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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2007, 응답하라 2012

 2012년 11월 7일  

                                                   창비주간논평,  정지은/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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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분. 지난 5년을 합친 것보다 더 오랫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생얼’을 감상한 시간이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MB의 추억〉 얘기다. 영화 내내, 먹고 씹을 때조차 자신만만한 MB와 환호하는 대중을 감상하는 재미는 생각보다 쏠쏠했다. 탄식과 헛웃음이 흘러나오던 65분이 지나고, 함께 영화를 보고 나온 여섯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이명박은 물러나라, 물러나라”를 노래하듯 흥얼거리는데 이제 끝났구나 싶어 픽, 웃음이 나왔다. MB 당선부터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고, 그 시간을 버텨낸 내 자신이 대견스러우면서도 일면 부끄러웠다.

사실 MB가 당선된 직후부터 TV뉴스는 내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어서 최근 1년간 지상파 메인뉴스의 20~40대 평균 시청률은 3.2%로, 특히 30대는 2.8%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어쩌다 식당이나 밖에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될 경우가 생기면 화면을 보지 않는 것으로 타협했다. 어른들이 “노무현 나오면 밥맛 떨어진다”며 채널 돌리던 모습이 이해될 정도였다. 게다가 MB 본인도 후보 시절부터 “저는 인물이 없습니다, 목소리도 좋지 않습니다”고 인정하지 않았는가. 목소리도 듣기 싫고 얼굴은 더 보기 싫으니 안 보고 안 듣는 수밖에. 대통령 연설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에 출근길 버스에서 꼼짝없이 그 탁한 목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악몽처럼 남아 있다.

 

MB정부 5년이 남긴 것

물론 모든 사람이 나 같은 것은 아니다. 환경미화원, 풀빵장사, 신문배달 등 안해본 것 없다는 대통령을 믿었다. 48.7%의 득표율과 532만표 차이는 그 신뢰의 표시였다. 경제를 살린다니까, 내가 다 해봐서 안다고 하니까, 한두가지 비리쯤은 눈감아줄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지난 8월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17%에 불과하다. “국민 여러분, 성공하세요”를 외치던 ‘준비된 경제대통령’은 호언장담하던 7·4·7공약(7% 성장, 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대국)을 지키지 못했다. 기업이 사상 최고 총저축률 19.9%를 달성했지만, 가계 순저축률은 2.7%로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10대 기업 시가총액은 649조원으로 전체 비중의 54%를 차지하는 반면 가계부채는 922조원에 달한다. 5년간 상승한 것은 물가상승률, 자살률, 실업률과 부채뿐이다. 가진 자는 더 부자가 되고 없는 자는 더 가난해진 승자독식과 극심한 양극화는 절망과 분노만을 남겨놓았다.

가장 잘할 수 있다던 경제가 이 지경이니, 다른 영역은 두말할 것도 없다.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그 이상’인 일들이 반복되자 치를 떨던 사람들도 차츰 무관심해져갔다. 아무리 비상식적인 행동을 해도, 버젓이 불법을 저질러도 ‘버티면 그만’인 사례가 늘어나자 사람들은 마음을 닫았다. 국민의 반대 여론을 정책 집행의 필수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하는 이 정부에서 소통은 철저히 차단됐고, 공론장은 위축되었다. 광화문 한복판을 컨테이너로 막아버렸던 ‘명박 산성’은 불통의 상징으로 남았다. 집권 초기부터 철저히 장악되어 망가진 언론도 한몫했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은 판사든, 공기업 직원이든, 군인이든, 사이버 논객이든 불이익을 피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CEO의 뚝심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정책은 원칙과 설득이 아닌 압박과 재정삭감 등의 폭력적인 방식으로 집행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으로 대표되는 인사원칙 훼손, 민간인 사찰,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불러온 검찰 수사, 4대강 공사 강행, 대기업 감세, 남북관계 경색, 고위공직자 비리, 낙하산 인사, 실패한 물가정책, 민주주의 퇴행 등 정책과 사회의 퇴보는 숨가쁠 정도다. 한가지 업적이라고 한다면 바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점이다. MB정부 5년 동안 사람들은 정치가, 한 사람의 권력자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똑똑히 깨달았다. 성취했다고 믿었던 ‘한국식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지는지도 함께.

2012년의 선택을 앞두고

IMF 이후 10년간 우리는 성공신화와 ‘10년 동안 10억 모으기’ 같은 재테크에 홀려 있었다. ‘빚도 투자’라고 생각했던 투기적 욕망과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이한 믿음이야말로 MB정부를 탄생시킨 일등 공로자인 셈이다. 프랑스 역사가 또끄빌은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니 MB정부의 탄생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 모두가 공범인 셈이다. ‘명바기’를 욕하기는 쉽지만 ‘우리 안의 이명박’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사색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호출하고 MB가 응답한 이 욕망은 도처에서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다. “나는 안 찍었어”라고 핑계대는 대신 ‘우리 안의 이명박’을, 경쟁을 내면화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 개인의 욕망과 탐욕을 깊이 들여다볼 때다. 이 욕망과 제대로 대면할 때, 그리고 솔직히 꺼내놓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때 지난 5년을 기억할 자격이 생긴다.

대선까지 남은 40여일 동안, 유권자인 우리가 할 일은 2007년의 욕망을 버릴 준비가 되었는지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다. 추억 대신 성찰과 평가를 통해 지난 5년을 복기하고, 2012년의 욕망은 무엇인지 따져보면서. 그리고 남은 5년을 있지도 않은 메시아에게 ‘당신만 믿는다’고 맡겨놓는 대신, 함께 지켜보고 만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MB만 아니었다면, 우리는 5년간 행복했을까? 뒤집어 묻는다. MB가 아닌 그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는 12월이 오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2012.11.7 ⓒ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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