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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말 안 듣는 북, 너무 말 잘 듣는 남
미국은 남과 북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밖에서 그려보는 남북연합방 (4)]  - 북미 아니고 남북평화체제로

 2014년 9월 9일  오마이뉴스

                                                     오 인동 / 6.15미국위 공동위원장

 

오인동(재미동포 정형외과의사)

밖에서 그려보는 남북연합방  <글 싣는 순서>  

1. '연합방' 경제공동체의 청사진

2. 민족사 최고의 '부강 번영

3. 미국의 '선물', 겨레의 핵

4. 북미 아니고 남북평화체제로

5. 겨레의 핵우산 함께 쓰고

앞선 글에서 6·25 전쟁 때부터, 그리고 정전 뒤에도 계속해서 미국의 핵무기 위협을 받아온 북이 1960년에는 남한에, 1974년부터는 미국에 제안한 평화협정이 거부돼 핵미사일을 개발한 과정을 살펴봤다(관련기사 : 잘못 꿰어진 첫 단추, '북핵'을 낳았다).

오늘도 북은 미국에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북미평화협정을 촉구하고 있고, 미국은 북핵 폐기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미국은 북에 핵이 없었던 지난 50년 동안에도 거부한 평화협정을 북이 핵을 포기하면 체결할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미국의 평화협정 무시... 왜?

 

 

 

       지난 2013년 8월 15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8.15평화통일대회 당시            모습.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통일을 염원하며 구호            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북은 미국을 믿을 수 없는 모양이다. 북이 핵을 포기한다고 해도 미국은 유엔에 제기해 놓은 북의 인권문제라든가 생화학무기, 전자기파탄(EMP) 같은 문제를 걸고 들며 평화협정을 거부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지난 60년 동안 미국은 왜 평화협정을 무시·기피했으며 지금도 거부하고 있는 걸까.

한마디로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입장에서 평화협정을 안 해도 손해가 없다. 북은 줄기차게 미군 철수를 주장해왔다. 반면, 철수할 생각도 안 하는데 혹시라도 철수할까 두려워 매달려온 남한의 '애원'은 미국의 정책과도 잘 맞았다.

미국 위정자들의 눈에 남한은 국가의 기본주권인 군사지휘권을 포기한 나라이지만 미국에 순종하는 충직한 동맹이며 또 국익을 안겨 주는 부유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미국은 남한이 적으로 여기는 북을 정치·경제적으로 고립·봉쇄하는 게 동북아시아 패권 유지에 도움이 됐다. 미국은 앞으로도 이런 정책 방향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분단 조국의 이런 현실을 미국에서 바라보며 나는 1990년대 후반부터 Korea-2000(재미동포통일연구회) 위원들과 미국의 동북아 논단 'Nautilus' 'APMN' 'LA Times' 'WP' 'NY Times' 등에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또 UCLA, USC대학, 태평양국제정책협의회(PCIP) 등의 회의에 참석해 갈루치, 이채진, 퀴노네스, 흐리만, 카트만, 윈더, 스칼라피노 등과 발표와 토론도 했다.

그리고 미국 국무부를 방문해 셔만 대사와 면담하고 클린턴, 오바마 대통령, 올브라이트, 힐러리 국무장관에게는 <미국의 코리아 정책> 건의서도 보냈다. 또 페리, 그레그, 해리슨, 씨갈, 플레이트, 커밍스, 앤더슨, 보스워스, 레이니,  울프, 폴랙, 크라우스, 트레버튼 등 관료와 전문가들과 학술회의에도 참여했다. 물론 재미동포사회의 통일단체들, 남한의 민주평통미국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미국이 남과 북 모두를 좋아하는 까닭

1998년 1월, 나는 Korea-2000가 마련한 <남과 북의 지도자에게 드리는 통일정책건의서>를 서울에 가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에게, 평양에 가서 김정일 총비서에게 전했다(<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 오인동, 솔문, 2010).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에는 통일의 길로 가고 있는 조국을 태평양 너머에서 흐뭇하게 지켜봤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6·15, 10·4 선언이 무력화되자 6·15 해외측위원들과 함께 미국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찾아가 '코리아 평화문제'를 논의하고 또 6·15 남측위원들과 함께 국무부를 방문해 성 김 6자회담 대사, 로버트 킹 북 인권대사와 토론하고 그 자리에서 건의서도 건넸다.

