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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경제 살리기’ 성공할까?

<연재> 정창현의 ‘김정은시대 북한읽기’ (11)

 2013년 7월 15일

정창현 / 통일뉴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 <민족21> 대표>

<연재순서>

11.  ‘지방경제 살리기’ 성공할까?

10.  사회주의 경제관리 개혁의 기본방향

  9.  북 전역에 경제특구 설치된다

  8.  수매가격 현실화와 생산실적에 따른 현물 분배

  7.  수익에 따라 노동자 임금 자율 결정

  6. ‘포괄적 세계전략’에 따른 남북대화 제안

  5.  휴대전화 200만대 돌파, 북한은 지금 ‘통신혁명’ 중

  4.  슈퍼마켓이 ‘상업유통망’을 바꾼다

  3.  비상체제에서 정상체제로 전환하다

  2.  김정은시대의 ‘변화’를 준비해 놓은 김정일 위원장

  1.  김정은시대는 김정일시대와 다르다

 

 
▲ 2013년 6월 강원도에 있는 인민군 제549군부대 돼지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올해 들어 지방 현지지도를 자주 하고 있으며, 군부대 방문 때도 주로 먹는 문제와 관련된 후방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자료사진 - 민족21]

 

지난 3월 18일 평양에서는 10년 만에 전국경공업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 직접 참석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경공업 공장에서는 생산을 정상화할 데 대한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장, 기업소에서 생산을 정상화하는 것을 선차적인 과업으로 틀어쥐고 인민생활에 절실히 필요한 소비품을 다량생산하며 기초식품과 1차 소비품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전선과 경공업전선을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주공전선으로 설정한 북한이 지난해 농업분야에서 이룩한 증산 성과를 기초로 올해에는 경공업 발전에 힘을 더 쏟겠다는 정책 방향을 내놓은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은 “이미 마련된 생산 잠재력을 최대한 남김없이 동원하여 인민소비품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리며 현대화, 과학화를 힘있게 추진하여 경공업을 세계 선진수준에 올려 세우는 것”을 경공업분야에서 추진해야 할 중심과업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인민생활자금을 해결하기 위해 생산과 수출의 일체화를 실현하고 다른 나라들과의 가공무역을 확대발전시키며, △생산공정들을 현대적으로 개조하고 현대적인 인민 소비품 생산기지들을 많이 건설하고 원료의 국산화를 실현하며, △지방공업을 발전시키고, △8월3일 인민소비품생산운동처럼 질 좋은 소비품들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전 군중적 운동, 전 사회적인 사업으로 전개 등이 ‘선차적인 과업’으로 제시됐다.

또한 김 제1위원장은 “생산된 제품이 비법적으로 거래되는 현상을 없애고 인민들에게 더 많은 소비품이 차례지게(돌아가게) 해야 한다”며 경공업 제품의 불법거래 근절 강조하고 “일꾼들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수입병은 경공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수입대체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2000년대에 들어와 국방공업과 최첨단 CNC기술 개발에 국가예산을 집중 투자해 온 북한은 2009년부터 ‘지방경제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고, 이러한 흐름이 김정은시대에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우선 경공업(특히 지방경공업) 발전을 위해 특별재원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전국경공업대회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공업의 위력도 인민의 생활에서 나타나게 해야 한다며 단천지구 광산들과 공장, 기업소를 뚝 떼어 전적으로 인민생활자금을 보장하는데 복무하도록 해주셨다”라고 처음 밝혔다. 2009년 이후 북한 당국이 단천지구에서 생산되는 마그네사이트와 연.아연 등 유색금속을 수출해 벌어들인 자금을 경공업 분야에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평양의 ‘본보기’시설 지방 확산

 

둘째로 북한은 평양에 새로 ‘본보기’ 시설과 공장을 건설하고, 이를 지방에 확산시키는 한편, 본보기로 선정된 지방의 군(郡)의 사례를 전국적으로 따라 배우도록 하고 있다. 북한은 “본보기를 마련하고 그 성과를 일반화하는 것은 우리 당의 전통적인 사업방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 2011년 3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당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함께 현지지도한 평양남새과학연구소의 전경도. 북한은 이 연구소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남새(야채) 재배를 위한 온실을 건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 민족21]

