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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를 낮출 때가 아니라 불을 꺼야 할 때

<기고> 케리 방한의 의미와 우리의 과제 - 장대현

 2013년 4월 17일

장대현 /  통일뉴스

 

장대현(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지금은 온도를 낮출 때”가 무슨 말일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의 대화를 빌어 “지금은 온도를 낮출 때”라고 말하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한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은 몇 개의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한반도 긴장완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자 수구보수, 민주진보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언론이 일제히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과연 그런가? 이제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를 수용하기만 하면 문득 사라진 겨울처럼 전쟁위기도 스러지고 4월의 찬란한 봄처럼 이 땅에도 평화가 가득할까? 아니다.

미국의 군사훈련 축소가 한반도 긴장완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케리 국무장관의 발언은 “지난 12월 이후 날로 격화되고 있는 한반도의 전쟁위기 고조에 미국이 많은 기여를 했다”는 진술이기도 하다. 또한, “지금은 온도를 낮출 때”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에는 그 자신이 ‘온도를 높여왔다는 것’을 간접 시인하는 동시에 ‘올렸다, 내렸다’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미국이 마음대로 조절, 통제하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있다.

한반도의 온도 조절, 미국의 꽃놀이패

법률적으로는 북과 미국, 중국이 맺었으나 현실적으로는 우리 한국도 포함, 1953년 7월 27일 효력을 발생한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은 남과 북, 우리민족을 거대한 가스레인지 위 금속물통 속에 가뒀다. 정전협정에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수립한다”는 말이 없다. 대신 “적대 쌍방은 하나의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각각 2킬로미터씩 후퇴한다”고 명시, 미국과 북이 적대쌍방, 즉 교전당사국임을 규정하고 있다.

어느 일방이 전쟁중지를 ‘중지’하고 전면전으로 ‘전환’해도 국제법적으로 합법이라고, 정전협정이라는 국제조약은 활짝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스레인지의 손잡이는 미국과 북이 각각 하나씩 쥐고 있다. 그럼, 둘의 입장은 무엇인가? 미국은 당연히 손잡이를 잡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중적이다. 그들은 가스레인지 위 금속물통 속에 몸을 담근 채 동시에 손잡이를 잡고 있다.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이러한 처지에서 둘의 입장은 갈린다. 북은 불을 아예 끄자는 쪽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서 북은 언제나 불안하고 초조하다. 여기서 문제 하나. “미국은 이라크를 왜 공격했습니까? 일, 대량살상무기가 있기 때문에, 이, 없기 때문에?” 답은 “없기 때문에”다. 미국은 두 가지 경우가 맞아떨어지면 전쟁을 한다. 하나는 자기의 패권에 도전하는 나라, 둘은 100% 이긴다는 계산이 나오는 나라.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지 못하는 한, 북이 미국에 무릎 꿇지 않으면서도 살아남는 길은 오직 하나,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등해지는 길뿐이다. 바로 여기서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핵과 미사일’을 둘러싼 북과 미국의 20년 대결이 세계사에 삐져나오는 것이다.

북과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다섯 번이나 ‘합의’를 한다. 내용은 모두 동일, 1) 한반도의 핵문제를 해결하고, 2) 북과 미국이 사이좋게 지내며, 3) 정전협정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왜 똑같은 합의를 다섯 번이나 했을까? 미국이 가스레인지 손잡이에 무한 집착하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설명하면 쉽다. 2009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다. 미국이 평화협정으로 나오지 않고, 계속 교전국가로 남겨 적대시하면 자기들은 살아남기 위해 핵과 미사일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1994년 이후의 그 방법론의 연장이면서 핵실험 2회 차라는, 매우 강력한 압력이었다. 이에 미국은 즉각 온도를 낮춘다.

그해 8월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평양에 보내고, 12월에는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를 평양에 파견, 담판을 짓는다. 방북이후 서울 기자회견에서 보즈워스는 “북과 6자회담 재개에 합의했다”고 발표, 미국의 ‘온도 하향조정’을 입증한다. 한반도의 해빙을 기대하며 맞이한 2010년은 그러나 천안함 사건으로 완전히 얼어붙는다.

