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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북 대화 창구로 박근혜 대신 아베를 쓰다

<연재> 장대현의 주간 칼럼(2)

 2013년 5월 21일

장대현 /  통일뉴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연재순서>

(2) - 미국, 대북 대화 창구로 박근혜 대신 아베를 쓰다

(1) - 박근혜 대통령 방미

 

아베의 대북특사 파견과 동북아 정세의 미세한 변화

 

아베의 대북 특사 파견

일본의 아베 총리가 대북 특사로 북에 파견한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특명담당 내각 관방 참여(총리 자문역)가 지난 14일 평양에 도착, 15일 북의 외교 분야 총책임자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와 만나고, 16일에는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담당 송일호 대사가 배석한 가운데 북의 권력서열 2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했다.

북의 3차 핵실험을 ‘일본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강화하겠다”면서, 행여 미국에 질세라 대북 압박의 칼날을 갈고 닦던 아베 일본 총리가 자신의 최측근 조언자 이지마 특사를 평양에 보내 북의 2인자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더불어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과 식민지 배상을 포함한 북일 국교정상화 문제를 논의한 것은 국제정치의 역동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21세기 동북아의 파격적 사건이다.

이에 대하여 우리 정부는 16일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정면 비판했다. 미국의 반응도 어슷비슷, 써늘했다. 이지마 특사가 방북한 당시 서울에 머물던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5일 “일본으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듣지 못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18일 일본으로 건너가서는 “북한이 최근 한국과 미국, 일본의 입장 차이를 이용해 서로 간의 공조에 흠집을 내려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북의 ‘대북 공조 흠집 내기’에 일본이 이용당했다는 일갈로 충분히 해석 가능한 언급이다.

데이비스의 발언에서 영감을 얻은 우리 언론은 일본의 아베 총리를 향해 맹공을 퍼붓는다. “중국조차 대북 제재에 나서는 판에 아베 총리가 7월 선거를 의식해 무리수를 두는 것(5월 15일 KBS 9시 뉴스)”이라고 하고, “아베가 기획한 돌출 방북 때문에 한미일 대북공조가 흔들리고 있다(5월 17일 TV조선 7시 뉴스)”고도 하며, ‘아베의 독자적 대북 접촉은 북한의 도발 포기를 유도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동아일보 5월 20일 사설)’고도 한다. 정녕 그런가?

 

‘대북 공조 균열’은 미국이 선도

 

그러나 사실, 최근 들어 ‘대북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것만 해도 세 가지를 사례로 들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이 이동식 탄도 미사일 발사대를 200여 대 보유했다”는 미 국방부 보고서다. 미 국방부가 지난 2일 의회에 제출한 ‘2012 북한 군사안보상 동향’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지닌 이동식 탄도미사일 발사대는 한국 국방부가 파악한 94대 보다 2배 이상 많은 200여 대로, 구체적으로는 KN-02(이동식 단거리 미사일)와 스커드 미사일용 이동식 발사대가 100대 이하, 노동 미사일(일본 전역 타격 가능)과 중거리 무수단 미사일(미국 서부 해안 타격 가능)용 발사대가 각각 50대 이하 등 모두 200여 대라는 것이다(중앙일보 5월 18일 인용). 이것이 ‘대북 공조 균열’과 어떤 관계일까?

‘대북 공조’란 사실상 ‘대북 압박의 공조’다. 즉, 힘을 모아 북을 굴복시키자는 것. 이는, “압박을 통해 북을 굴복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에만 성립 가능한 명제다. 북이 3차 핵실험을 과시하고, 우주발사체를 성공적으로 증명했음에도 불구, 미국의 공식 입장은 “북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현 시점에서 충분히 제압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킬체인(kill chain)’이다.

정찰위성 등 ‘정보자산’을 통해 북의 이동식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사전에 탐지, 북의 공격 징후가 발견되는 즉시 미사일을 날려 사전에 제압하는 시스템인데, 이를 통해 “북한 전역의 차량 탑재 탄도미사일을 30분 이내에 탐지, 깨끗이 도려낼 수 있다(동아일보 5월 20일 인용)”는 것이다. 이러한 킬체인을, 우리 국방부는 대통령 업무보고(4월 1일)에서 “2015년 이전에 구축하겠다(연합뉴스 4월 1일 인용)”고 했다.