 

북한은 2009년 평양에 대규모 대동강과수종합농장을 건설한 후 이 농장을 본보기로 농장의 과수밭 조성과 과수농법 등을 전국에 일반화하기 시작했고, 평양에 평양남새과학연구소를 설립한 뒤에는 전국 협동농장에 남새(야채)온실을 짓도록 했다. 지난 6월 중순 평안북도 안주시 송학협동농장 남새온실을 현지지도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금 전국적으로 남새온실 건설바람이 불고 있는데 그것이 현실에서 은이 나고 있는가를 알아보려고 이곳을 찾아왔다”라며 지방의 남새온실 건설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7월 준공을 앞둔 릉라인민유원지의 물놀이장을 둘러보면서도 “이런 물놀이장을 앞으로 지방도시들에도 건설해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의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1월 문을 연 ‘광복거리상업중심’(대형슈퍼마켓), 대형전문상점 등을 평양의 각 구역과 지방의 주요 도시에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평양에 새로 건설된 아파트, 놀이공원을 ‘본보기’로 각 지방에도 자체적으로 건설하도록 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강원도 원산시 바닷가에 놀이공원이 개장됐고, 자강도의 강계청년유희장, 함흥청년공원(함경남도) 등도 개건 현대화작업이 진행됐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포항구역 중심부에는 2000가구를 수용하는 7~18층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고,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아파트 건설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의 군(郡) 중에서는 평안북도 창성군과 황해북도 연탄군, 시(市) 차원에서 회령시, 도 차원에서는 함경북도 등이 ‘본보기 단위’로 개발 선전되고 있다.

 

지방공업 발전의 본보기 창성군

 

“우리 당은 지방당 및 경제일꾼 창성연석회의 50돌을 맞는 올해(2012년)에 지방공업 발전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공업과 지방공업을 다 같이 발전시키는 것은 사회주의 경제건설에서 우리 당이 일관하게 견지하는 원칙이다.”

지난해 8월부터 북한은 본격적으로 지방경제 발전을 강조하며 본보기로 평안북도 창성군을 다시 내세우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창성군은 지방공업의 상징적 모델로 강조돼 있다. 북한의 역사에서 1962년 8월 7일과 8일 창성군에서 열린 ‘지방당 및 경제일꾼 연석회의’는 지방경제 발전을 추동한 중요한 회의로 기록돼 있다. 김일성 주석은 이 회의에서 ‘군(郡)의 역할을 강화하며 지방공업과 농촌경리를 더욱 발전시켜 인민생활을 훨씬 높이자’라는 연설을 했다. 이때부터 북한은 창성군을 지방경제 발전의 본보기로 내세웠다.

김정일 위원장도 2010년 11월 창성군을 현지지도하면서 “창성의 일꾼과 근로자들이 지방공업혁명을 일으키는 데서 선봉적 역할을 수행하라”고 격려했다. 이후 창성에서는 식료공장, 직물공장 등이 최신 기계설비 등으로 재건설됐으며, 식료가공공장과 피복공장이 큰 규모로 새로 건설됐다. 군 소재지 중심거리에는 창성각과 국숫집이 증축되고, 은덕원(목욕탕 등 종합편의시설), 소년회관, 유치원, 탁아소가 새로 건설되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평안북도 창성군 림진섭 당 책임비서는 노동당 이론기관지 《근로자》(2012년 제8호)에 기고한 글에서 창성군이 지난해 이룬 성과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지방당 및 경제일군 창성연석회의 50돐(2012년)을 계기로 식료공장과 직물공장을 비롯한 군안의 모든 지방공업공장들이 1~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지난 세기의 잔재를 완전히 털어버리고 지식경제시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었다. 군에서는 군중적운동으로 군안의 원료원천을 최대한 동원리용하여 생산을 늘이고 있으며, 국제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질좋은 소비품들을 대대적으로 생산하고 있다.…자기 지방의 원료원천을 최대한 동원하여 생산을 늘여야 지방공업 현대화의 은이 실지로 나타나게 할 수 있다.”

