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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북핵과 로켓의 정치학>

2. 파산이 예고된 전략적 인내

 2016년 3월 2일

우리사회연구소  곽동기 상임연구원   

 

2. 파산이 예고된 전략적 인내

북한의 제4차 핵시험과 인공위성 광명성 4호 발사가 이어지자 박근혜 정부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란스럽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제4차 핵시험과 인공위성 광명성 4호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미국에게 실효적 ‘응징’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그야말로 분기탱천했습니다. 1월 6일 북한의 핵시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공식입장이 발표되기도 전인 오전 12시에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고 이번 핵시험이 “동북아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북한 핵문제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이 있습니다.”며 “북한이 이번 핵실험에 대해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월 7일 북한의 인공위성이 발사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2월 16일 국회특별연설을 통해 “북한 핵과 미사일의 일차적인 피해자는 바로 우리이며, 이 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 역시 우리 대한민국입니다.”라고 분석하며 “지금부터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입니다.”라고 선언하였습니다.

 

인공위성 로켓이 장거리 미사일이라는 주장도 논란거리이지만 장거리 미사일의 직접적 당사자가 대한민국이란 주장은 더 큰 논란을 불러옵니다. 이처럼 대통령 뿐 아니라 이른바 친미를 넘어 종미(從美)라 할 수 있는 보수진영 전반도 충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1) 제7차 조선노동당 대회를 앞둔 북한

그렇다면 북한은 왜 정초부터 핵시험을 하고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것일까요? 문제양상을 들여다보려면 상황의 첫 출발점을 알아야 합니다.

미국과 대화를 하기 위해 핵시험을 했다는 것은 “북한이 여전히 미국에 매달리고 있다.”고 보이고 싶은 미국사람들과 종미주의자들의 바램입니다.

 

상식적으로 미국은 북한의 지난 1, 2, 3차 핵시험 때 대화창구를 열지 않았습니다. 단적으로 북한이 2차 핵시험을 단행하자 6자회담은 사실상 종료되었고 북한이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6자회담이 영원히 끝난 후에도 3차, 4차 핵시험을 하였습니다.

 

남북대화도 언제나 팽팽한 평행선을 달렸을 뿐 실질적인 합의이행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대남통일제의는 박근혜 정부에서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휴전선 이남에는 북한비난을 술자리 안주로 삼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일 대북맹비난과 반통일 막말에 “통일이 멀어지고 있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남측과 대화를 해보려고 핵시험을 한다?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핵시험은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지원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당장 개성공단이 패쇄되고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이 논의되는 마당에 경제외교적으로는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의 의도는 결국 정치군사적인 대외환경을 북한에게 유리하게 재편하려는 데 있지 않을까요? 북한이 2016년 5월초에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공고하였다는 것은 시사점이 큽니다. 36년만에 당대회를 개최해 잔치를 제대로 벌이려고 하는데, 바깥에서 북한에 대한 공세와 비난이 너무 크다면 당대회로 내세울 성과도 작게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연초부터 적극적인 정치군사적 행보를 단행해 한미당국을 비롯, 반북도발을 체질화하는 사람들의 머리에 북한사람들이 말하는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는 모습을 심어주고 이를 토대로 36년만의 당대회를 안정적이고 성과적으로 개최할 대외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각도로 본다면 3월초인 지금은 충돌국면의 마감단계가 아니라 계속적인 상승국면입니다.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는 5월초이기 때문입니다. 1월 6일 수소폭탄, 2월 7일 광명성 4호에 이어 3월 7일부터 키리졸브 훈련이 시작됩니다.

다가오는 키리졸브 훈련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으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습니다. 군 당국이 우려하는 휴전선에서 군사적 충돌 역시 우려스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2) 북핵 폐기의 해법이 없는 미국

박근혜 정부는 꽤 다급해졌습니다. 이번 3.1절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기존의 대응방식으로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지 못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지난 20년간, 북핵폐기에 앞장섰던 나라가 미국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대통령의 ‘기존 대응방식 비판’은 미국이 꽤나 불쾌할 발언입니다.

