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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특사 외교의 핵심을 읽는 열쇠 ‘한반도 비핵화’

<연재> 장대현의 주간 칼럼(3)

 2013년 5월 29일

장대현 /  통일뉴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연재순서>

(3) - 북.중 특사 외교의 핵심을 읽는 열쇠 ‘한반도 비핵화’

(2) - 미국, 대북 대화 창구로 박근혜 대신 아베를 쓰다

(1) - 박근혜 대통령 방미

 

 

시진핑의 ‘한반도 비핵화’는 북의 ‘비핵화’와 다르다

동북아 ‘특사 이어달리기’

 

흡사 이어달리기 경주를 보는 듯하다. 지난 14일에서 16일까지 일본 아베총리의 특사가 평양을 방문했고, 22~25일 북의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가 베이징을 방문했으며, 바로 그 다음날인 26일부터 2박 3일 간 미국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베이징을 방문(동아일보 5월 22일 인용), 일본과 북, 중국의 손을 거친 특사 이어달리기의 ‘바통’을 최종 전달받아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미국이 일본을 통해’ 시작한, 그 특사 이어달리기의 바통에는 과연 무엇이 새겨져 있을까? 운동장을 한 바퀴 빙 돌아, 4~5월의 전면적 북미 군사대결로 다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운동장을 박차고 대화와 협상의 새로운 터전으로 나갈 것인지, 6월 7~8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우선 그 향방이 가늠될 것이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정말 알 수 없는 것일까? 아니다. 지난 4박 5일, 북과 중국의 특사 외교를 찬찬히, 객관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거기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 그리고 우리의 내일이 언뜻 드러나고 있다.

 

최룡해 특사는 중국에 진짜 ‘홀대’ 받았는가?

 

국가 간 외교 행위에 분석의 시선으로 접근할 때 주목할 것은 하나가 외교적 의전, 또 하나가 회담의 내용일 것이다. 먼저 이번 북, 중 특사 외교를 대하는 중국 측의 의전의 수준을 보자. 여기서 하나 전제해야 할 것이 있는데 사실, 의전은 각 국, 또는 각자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것.

2000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조명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총정치국장이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에 군복 차림의 파격적 모습으로 등장한 것에 대하여, 대다수 언론은 “북과 미국이 전쟁 상태임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정전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부각하기 위한 외교적 압박의 일환”으로 평가한 반면, 당시 웬디 셔먼 미국 대북정책조정관(현 국무부 정무차관)은 “북한의 외무성 등 뿐 아니라 군부도 북미 관계개선에 동의한다는 외교적 배려의 일환”으로 전혀 달리 해석한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시 주석은 최룡해가 두 손으로 약 30센티미터 길이의 김정은 친서를 전달하자 말없이 무표정하게 이를 받았다. 이어서 왼쪽 끝을 한 손으로 잡아서 비서에게 줬다(조선일보 5월 27일 인용)” 마치, 한 손으로 친서를 받은 것처럼 그려내고 있다. 그러한 묘사를 생생히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기사의 의도였다면, 그러나 그것은 거짓말이다. “최 총정치국장은 이날 시 주석에게 김 제1위원장의 친필 서신을 전달했고 시 주석도 이를 두 손으로 받았다(한국일보 5월 24일 인용)”

또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사 방문일 경우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사람을 만나는 게 일반적인데 북한 내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최룡해가 자신과 정치적으로 동급에 가까운 인물을 만나는 건 일반적인 격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중앙일보 5월 24일 인용)>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른바 특사 ‘홀대론’ 제작, 배포의 진원지임을 알 수 있는 이 진단은, 그러나 류윈산 위원이 시진핑 주석과 더불어 외교 분야를 총괄하는 중앙외사영도소조의 일원, 즉 중국 외교의 총책임자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다음날 ‘서열이 높은’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는 점에서 그들만의 주관적 영역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최룡해 특사가 중국에 도착하기 하루 전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을 떠나 지방을 돌았고 24일 돌아와서도 하루를 더 끌며 애를 태우다 25일 오후에나 겨우 만나주었다는 것이다. 최룡해 특사의 방중 일정을 양국 중 어느 일방도 발표한 적 없으므로 시진핑 주석과의 애초 면담 일시 역시 확인 불가능하고, 따라서 그것의 진위 여부는 가릴 수 없다.

