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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공동 번영의 토대를 마련할 SOC 경협

<새연재> 곽동기의 통일경제 (5)

 2012년 9월 24일  

                                                                            통일뉴스 / 곽동기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선생의 이 글은 통일뉴스 2012년 9월 24일에 <연재>되었다.

 

연재를 시작하며

2012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미 유력 대선주자들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비롯한 대북구상을 밝히며 대선채비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남북관계는 중요한 화두로 제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차기 정부의 남북관계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민족은 이명박 정권 5년간 자행된 남북관계 파탄을 철저히 계산하고 새로운 단계의 남북관계로 진입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협력도 단순 대북지원이 아니라, 남북협력으로 한국경제가 살아나는, 남북경제공동체의 방향으로 접근되어야 합니다. 남북은 단순 임가공을 뛰어넘어 경제공동체, 통일경제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정치담론도 무르익고 있습니다.

남북경제공동체의 가능성과 그 효과를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통일경제는 출로가 막힌 한국경제의 탈출구입니다. / 필자 주

 

목차

1. 경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 세계자원전쟁, 남북협력으로 극복하자  
3. 에너지 위기 돌파할 서해유전협력 
4. 식량주권 시대, 이제는 통일농업이다
5. 민족 공동 번영의 토대를 마련할 SOC 경협
6. 통일의 열차 경의선
7. 대륙경제시대를 여는 남북물류 혁명

8. 창원공단을 능가하는 개성공단
9. 정체된 조선업, 남북협력으로 돌파
10. 재벌에 맞설 중소기업의 필살기

11. 우주강국 통일코리아
12. 눈앞에 펼쳐질 통일 관광대국
13. 새롭게 주목할 북한경제특구

14. 경제회생의 보검 6.15/10.4 선언

 

 

민족 공동 번영의 토대를 마련할 SOC 경협


▲ <그림 1> 2006년 개성공단 개발현장. http://okfashion.co.kr 2006년 6월 9일 보도.


2006년 개성공단 개발현장.

공업단지 조성을 위한 대형 배수관이 매설을 기다리고 있고, 각종 장비와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개성공단은 남북이 처음으로 협력하는 대규모 산업 시설이다. 남과 북은 1990년대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을 시작으로 건설분야 협력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SOC, 사회 간접 자본은 도로와 철도, 항구 건설에서 산업, 주거 등 각종 터를 닦고 그 위에 공장과 주택을 짓는 것, 그리고 산과 강을 정비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국토개발보전까지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광범위한 SOC 건설 사업이 남북협력으로 진행된다면 그 정치, 경제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집권 후, 남북의 건설협력은 사실상 정체되었다.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였지만, 건설업은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건설업은 ‘4대강 사업’이 한창인 2009년 무렵,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009년부터 시작된 건설업계 구조조정은 3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2년 9월 현재 시공능력 기준으로 상위 100위권 건설사 중 23개사가 이미 워크아웃에 들어갔거나 법정관리 상태다. 건설업은 명백히 한국 경제의 문제아로 전락하고 말았다.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한국 건설업

한국은행은 8월 27일 발표한 ‘한국 건설업계에 대한 현황진단 보고서’에서 한국 건설업계가 이른바 ‘성숙기’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성숙기’라는 말은 건설업계가 구조적인 불황에 들어갔으며, 대규모 산업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한국건설업계가 구조적인 불황에 직면했다는 징후는 다양한 자료에서 입증되고 있다. 인구대비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은데다, 인구도 이제는 줄어들 태세이다. 앞으로 주택을 지어도 살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앞으로 신도시 조성과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주택 건설사들이 할 수 있는 사업은 기존 주택 유지보수, 소규모 재개발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 <그림 > 한국 도로 포장률 및 총도로연장
(자료 :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8월 28일 발표)


정부가 발주하는 SOC 건설투자도 전망이 어둡다. 주택투기가 힘든 상황에서 건설회사들을 먹여 살리려면 또다시 4대강 사업 같은 억지 프로젝트를 하던지 멀쩡한 도로를 뒤엎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대표적인 사회간접자본인 도로건설과 유지보수가 최근 5년 간 연평균 0.6% 증가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건설업계가 장기침체에 빠지자 건설기계를 다루는 노동자들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2011년 여름 총파업 투쟁 시 덤프트럭, 레미콘, 굴삭기 등 건설 중장비가 포화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건설기계 노동자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노동기본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며, 건설부문의 과당경쟁으로 만성적자, 신용불량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그야말로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된 상황이다.

국내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되자, 재벌 건설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려 빠져나가고 있으며, 중소 하청 건설업체들과 영세 건설장비 임대업자,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땜질식 처방을 끝까지 고집할 경우 한국 건설업계는 중소기업들부터 줄줄이 도산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가장 커다란 피해를 입는 계층은 건설업에 종사하는 대다수 노동자들이다.

높아만 가는 북한 SOC 투자 수요

이 상황에서 눈을 북으로 돌려보자.