그런데, 킬체인을 둘러치기도 전에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대가 200여 대로 늘었단다. 이런 식이라면, 단 하나를 놓쳐도 ‘끝장’나는 핵미사일의 가공할 결과를 생각할 때 킬체인의 효용성은 사실상 부정될 수밖에 없다. ‘킬체인 전략 수정 불가피(세계일보 5월 20일 인용)’를 부제로 단 기사가 우리 언론에 뜨는 연유다. ‘북의 탄도 미사일 발사대 200여 대’가 세상에 공개되면 북의 핵과 미사일 능력 제압이 사실상 불가하며, 따라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가 더욱 힘을 얻을 것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이 왜 그러한 보고서를 외부에 알렸을까? 이유야 다 알 수 없으나, 미국은 결과적으로 ‘대북 (압박) 공조 균열’에 앞장 선 것이다.

둘째는 미국 국무부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 – 2014년 9월) 대북정책 전략목표’ 보고서다. 보고서는 2014회계연도의 대북정책 목표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 기술 수출차단’으로 하고, ‘북한의 지위 개선과 관련해 북한과 논의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5월 20일 인용). “선 비핵화!”를 내세워 일체의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며 ‘압박’에 일로매진하는 이면에, 북의 핵과 미사일 기술의 ‘확산’을 막아야 하는 미국의 사활적 전략이익이 북과의 대화를 향해 무한 꿈틀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줄거리를 내포하는 국무부 보고서를 세상에 드러낸 것도 역시 ‘대북 공조 균열’을 선도하는 행위에 해당된다.

셋째는 18일 3발, 19일 1발, 20일 2발 등 사흘 연속 총 6발,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태도다. 사흘에 걸친 탄도미사일 발사는 “로켓 기술을 이용한 모든 종류의 발사를 금지”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 1874호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당장 튀어나와야 할 ‘도발’이나 ‘제재’ 등의 언급을 멀리한다.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대변인은 “북한 지도부가 국제 사회의 의무를 준수하고 평화의 길을 선택하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는 ‘싱거운’ 논평으로 없는 듯, 상황을 정리했다. 유엔 제재까지 끌고 갈 수 있는, 그 제재를 통해 ‘대북 공조’ 강화를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을 가볍게 끝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대북 공조 균열’에 미국이 기여한 사건에 속한다.

 

중국도 ‘대북 공조’ 이탈

 

‘유엔의 대북 제재 철저 이행’을 명령하는 공문을 산하 각 기관에 내려 보내고, 은행 간 거래 중단까지 단행하는 등 대북 공조에 확실히 돌진하는 것으로 소문난 중국 역시 대북 공조에서 이탈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첫째 지난 5월 7일 중국의 4대 국영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이 북의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한 실상이다. 거래 중단으로, ‘중국은행’에 예치되어 있던 북의 예금은 모두 꽁꽁 묶였는가? 아니다. “중국이 갑작스레 조선무역은행 계좌를 동결하거나 폐쇄한 게 아니다. 중국은 북한에 폐쇄 사실을 미리 언질 해 북한이 돈을 인출하는 등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한겨레신문 5월 16일 인용)”는 보도는, 모든 은행, 또는 대다수 은행이 아니라 단 한 개 은행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압박 효과가 대단히 제한적이었을 뿐 아니라, 그 것 조차 ‘짜고 치는 고스톱’ 수준이었음을 암시한다.

둘째 중국이 최근 북한에 대규모의 비료를 제공했으며, 곧 식량의 대량지원도 뒤따를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따르면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지난달 말쯤 북한에 20만 톤 이상으로 추산되는 비료를 무상으로 지원했으며, 조만간 많은 양의 식량 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전했다(한겨레신문 5월 16일 인용)”. 일각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의 비료가 예년보다 빠른 시기에 북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셋째 유엔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철저한 세관 조사로 북중 경협이 위축되고 있다는 보도와 달리, “삼지연군 쌍두봉에 새롭게 세관이 개설되는 등 북중간 교역이 크게 늘었다(서울경제 5월 15일 인용)”.

 

6월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

 

3박 4일의 일정을 마치고 이지마 특사가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북일 협상 관전평이 무성한데, 주목할 것은 ‘6월 북.일 정상회담’설이 솔솔 피어올라 우리 언론(이데일리 5월 19일)에까지 번진 것이다. 아무리 파격적인 양 측의 극적 만남이었다 해도 진도가 그렇게 빨리 나갈 수 있을까? 몇 가지 장면을 곰곰 떠올리자.

첫째 아베 일본 총리가 이지마 특사를 파견한 ‘최종 목적’과 그 ‘조건’을 보자. 아베 총리는 이지마 방북 다음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북한 김정은 제1비서와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납치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정상회담이 중요한 수단이라면 회담을 생각해가며 교섭을 해야 한다(조선일보 5월 16일 인용)”고 말했다. 또한, 대북 외교의 목표에 대해서는 “납치 문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서 일.북 평양선언에 따라 일.북 관계를 개선하는 것(같은 기사 인용)”이라고 했다. 북.일 정상회담의 조건은 ‘납치문제 해결’이며, 이를 통해 ‘국교정상화’로 나아갈 것임을 공개 천명한 것이다.

