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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맞이 예능 ‘공약가계부’

<연재> 장대현의 주간 칼럼(4)

 2013년 6월 4일

장대현 /  통일뉴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연재순서>

(4) - 취임 100일 맞이 예능 ‘공약가계부’

(3) - 북.중 특사 외교의 핵심을 읽는 열쇠 ‘한반도 비핵화’

(2) - 미국, 대북 대화 창구로 박근혜 대신 아베를 쓰다

(1) - 박근혜 대통령 방미

 

 

국정홍보를 예능처럼 하는 청와대

 

‘자니 윤 쇼’를 비롯하여 ‘100분 쇼’, ‘가요 톱10’, ‘가요무대’ 등으로 잔뼈가 굵은 예능PD출신을 홍보수석에 임명하는 청와대를 보며, 지난 2월 언론은 “공보기능보다는 대통령의 PI(대통령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인선”이라고 해석했다. “공보가 아니라 PI”가 도대체 무슨 말인가? 박근혜의 청와대는 ‘국정을 널리 알리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이미지 연출 또는 조작’을 국정홍보로 인식, 실천한다는 뜻이다.

“지난 3월 4일 정부조직법 통과를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 자리에서는 액세서리를 거의 하지 않았다. ‘여성성’과는 거리를 두고 단호한 모습을 표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취임식 때는 여성 대통령이라는 의미를 한껏 살리면서도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빨간색 한복을 택했다(경향신문 6월 3일 인용)”는 기사가 말해주는 것처럼, 여성의 부드러움을 적극 강조하다가, 그 반대의 모습으로 표변하는 것이 바로 PI이며, 그런 점에서 그것은 이미지 연출보다는 조작이며, 바로 그 점에서 예능과 일맥상통한다.

네모난 화면 안에서라면 돌덩어리도 황금으로 바꿀 수 있는 예능PD의 자유자재한 손으로 대통령의 이미지를 마음껏 주무르던 이남기 홍보수석은 윤창중의 ‘도망 귀국’을 종용하고, 그 잘못을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등으로 ‘바보상자’의 실체를 드러내, 결국 중도하차했다. 그러나 카메라 한 대 고장 났다고 영화제작이 ‘엎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주변에는 예능PD의 기량을 내뿜는 수많은 이남기들이 있다. 그 증거가 지난 31일 발표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 이른바 ‘공약가계부’다.

 

일찌감치 내다 버린 공약, ‘경제민주화’

 

박근혜대통령의 대표공약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공약 수정과 폐기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김용준 인수위원장 1월 17일 발언)”고 말하고는, 이어서 공약의 폐기와 수정을 시작한다.

경제민주화는 탈탈 털어 일찌감치 내다 버렸다. 박대통령이 18대 대선 예비후보자로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제출할 당시만 해도 ‘1번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는 최종적인 대선 공약에서는 ‘9번’으로 밀려나더니, 2월 20일 인수위원회가 ‘140대 국정과제’를 발표할 때에는 흔적도 없이 실종되었다. 입장권을 빼앗기면 앉을 자리도 남지 않는 법.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배상금액을 최대 10배 까지 확대, 대기업 등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등을 실질적으로 없애겠다는 공약은 인수위에서 그 배상금액을 현행과 동일한 3배로 후퇴시켜, 사실상 버렸다. 대기업 총수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특정경제범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법을 고치겠다는 공약도 ‘형량 강화’로 원위치, 쓰레기통에 모았다.

뿐만 아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누누이 얘기 했지만 어디를 내리치고 누구를 옥죄는 게 아니다... 피부에 와 닿게 확실하게 규제를 풀어야지 그냥 찔끔찔끔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4월 22일 수석비서관 회의 모두 발언)” 납품단가를 후려쳐 수많은 ‘을’의 땀과 노동과 돈을 갈취해가는 대기업, 온갖 불법으로 국민의 각종 재산을 횡령하는 재벌을 내리치고, 옥죄겠다는 것이 자기 자신의 공약 아닌가? 그러나 이제 와서는, 그런 것은 경제민주화가 아니라고 말을 바꾼다.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감면,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피부에 와 닿게 확실하게 규제를 푼’ 결과 지난 5년 동안 우리 사회 1% 재벌과 99% 서민은 각각 어떻게 되었는가? 첫째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새로 만들어진 (재벌의) 순환출자 고리는 9개 집단에 69개 기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순환출자 고리의 절반 이상(55.6%)을 차지하는 수치다(한겨레신문 5월 30일 인용). 즉,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 급격히, 극도로 강화되었다.

둘째 10대 그룹 주력사의 매출은 2007년 말 총 209조원에서 지난해 364조원으로 73.8% 증가했으며(조선일보 2월 28일 인용), 10대 재벌의 사내 유보율, 즉 원금(납입 자본금)에 비하여 벌어 쌓아놓은 돈의 비율이 2012년 1400%를 넘었다(한겨레신문 4월 28일 인용). 즉, 재벌의 배가 가속도를 내며 부풀어, 터지기 직전이다.