 

하지만, 미국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항의할 방법이 없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핵능력이 플루토늄 시험에서 우라늄농축으로, 여기에 2013년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내세우고 2016년 벽두에는 수소폭탄을 주장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여전히 “전략적 인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이 언급하는 “전략적 인내”가 정말 답답할 것입니다. 북한의 핵능력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도 ‘전략적 인내’ 외에는 대책이 없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월 13일, 연두교서에서 북한의 4차 핵시험에 대해 아무런 발언도 하지 못해 논란을 낳았습니다. 백악관은 논란에 “별다른 행동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제3세계 국가들이 핵발전소에 콘크리트만 부어도 난리법석을 떨면서 폭격하는 미국이 수소폭탄 시험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북핵을 제거할 현실적 방법이 없으니 세계 앞에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바마 대통령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 대선의 경선주자들까지 ‘북한응징’을 언급하지 못한다는 것으로도 확인됩니다.

 

2월 4일 MSNBC 주최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북한의 핵개발 억제를 위해서는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포함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주변국과의 협력을 제시하였고 버니 샌더스 후보는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공화당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월 6일, 뉴햄프셔 공화당 토론회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중국이 해결하게 해야 한다. 중국은 북조선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샌더스 후보처럼 중국 의존 자세를 명확히 했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미사일 방어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2000년 “악의 축” 발언으로 유명한 조지 부시의 동생인 젭 부시 후보는 “미국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젭 부시 후보는 지지율이 너무 오르지 않아 2월 20일, 결국 경선을 중도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말단 후보가 충격요법으로 ‘대북선제공격’을 언급하였지만 결국 사퇴하였을 뿐, 당선가능한 경선후보들은 모두들 “전략적 인내”의 틀에 머물며 중국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전술핵무기를 언급한 종미보수의 초조함

북한의 핵과 인공위성이 미국을 맞고 중국으로 튕겨나갔습니다. 미국만 믿고 북한을 술자리 안주로 삼던 한국의 종미(從美)보수세력들은 다급하고 초조할 것입니다. 미국의 대응이 “전략적 인내”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평생을 한미동맹의 그늘에서 서식해 온 한국의 종미세력들은 그 체질상 북한에 대해 전략적으로 인내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종미보수세력들은 북한이 수소폭탄을 시험하고 인공위성을 발사하자 미국이 북한을 어서 빨리 응징해주기를 일일천추로 갈망하며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1월 6일, 북한이 수소폭탄 시험 성공을 주장하자 새누리당에서는 이번 기회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대한민국 영토에 재반입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월 7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의 공포와 파멸의 핵에 맞서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 평화핵을 가질 때가 되었다.”며 핵무장론을 제시하였습니다.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정부는 더 이상 다른 나라의 눈치 보지 말고 주권국으로서 당당하게 전술핵 도입에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하며 “만약 우리의 핵 개발을 인정하지 않으면 미국은 전술핵 재배치나 그에 상응하는 가시적 조치를 해야 한다.”며 결국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이 아니라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반입하자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핵무장론은 2월 7일, 북한이 인공위성 광명성 4호를 발사하자 다시 불거졌습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월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비가 올 때마다 옆집에서 우산을 빌려 쓸 수는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도 '우비'를 튼튼하게 갖춰 입어야 합니다."라며 '핵무장론'에 불을 붙였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이를 두고 ‘개인적인 견해’라고 선을 그었지만, 집권여당의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이 공식석상에서 지속적으로 ‘핵무장’을 언급하는 것을 어떻게 ‘개인적 견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핵무장론은 ‘미국의 핵’을 반입하는 것으로써, 중국을 압박하는 정치적 노림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면 중국도 뼈아프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자꾸만 핵시험을 하면 한국은 미 전술핵무기를 가져올 수도 없으니, 북한이 핵시험을 못하게 중국이 강력히 제재해달라는 압박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의 보수세력은 미국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애지중지하는 ‘핵’을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중국의 대북제재가 급해도 그렇지, 미국이 통제, 관리에 가장 엄격한 “핵”을 언급했다는 점을 보면 한국의 종미(從美)보수진영이 지금 그만큼 초조하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핵담론은 언제나 한-미간 첨예한 긴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번 미국 전술핵무기 재배치론도 그 파급효과가 단순하게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국 보수정치권에서 ‘핵무기 재배치’까지 나온 이상 미국은 무언가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넘어 한국의 종미보수들에게 한미동맹의 대북우월성을 각인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4) 사드, 그리고 전략자산 배치

결국 현 시기 미국의 대북대응은 ‘전략적 인내’의 연장선에서 중국을 대북제제에 끌어들이는 것과 더불어 ‘전략적 인내’를 넘어 한국의 종미보수세력들에게 한미동맹의 대북우월성을 각인시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두 가지 과제는 ‘전략적 인내’를 위험하게 넘나들어야 가능합니다. 실제로 미국은 북핵을 빌미로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사드를 배치하고 다가오는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전략무기체계를 끌어들여 중국을 자극하고 대북응징작전을 발표해 국내 보수세력을 다독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말 많고 탈 많던 ‘종말단계 고고도 지역방어(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 THAAD)인 사드’ 한반도 배치가 일사천리로 타결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시험과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 적개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가 때마침 미국이 사드를 제시하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드를 덥석 물어버렸습니다. 