2010년 5월 20일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자, 미국은 “조사결과를 압도적으로 지지한다”는 백악관 성명을 통해 뒤를 받쳐준다. 미국의 입김을 토해내는 유엔안보리에서조차 신뢰성을 완전히 부정당하는 그 엉터리 조사결과를 미국은 왜 ‘압도적으로 지지’했을까? “북한이 천암함을 폭침했다”고 해야 한반도의 온도는 올라가고 미국의 이익도 올라간다.

미국은 첫째 한미FTA재협상, 천문학적인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 등 이명박 정부에게 많은 것을 얻었다. 둘째 일본 하토야마 정부의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 균형자’정책과 그 연장선인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을 깨뜨렸다. 셋째 명분을 얻은 김에 조지워싱턴 항모전단을 서해상에 진입시켜 북한을 협박하는 동시 중국을 겁박했다. 넷째, 이 모든 것을 통하여 ‘아시아 회귀 전략’을 한층 강화했다. 값지고 화려한 전리품을 챙긴 다음, 미국은 또 온도를 낮춘다. 북이 연평도 포격으로 응수하자, 2011년 내내 3회의 북미 직접대화를 갖고, 2012년 2.29합의에 서명하는 것이다.

2.29합의 이후 전개되는 상황은 미국이 ‘따듯한 한반도’를 결코 길게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입증한다. 2.29합의가 북에게 부과한 의무는 ‘로켓기술을 이용한 모든 종류의 미사일 발사 중단’이 아니라 ‘미사일 발사의 중단’이다. 북한은 이에 따라, 작년 4월 인공위성을 발사, 실패하고 12월 다시 발사, 성공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한반도의 ‘이상고온’을 적극적으로 회피해야만 했던 작년, 미국은 4월과 8월 두 번이나 비밀특사를 파견, 인공위성 발사시기를 조율한다. 온도를 다시 내린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북은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그러자 미국은 유엔에 제소, 제재를 강화한다. 이에 대해 북은 왜 “날강도 같은 짓”이라고 했을까? 우리 한국이 러시아 흐루니체프 사에 지급한 나로호 발사비용은 1회에 2억 달러 이상, 즉 2천억 원 이상이다. 미국도 성공을 공식 인정했으니 작년 12월 이후 북한은 국제 인공위성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미국이 막은 것이다. 북한에게 미국은 ‘황금알을 낳는 거’를 빼앗아 간 ‘날강도’인 것이다. 북의 강력한 반발, 3차 핵실험 강행을 예상하고도 미국은 대북제재를 강화했다. 온도 상승이 또 필요했던 것이다.

북도 너무 하는 거 아냐?

키리졸브 훈련은 군사쿠데타, 내란, 지도부 분열 등 북한 정권에 ‘이상’이 발생하는 동시에 미군이 한국군을 지휘, 북한에 침공하는 연습이다. <SBS>는 3월 28일 올해 키리졸브 훈련에서 가상전쟁 결과, 북을 완전 장악하는데 56일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독수리훈련은 미국 본토 전력까지 한반도에 투사하는 등 총력전으로 북을 점령하는 전면전 연습이다. 1994년 클린턴 대통령이 북과의 전쟁을 검토했으나 개전 90일 안에 미군 사상자가 5만 2천명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커 최종단계에서 포기한 사례를 들어, 미국이 북을 먼저 공격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1994년의 ‘답답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2004년 전쟁계획을 변경했다.

이제 미국은 개전 첫날밤에 항공모함 전단(핵 잠수함 포함), B-52전략폭격기, B-2스텔스 폭격기 등 모든 화력을 총동원, 북한 전력의 90% 이상을 파괴한다. 올해에도 미국은 B-52전략폭격기 3회, B-2스텔스 폭격기 2대 1회, 핵잠수함 샤이엔 등을 동원, 핵무기 선제타격으로 북을 불바다, 잿더미로 만드는 연습을 했다.

따라서 해마다 3-4월에 북은 초긴장, 전쟁에 대비한다. 미국의 연례적인 전쟁연습이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연례적으로 고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미국이 해마다 해 오던 그대로 북을 핵무기로 선제 타격하는 전쟁연습을 했다면, 북은 매년 해오던 대응방식을 완전히 넘어서서 전혀 차원이 다른, 고강도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3월 28일 핵미사일을 16개나 투하할 수 있는 B-2 스텔스 폭격기가 미 본토에서 날아와 북을 핵 타격하는 연습을 한 직후 심야 작전회의를 개최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회의에서 북한은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 세 곳과 하와이 등을 공격하는 ‘미국본토 타격 작전도’를 공개하고, “임의의 시각에 미국 본토와 한국의 미군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게 미사일부대에 사격대기 태세 돌입”을 지시했다.

