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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기 5초 전 미국...정말 이 정도였나

[서평] 김광기가 쓴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2011년 10월 5일

오마이뉴스  

 

 

▲ 타락한 금융자본주의와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면서 시작된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최경준

 

최근 뉴스에서 들려오는 미국 소식이 심상치 않다. 미국 경제가 어렵다는 말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요즘에 들려오는 이야기는 어려운 정도가 아닌 것 같다. 탐욕스러운 월가를 비난하는 시위에 실업자 청년뿐만 아니라 평범한 미국인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를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내게도 지금의 미국 상황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최근에 출판된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는 지금 들려오는 미국 이야기가 단순히 지나가는 불황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신문기사, 잡지, 논문 등 여러 사례를 들어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위기 상황을 보여주고, 2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야기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저자의 진단을 담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받은 느낌은 상당히 충격적이라는 것이었다.

 

위기에 빠진 미국

 

1부 1장에서 저자는 미국의 고속도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거대한 미국 땅을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는 자동차도로인 자유로(freeway)는 미국인들의 자유를 보장하는 상징이었는데, 최근 매끄럽고 깔끔했던 아스팔트 도로들이 자갈 등과 비슷한 딱딱한 자재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원인은 주정부의 재정악화인데, 돈이 없어서 비용이 많이 드는 아스팔트 도로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갈로 대체하거나 그냥 방치한다는 것이었다.

황당한 이야기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LA 시의회가 집집이 키우는 수탉의 수를 한 마리로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했다는 내용을 담은 1장의 네 번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 책이 정말 미국을 분석한 책이 맞는지 다시 한 번 책을 덮어 표지를 확인하게 된다. 경기 침체로 실업이 늘면서 육류를 소비하기 힘들게 된 이들이 달걀과 닭고기를 얻으려 집집이 닭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다른 심리적인 요인도 있지만 이 역시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주정부에 돈이 없어서 교도소에 수감 중인 범죄자를 석방한 이야기, 재정 악화로 주 4일제 수업을 하고 서로 다른 학년을 한 교실에서 가르친다는 이야기 등을 읽다 보면 기러기 아빠와 기러기 엄마들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것인지 걱정스러워 진다. 그리고 저자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추진한 디지털 교과서 도입 문제를 우리나라 언론이 올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했다.

2009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학교에서 종이책을 퇴출시키고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종이 교과서를 찍어낼 돈이 없어서 이런 정책을 시도했던 것인데, 이것을 우리나라 언론들은 선진적인 정책으로 보도했다. 저자는 미국에 대한 환상과 선망, 부러움이 녹아있었기에 이런 잘못된 보도가 나온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미국은 현재 연방 정부건 주정부건 재정 위기로 모두 다 망하기 5초 전인 상황에, 미국인들은 상당수가 실업자이고, 중산층도 몰락해 가고 있는 등 총체적인 난국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사실일까? 혹시 저자가 뼛속까지 반미주의자라서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늘어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저자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라 오히려 친미에 가까운 사람인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런 총제적인 난국의 결과 '미국적인 가치'들도 붕괴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는 저자의 탄식이 곳곳에서 들리기 때문이다.

 

심각한 위기인 이유, 미국적 가치의 붕괴

 

▲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 동아시아

저자가 안타까워하는, 붕괴하고 있는 '미국적 가치'의 첫 번째는 '정직'과 '신뢰'이다.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맺어진 신뢰는 '확신'이고, 아무런 연관이 없는 낯선 이인데도 믿어주는 것이 '신뢰'인데, 미국은 그동안 이 '신뢰'가 살아있는 사회였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미국 사회에서 이 신뢰가 깨어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처럼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사회에 신뢰가 깨어지면 홉스가 말한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무서운 사회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런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더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저자는 '승자 독식'의 세태를 지적하고 있다. 승자만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세태 때문에 운동 경기에서도 약물 복용이 만연해 있고, 교육 현장도 우리나라처럼 능력보다 스펙을 중시하는 경향성이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승자독식의 문제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장이 바로 월가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은행을 살려 놓았는데도 경영자들에게 천문학적인 액수의 보너스를 주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기사를 몇 번 보았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월가의 사람들은 이런 일이 부도덕하다고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이들을 단속해야 할 연방정부도 바로 이런 거대 금융기업의 후원금을 받아 당선된 대통령에, 이런 기업들 출신의 각료들이 버티고 있어서 솜방망이 처벌밖에 하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위 공직자가 퇴직한 후 일정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관련된 업계의 일을 하면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그런데 미국을 그런 제한이 없기에 어느 날에는 법무부 장관을 하던 이가 어느 새 골드만삭스의 임원이 되어 있고, 다시 정부의 각료로 돌아오고 하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이러니 거대 금융기업을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본받아야 할 국가일까?

 

그럼 왜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는지, 국민들은 왜 가만히 있는지 의심스러워 질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공교육이 '예스맨'을 양산하기에 저항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격한 법을 만들어 법에 저항하면 엄청난 처벌을 하고, 어릴 때부터 무조건 규칙을 준수하는 교육을 시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법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저항해서 바꿔내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악법도 법이므로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내면화시키기에 무조건 법에 순종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앞표지 광고 문구에는 "미국을 읽다가 대한민국이 걱정되는 책"이라는 구절이 있다. 정말 광고 문구대로 우리나라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미국인데, 우리는 뭐든 미국을 따라하지 못해서 안달이 아닌가? 우리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미국을 기준으로 삼고 미국을 추종해 나가야만 할까? 미국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던 이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하는 비판이기에 가볍게 흘려듣고 넘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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