북의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에서는 “창성 못지 않은 살기 좋은 고장으로 꾸리겠다”는 각오로 모든 군에서 창성군의 모범을 따라배우기 위한 사업이 벌어졌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북한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는 “창성군, 회령시의 지방 산업공장들을 본보기로 하여 지방공업의 현대화가 힘있게 추진됐으며 지방 공업부문의 분기 공업 총생산액 계획이 107%로 초과 수행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6월 13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평안북도 창성군의 여러 부문 사업을 직접 현지지도하고 2년 6개월 동안 이뤄진 성과를 점검했다.

 

‘함남의 불길’ 전국화 추진

 

창성군의 지방공업 발전의 본보기라면 도(道) 차원에서는 함경북도가 본보기 단위로 선전되고 있다. 2009년 8월 김정은 후계자를 대동하고 함흥과 원산을 시찰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0년 11월 말-12월 초에 다시 함경북도의 주요 기간산업과 경공업, 농업에 걸친 중요 단위들을 현지지도한 후 ‘함남의 불길’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킬 것을 지시한 바 있다.

 

 

 

▲ 2010년 5월 함경북도 함흥시 룡성기계연합소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흥시 개발계획도를 가리키며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자료사진 - 민족21]

 

특히 김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당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2011년 10월 함남을 현지지도한 후 노력혁신자, 과학자, 기술자들을 위한 연회까지 개최했다. 2.8비날론연합기업소, 흥남비료연합기업소, 룡성기계연합기업소, 흥남제련소, 대흥청년영웅광산, 용양광산, 단천마그네샤공장, 단천항 건설장, 룡전과수농장, 동봉협동농장 등에서 일하는 경제간부들과 노력혁신자, 과학자, 기술자들이 평양에 초대됐다. 김정은 제1위원장도 지난 6월 함흥을 또 다시 방문했다.

특히 함흥, 원산, 회령 등 주요 도시에 대한 재건설계획도가 마련돼 이 계획에 따라 도시개발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함흥의 경우 2010년 5월 2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흥 룡성계연합기업소를 시찰할 때 공개됐고, 회령시의 경우는 2010년 12월 김 국방위원장이 회령시를 방문했을 때 공개됐다. 회령시의 경우 지난해 9월 최영림 총리가 방문해 “시의 발전전망에 대해 알아보고 자재공급 및 식생활과 관련한 공장, 기업들을 둘러본 뒤 관련 문제들을 논의”했는데, 이때 최 총리도 회령도시계획도를 시 관계자들과 함께 보며 개발진행상황을 점검했다.

 

 

 

▲ 2012년 9월 최영림 총리가 회령시를 방문해 “시의 발전전망에 대해 알아보고 자재공급 및 식생활과 관련한 공장, 기업들을 둘러본 뒤 관련 문제들을 논의”한 후 회령도시개발계획도를 시 관계자들과 함께 보며 개발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자료사진 - 민족21]

 

‘지방경제 살리기’에는 상대적으로 내각 총리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상대적으로 평양의 경제시찰에 집중했다면 당시 최영림 총리는 지방경제 현지요해(시찰)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을 이룬 것이다. 실제로 최 총리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지방 산업현장을 시찰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1월 6일 평안북도 동림광산기계공장과 동림전기공장을 현지요해한 것을 시작으로 11월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현지요해까지 40회 안팎의 경제현장 시찰에 나섰다. 지난 2년 여간 최 총리가 단독시찰한 곳은 각종 재해현장을 포함해 기업소.공장, 경제특구, 농장, 광산, 변경도시 등을 아우른다. 지난해 김정은 제1위원장의 143회 현지지도 중 경제 부문이 32회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올해 4월 새로 임명된 박봉주 총리도 5월 김정숙평양방직공장과 해주 비료공장을 시찰한 것으로 시작으로 6월에는 함흥지구의 중요 공장, 기업소들을 현지 요해(파악)했다.