“실제적인 군사적 행동에는 핵 선제타격이 포함된 것”이라는 3월 27일의 발표 하루 뒤에 나온 미사일 사격대기 명령이어서, 이러다가 북한발 핵전쟁이 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한두 번 당하는 것도 아닌데, 올해 너무 세게 나오는 거 아냐. 이러다가 진짜 전쟁나면 다 죽는데, 좀 참지. 4월만 지나면 독수리훈련도 끝나는데...’ 한 번쯤은 머리를 지나갔을 것이다.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발언과 행동을 볼 때 북한은 이제 참을 생각이 없는 듯하다. 이 중대한 변화는 3차 핵실험에서 나왔다. 북의 3차 핵실험이 가지는 정치군사적 의미를 알려면 그것의 지진파 충격규모와 폭발력 크기를 봐야 한다. 지진파 충격규모에 대해 우리 기상청은 리히터 지진계 4.9, 일본은 5.1, 미국은 5.2, 독일은 5.2로, 폭발력의 크기에 관해 우리 국방부는 6-7킬로톤, 러시아 국방부는 “7킬로톤 이상” 미국은 “몇 킬로톤” 독일은 “40킬로톤”이라고 각각 발표했다.

우리 한국을 빼면 모든 나라가 리히터 규모 5.0이상이라고 하니, 그것을 믿는 것이 합리적일 터이다. 그럼 폭발력은? “리히터 지진규모 5.0이상이면 폭발력을 측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게 정설이다. 수십 킬로톤 이상의 폭발력을 갖는 핵무기 보유를 북은 입증한 것이다. 또 하나, 실험 이후 북은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핵억제력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소형화, 경량화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다는 것, 다종화된 핵억제력은 핵무기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3월 11일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공화당의 더그 램본 의원이 본의 아니게 공개한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의 보고서에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통해 운반할 수 있는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3차 핵실험 이후의 여러 가지 정황은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핵무기는 ‘절대무기’다. 따라서 핵무기는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다. 우리민족의 분단도 따져 들어가면 핵무기와 유관하다. 얄타회담 비밀 합의에 따라 소련이 태평양전쟁에 참전하는 1945년 8월 7일이 다가오는데 미국은 소련보다 먼저 일본 본토를 점령할 수 없다. 미국이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8월 9일 나가사키에 원자탄을 투하, 무력 시위한 이후 소련은 8월 7일 대일전에 참전하고도 일본을 향해서는 북쪽의 섬에서, 한반도를 향해서는 38선에서 멈춘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가 중국에 원자탄을 투하하지 못한 것도 소련이 1949년 8월 핵실험에 성공한 때문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즉, 핵전쟁을 상정한 미소 간 대결은, 알려진 것처럼 미국의 일방적 승리가 아니었다. 소련이 쿠바 미사일 기지를 철수하는 대신 미국은 이탈리아와 터키의 대소 미사일 기지를 철수했다.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된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미국을 가스레인지 위의 금속물통에 빠뜨린 것과 같다. “온도를 올리면 미국도 뜨거운 맛을 본다” 그러자 미국이 대답했다. “좋다, 그럼 온도를 내리자” 그러나 북한은 이것을 받을 생각이 없다. 미국이 온도 조절기를 잡고 있는 한, 언젠가는 다시 화력을 올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본토 타격”을 통해 북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은 온도를 잠시 낮출 때가 아니라 불을 꺼야 할 때다”이다.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가 4월 12일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을 소개한다. “우리는 북한 김정은의 새로운 리더십을 상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 60년 간 성공적이지 못했던 게임의 법칙을 바꿀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 외부에서 이 같은 극적인 변화를 지켜보는 사람은 ‘김정은이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때때로 보여 주었던 자제심이 없다’고 여길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평화 협상에 대한 대화를 하고 싶고 그것이 평화 조약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속내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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