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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로 가서 ‘이명박’으로 오다

<연재> 장대현의 주간 칼럼(1) - 박근혜 대통령 방미

 2013년 5월 14일

장대현 /  통일뉴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양다리’로 버틴 5개월

지난 대선은 MB와 반MB의 싸움이 아니라, 반MB를 누가 더 ‘실천’할 수 있는가의 투쟁이었다. 아슬아슬, 48:52로 박근혜가 이겼다. 48%는 물론, 52%의 상당수도 경제민주화와 평화, 그의 공약을 적극 동의했고, 그 이행을 강력 명령한 것이다. 이 같은, 깊고도 높은 민심의 계곡에 갇힌 박근혜 대통령은 옴짝달싹,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박근혜 표 경제민주화’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설계, 제작자들을 선거 후 각각 팽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그 모든 공약은 어디까지나 선거용. 어떻게든 바꿔야만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양다리전략이다.

경제민주화의 경우, “경제민주화는 공약이기도 하고, 반드시 지켜나가겠다”(4월 16일 국회 상임위 야당 간사들과의 청와대 만찬)고 하면서 “대기업이라고 벌주는 식으로 때리기나 옥죄기로 가서는 안 된다”(4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의원들과의 청와대 오찬)고 하는 식이다.

한반도 평화 해법과 관련해서는 더욱 헷갈렸다.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변화는 없다”(2월 13일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국정과제 토론회)고 하면서도, 단 하루의 여유만을 주고 개성실무회담을 제의(4월 25일)하여 결과적으로 개성공단을 반 이상 죽여 놓은 것도 그렇지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실체 자체가 모호했다. 류길재 통일부장관(당시 후보자)이 3월 4일 인사청문회 사전답변서에서 공개 천명한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데 전제조건은 없다”가 진짜인지, 3월 27일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대통령업무보고에서 밝힌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북 압박 정책을 펼치는 것”이 본심인지, 알 수 없었다.

“대화가 먼저냐 압박이 먼저냐?” 이것을 최종결정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핵심이며, 그 작동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그냥 이렇게만 말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차근차근 발전시켜야 한다”(3월 27일 외교부, 통일부 업무부고) 그 ‘신뢰’는 우리가 먼저 북에게 주는 것인지, 북쪽이 먼저 우리에게 줘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5월 5일, 그 ‘양다리’로 그가 마침내 태평양을 건넜다. 양다리라는 점에서 아직 그는 박근혜였다.

 

박근혜, ‘이명박’되다.

 

5월 6일 오후 3시 5분(현지 시각) 워싱턴 근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을 캐프리샤 마셜 미 국무부 의전장이 영접했다. 전날 뉴욕 공항에 미국 측 인사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던 것에 비해, 환대라면 환대였다. 다음날 오전, 정상회담 주무부서 책임자인 국무부장관이 결석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 30분, 오찬 45분 등 모두 75분 간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1) 한미동맹의 중요성 2) 미국의 확고한 방위공약 재확인 3) 한반도 평화와 안정 4) 북핵 문제 공동대처 방안 5) 동북아를 넘어서는 글로벌협력과 양국 국민 간 실질적인 교류 협력 확대 방안 6) 한미FTA이행 경과와 양국 경제, 통상 협력 방안 7) 작전지휘권 반환 문제 8)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 등 큰 것만 간추려도 7-8개나 되는 주제를 75분 간 통역을 통해가며 토론, 합의했다는 것은, 한 주제 당 10분 이내로 처리했다는 것이니, 역시 놀랍다.

한반도의 운명에 중대한 변수로, 앞으로 우리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규정할 것이므로, 양 정상이 발표한 것을 하나하나 뜯어보자.

첫째, 한미는 “자유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공동선언에 명시했다. ‘자유 시장경제 원칙’은 자본주의 체제를 말하며, 그에 ‘입각한 평화 통일’은 흡수통일을 뜻한다. 한반도의 평화, 평화체제 등을 언급했던 2006년 11월 하노이 한미정상회담, 2007년 9월 시드니 한미정상회담 등의 언론발표문과 다른 동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과 완전히 일치한다.

