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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공위성 로켓 발사와 북미관계

 2012년 4월 20일  

                                                                                창비주간논평

 

 

백학순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미 양국은 2012년 들어 2·29합의에 성공했지만, 북한이 은하 3호 로켓에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탑재하여 발사함으로써 합의 이행이 어렵게 됐다. 본 논평에서는 2·29합의의 임시변통적·방어적 성격을 규명하고, 합의 과정에서 드러난 로켓 발사 관련 의문점들을 살펴본 후, 미국 대선정국하에서 향후 북미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지 전망해보기로 하자.

북미 양국은 2011년 7월부터 북미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여 반년여 만에 2·29합의를 만들어냈다. 이는 2007년 가을 6자회담에서 10·3합의가 채택된 이후 거의 4년 반 만에 이뤄진 북한 핵 및 미사일 관련 합의였다. 이 기간에 북한은 2009년 4월 은하 2호 로켓을 이용해 인공위성 광명성 2호를 발사했고,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강력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이 바로 다음달인 5월에 제2차 핵실험을 하자 곧이어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됐다. 북한은 이에 반발하여 우라늄 농축과 자체적인 경수로 건설을 천명했고, 1년 반이 지난 2010년 11월에는 관련 시설을 공개하는 등 핵과 미사일 문제는 악화일로를 걸었으며 북미 양국의 불신은 깊어만 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양국간 대화와 협상의 필요성은 커져갔고 결국 2·29합의가 탄생됐다.

2·29합의의 임시변통적·방어적 성격

2·29합의는 10·3합의와는 그 수준과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 2007년의 10·3합의는 2005년의 9·19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제2단계 행동조치를 담았다. 9·19공동성명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바이블(聖典)'이라고까지 일컬어졌다. 10·3합의는 그것을 이행하기 위한 6자회담의 합의였던 것이다. 한편 이번 2·29합의는 북미 양국간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목적으로 합의된 것으로서, 핵과 미사일 문제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관련 활동의 '유예'를 규정한 임시변통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사실상 2·29합의는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으로서는 3대 세습의 완성을 통해 국내정치의 안정화를 이룬 다음 미국에 대해 화해 제스처를 취하면서 '식량지원(영양지원)'을 얻기 위한 것이었으며,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재선을 위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대선과정에서 외교안보 부문의 골치 아픈 이슈로 등장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통제 메커니즘'으로 마련한 것이었다.

2·29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양측은 모두 한반도에서 6·25전쟁 종전과 평화체제 구축, 그에 따른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 북미국교 정상화 등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은 하지 않았으며, 또 양측 공히 합의가 깨어질 경우 각자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어적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는 오랫동안 깊어진 불신을 미처 떨쳐내지 못한 상황에서 마련된 2·29합의가 임시변통적·방어적 성격으로 인해 그만큼 깨어지기 쉬운 합의였음을 말해준다.

합의 둘러싼 상반된 주장과 양국의 속사정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계획에 대해 미국을 속이면서 2·29합의에 이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김일성 탄생 100주년 경축을 위해 인공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며 이는 장거리미사일 발사가 아니라고 사전 예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북한이 예고대로 로켓을 발사하자 미국은 2·29합의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유예'에는 인공위성 로켓 발사도 포함되며 이는 유엔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미국측 협상자들은 북한측이 고위급회담에서 '로켓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비공식적 차원의 설명을 했으나, 북한은 그러한 주장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관련 쟁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왜 2·29합의문을 발표했을까? 언론 보도에 의하면, 미국은 합의문에 ‘위성 발사 중단’도 명시하려 했지만 북한이 반대해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한다. 북한은 자신이 2·29합의에서 '유예'를 약속한 핵실험 및 농축우라늄 활동,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지극히 중요한 안보이익이고, 특히 이 합의로써 미 대선기간에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관련 활동을 '동결'시키는 성과를 낸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예고대로 로켓 발사를 한다 해도 미국은 결국 2·29합의를 깨뜨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추측했을까.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계산은 무엇이었을까? 공화당 측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어 본격적인 대선 캠페인이 시작되기 이전에 북한 관련 문제에서 낼 수 있는 성과를 최대한 내면서 동시에 2·29합의라는 '통제장치'가 작동해 북한이 대선기간에 주요 외교안보 이슈로 등장하지 않기를 희망하지 않았을까. 미국은 북한이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인공위성 로켓 발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북한이 2·29합의를 위반하면 당연히 공화당 측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적 무능'을 공격할 것이고, 이때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경 적대시정책으로 전환하면 어느정도 자신의 입지를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렇잖아도 이란 핵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북한 문제에 대해 손놓고 있다가 대선 가까운 시점에서 북한의 도발로 큰 상처를 입기보다는 일단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미리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 틀림없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한 이후에는 어떤 합의든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미간 합의와 발표 시점은 늦어도 4월 이전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2·29합의로 나타났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더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지겠지만, 아무튼 북미 양측은 서로의 입장이 수렴되지 못하고 평행선을 긋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합의문을 각각 발표해야 할 각자의 사정이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 나중에라도 이와 관련된 여러 의문점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다.

