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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집②>좌충우돌 대북정책과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

 2014년 1월 10일

문경환 자유기고가

 

 

 

유신독재부활에 맞서 국민적 저항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14년을 맞이한다. 민주주의와 평화, 진보와 통일을 바라는 모두는 격변하는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승리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이에 2013년을 돌아보고 새해 정세를 전망하는 새해 특집 기획을 준비하였다. 새해 특집 기획은 ①박근혜 정부 1년 평가와 새해 전망, ②좌충우돌 대북정책과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 ③열강의 각축 속에 부상하는 동북아 시대 등 모두 세 편으로 준비하였다.

 

 

1. 지난해 대북정책 평가


대결을 앞세우고 대화와 차단을 병행하다


박근혜 정부 첫해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보다 더 처참했다. 3월 전쟁위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미국과 함께 대북강경노선을 고집하면서 남북관계는 남북불가침합의 파기,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는 점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였다.


지난해 남북관계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를 개악한 것으로 결코 이명박 정부 시기보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는 노선이다. 물론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으나 <신뢰>라는 이름 아래 원칙론을 앞세워 대화를 가로막았고, 튼튼한 안보를 전제로 깔아 긴장을 고조시켰다.


여기에 군인 출신이 대북정책을 주도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명박 정부 시기 대표적 대북강경파였던 김관진 국방장관은 <특수부대 개성공단 인질 구출작전>을 언급하며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부추겼고, 이후로도 <미국 본토 전력까지 동원해 제압>, <북한, 4세대 전쟁 획책> 등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나갔다. 최윤희 신임 합참의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원점은 물론 지원, 지휘세력까지 초토화≫하겠다, ≪킬체인으로 선제타격≫하겠다며 북한을 위협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독단으로 공개해 남북관계를 파괴한 남재준 국정원장은 <북한, 3년 내 무력통일 공언>, <은하수관현악단 처형설> 등 북한을 자극하는 괴담을 유포해왔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남북대결정책만 고집했던 것은 아니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대화도 있었다. 그러나 원칙론을 앞세운 정부의 난데없는 <격> 논란으로 시작부터 대화는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남북협상단 남측 단장이 북한에 강경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경질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또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포괄적 의제를 제안했으나 개성공단 문제에만 집착해 결국 이산가족 상봉도 무산됐다. 대화조차 대결의 일환으로 활용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시종일관 주장한 DMZ 평화공원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잘 나갔던 금강산관광도 재개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관광지를 개발하자는 주장은 북한은 물론 국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남북대화의 한계는 지난해 8월 14일 류길재 통일부장관의 민화협 강연회에서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류 장관이 밝힌 정부의 남북관계 3원칙은 ▲모든 관계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 우선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하면 어떤 협상과 타협도 없음 ▲대화와 교류 협력의 원칙 등이다. 상호존중의 원칙을 버린 것도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북핵을 위협으로 느끼는 이상 남북 사이에 협상은 존재할 수 없는 모순된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발전하는 현실을 가리기 위한 차단정책도 펼쳤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에 따라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사업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이들 단체가 북한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차단한 게 대표적 사례다. 심지어 북한 모니터링 영상을 언론사에 제공한 한 단체는 대북지원사업을 1년 간 불허당하기도 했다. 북한의 현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게 정권의 존립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류 장관이 지난해 11월 18일 특강에서 ≪통일의 모든 담론을 확 바꿔야 한다≫면서 ≪만약 필요하다면 통일이란 말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와 관련 있다. 그는 ≪남과 북이 영토적으로 하나 되는 통일 개념을 갖고는 21세기에 통일은 어렵다≫면서 분단은 장애며, ≪장애를 부끄러운 것으로만 보지 말자≫고 강조했다. 통일부장관이 분단고착화를 주장하는 어이없는 발언을 한 것이다.


물론 이런 차단정책이 박근혜 정부의 중심 노선은 아니다. 남북대결정책을 기본으로 하면서 대화도 안 할 수 없고, 북한에 대한 관심도 차단해야 하는 모순되고 복잡한 상황이 정부로 하여금 좌충우돌 대북정책을 하게 만든 것이다.


2. 새해 남북관계 전망


급변사태+전면전=흡수통일


박근혜 정부의 좌충우돌 대북정책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느닷없는 ≪통일은 대박≫ 발언이 나온 것이다. 한쪽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전면전을 준비하고, 한쪽에서는 통일을 준비하자고 부산떠는 정부의 모습을 종합하면 결론은 전쟁을 통한 흡수통일을 하자는 게 된다. 도대체 박근혜 정부의 새해 대북정책의 실체는 무엇일까?


박근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정운영 핵심과제로 한반도 통일시대 기반 구축을 꼽고 ≪통일은 대박이다≫고 언급한 것은 치밀한 계획 아래 이뤄진 것이다.


조선일보는 1월 1부터 4일에 걸쳐 <통일이 미래다>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실었다. 상당수 북한 주민들이 시장경제를 경험했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통일비용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고, 반면 경제적 기대치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며 통일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를 유도했다. 장마당에서 물건 사는 걸 <시장경제 경험>이라고 보는 억지를 써가면서까지 연초부터 통일을 예찬한 것은 조선일보에게 일종의 전향선언과도 같다.


중앙일보 역시 5.24조치를 풀고 남북이 대화에 나서야 유라시아 철도 등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며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 우연인지 관변단체인 민화협도 지난해 12월 31일 발행한 격월간 <민족화해>에 <통일은 진정한 대박이다!>라는 제목의 기고를 실었는데 박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다≫ 발언을 예측한 셈이 됐다.