셋째 ”MB정권 출번 직전에는 대기업들이 10억원을 벌 때 평균 1.17명을 고용했지만 지난해에는 0.78명으로 사실상 고용을 줄였다(조선일보 2월 30일 인용). 또한 “기업이 창출한 이윤은 2000-2006년 10.6%, 2006-2010년 12.5%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가계로 돌아간 소득은 2000-2006년 4.3%증가세를 보이다, 2006-2010년 사이엔 –0.7%로 오히려 감소했다(아시아경제 2월 28일 인용)”. 즉 99% 서민에게, 1% 재벌이 경제수탈의 날카로운 ‘빨대’를 꽂아 마구, 미친듯이 빨아 간다는 것이다.

넷째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국세청이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제공한 2011년 통합소득 100분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3억8천116만원이었다.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647만원에 불과해 소득 상위 1%와 하위 20% 간 소득 격차는 58.9배에 달했다(충청매일 5월 5일 인용)”. 한편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3월 –4.4%(전년 동기 대비), 4월 –9.8%로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다(동아일보 5월 28일 인용). 즉, 위 네 가지가 종횡으로 작용한 결과, 99% 서민의 주머니가 텅텅 비었고, 그 결과, 경기하락과 경제침체의 악순환 고리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피부에 와 닿게 확실하게 규제를 푸는’ 것이 오늘 우리 모두의 이 가공할 고통을 가져왔는데, 그것을 더욱 철저히 하겠단다. 아이의 이름을 바꿔 그 아이의 운명마저 바꾸는, 무서운 동화를 읽는 것처럼, 쩍 소름이 돋는다.

 

대폭 후퇴한 공약, ‘복지’

 

“저는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으로 확대해서 65세 모든 어르신에게 내년부터 20만원의 연금을 주기로 했다(작년 12월 10일 대선후보 2차 텔레비전 토론 녹취록. 한겨레신문 12월 11일 인용)”. 박근혜 당시 후보의 공약이다. 그러나 그는 인수위 단계에서 이를 수정, 후퇴한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득 하위 70%에는 20만원을 지급하되, 국민연금에 가입한 소득 하위 70%에게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수록 연금 액수를 깎아, 적게는 14만원을 받게 된다. 공약 불이행뿐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식이며, 류길재 통일부 장관 식으로 하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엿 먹으라!”는 것이다.

4대 중증질환은 사정이 더욱 나쁘다. <박 후보는 “암 등 중증 질환을 100% 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하겠다”며 “공약 실천을 위해 1조5000억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박 후보의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조5000억원’ 액수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비급여 부분을 지원하면 많은 재정이 들지 않는다”고 대답했다(작년 12월 16일 대선후보 3차 텔레비전 토론 발언. 경향신문 12월 17일 인용).> 4대 중증질환에 대하여, 비급여 부분까지 국가가 전액 지원하겠다고 분명히 공약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인수위 시절 박박 찢고 다시 고쳤다.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 비급여 부분은 제외한다는 것. 4대 중증질환의 경우, 환자 부담의 49%가 비급여 부분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비급여를 제외하는 것은 공약 후퇴가 아니라 아예 거의 백지화하는 것이다.

노인 임플란트도 대표적 가짜 공약이다.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이라고 공약집에 적었으니, “65상 이상 노인들의 모든 치아 건강보험 적용”으로 읽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찍어줬는데, 선거가 끝나자 그게 아니란다. “75살 이상 어금니 두 개”란다. 터무니없는 허위 과장 광고, 지독한 부도덕 상술이다.

 

그것조차 안 지키려는 ‘공약가계부’

 

140개 국정과제 중 돈이 들어가는 104개 사업에 대하여 134조 8천억 원이 필요한데, 이를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고, 만들어진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지, 꼼꼼히 적어 넣은 것이 31일 발표한 이른바 ‘공약가계부’다. 먼저, 만드는 문제다. 앞으로 4년 간 세금수입을 50조 7천억 원 늘리고, 정부지출을 84조 1천억 원 줄여, 134조 8천억 원을 만든다. 다음, 쓰는 문제다. 앞으로 4년 동안 경제부흥 33조 9천억 원(25%), 국민행복 79조 3천억 원(59%), 문화융성 6조 7천억 원(5%), 평화통일 기반 구축 17조 6천억 원(13%)를 각각 투입한다. 일목요연, 가계부로 말끔히 정리했으니 알뜰살뜰 주부의 그것처럼 애처롭고, 장하고, 믿음직한가? 불행히도 아니다.