둘째 북의 반응이다. 북의 조선중앙통신이 17일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전날 이지마 특사와 회담하는 자리에서 “매우 중요한 사명을 띠고 평양을 방문했다. 그동안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경향신문 5월 17일 인용)”고 말하는 등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또한 일본이 제기하는 ‘납치문제’에 대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전달하겠다”고 응답, 조정과 타협의 여지를 열었다.

셋째 귀국한 이지마로 시선을 돌려보자. 그는 18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한 시간 가량 만나 방북 결과를 보고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지마 특사가 북한에 체류하는 동안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요인’과도 만났다고 전하고, “속내를 털어놓고 (북한 쪽과) 이야기 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한겨레신문 5월 20일 인용). 이번 방북이 충분히 ‘성공적’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넷째 방북 결과를 접수한 아베 일본 총리의 반응을 들어보자. 연합뉴스는 5월 19일 <아베, “납치 문제 해결 위해 북한과 대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 총리는 이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으로부터 18일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 참여(자문역)의 방북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면서 “앞으로 (북한과) 교섭, 대화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 일 대화의 조건과 목표를 재확인한 것이라 해석 가능하다.

위의 네 가지 장면이 나름 근거가 되는 때문인가? ‘아베 총리가 조만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정상회담을 갖고 납북자 문제와 핵, 미사일 문제를 포괄하는 북, 일 수교 협상의 개시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서울신문 5월 20일 사설)’.

과연 타당한가? 다섯째이면서, 위의 네 가지를 뛰어넘는 가장 결정적인 근거가 있다. 그것은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북의 선 비핵화!’ 그렇다. 아베 일본 총리는 북, 일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비핵화’를 걸지 않았다. 나아가, ‘납치 문제’로 그것을 아예 가렸다. 이것이 “북.일 교섭의 급진전, 6월 정상회담이 가능하다” 할 때, 그것을 받침 하는 가장 확고한 근거다.

여기서 불끈, 한 가지 의문이 치솟는다. 미국의 핵우산 아래 ‘안보’를 지탱하는 그 일본의, 미국의 엔저용인으로 경제를 풀어나가는 그 아베가 “북의 선 비핵화 없이 대화는 없다”는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치받으며 이처럼 용감할 수 있는 동력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여기 답안지 비슷한 것이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정말 미국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고 미국의 심기가 정말 불편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북 핵 문제에서 선(line)만 넘지 않는다면 일본을 대북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미국 측이 고려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중앙일보 5월 19일 인용).>

 

박근혜 대통령, 변화가 시급하다

 

선 비핵화, 자기의 ‘원칙’으로는 북과 대화, 협상할 수 없고, 그러면 북의 핵 문제를 풀 수 없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문제가 꼬여 간다는 것을 미국은 안다. 이 모순을 극복하면서, 어떻게든 자기 이익에 맞게 문제를 풀어가려면, 누군가를 대신 내세워 북의 내심과 협상 여지와 그 사이의 틈새와 그에 따른 대처 방안 등을 하나씩 건져 올리고, 종합해 맞춰야 한다. 즉, 대북 대화 창구가 필수. 그것을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아베로 찍은 것이다.

미국이 선 비핵화, 확고한 중심을 잡고, 일본이 오히려 으르렁 거리며, 중국이 못 이기는 척 따라오는, 이른바 ‘대북 공조’가 튼튼하니, 우리는 북의 변화, 즉 굴복을 기다리자, 하며 꿈에 부풀었다면, 지난 주, 그 풍선은 뻥 소리도 없이 터졌다.

5월 3일 북이 “개성공단 원.부자재 반출과 이를 위한 관계자들의 방북을 허용할 것이며, 5월 6일까지 구체적인 협의 및 출입계획을 제출하라는 안을 냈”음에도 이를 모두 없는 것처럼 묵살한 채 그로부터 12일이나 지난 5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거기 남겨놓은 완제품도 안준다고 하게 되면 세계인들이 볼 때 북한에 투자를 하겠느냐, 북한도 이런 부분에 대해 신사적으로 해야 한다(중앙언론사 정치부장 만찬)”며 북에 망신을 준, 바로 그 시각 바로 그 ‘세계’는 북과 ‘대화와 타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도 ‘선 비핵화’를 떼고 북과 대화하는데, 정상회담을 향해 가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묶은 발목의 줄을 언제 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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