보수언론들을 동원해 군불을 지핀 뒤 신년 기자회견으로 기름을 부은 것이다.


이게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강조하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것에 대한 답변일까? 일각에서는 지난해 전쟁 위기가 극단까지 치달았다가 미국이 한 발 물러선 경험을 떠올리며 미국이 전쟁 노선을 포기하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도 남북대화를 준비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생각하는 통일은 국민들의 기대와는 크게 다르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관은 남재준 국정원장이 정확히 표현했다. 남 원장은 지난해 12월 21일 국정원 간부 송년회에서 ≪오는 2015년에는 자유 대한민국 체제로 조국이 통일돼 있을 것≫이라며 ≪우리 조국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시키기 위해 다 같이 죽자≫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이 자리에서 ≪조국통일을 위한 구체적 플랜도 논의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가 기존 남북합의들을 인정하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2015년에 통일이 되어 있으려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하겠다는 것은 흡수통일을 하겠다는 것인데 북한이 스스로 무너지거나 전쟁을 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 조선일보의 기획기사도 북한 급변사태로 갑작스런 통일이 올 수 있으니 대비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보면 국정원이 논의했다는 <조국통일을 위한 구체적 플랜>이란 북한을 붕괴시키는 모종의 계획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월 7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대변인이 평양에 침투한 국정원 첩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는데 국정원의 북한붕괴공작이 이미 진행 중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전쟁 분위기도 한쪽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 김관진 국방장관은 새해 1월 말~3월 초라고 시기까지 찍어서 ≪북한의 도발≫을 예상했다. 남재준 국정원장도 북한이 1~3월에 도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새해 초에는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한미연합 전쟁연습을 이유로 북한이 도발하면 안 된다고 경고도 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윤병세 장관도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을 만나 ≪북한의 최근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며 ≪북한의 도발 억지를 위해 한미동맹 및 굳건한 연합방위력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도 회담을 갖고 북한 발 정세불안에 대처해 한미공조가 튼튼하다고 언급했다.


새해 벽두인 2일에는 한국군 육·해·공군, 해병대가 적을 응징하겠다는 신년 결의대회를 갖고 전방 일대에서 전면전 대비훈련을 강도 높게 진행했다. 이 훈련의 일부는 한미 합동으로 진행됐다.


미군 제1기갑사단 제12기갑연대 1대대가 2월 1일부터 의정부, 동두천 등 경기 북부 지역에 배치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라크에 배치됐다 미국 본토로 이동한 이 부대는 M1A2 전차와 M2A3 장갑차로 무장한 8백여 명의 미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9개월 동안 한국에 머물다 순환배치 되지만 장비는 남겨둔다고 한다.


북한붕괴공작과 전면전 준비는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5029에 따르면 북한에 5~6가지 유형의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한국군 주도로 북한에 진입하며 다만 대량살상무기 제거 작전은 미 해병대가 주도한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16일 군 관계자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 이후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대비책을 만들고 있으며 여기엔 작전계획도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대외정책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외교협회(CFR)도 7일 <2014 방지해야 할 우선순위 조사보고서(Preventive Priorities Survey:2014)>를 통해 미국이 가장 주의해야 할 곳으로 북한을 꼽고, 북한 내부 불안이 커져 주변국이 군사력을 투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미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붕괴공작과 전면전 대비가 병행되는 와중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통일에 대한 체감지수를 끌어올리는 건 국민들에게 <통일만 되면 잘 살 수 있으니 전쟁을 견뎌라>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고 온 국민이 통일의 부푼 꿈에 젖어있을 때 박정희 정부가 느닷없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유신헌법을 통과시킨 역사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통일을 위해서는 유신독재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파국을 부를 대결정책


북한붕괴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지적에도 정부가 급변사태 시나리오에 미련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자신들이 급변사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북한붕괴에 매달리는 한 남북관계는 한 치도 나아갈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파국을 부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상봉을 추진하자고 북한에 제안하자 북한은 9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명의로 답변을 보냈다. 북한은 답변에서 ≪원래 흩어진 가족, 친적 상봉은 지난해 우리에 의해 제기되어 실행단계까지 갔다가 남측 당국의 불손한 태도와 적대행위로 하여 실현되지 못하였다≫며 ≪이제 그것을 다시 하자는데 대해 다행스럽게 여긴다≫, ≪남측의 제의가 진정으로 분열의 아픔을 덜어주고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선의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좋은 일이라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 하면서도 박근혜 정부의 본심에 의구심을 표했다.


북한은 또 ≪남측이 우리의 성의있는 노력과 상반되게 새해 벽두부터 언론들과 전문가들, 당국자들까지 나서서 무엄한 언동을 하였을 뿐 아니라, 총포탄을 쏘아대며 전쟁연습을 벌렸다≫며 신년사에 대한 정부 태도와 전면전 대비훈련을 지적했다.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우리를 걸고들고 우리 내부문제까지 왈가왈부하였는가 하면, 우리가 제기한 원칙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핵문제를 내들며 동문서답하였다≫며 ≪종래의 대결적 자세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 대하여 심히 유감스럽다≫고 평가했다. 대결을 앞세운 대화는 실현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해 키리졸브 한미연합 전쟁연습은 전쟁 직전의 위기까지 불러왔다. 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날아다니고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가 올라가는 위험천만한 일이 다시 되풀이된다면 올해에도 전쟁은 끝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급변사태, 내부붕괴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대북적대정책을 남북화해정책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대박>이라는 통일도 실현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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