‘흡수통일 합의’는 7.4남북공동선언의 민족대단결 원칙, 6.15공동선언의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 한다”는 약속, 10.4선언의 내정불간섭 등 기왕의 남북 합의에 대한 파기,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기존 남북합의를 이행 한다”는 반복된 공언의 파기, 박근혜정부가 그토록 중시하는 ‘신뢰’에 대한 파기다.

둘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핵심, “대화 먼저, 압박 먼저?”에 대한 양국의 합의사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화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 한 쪽 다리를 접고, ‘전제조건을 붙이는 쪽’으로 확고히 ‘정리’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평양이 약속과 의무를 지키고 특히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면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혀, 전제조건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한 걸음씩 더 나아간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접근방식은 몇 년간 제가 해왔던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영혼 없이 텅 비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가 ‘빙의’하는 순간이었다. 이에 질세라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이 변하기보다 국제사회가 일관된 노력을, 한 목소리로 함으로써 북한이 변할 수밖에 없도록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중요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변할 수밖에 없도록”하려면 무엇을 가지고 얼마나 강력하게 압력을 넣어야 하는 걸까?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가 한반도를 몇 년 가열시켜 결국 올 해 3,4월의 핵전쟁 전야로 이어진 것 아닌가? 그런데도, ‘전략적 인내’를 계속하며 오히려 압박을 강화하겠다니, 전쟁위기를 확대 재생산하자는 말 외, 그 무엇인가.

셋째,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에 우리 측 인원이 단 한명도 없는, 사실상의 폐쇄 상황임에도 모든 언론은 개성공단의 운명에 대한 예측을 한미정상회담 이후로 미뤘다. 하나는, 지난 4일 북측 <우리민족끼리>가 “개성공단이 완전 폐쇄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남한 측에 달렸다”며 이후 협상의 여지를 둔 점, 다른 하나는 우리 정부가 단전단수를 하지 않고 한미정상회담 이후로 최종판단을 유보한 점 등 시퍼렇게 변수가 살아있었던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판결은 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이 위기를 만들어내고 양보를 얻는 때는 이제 끝났다”고 말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 ‘양보를 얻어내려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이어, 콕 집어 ‘개성공단’을 지목한 것이다.

넷째, 미사일방어망(MD)에 우리가 끌려 들어가느냐의 여부다. 미사일 방어망이 무엇인가? 그게 바로 미사일이다.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용 미사일’은 언제든 적을 몰살시키는 공격 미사일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이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을 진짜로 가지게 된다면 세계는 어떻게 될까? 따라서 북은 물론, 미국의 포위 공세를 받는 중국, 유럽 MD로 잔뜩 긴장한 러시아까지, 이들 나라는 이를 결코 참을 수 없다. MD 가입은 북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 중국의 극단적인 정치, 경제적 보복 등으로 이어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조차 그래서 주저했다.

그러나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도 훨씬 과감하다. 공동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방어역량 강화와 기술 개발, 미사일 방어(MD)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군의 공동운영을 가능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사일 방어(MD)에 투자”하는 주체를 분명히 “우리는”이라고 했다. 또 하나, “MD가 양국군의 공동운영을 가능케 하고 있다”는 말을 뒤집으면 “MD가입이 없으면 한미군사동맹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압박이다. 이에 대하여 우리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 노력을 해야 하며, 상호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 수용의사를 간접 표시했다.

다섯째, 한미FTA다. 오바마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FTA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미국은 한국에 더 많은 제조품과 농산물을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후 윤창준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은 비준 1년을 넘긴 한미FTA의 충실한 이행 등 경제협력도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이 ‘완전한 이행’과 ‘충실한 이행’에 합의했는데, 공식적으로 문질러 재협상을 지웠는데 앞으로 ’불평등 조항에 대한 재협상‘을 우리가 꺼낼 수 있을까?