정부는 그 동안 사드배치에 대해 중국의 반발을 고려하여 “미국의 요청도 없었고, 협의도 없었고 결정도 없었다.”는 이른바 ‘3 NO’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직후인 2월 7일, 한미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한미 공동발표문’을 내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한 공식 협의의 시작을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시험과 인공위성 발사를 계기로 ‘사드 관련 침묵’에서 ‘사드 도입 결정’으로 순식간에 방향을 선회한 것입니다. 사드도입 결정은 앞서 말씀드린 미 전술핵무기 재배치론과 더불어 박근혜 정부가 지금 정국을 매우 초조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근거입니다.

 

사드배치와 더불어, 미국은 여러 가지 전략자산을 제공하기로 약속하며 중국 압박과 종미(從美)보수 안심시키기에 들어갔습니다. 이들 전략자산은 B-52 전략핵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 그리고 F-22 스텔스 전투기와 핵추진 잠수함 등입니다.

 

하지만 살펴봅시다. 새누리당은 미국에 전술핵무기를 요청했는데, 미국은 핵 대신 폭격기와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언급한 전략자산인 B-52와 F-22, 핵추진잠수함도 모두 낯이 익습니다. 이들은 이미 2013년 북한의 3차 핵시험 때, 이른바 북-미간 “도상전쟁” 때 미국이 한반도에 전개한 적이 있는 ‘과거의’ 전략자산들입니다.

 

지난 3년 사이, 북한은 우라늄농축 핵시험(2013년)이 수소폭탄 시험(2016년)으로 계량되고 차량이동형 대륙간탄도미사일(2012년)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2015년)로 계량되고 있는데, 미군이 보내는 전략자산은 3년 전과 같습니다. 중국을 압박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북한당국으로서는 “한 번 붙어볼 만하다.”라고 판단할 형국입니다. 청와대와 보수진영은 “이걸로 응징이 될지”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세력들은 ‘더 쎈 무언가’에 목이 마를 수밖에 없습니다.

 

5) 만만한 게 중국?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볼 점은 “중국의 대북제제가 과연 북핵문제의 해법일까?”하는 점입니다. 만일 북핵문제의 열쇠가 정말로 중국의 대북제재라면, 미국은 북핵문제가 불거졌던 1990년대부터 중국의 대북제재에 매달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1994년에는 경제제재가 아니라 영변핵시설 폭격에 매달렸고 2000년에는 경제제재가 아니라 ‘핵선제타격설’로 북한을 압박하였습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것은 2005년의 2.10 핵보유선언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당시 북한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는데도 북한은 ‘핵포기’가 아니라 ‘핵보유’의 길을 걸었습니다. 중국이 지금 대북경제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북한경제에 다소간의 충격이 오더라도 북한이 경제 때문에 핵을 포기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보수진영은 자기들의 대미사대주의가 너무 강하다보니, 북한도 대중사대주의가 강할 것으로 보고 중국이 제재에 나서면 북한이 큰일날 것처럼 단정을 짓는데, 싸움도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위태롭지 않은 법입니다. 북한에 사대주의가 강했다면 1989년 소련붕괴 당시에 동구권 국가들이 붕괴할 때 북한도 함께 붕괴했을 것입니다.

 

그럼 미국은 지금 시기에, 왜 중국외교에 집중하는 것일까요? 중국을 끌어당겨야 북핵해법의 출로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끌어당기는 것 외에는 미국이 보여줄 것이 없는 것입니다.

 

미국 정계에서는, 10년 전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야심찬 도전이 실패한 이후, 자기 경력을 북핵폐기로 장식해보겠다고 달려드는 관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미국은 북핵폐기보다 훨씬 가능성있고 미국민들에게 정치적 호소력도 훨씬 강한 ‘중국 길들이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리들이 북한 응징에 적극적으로 나설 대신, 하나같이 대중국 외교에 집중하는 현상도 박근혜 정부가 초조함을 느낄 또 하나의 근거입니다.