나는 클린턴과 오바마 대통령에 보낸 <미국의 코리아 정책건의서>에 대한 답신도 받아봤다. 2010년 정전기념일에는 6·15 미국위원회(이행우 위원장)가 나서서 현 미 국무장관 케리(당시 상원외교위원장)의 주선으로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코리아 피스 포럼'(Korea Peace Forum, 평화토론회) 사회를 맡기도 했다. 당시 포럼에는 민주당 자누치 코리아정책 담당관(현 맨스필드재단 소장)과 공화당 할핀 코리아 전문위원을 대담자로 토론을 진행했다. 나는 당시 포럼을 통해 미국의 국익 앞에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별로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미국 정부는 반목·대결하고 있는 남과 북을 무척 사랑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북은 말을 듣지 않아 좋고, 남한은 말을 너무 잘 들어 좋다. 여기서 지나치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이 위협하는 한 북이 핵미사일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핵이 있어야 폐기나 비핵화를 주장할 수 있다. 남한은 이를 적극 복창해 주니, 미군 주둔을 계속할 수 있고, 군사기지도, 대규모 미군 실전 연습장도 무상제공받으며, 고가의 재래식 무기도 파는 것은 물론이고 미군 주둔 비용과 미군 가족들의 주택까지도 제공받을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받을 수 없는 이런 극진한 대우를 미국이 어찌 마다하겠는가. 더 중요한 것은 떠오르는 중국과 옛 패권을 회복하려는 러시아를 한반도 근거리에서 견제하기 쉽고, 부유한 일본에서 국익을 챙기며 동아시아 정책을 지속해가면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패권국가가 택할 수 있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정책이다.

이야말로 국제관계 역학의 논리도 필요 없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정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손해만 보고 있는 어리석은 조국의 남과 북이다. 정말 안타깝다.

남북문제는 남북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은 지난 2007 남북정상회담         당시 모습(마지막날년 10월 4일).

 ⓒ   사진공동취재단

 

그러고 보니 북미평화협정은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일이고, 매년 남북관계를 긴장시키는 대북전쟁연습 등은 미국의 국익에 기여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안타까운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은 언제까지 꼭 시간을 정해 놓고 끝내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미국의 국익이 유지되는 한 지금까지 해온 대로 지속하면 되지 정책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Nautilus> 편집인 쌔비지는 '패권 국가는 악마화한 북과 같은 불량국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미평화협정을 하는 것이 자국에 더 이득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일이 생길까. 그것이 아니라면 미국은 대북제재와 봉쇄로 경제개발에 장애를 조성해 북을 세계 최빈·불량국으로 몰아넣고, 북이 개방과 민주화를 안 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그것이 서방세계 여론을 주도하는 데 이득이 된다. 이것이 미국의 노련한 동북아시아 정책이다. 또한 유엔 안보리 국가들도 손해 볼 것이 없으니 이런 패권정책에 따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평화협정을 체결해달라고 찾아다니며 설득하려는 해외동포들은 나약해졌고, 초라해졌고, 씁쓸해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결국 남북문제는 남북이 해결해야 한다는 만고의 진리에 되돌아왔다.

돌이켜 보건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과 북의 지도자가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겨레의 이익을 위해 해낸 것이다. 결코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에 빌어 허락을 받아서도,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과 합의해서 한 것도 아니다. 남북의 지도자가 의기투합해서 분단 반세기 만에 화해·협력·교류·통일을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때 미국과 중국이 남북의 통일을 격려하고 지원해서 일어난 일도 물론 아니다.

두 지도자의 결단에 남북 주민이 감동적으로 공감했고 또 그 정신으로 2007년 노무현-김정일의 10·4 평화번영선언이 탄생했다. 여기서 지나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또 하나의 교훈은 남북 사이에 화해·협력으로 교류·왕래하는 평화관계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반대되는 현상이 남북 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나서서 방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게 바로 미국도 남북의 합의된 의사를 함부로 거역할 수는 없다는 반증이다. 세계의 유일 분단국인 남과 북이 통일을 원한다는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이 나서서 반대하면? 미국은 도의적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남북의 행보를 지켜본 것이고 미국은 다른 정책으로 바꿔가며 국익을 도모하면 된다.

미국은 한반도에만 목을 매달고 있는 나라도 아니다. 때문에 우리 겨레의 일은 남북이 직접 해결하면 된다. 남북이 하면 해낼 수 있다. 남북평화체제 구축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국제관계가 어쩌고, 현실이 저쩌고'라는 말 대신 남북이 남북 평화체제를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남북 평화에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1953년 정전협정에는 미국·조선·중국군 사령관이 서명했다. 남한의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통일을 주장하며 정전협정을 거부하고 참여하지 않았다. 군사주권을 미국에 이양한 남한의 이런 결정으로 판문점 정전위원회의에 대표로 참여할 수도 없었고 중국대표단마저 철수한 1995년부터는 북과 미국만이 대담해온 것이 역사다.