그러나 정황을 놓고 볼 때, 중국 측이 시진핑 주석과 특사 간 회담을 고리삼아 어떤 외교적 의사표시를 거기 실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는,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당시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의 특사가 북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 다음 날 평양을 떠나 자강도에 현지지도를 갔다가 다이빙궈 특사의 귀국 당일에야 그를 만나 후 주석의 친서를 전달 받음으로써, 중국에 대한 당시의 외교적 의사 표시를 객관화한 것과 유사하다.

“중국 측은 이날 서우두공항 활주로에까지 의전차량을 대기시키고 트랩 밑에서 특사단 일행을 영접하는 국빈급 대우를 했다(파이낸셜뉴스 5월 22일 인용)”, “특사단 일행이 서우두공항에 도착했을 때 활주로까지 의전차량을 넣어 트랩 바로 밑에서 영접한 데 이어 국가 지도자급이 주로 묵는 댜오위타이에 머물도록 했다(세계일보 5월 22일)” 등의 보도를 볼 때 북의 최룡해 특사가 홀대를 받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과장 또는 아전인수식 ‘해석하기 나름’에 해당한다고 해야 정확하다.

그럼 환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북의 특사 외교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는 그저, 자기의 외교적 이익을 위해 자락을 깔고, 휘장을 치는, 지극히 이기적인 외교 행위일 뿐임을 확인하자는 것이다.

 

최룡해 특사는 시진핑 주석에게 정말 ‘질책’ 받았는가?

 

최룡해 특사는 도착 당일인 22일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23일 류윈산 당 정치국 상무위원, 24일 오전 판창중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과 회담했다. 이 가운데 우리 언론이 주목, 집중 보도한 것은 류윈산 위원과의 만남에서 “우리는 중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돌아가도록 큰 노력을 한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 (우리는) 중국의 건의를 접수해 관련 당사자들과 대화하길 바란다(중앙일보 5월 24일 인용)”고 언급한 대목이다. 이는, 북이 지난해 우주로켓 발사 이후 유엔의 대북제재, 뒤이은 4~5월 북미 군사적 긴장 등을 거치는 동안 처음으로 ‘관련국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똑같은 장면을 약간 다른 각도에서 전한 기사도 있다. <아울러 “조선은 경제 발전에 집중하고 민생을 개선하고 평화적 외부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중국이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한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의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큰 노력을 하는 것에 모두 찬성하고 감사한다. 북한은 중국의 이런 노력을 받아들여 각국이 대화의 길을 열길 바란다”고 말했다(한겨레신문 5월 24일 인용)>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북은 대화의 의지를 천명하는 동시, 관련한 각 나라에게도 대화에 필요한 환경 조성을 촉구한 것이 된다. 즉, 북의 ‘대화 의지’에는 ‘선비핵화’ 등 미국의 대화 전제조건에 대한 거부 의지가 여전히 내장된 것임을 기사는 암시한다.

북, 중 특사 외교는 다음날 절정을 맞는다. 양제츠 국무위원과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이 배석한 가운데 시진핑 주석과 최룡해 특사 사이, 특사를 통한 북.중 정상 간 간접 회담이 열린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중국의 입장은 아주 명확하다.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관련 국가들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굳건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는 모두가 바라는 바이고, 대세의 흐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특사를 면전에 두고, ‘북한 핵’ 보유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조선일보 5월 25일 인용>고 전한다. 경고, 과연 그러한가?

조금 더 들어보자. <시 주석의 면담 후 ‘발표문’은 마치 북한에 대한 훈계 같았다... 세 개의 잇따른 문장에서 세 차례 비핵화를 강조했다... 김정은이 ‘핵 보유국’을 선언하고 영변의 5MW원자로를 재가동하는 것에 대한 ‘질책’이라고 할 수 있다(조선일보 5월 27일 인용)> 질책, 역시 그러한가?

기사대로 한다면 중국은 북에 ‘경고’하고 ‘질책’했다. 중국이 모를까? 북이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하고, “앞으로 군축회담은 있어도 비핵화 회담은 영원히 없다”고 ‘선언’한 것을 중국이 정말 모를까? 따라서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북에게만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이 북.중 특사외교의 즉각적인 마찰과 전면적인 파열을 의미한다는 것을 중국이 까맣게 모를까? 아니다. 중국은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런 중국이, 그것도 의제와 그 의제의 논의 수준, 그리고 공동의 결론까지 사전에 정밀하게 정리되고, 고도로 조율되는 정상 간 특사 외교의 장에서 그럼 중국은 왜 그런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것일까?

