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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허무개그 “중국이 해결하라!”

<기고> 중국은 북한을 압박할 능력 있을까? -장대현

 2013년 5월 7일

장대현 /  통일뉴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우다웨이 방북 무산

주말을 지나며, 우다웨이(6자회담 의장 겸 중국 측 수석대표)의 방북이 무산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가 누구인가? 지난 4월 12일부터 3일간 한.중.일 3개국을 돌고 돌아간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6일과 17일(현지시각) 하원 외교위원회와 상원 외교위원회에 차례로 출석, 동북아 순방을 통해 얻은 결론, 즉 ‘북핵문제 해법’을 종합 보고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다.” 미국의 논법에 따르면, 우다웨이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의 북한 관련 실무총책임자다. 더구나 워싱턴은 4월 22일에서 24일까지, 그와 더불어 ‘북핵문제 해법’을 내밀히 ‘조율’했다. 그런 그가 평양행을 유보한 것이다.

미국의 논법을 이어가 보자. 중국은 북핵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해결할 ‘의사’다. 미국에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은 북핵의 강제 제거, 즉 북 붕괴다. 멈칫멈칫 우다웨이가 애를 태우는 것은 필시 ‘북 붕괴’까지 밀고 나갈 중국의 ‘의사’를 미국이 충분하고도 최종적으로 채워주고, 발동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가?

미국, 중국의 ‘의사’를 만들 수 있을까?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월 3일 “북한 핵 문제의 유일한 해법을 쥐고 있는 중국을 움직이려면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써서 중국을 설득해야한다”는 취지의 사설을 썼다. “북한 비핵화 시 동북아 MD축소” 수준의 ‘좀스런 물건’으로는 중국의 마음을 살 수 없으니 통 크게 거래하라는, 직전 유일패권국가의 제국주의적 충고다.

정당성과 현실성 여부와 별도로 영국까지 나서서 훈수를 둘 정도라면, 북한핵문제를 놓고 조만간 미.중 간 ‘거래’가 전면 가시화되는 것일까? 아니다. G2, 세계의 패권을 놓고 다투는 오늘의 미.중관계를 볼 때, 아무리 이해관계의 부분중첩이 존재한다 해도 북핵문제를 놓고 미.중이 서로 상생하는 거래를 할 수는 없다.

미국과 중국의 현대적 관계를 보여주는 두 가지 장면이 있다. 하나는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이다. “미국은 강력하고 번영하며 성공적인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환영하며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국가로서 평화와 안정, 지역 번영에 기여하고 있음을 환영 한다” 인권문제, 빈곤문제 등으로 중국을 헐뜯고, 중국 국민을 선동하던 미국이 중국을 “강력하고, 번영하며 성공적”이라고 칭찬하는 것, 아시아의 분열과 갈등, 군사적 긴장 고조의 주역인 미국을 중국이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지역 번영에 기여”한다고 추켜세우는 것에서 미.중이 G2라는 이름의 새로운 이권공동체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하나는, 2012년 1월 미국이 발표한 신국방전략지침이다. “2020년까지 군사력의 60%를 아시아에 집중 한다”는 것인데 이름 하여 ‘아시아 회귀’ 또는 ‘아시아 재균형’ 즉 중국에 대한 전면적 압박전략이다. 왜 2020년일까? “2020년대 초반에 중국이 GDP 기준으로 미국을 추월할 것이다(2009년 4월 23일 도이체방크)”는 식의 전망이 이제는 정설이다. 미국의 지배세력 입장에서는 그 이전에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야 한다. 상대보다 더 유리한 것으로 승부를 거는 법. 미국은 군사력을 택한 것이다.

일본을 후방으로 하고 한국을 전방으로 하는 기존의 대중 군사력 전개 축선 외에 호주를 후방으로 하고 필리핀, 베트남을 전방으로 하는 새로운 축선을 완성해 나가는 것도, 미얀마와 인도를 강하게 끌어안는 것도,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촉진하는 것도, 아시아MD를 강화하는 것도 다 거기서 나온다. “거대제국 소련도 무너뜨렸는데 그보다 아직 약체인 중국 따위를 못 무너뜨릴까!”다. 군비경쟁으로 중국 경제 발목을 잡아 빈부격차에 따른 중국 국민의 불만을 극대화하고, 어디든 틈이 생기면 군사분쟁을 유발, 고대의 삼국지, 근대의 만주국을 재현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인 것이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는 것은 미국에게는 ‘본말전도’다. 중국에서 “동북아 MD 축소”를 언급한 케리 국무장관이 돌아가서는 “중국과 어떠한 협의도 한 바 없다”고 말을 바꾸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그 것 조차도 미국은 그냥 흔들어보는 것이지 진짜로 사용할 카드가 아니다. 북 붕괴까지로 중국을 유인해 낼 반대급부, 즉 중국과의 ‘평화공존’이 미국에게는 애당초 없다. 그러므로 중국을 움직여 북 핵문제를 해결한다는 미국의 대안은 근거 없다.

중국, 북한을 압박할 ‘능력’ 있을까?

임기응변에 천신만고로 미국이 중국의 의사를 결국 형성, 촉발했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의사만으로 ‘관계’가 맺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의사를 상대에게 관철할 능력이 따라 붙어야 한다. 정치와 군사는 공개된 바, 경제를 보자.