이러한 현실에서 평화협정이 정전협정 서명국 사이에 이뤄진다면 남한이라는 존재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치욕'이 아닌가. 그리고 북과 함께 평화를 지켜나가야 할 상대인 남한이 빠진 평화협정은 또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가.

그런데 다행히 2007년 노무현·김정일의 10·4 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그러니 평화협정 문제도 남북이 해결하면 된다. 남북이 평화하기로 합의하는 데 미국과 중국의 뜻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사대의식이 몸에 밴 남한에서는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북은 어려운 가운데도 중국이나 미국의 의사에 흔들리지 않고 자주적으로 해왔기에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고 남과 북의 역량과 위세가 2000년대보다 훨씬 더 막강해졌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북은 미국이 거부하는 평화협정을 더 이상 추구하지 말라고 권한다. 대신 북을 두려워하는 남한에게 거부 못할 진지한 제안으로 1960년대 민족자결주의 원칙에 따랐던 것처럼 평화협정을 하자고 해야 한다. 이에 남한이 화답하면 북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는, 확실한 안보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래도 필요하다면 뒤에 유엔을 통해 미국과 중국을 참여시켜도 될 것이다. 그런데 남한의 논객들은 으레 6자회담을 재개해 평화체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6자회담이 시작된 2003년 이래 9·19 공동성명의 파행을 비롯해 2·13, 10·3 합의가 제대로 실현된 것은 없다. 북은 2009년 7월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 뒤 오늘까지 6년 동안 6자회담은 한 번도 더 열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남한 국민과 북의 인민도 '주변 4국은 남북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 통일을 원하지 않는 주변국들과 무슨 통일을 의논하자는 것인가.

지금 남과 북이 해야 할 것

 

 

▲   남북은 안 될 것이라는 생각부터 하지 말고 6·15 공동선언을 해냈듯이 자신감을        갖고 만나면 된다.

ⓒ   오마이뉴스

 

그래서 더욱 남북끼리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 된다. 남북은 그렇게 하면 된다. 밖에서 보면 남한의 논객들은 왜 그렇게 먼저 국제관계론에 몰입하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국제관계 역학의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 열리는 코리아 국제회의에 참석한 남한의 정·관·군·학계 인사들의 굴욕적 사대주의 작태를 동포의 입장에서 많이 봐왔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남한 수구보수 지도층의 이런 사고체계 때문에 주변국부터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양이다. 남북회담을 먼저하고 그 뒤에 필요에 따라 다른 나라들과 연계하라는 이야기다.

미국 국력의 쇠퇴와 중국·러시아의 부상과 경제군사협력, 북·일 합의 등으로 인해 앞으로 평화협정을 피할 수 없게 돼도, 미국은 북과 협정 당사국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지난 60년 동안의 대결 속에서 북을 붕괴시키지 못했다. 북을 '악의 축' '불량국가'로 악마화한 미국이 북과 마주앉아 평화협정을 할 일은 없다. 미국은 '평화는 근본적으로 남과 북 사이의 문제'라면서 중국을 안고 함께 빠지고 싶을 것이다. 결국 남한에게 '북과 평화해도 괜찮다'고 허락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남북평화체제가 이뤄진다면 북미관계도 자연스럽게 정상화될 것이다.

그러기에 경제적으로는 월등하지만 군사적으로는 대북 열세라며 군사주권까지 미국에 맡긴 남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에게 연합방경제공동체 운영을 제안해 안보를 확고히 선도한다면 평화체제는 쉽게 이뤄질 것이다. 다만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처럼 상대를 깎아내리는 말은 덧붙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매우 어려웠지만 핵군사적 자위력을 갖춘 북은 미국이 서명하지 않을 평화협정을 더 이상 추구하지 말고, 남한의 안보를 진정으로 보장하며 평화체제를 선도해야 할 것이다.

남북은 안 될 것이라는 생각부터 하지 말고 6·15 공동선언을 해냈듯이 자신감을 갖고 만나면 된다. 자신들의 역량과 위세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우리 민족끼리' 정신으로 고리(Corea, 기자의 책 < Corea 꼬레아, Korea 코리아-서양인이 부른 우리나라 국호의 역사>에서 명명한 남북 연합방의 명칭) 연합방 평화체제를 합의 선포해야 한다. 미국도 중국도 남북이 합의한 결정을 감히 거역할 수 없다. 남과 북, 우리 민족끼리, 물론 할 수 있고 또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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