또 하나, 북은 “우리는 6자회담 등 여러 형식의 대화, 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관련 각국과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응대했을 뿐, 각본에도 없는 중국의 ‘애드립’ 공격에 대하여 왜 즉각적이고 전면적으로 반발하지 않았는가?

여기에 대한 답이 이번 북, 중 특사 외교의 핵심적 논의, 합의 방향을 알려주는 단서다. 시진핑 주석이 “모두가 바라는 바이고, 대세의 흐름”이라면서 밝힌 ‘한반도 비핵화’는 ‘북만의 비핵화’가 아니다. 조선일보가 ‘한반도 비핵화’를 ‘북의 비핵화’로 슬쩍 바꿔치기해도 객관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보라. 한반도는 남과 북, 그 모두를 포괄한다. 자. 북에는 핵이 있다. “믿어 달라”고 세 번이나 핵 실험을 하고, 지난 4~5월 “핵전쟁을 회피하지 않는 미국과의 전면대결전”을 했다. 그럼 남쪽에는 핵이 없나?

노태우 정부 시절 미국의 지상 핵무기는 모두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무기 존재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않는(NCND)’ 즉, 잡아떼기 전략으로 일관하는 미국의 정책 상 현재로서는 검증이 불가능하지만, 그것을 믿는다 해도 핵은 남쪽에 여전하다.

미국의 B52전략폭격기, B-2스텔스 폭격기가 남쪽 상공을 비행하면, 미국의 핵잠수함이 동, 서해 남쪽 바다를 가로지르면, 미국의 핵함공모함 전단이 한반도에 접근하면, 그 때마다 남쪽은 언제든 북을 수십 번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가공할 핵무기 공격기지가 된다. 뿐만 아니라, 정전체제, 즉 미국과 북이 국제법에 따라 교전상대국인 상태가 유지되는 한 미국 본토에 배치된 450기의 미니트맨3이 언제 북으로 육박해 들어가, 북을 초토화시킬 지 아무도 모른다.

즉, 북과 미국 사이 정전체제가 지속되는 한 남쪽에도 핵이 있는 것이다. 이는 북의 주관적 인식 영역을 넘어, 세계가 다 인식 가능한 객관적인 사실이다. 6자 회담의 공식 명칭이 ‘북의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인 이유도 북뿐 아니라 남에도 핵이 있다는 인식이 국제화된 까닭이다.

 

자연스런 대화 복원의 계기, 6.15공동행사마저 걷어차면서

 

이제, 중국이 왜 북의 ‘면전’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했는지, 북이 왜 중국에게 “6자회담 등 여러 형식의 대화, 협상을 통해”라며 6자회담의 여지를 살짝 열었는지, 그리고 북, 중 특사 외교 직후 중국 언론이 일제히 “이제는 미국, 한국 등이 대화에 호응해야 한다”고 고창하는지, 그리고 우리 언론도 “지금 재개되는 6자 회담은 과거의 6자 회담과 같을 수 없다(중앙일보 5월 24일 김영희 칼럼 인용)라고 말하는지, 정말이지 이제는 알아야 한다. 누가? 누구보다 먼저 박근혜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음 달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한.중 간 더욱 긴밀히 공조해 나갈도록 할 것(오마이뉴스 5월 27일 인용)”이라고 했다. 북의 ‘선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단단히 못 박고, 정전체제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수립보다 한미(일)동맹에 매달리는 박근혜 정부가 중국과 긴밀히 공조할 수 있을까? 동북아의 새로운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여 국익을 수호하려는 미국, 그리고 “태평양은 넓다”며 동북아의 이권을 놓고 미국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중국이 7월 8~9일 한반도를 협상 탁자에 올릴 텐데, 그들만 바라보다가 7월 말 중국에 가서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여기 한반도, 우리 땅에서 북과 대화하지 않고, 그 대화를 통해 박근혜 정부 자신이 협상동력을 만들지 않으면서, 남과 북 대화의 계기를 자연스레 살리고, 그를 통해 주도력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6.15남북공동행사를 둘러싼 남북대화마저 걷어차면서, 자국의 이익에 눈이 시뻘건 미국과 중국에게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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