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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특집③]열강의 각축 속에 부상하는 동북아 신냉전 시대

 2014년 1월 23일

문경환 자유기고가

 

 

 

유신독재부활에 맞서 국민적 저항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14년을 맞이한다. 민주주의와 평화, 진보와 통일을 바라는 모두는 격변하는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승리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이에 2013년을 돌아보고 새해 정세를 전망하는 새해 특집 기획을 준비하였다. 새해 특집 기획은 ①박근혜 정부 1년 평가와 새해 전망, ②좌충우돌 대북정책과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 ③열강의 각축 속에 부상하는 동북아 시대 등 모두 세 편으로 준비하였다.

 

 

1. 전쟁 카드를 빼앗긴 미국


지난해 상반기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위기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다.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남북불가침합의 무효화 선언과 미국의 B-52, B-2 전략핵폭격기 훈련은 단 한 점의 불꽃으로도 전면전의 불이 붙을 수 있는 극도의 긴장을 조성했다.



당시 전쟁위기는 사실 미국의 플레이북(playbook)에 따른 것이었다. 플레이북은 2012년 말 북한의 핵실험, 인공위성 발사에 대응해 한반도에 전쟁위협을 가하기 위해 수립한 전쟁 시나리오다. 미국 본토에서 출격한 B-2 스텔스 폭격기가 북한에 근접한 서해안에 모의 핵탄두를 투하하는 훈련을 포함해 당시의 주요 훈련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승인한 플레이북의 일환이었다.



미국은 플레이북에 따라 한반도에 극도의 전쟁위기를 조성해 자신의 무력을 시위하고 북한을 굴복시켜보려 하였다. 그러나 단지 위기만 조성하다 끝낼 생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플레이북에 없던 SBX-1(해상 X-밴드 레이더)과 미사일구축함을 북한 인근 해안에 투입한 것은 전면전까지도 감안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일으킨다.



그러나 미국은 4월 초 시급히 플레이북을 중단시켰다. 연례적으로 실시하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 시험발사도 연기해버렸다.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북한의 오판이란 무엇인가. 미국이 자신을 공격하려 한다고 판단해 미국을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이 미국본토 타격계획을 공개하고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대를 세우면서 미국은 상황이 예상을 뛰어넘었음을 깨닫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라면 북한이 미국의 무력시위에 벌벌 떨어야 하는데 현실은 거꾸로 미국을 선제핵공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미국 정보기관 내에서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로 논란이 붙었고, 전직 중앙정보부(CIA) 국장은 북한이 당장 남극을 거쳐 슈퍼 EMP 공격을 한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시급히 꼬리를 내린 미국은 5월부터 비공식 북미 접촉을 통해 북한의 본심을 파악하려 하였다. 이런 접촉들은 북한의 고위급회담 요구에 대해 시간을 끌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세계는 북한과 미국 가운데 누가 전면전을 두려워하는지, 전면전이 발발하면 누가 패배할지 알아버렸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전쟁 카드를 빼앗기고 말았다. 경제봉쇄 카드, 외교압박 카드는 그 전에 이미 휴지조각이 된 상태였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위기의식은 지금도 여전하다.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월 3일 한미합동전쟁연습 키리졸브 훈련을 앞두고 ≪북한은 도발적인 행동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만난 척 헤이글 미 국방부장관도 북한의 최근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며 북한의 도발 억지를 위해 한미동맹 및 굳건한 연합방위력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외정책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외교협회(CFR) 역시 1월 7일 토론회에서 발표한 <2014 방지해야 할 우선순위 조사보고서(Preventive Priorities Survey:2014)>를 통해 북한이 핵개발, 장거리미사일 개발로 미국의 최고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목했다.



물론 이런 발언들은 키리졸브 연습으로 한반도에 군사적 위기가 증폭되는 것을 북한 책임으로 돌리고자 하는 사전 작업의 일환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이 겪은 경험에 비춰보면 북한의 맞대응이 두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심이 담겨 있는 발언들이라는 것이다. 갈수록 추락하는 국제 위상을 고려하면 연례적으로 해온 전쟁연습을 중단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강행하자니 북한의 대응에 난처한 입장이 될 것이 뻔한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 한계에 도달한 내부붕괴전략

지난해 상반기 전쟁위기가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새로 취임한 존 케리 미 국무부장관은 중국을 견인해 북한을 압박한다는 한물 간 전략을 꺼내들었다. 한-중-일 순방을 마친 4월 17일 의회 청문회에서 그는 ≪중국은 북한에 연료의 4분의 3을 제공하고 중요한 금융 연결고리이며 식량을 제공한다≫며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일한 국가는 중국≫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3월 15일 ABC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우려해 북한의 비행을 계속 참아왔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10년 동안의 경험으로 비현실적이라는 점이 판명된 <중국 활용론>이 오바마 외교라인에서 비등한 것은 그만큼 미국의 대북정책 선택지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대 중국 외교에 집중하는 모습은 무언가 모종의 기대할만한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즉,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혹은 스스로 요구가 있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개입을 시도하지 않았는지 추측해 볼 수 있다.