첫째 세금수입에서 50조 7천억 원을 늘리는 대목을 보자. 그중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27조 2천억 원을 조달한다. 그럼 어떤 지하경제를 찾아내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걷는 걸까? 없다. 그냥 지하경제 양성화, 깃발만 나부낀다. 다음, 비과세 항목과 세금감면 항목 등을 축소해서 18조를 조성한다. 이 역시 어떤 비과세, 감면 항목을 언제부터 폐지한다는 구체적 계획이 없다. 비과세, 감면을 없애는 것은 여론을 뒤집어 선거 결과마저 뒤집는 가장 확실한 카드라, 역대 정부가 말만하고 실행하지 못한 대표적 정책인데, 이를 추진하려면 집권 1년 차, 바로 지금 해야 하건만 그런 건 없고, 그냥 제목만 있다. 그 다음, 주식양도차익과 금융소득과 자본이득에 각 세금을 물려 나머지 돈을 확보한다. 이 역시 허망하다. 현재 그 각 항목의 세금제도 자체가 없으며, 언제 어떻게 입법하겠다는 청사진도 없다. 지금 만들어 당장 걷겠다, 해야 믿음이 가겠으나, 그런 건 없다.

둘째 정부지출에서 84조 1천억 원을 줄이는 지점을 보자. 먼저 대규모토목공사(SOC)에 들어가는 돈을 11조 6천억 원 줄인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이 가장 먼저 난리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약가계부를 통해 책임 있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한 27일, 정작 정부가 짜온 135조원짜리 ‘공약가계부’가 새누리당 지도부한테 ‘뭇매’를 맞았다. 지방공약 예산이 대거 빠지면서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한겨레신문 5월 28일 인용).> 그러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한 발 물러선다. “신규 사업은 공약 및 필수사업 중심으로 추진하고, 지방 공약을 원칙적으로 모두 이행하겠다”. 박근혜 당시 후보의 지역 SOC공약을 다 합치면 80조 원이 필요하다. 11조 6천억 원 줄이려다 80조원이 더 들어갈 판인 것이다.

다음, ‘국정과제 재투자’를 통해 40조 8천억 원을 늘린다. ‘국정과제 재투자’가 과연 무엇인데, 거기서 그 막대한 돈이 쏟아져 나올까? 설명이 없다. ‘재투자’이므로 새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새로 생기는 돈이 아니라 원래 있는 돈을 장부상 이름만 바꾼다는 것인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면 자금 마련 효과가 진짜 있을까? 역시 정부는 답이 없다.

셋째 공약가계부의 모든 항목은 내년부터 우리 경제가 매년 4%씩 성장하는 것을 전제로 ‘계산’된 것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3%다. 미국 경제 붕괴와 유럽연합 재정위기, 일본의 추락 등 세계경제의 주요 축이 무너지며 내수가 급속 침체, 그 나라에 수출하는 국가의 성장을 끌어 내리고, 그 결과 10%이상의 고도성장을 질주하던 중국마저 작년부터 7-8%로 성장률이 반 토막 난, 그야말로 세계경제의 총체적 공황 속에서 올해 2.3% 성장을 목표로하는 우리가 내년부터 갑자기 4% 성장을 한다? 수입전망도 없이 지출 계획을 세우고는 아이들에게 뻐기는 주부가 떠오른다.

넷째 돈을 만드는 연도별 계획이 비현실적이다. “올해 6조600억원, 2014년 15조3000억원을 쓴다. 2015년 29조1000억원, 2016년 37조6000억원, 2017년 46조2000억원 등 점진적으로 늘려간다(머니 투데이 5월 31일 인용)”는 것으로, 전체 재원의 60%를 집권 4-5년 차에 만든다는 것이다. 힘이 넘치는 1-2년 차가 아니라, 레임덕에 시달리고, 선거를 의식해 각종 선심 예산을 나눠줘야 하는 2016년, 2017년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돈을 만들겠다니, 누가 믿겠는가?

 

예능과 히틀러의 선동, 그 공통점

 

『나의 투쟁』 재미도 없고 내용도 없는 그 책에서, 하나 건질 것이 있다면 자유민주주의 선거제도의 허점과 그것을 파고드는 히틀러의 영악하고도 억척스런 선동술이다. 그는 말한다. “말하고 싶은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가장 학력이 낮은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계속 반복하라”.

공약가계부는 참신하다. 그리고 ‘젖은 손이 애처로운’ 주부가 떠올라 정답다. 또한, ‘자기는 안 먹으면서 식구에게는 악착같이 먹이는’ 엄마가 연상되어 믿음직하다. 그 모든, 선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한 이미지를 차용하여, 공약을 내다 버린 점, 후퇴시킨 점 등을 가리며, 공약 이행을 위해 갖은 애를 쓰는 모습을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예능의 방식으로 그려내는 것은 그래서 너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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