와 선박들이 가져올 경제적 이익은 남북공동체 경영의 토대가 되는 것입니다. 서해엔 평화가 깃들고 개성공단식 사업은 더 늘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상호 경제적으로 예속되어야 합니다

 

분단 66년에 할 짓 못할 짓 다 해본 마당에 이제 무슨 짓을 더 해야겠습니까. 통일 짓 말고는. 이 한심한 분단 노릇 접읍시다. 통일 잘 하려면 남과 북만의 얘기를 조용히 나눠야 합니다. 경제는 언제 어느 인간사회에서나 문제입니다. 허나 분단국 우리의 문제는 분단소멸이지 경제가 아닙니다. 남이던 북이던 1인당 개인소득이 1천 달러이었던 때도, 2만 달러인 지금도 살만큼 살고 있습니다. 3만 달러가 되어서도 분단이 계속되고 있다면 그때도 우리에겐 통일의 멍에가 가장 무거울 것입니다. 분단은 정치적 악의 근원이며, 사회적 부조리와 모순은 모두 분단에서 기인한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남과 북, 모두 병든 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리 치료하는 이 정형외과의사의 말입니다. 한발로 서자니 불안정하고 자신이 없습니다. 남과 북이 한발씩 굳게 딛고 균형을 이루어 서면 모국의 앞날이 창창할 것입니다. 이상이고 감성일 뿐이라고요?

인류역사의 모든 대업은 이상적 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통일의 이상을 실천해 가는 과정에서 현실의 장벽에 부딪쳐 그 가지들이 잘려나간다 해도 이상의 본줄기는 끝까지 지켜나가야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의 대업을 이루게 됩니다. 그날을 위해 남. 북. 해외 함께 갑시다 이 길을. 함께 엽시다 새날을. 저도 제 몫을 하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6.15정신

615 유럽공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