“중국은 북한이 사용하는 연료의 3/4을 공급하고, 북한의 금융을 외부와 연결하는 고리이다. 중국의 지원이 없으면 북은 무너진다”(4월 18일 상원 외교위원회)는 케리 국무장관의 발언이나 “중국은 이번 문제에서 열쇠를 쥐고 있다. 중국은 원하면 (북한과의) 경제관계를 끊을 수 있다”(4월 7일 <CBS방송> 출연)는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의 언급 등 중국이 북을 압박할 경제적 수단을 갖고 있다는 설이 미국에서 한창이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2월 6일 사설에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원조를 줄여야 한다”며 “중국 정부는 이런 점을 미리 알려, 북한의 환상을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중국 측 일부 목소리와 어울려 꾸준히 전파를 타며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2006년의 1차 핵실험부터 북 경제는 급격히 어려워졌어야 하고, 2009년의 2차 핵실험 이후에는 더욱 궁핍해졌어야 하며, 그에 따라 중국의 북에 대한 영향력은 가시적으로 확대, 강화되었어야 하고, 그 결과 북의 선택지에서 3차 핵실험은 지워졌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반대다.

1차 핵실험에 대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공식성명에서 ‘제멋대로’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던 중국이 2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또다시 핵실험을 실시한 것을 결사반대 한다”며 표현을 낮췄다. 영향력 강화를 과시하는 모습이 아니라 영향력의 약화를 우려하는 모양새라 아니할 수 없다.

간접 암시는 많다. 통계청이 작년 말 발표한 ‘북한의 주요 통계 지표’에 따르면 “ 2011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0.8%를 기록, 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났다(<내일신문> 3월 18일 인용).” 또한 세계식량계획(WFP),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12-2013 양곡연도’ 기준으로 북한의 쌀, 옥수수 생산량이 전년보다 각각 11%와 10% 증가한 것으로 전망했다(같은 기사 인용).

중국의 시진핑 지도부는 “2020년까지 소강사회 건설”을 공약했다. 모든 국민이 중산층 정도의 생활수준을 누리는 소강사회를 앞으로 7년 안에 이룩하려면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며, 그 성과를 국민에게 돌려 내수를 키워야 한다. 동남부해안을 따라 발달한 지금의 산업지대 외에 서부내륙과 동북방면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내수를 들어올려 소강사회에 접근할 수 있다.

중국에게 북은 동북방면 경제개발의 성패가 몽땅 걸린 랴오닝연해경제벨트와 창지투 개발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전략적 상대다. 랴오닝벨트에는 압록강 하구의 황금평.위화도와의 협조가, 창지투 개발에는 동북부 나선과의 합작이 반드시 필요하다. 갑을관계가 아니라 동등관계, 이것이 경제의 영역에서 북.중 관계다.

작년 12월 북한의 우주로켓 발사를 이유로 미국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이끌어 내자, “잘못되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바로잡을 용기나 책임감도 없이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겁쟁이들의 비열한 처사”라며 중국을 겨냥한 북의 일갈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중국은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기고문을 낸 덩위원 중앙당학교 학습시보 부편집인을 중국 당국이 인사조치한 것도 동등한 양국의 관계를 부인하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 모든 것을 미국이 모를까?

기운다 해도 여전히 세계 유일초강대국이며, 거미줄처럼 둘러친 정보망으로 지구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미국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를까? 안다. 그런데 왜 모르쇠 시늉을 계속할까? 4-5월 북미 간 ‘열전’은 미국인들에게 일종의 ‘충격’이었다. ‘머나먼 곳의 작은 나라’가 “미국 본토 핵 타격”을 ‘위협’하는 장면을 TV로 시청한 것이다. 4월 8일 <CNN>여론조사에서 “북한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다”가 41%를 차지, 한 달 전보다 무려 3배나 높아진 것은 이를 그대로 입증한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도록 방치한 책임이 미국정부에게 돌아가고, 그 해결을 위해 북과 대화를 시작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폭증하는 순간이 닥쳤다. “북을 변화시킬 유일한 나라는 중국”은 비상탈출구를 여는 미국 정부의 주문이었던 것이다. 허무개그다.

사실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우다웨이 대표가 4월 22-24일 미국을 방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 등 고위관리들과 두루 접촉한 것은 한반도 문제 해법과 대북 협상 등에 관한 미국의 ‘카드’를 확인하고, 그 카드를 북쪽에 전달, 북미 대화를 성사시킴으로써 수수료를 챙길 목적이었다.

따라서 우다웨이의 평양행이 불발되었다는 것은 미국이 내민 카드로는 도저히 계약이 불가능하다는 그의 계산에 따른 자의, 아니면 “카드를 보고 싶지도 않다”는 북의 거부에 따른 타의 중 하나일 터이다. 어떤 경우이든, 미국의 카드는 해법 이하라는 것이 자연스레 드러난 셈이다.

북미관계를 풀어,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해소할 영향력을 가진 나라는 먼저 북과 미국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자기가 아니라 중국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북한을 자극할 우려 때문에” 4월에 유보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을 곧 쏘겠단다. 뒤로 빠져 문제해결을 회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뒤로 빠져 우회 공격한다. 허무개그가 무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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