 

선택과 집중에 따라 순차적 개발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너무 평양꾸미기에 치중해 지방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선택과 집중에 따라 순차적으로 국토의 균형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개혁 개방 초기에는 한정된 자원으로 전국을 동시에 개발하는 대신 특정 지역에 우선 투자하고 다른 지역 개발은 뒤로 미루는 방식을 채택했다.

지난해 4월과 9월 북한을 방문했던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루디거 프랭크 교수는 “북한의 지방이 완전히 뒤쳐져 있는 건 아니다. 자원이 덜 배분되는 건 사실이지만, 지방에서도 공사가 진행되고 상점이 늘어나는 등 개발이 분명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 주민들도 언젠가는 자신들 차례가 올 거라는 희망을 갖게끔 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평양이든 지방이든 ‘본보기 단위’가 마련됐지만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지방 재정이 확보돼야 하는 것이다. 2002년 7월 사회주의경제관리개선조치가 발표된 후 북한의 각 도, 시는 독자적으로 자체 예산을 짜고, 그에 해당되는 재정을 상당부분 자체적으로 조달해 왔다. 이러한 조건에 각 도, 시에서 주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재정확보가 선결돼야 한다. 김정일시대에 지방경제 활성화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단천지구 광산들과 공장, 기업소의 수익을 경공업분에 투자하도록 했으나, 이 자금은 주로 국가적 차원에서 ‘본보기 사업’에 쓰이는 것으로 보이며, 도, 시, 군의 주요 사업은 여전히 자체 예산을 확보해야 추진이 가능하다.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도.시인민위원회에서는 우선 자체적으로 해외자본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평양에 건설된 대형슈퍼마켓, 해맞이식당 및 상점과 유사한 대형상점의 지방 건설을 지시함에 따라 신의주 등 주요 지방도시에서는 대형상점 개장을 위한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지방 차원에서 무역을 할 수 있게 하고, 각 시, 군별로 경제개발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지방 시, 군의 재정확보를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선경제특구를 제외하면 해외투자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방 각 공장, 기업소의 경우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 노동자들에게 식량배급을 해야 하지만 지방에는 사실상 돌아가지 않는 공장들이 대다수다. 식량을 정상적으로 배급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여전히 시장에 의존해 생활해가고 있다. 관료주의, ‘책상주의’에 빠진 지방의 간부들은 ‘예산 부족’을 내세워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방경제 살리기’가 현실에서는 구호처럼 쉽지 않은 셈이다.

 

연탄군 사례의 허와 실

 

북한에서 모범 군으로 소개된 황해북도 연탄군의 사례는 역설적으로 북한의 지방경제가 당면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연탄군당 이항걸 책임비서는 7년 전 책임비서가 된 후 ‘지방산업공장들의 현대화를 비롯해 인민생활과 관련된 50여 개의 대상을 단 몇 달 동안에 건설한다’는 통 큰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곧 내부 반대에 부딪쳤다. 연탄군이 철도역에서 250km나 떨어져 있어 교통조건이 매우 불리하고, 지하자원이 전혀 없는 조건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이불깃을 보고 발을 펴라’는 속담을 이야기하며 ‘한 해에 한두 개 대상씩 건설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항걸 책임비서는 ‘무엇을 새롭게 하자고 하면 과거 경험을 꺼내들며 새것을 보지 못하는 경직된 관념, 애써 노력하면 제힘으로 할 수 있는 일조차도 애당초 해보려고 하지 않고 주저앉는 패배주의, 조건의 불리성에 대해 논하기를 즐겨하는 책상주의’를 비판하고 애초의 구상을 밀고 나갔다.

그 결과 식료공장, 종이공장, 화학일용품공장, 버섯공장, 가구생산협동조합의 낡고 실리에 맞지 않는 건물들과 생산공정들을 통째로 들어내고 개건하는 사업을 비롯해 인민생활과 관련된 50여 개 대상건설을 6개월 남짓한 기간에 모두 건설하는 ‘기적’을 창조했다.