수령 지위에 오른 김정은, 재선 캠페인 중인 오바마

향후 북미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북미 양국 지도자들의 생각과 이익, 그리고 그들 각자가 처해 있는 국내외 환경에서의 주요 요소를 살펴보자.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은 올 4월로 수령제하의 북한정치에서 전통적으로 수령이 갖는 당과 군, 국가의 모든 '최고 수위' 직책에 취임했다. 김정은은 명실공히 최고 권력자로서 본격적으로 권력의 안정성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제 개혁·개방과 대외협력을 통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추구하고 한반도에서 북미회담, 6자회담 등을 통해 전쟁과 평화 문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자신의 시대를 개막하는 일만 남아 있는 셈이라 하겠다.

이에 비해 오바마 미 대통령의 경우 임기 말년에 레임덕 현상을 겪으면서 모든 관심이 재선에 맞춰져 있다. 재선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경제회복이 필요하고 외교안보 부문에서 큰 타격을 피해야 할 처지다. 일자리와 실업률 등 경제상황을 보면, 2010년 10월부터 일자리의 창출이 소멸보다 더 많아졌고, 한때 10%를 기록하던 실업률도 2011년 10월부터는 8%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 3월에는 일자리 창출이 올 2월에 비해 그 절반에 불과하고 실업률도 8.2%를 유지하긴 했으나 이는 주로 백인여성들이 구직을 포기함으로써 생겨난 현상이었다. 높은 휘발유값도 유권자들에게는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외교안보 부문에서는 이란 핵, 아프간전 및 파키스탄, 국방비 지출, 중국과의 경쟁 등이 주요 현안이다. 그러나 만일 2·29합의가 폐기되어 북한이 우라늄 고농축에 성공하고 그것으로 핵실험을 하고 또 대륙간 탄도탄 시험발사까지 한다면 북한 문제가 대선에서 주요 외교안보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될 것이 확실한 롬니는 이번에 북한이 인공위성 로켓을 발사하자 이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적 '무능'을 비판했다.

오바마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은 무엇일까? 북한의 장거리미사일의 기술 발전보다 훨씬 큰 문제는 북한의 핵능력 강화다. 따라서 그는 어렵더라도 2·29합의를 이행할 것인가, 아니면 대선정국에서 자신에 대한 공화당 후보의 공격을 무디게 할 요량으로 더욱 강력한 대북 적대시정책을 쓸 것인가. 4월 13일자 미 국무부 일일 브리핑 내용을 보면, 미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로 2·29합의가 깨졌고 그 이행이 중지되었다면서, 북한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포용정책으로 ‘보상’하지 않을 것이며 '대화 자체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로켓 발사 문제를 유엔안보리로 이관하여 다루는 한편, 향후 6자회담 참여국들이 일치된 목소리로 신중하게 다음 수순의 행동조치를 할 수 있도록 일본, 한국, 중국, 러시아와 집중적으로 상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편, 4월 16일 유엔안보리는 북한의 로켓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대북제재를 강화한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문제는 지금 2·29합의가 깨지면 미국에서 다음 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놓을 내년 3~5월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질적으로 부재한 상황, 달리 말해 북한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대선정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취할 북한에 대한 제스처는 기본적으로 임시변통적이고 방어적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이러한 실패를 가져올 것을 미리 몰랐단 말인가.

2012.4.18 ⓒ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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