지난해 연말 북한은 장성택 사건 판결 내용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장성택이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장성택 사건과 미국이 관련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라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외국>은 당연히 중국을 말하는데 이는 장성택 사건과 중국과도 관련 있음을 말해준다. 즉, 미국이 중국을 거쳐 장성택을 통해 북한에 개입, 내부붕괴전략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는 장성택 사건 후 나타난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케리 국무부장관은 장성택 사건에 대해 ≪무자비하고 난폭하다≫며 외교적으로 절제되지 않은 격앙된 표현을 늘어놓았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극단적 잔인함(extreme brutality)≫을 보여주었다고 비난했다.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있지 않고서야 북한 내 정치인 문제에 대해 이처럼 흥분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중국은 정 반대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13일 중국 외무부장관은 성명을 통해 장성택 사건은 어디까지나 북한 내부 문제이며 중국은 북한과 경제, 군사 분야의 협력관계가 발전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관영 환구시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성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북중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하기도 했다. 내정간섭을 극도로 꺼리는 북한에 개입하려다 발각됐으니 당분간 중국은 북한에 저자세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다 북한은 지난해 평양에 침투한 국정원 첩자를 체포했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인 메릴 뉴먼이 북한 내에서 테러 등 특수공작활동을 하던 부대와 접촉하려 했다며 체포, 추방하는 등 미국과 한국의 내부붕괴공작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했다.



이처럼 전쟁 카드와 함께 내부붕괴전략 카드마저 잃어버린 백악관은 정초부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3. 한미일 삼각동맹 완성과 신냉전 시대

북미 대결에서 단기적 해법을 찾지 못한 미국은 장기적 해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가장 유력한 것은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하여 자신들의 부담을 덜면서 한국과 일본을 앞세워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장기적인 긴장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 미국이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환영한 것도 이런 전략에서 나온 포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한미일 삼각동맹은 수십 년 동안 미국이 추진해온 동북아 핵심 전략으로 새삼스러울 게 없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한일 군사동맹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는 심각한 사건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중국을 포섭하기 위해 대중국 외교에 집중하면서 일본과 거리를 두는 외교노선을 걸었다. 그러나 중국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어진 상황이므로 앞으로는 중국 눈치를 보지 않고 본격적으로 한일 군사동맹을 추진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말기 날치기로 통과하려다 국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한일 군사협정도 다시 시도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남수단에 파견된 한국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일본 자위대에게 신속하게 무기를 공급받은 사건은 결코 단순하고 우연한 일이 아니다.



또한 그동안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던 미사일방어(MD) 체계 도입에도 적극성을 보일 것이다. 지난 1월 15일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MD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한일 군사동맹 추진은 한국 내에서 격렬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박정희 정권이 한일협정을 체결하려다 6.3항쟁을 맞았던 경험을 박근혜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진보당에 대한 고강도 탄압은 국민적 저항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예비검속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속에서는 정권 퇴진 요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편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반대편에는 북한만 있는 게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한 견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를 통해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방치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지난해 이지스급 구축함, 대륙간탄도미사일, 대형 스텔스 무인기 등 신무기를 연이어 공개했다. 중국 공군은 4세대, 4.5세대 전투기 수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호도 1년 동안 각종 훈련을 통해 실전배치를 앞당기고 있다.



러시아 역시 미국을 상대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말 전략로켓군 발전협의회를 소집하고 2014년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야르스 22개를 전략로켓군에 제공하기로 했다. 그런데 12월에 국방장관, 군부와 가진 회의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40기와 전투기 210대, 탱크 250여 대,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 2척 등을 신규 도입하는 등 핵전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한 달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배치 목표를 늘린 것이다. 러시아는 2016년까지 핵무기에 대한 지출을 50% 이상 늘리고 국방비도 3분의 2 가량 늘리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야르스가 어떠한 MD 체계도 극복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명백히 미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각국의 군사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 군사협력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으며 러시아와의 군사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시진핑 중국 주석은 러시아를 방문해 외국 지도자 최초로 러시아 전략공군사령부(핵전쟁 사령탑)를 찾았다. 또 올해 1월 7일에는 러시아와 중국 군함이 역사상 첫 공동작전을 펼쳐 시리아 화학무기를 운반하기도 했다.



이처럼 동북아에는 한-미-일을 한 축으로, 북-중-러를 다른 한 축으로 하는 신냉전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신냉전 속에서 북한은 <경제-핵 병진노선>을 내세우며 빠른 속도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북한의 핵능력과 경제력의 발전이 동북아 신냉전 질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주목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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