여섯째, 경제민주화다. 박 대통령은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 상공회의소 주최 ‘CEO라운드 테이블 및 오찬’에서 대니얼 애커슨 GM회장이 “통상임금 문제 등이 해결되면 80억 달러 투자 방침을 이행하겠다”며 투자의 조건으로 통상임금문제를 걸고 그 해결을 요구하자, 즉각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대답했다.

자본 측이 말하는 이른바 ‘통상임금 문제’가 무엇인가? 통상임금은 연장, 야간, 휴일근무 수당과 퇴직금 등 법적 수당의 산정 근거가 되는 임금인데, 그동안 정부가 노동부 지침으로 통상임금에서 제외시켰던 ‘분기별 상여금’에 대하여, 작년 3월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따라 못 받았던 임금 분(3년 치)을 받기 위해 각 노동조합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문제’삼는 것이다.

자본 측은, 노동부의 지침이 있는데 대법원이 다른 판결을 내려 ‘혼란’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최종적 판결을 내리는 기관이다. 따라서 이미 효력을 상실, 어떤 강제력도 없는 노동부 지침을 들먹이며 ‘혼란’을 운운하는 것은 위헌이자 위법이다. 더구나 GM 자본은 대법원이 이미 판결한 것의 실행 여부를 놓고 1조 원에 가까운 소송을 진행하는 이익 당사자다. 그런 그가 대통령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하고, 대통령이 ‘문제 해결’을 약속한 것이다. GM회장은 대통령의 힘으로 재판에서 이기려는 청탁을, 대통령은 그 청탁을 수용,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약속을 각각 한 셈이다.

경총은 이 소송에서 기업들이 패소할 경우 1) 3년 치 소급분과 퇴직급여충당금(29조6,846억 원)까지 합쳐서 판결 당해 연도에 38조5,509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며 2) 해마다 8조 6663억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한국일보> 5월 11일 인용)고 주장한다. 거꾸로 보면 어떤가? 소송에서 노동자가 지면 당연히 받아야 하는데도 아직 지급받지 못한 임금 38조 5.509억을 떼이는 것은 물론, 앞으로 해마다 8조 6663억 원을 자동으로 잃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10대 그룹의 사내유보율은 지난 해 말 기준 1441.7%로 사상 최대 규모다. 10대 재벌이 쌓아둔 현금이 원금에 비해 14배도 넘는다는 뜻이다. 전체 상장사 656곳의 유보율도 5년 전보다 180% 포인트 오른 900%에 육박했다(4월 29일 <SBS>뉴스 인용). 비율로만 따지니까 실감이 안 난다면, 돈 액수로 보자.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들이 벌어들인 돈은 2008년 236조원에서 지난해에는 400조원이 넘는 수준까지 올랐다. 불과 4년 만에 72%나 급증한 것이다(같은 뉴스 인용). 돈이 넘쳐 금고문을 닫을 수 없는데도 노동자들에게 당연히 돌아가야 할 푼돈을 빼앗겠다는데, 대통령이 그것을 돕겠단다. 미국 자본가 말 한마디에. 그 수준이 가히 MB의 ‘기업프렌들리’를 웃돈다.

 

국민이 뽑고 미국이 쓰는 ‘한국대통령’

 

그를 찍지 않은 48% 국민을 포함, 그를 찍은 52% 가운데 상당수 국민이 경제민주화와 평화를 간곡히 호소하고, 간절히 ‘명령’했건만 그는 따르지 않았다. 양다리. 두 갈래 길을 열어 두고 그 중간에 서서 그 때 그때 임기응변했다. 그러던 그가 미국에서 확실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5천만 국민이 5개월을 매달렸어도 움직일 수 없었던 우리의 대통령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30분 정상오찬 45분, 단 75분 만에 결정적으로 움직였다. 실로 경이로운 갑을 관계다. 과장이라 하지 말자. 한미 연합사령관 리차드 스틸웰 대장이 ‘작전권 이양’을 “지구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주권의 이양”이라고 벌써 말하지 않았는가.

 

<연재> 장대현의 주간 칼럼(1) - 박근혜 대통령 방미 2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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