북한의 SOC 투자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는 듯하다. 북한은 이미 2000년대부터 청년영웅도로(평양-남포 고속도로), 강원도 임남댐, 안변청년발전소, 평북 태천발전소, 자강도 희천발전소, 개천-태성호 수로공사 등 대규모 토목공사부터 평양 창전거리 조성사업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건설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중앙일보가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한 5월 8일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4월 27일,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의 요구에 맞게 국토관리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데 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발표한 논문은 평양시와 지방도시 건설로부터 토지관리와 보호사업, 산림조성과 보호관리, 물 관리, 도로 건설, 환경보호 사업 등 사실상 SOC 전 분야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를 망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를 바탕으로 ‘국토관리 총동원운동’을 전개하여 SOC 건설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또한 북한이 서해안 선천 앞바다의 여러 섬을 연결하여 대규모 간석지를 확보하는 ‘홍건도 간석지 건설’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통일뉴스에 9월 7일자로 보도되었다.

▲ <그림2> 고층 빌딩 건설이 한창인 평양 만수대지구. 2011년 9월의 광경. [통일뉴스 자료사진]


이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볼 때 북한이 2012년부터 김정은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SOC 투자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북-중 경제협력도 북한지역 SOC 개발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8월 13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50명의 대규모 수행단을 중국에 파견하여 나선지구 활성화 등을 포함한 경제협력 확대를 합의하였다. 이미 신압록강대교를 착공해 2014년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북한과 중국은 8월 협의에서 북한의 나선지역에 대한 전력 공급, 통신망 확충 등 구체적 SOC 확충사업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훈춘-나선 간 도로보수가 완료되었으며, 나선경제무역지대에 상점과 식당, 호텔 등이 포함된 건물 16개동 규모의 대형 국제무역센터가 건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나선지역을 이용하려는 러시아 역시 SOC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12년 안에 54㎞ 길이의 나진∼하산 철도 재건설을 마무리하고 나진항 화물터미널도 건설하는 등 경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제 특구가 활성화됨에 따라 북한 내 후속 SOC 투자요구는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민족 공동 번영의 토대를 마련할 SOC 경협

주목할 지점은, 북한과 주변국들의 경제협력은 제한된 경제 특구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투자일 뿐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국경지대가 아닌 내륙, 예를 들어 개성과 같은 지역에 대규모 경제협력을 시행한 대상은 지금까지 한반도의 반쪽, 한국이 유일하다. 2007년 합의한 10.4 선언 5항에 의하더라도 “남과 북은 ... 민족내부협력사업의 특수성에 맞게 각종 우대조건과 특혜를 우선적으로 부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북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바야흐로 활성화될 SOC 건설에 한국 중소건설업체, 한국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2013년 한국 대통령이 남북 경협을 전면화하여 북한 SOC 건설에 남쪽의 건설기계 노동자들과 기업을 참여시킬 것을 제안한다면, 북한은 이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현재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해외 건설 수주는 일부 대기업만의 돈 잔치일 뿐이다. 이들이 벌어오는 돈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분배되지 않을 뿐더러 외국에 건설한 SOC도 한국 경제와 무관하다. 그러나 한반도에 추진되는 SOC건설은 이야기가 다르다. 남북고속철도, 남북도로 연결은 북한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시키고 한국 건설노동자의 살 길을 터주며, 더불어 우리의 후대가 직접 이용하게 될 민족 공동 경제의 토대가 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낼 것이다.

북한 SOC 건설에 남북이 협력하는 것은 민족 공동 번영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남다르다. 남과 북이 함께 윈-윈 할 수 있는 확실한 분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SOC 경협은 한국 건설업 혁신의 기회

한국 건설업계, 특히 중소건설회사의 암담한 현실에서 남북 SOC 협력은 한국건설노동자가 회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대안이다.

물론 북한 SOC 투자가 단순히 한국 건설업체의 탈출구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 건설업체는 지난 60여 년간 정경유착의 온상이었으며 막대한 부동산 개발이익을 누려왔다. 한국 건설업체는 이미 부동산 투기꾼들과 관련 공무원들과 함께 ‘토건족’으로 힐난의 대상이다. 당장 한국 건설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렵고도 많다. 무엇보다 △공적 개발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하고 재투자해야하며, △중소기업은 입찰조차 할 수 없게 되어있는 현행 ‘턴키 방식’ 입찰 제도를 개혁하며, △난립한 중소기업을 사업별 특화 전략과 함께 적정 규모로 통폐합하며, △이 과정에서 건설업 종사 노동자들을 인력 구조조정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따라서 남북 SOC 협력은 건설자본의 숨통을 틔우는 것이 아니라 건설노동자들의 숨통을 틔우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건설업계가 새로 태어나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민영화 일색으로 되어있는 한국건설풍토를 바꿔야 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남북 SOC 협력은 자연스레 한국 건설업계가 혁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이다.

올해 대선에서 새로 세워질 정부는 남북 SOC 협력으로 건설업을 연착륙시켜야 한다. 물론 서해안 석유 시추 사업이나 발전소 건설 같은 대규모 플랜트 사업은 대기업의 참여가 불가피하겠지만, 중소기업의 시공능력을 키울 수 있는 도로 건설, 주택 건설 등 일반적 사업은 가급적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배치해야 하지 않겠는가.

남북 SOC 경협은 민족 공동 번영의 토대를 마련하는 사업인 동시에 남과 북이 상생 협력할 수 있는 확실한 분야다. 정부는 적극적인 남북 SOC 경협으로 건설 노동자들에게 활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6.15정신

615 유럽공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