북한의 <로동신문>(2013년 5월 15일자)은 “입이 닳도록 말하기를 즐기는 것이 책상주의자의 본태라면 발이 닳도록 뛰는 것은 실천가의 고결한 투쟁기풍인 것이다. 연탄군의 현실은 이것을 확증해 주고 있다”며 이항걸 책임비서를 ‘실력 있는 일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낡은 공장과 건물을 통째로 폭파시키고 새로 지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지방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책임비서에 대한 높은 평가는 역으로 ‘책상주의자’, ‘관료주의자’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연탄군의 사례가 예외적이라는 것을 실증해주는 것은 아닐까?

이항걸 책임비서는 《근로자》(2012년 제10호)에 기고한 글에서 연탄군의 성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우리 연탄군에서는 최근년간 당의 방침관철을 위한 사업들을 전면적으로 밀고 나갔다. 해마다 알곡생산계획을 넘쳐 수행하면서 최단기간에 지방산업공장들을 일신하고 국토관리사업을 질적으로 해제낀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우리는 경영위원회의 기술적 지도를 강화하여 군의 기후풍토에 맞는 우량품종과 미생물비료들, 겹재배에 의한 두벌공사, 성형말모에 의한 강냉이재배를 비롯한 선진적인 영농방법을 적극 받아들여 정보당 알곡수확고를 높이도록 하였다. 지방산업공장들도 일부 설비와 공정을 더 차려놓은 식으로가 아니라 새 세기에 맞게 완전히 일신하여 생산능력을 평균 3배이상 높이게 하였다.…우리 군 주민들은 군에서 생산한 된장, 간장, 기름, 비누를 비롯한 1차소비품들과 갖가지 과일, 남새들을 달마다, 철마다 공급받고 있으며, 자연수에 의한 수도화가 전면적으로 실현되여 물 걱정을 모른다. 탁아소, 유치원, 학교들에 대한 콩우유공급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오늘 연탄군사람들 누구나 ‘우리 군은 사회주의본태가 살아있는 군’이라고 긍지높이 말한다.”

연탄군이 실제 이 정도의 성과를 냈는지 좀더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2006-2007년 북한이 선전하는 몇 개의 모범적인 공장을 방문했을 때 아직은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도.시.군 인민위원회의 예산 편성과 운영에서 자율성을 확대 부여해 자력갱생에 기초해 자체적으로 지방경제 활성화에 나서도록 하는 한편, 중앙과 지방 차원에서 해외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은 김정은시대에 확실히 변화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 이후 북한은 지방경제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했지만 재정부족으로 선택적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모든 단위에 완전 독립채산제가 도입되고 독자적인 해외투자 유치가 허용되면서 향후 몇 년 사이에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개발사업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시대에 “지방경제 부문에서 도별 공업총생산액, 기본건설투자액 등 중요지표 외 세부지표들을 도.시.군 자체실정에 맞춰 계획화하도록” 정책이 변화됐다면 김정은시대에는 지방경제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구체적인 경제적 성과로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한신대, 방송대, 상명대 등에서 강의했다. 1994년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통일문화연구소)에 전문기자로 입사해 10년간 주로 남북 현대사, 남북관계 분야 기획연재를 담당했다.

KBS "현대사 다큐멘터리 극장",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등의 방송프로그램에 자문으로 활동했으며, 통일부.국가기록원 자문위원과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한국역사연구회에서 활동하며 『한국현대사』(1~4),『한국역사』,『한국역사입문』등의 집필작업에 참여했다.

저서로 『곁에서 본 김정일』,『인물로 본 북한현대사』,『변화하는 북한 변하지 않는 북한』,『북한사회 깊이 읽기』,『북녁의 사회와 생활』,『CEO of DPRK 김정일』,『KIM JONG IL of NORTH KOREA』,『남북현대사의 쟁점과 시각』 등을 출간했다.

공저로 『발굴자료로 쓴 한국현대사』,『실록 박정희』,『WWW.한국현대사.com』,『남북정상회담600일』,『朝鮮半島のいちばん長い日』, 『박병엽증언록1-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생』,『박병엽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등이 있다.

현재 (주)이제이컨설팅 대표, 국민대 교양과정부 겸임교수,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집행위원, 경실련 통일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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