어쨌거나, 미국은 지금 시진핑 정권을 대북제재에 끌어당겨 ‘전략적 인내’의 무용론에 대항하고자 하는 듯합니다.

 

오바마행정부에게는 천만다행으로, 비대한 중국이 조금씩 끌려와주고 있습니다. 2월 23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가지고 "대북제재 결의안과 관련한 논의에서 중대한 진전이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중국이 미국과 대북제재에 합의한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수소폭탄 시험에도 대북제재에 미온적이던 중국이 2월 23일에 제재에 합의한 것은 미심쩍습니다. 결국은 미국의 사드배치와 전략자산 배치, 전술핵무기 재배치론 촉발 때문이었던 듯싶습니다.

 

한미당국의 사드 배치설에 깜짝 놀란 시진핑 주석은 왕이 외교부장을 미국에 보내 대북제재를 어느 정도 합의해 주고 그 대신 사드배치를 유야무야하려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비핵화와 평화협정 의제를 언급하였습니다. 중국도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형국은 아니지만 동북아 현안, 한반도 안보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굳건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6) 외강내유 시진핑

아니나다를까, 미-중이 대북제재에 합의하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2월 23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을 마치고 “북한의 비핵화만 이룰 수 있다면 사드는 필요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2월 25일에는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이 “(한미가) 사드 배치를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반드시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충하였습니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나서겠다고 하자 미국의 외교책임자와 아태방면 군사책임자가 거의 동시에 사드배치에 대해 속도조절에 나선 것입니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미국의 사드배치를 매우 껄끄러워한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미국의 사드배치를 막기 위해 대북제재에 나섰으니 미국으로서는 사드를 이번에 배치할 것이 아니라, 향후 언제나 써먹을 수 있는 “카드”로 남겨두고, 중국을 길들이는데 “사드”를 앞으로 지속적으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잠시 사족을 달면, 겉으로는 힘을 과시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군사력을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시진핑 주석은 구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를 떠올리게 합니다. 흐루쇼프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케네디 행정부의 전쟁위협에 놀라 쿠바로 향하던 소련선박을 되돌렸습니다. 흐루쇼프가 쿠바로 향하는 미사일선박을 돌리자 미국도 전쟁위협을 풀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로 소련은 미국의 군비경쟁 위협에 시종일관 끌려다녔고 결국 1989년에는 소련이 해체되고 말았습니다.

 

시진핑 주석도 “대국굴기”를 표방하며 강력한 중국군을 양성하겠다며 2015년 9월 9일에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초대해서 열병식을 열었지만, 중-일간 댜오위다오 영토분쟁에서 일본 자위대에게 쩔쩔맨 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의 사드배치 압박에 대북제재를 합의해주었습니다. 

시진핑 정부가 미국 앞에서 실제로는 ‘외강내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진핑 정부의 이러한 행보를 보았을 때, 향후 중국이 한반도 정국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동북아 평화를 수호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은 10년 전에는 6자회담의 의장국임을 자임하며 동북아 의제를 선도적으로 풀어나가려 노력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북-중 관계를 멀리하며 미국의 사드배치에 끌려 대북제재에 도장을 찍는 등 6자회담의 의장국이 아니라 스스로 6자의 주변국으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7) 더욱 초조한 박근혜 정부

하지만 중국은 중국이고 북핵은 북핵입니다. 중국이 제재에 동참한다고 한반도 핵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시험과 인공위성 발사에 초조함을 느낀 나머지 스스로에게 해를 가하는 ‘자해성 응징’에 나서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사드배치 요구를 덥썩 받아안아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불이익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겨레>는 지난 2월 5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에서 시 주석이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입장차를 재확인하자, 정부는 중국이 거북해하는 사드 배치를 전격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사드배치가 실무진의 협의에서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정상 협의 후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이지 박근혜 정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 속에는 중국이 아니라 한미동맹이 있다는 점을 확연히 알았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시험과 인공위성 발사, 그리고 미국의 태평양사령부 군사력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박근혜 정부에게 풀려고 할 수 있습니다.

 

주한 중국대사는 사드를 배치할 경우 한중관계는 파탄이라며 한국정부를 압박하였습니다. <동아일보>는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을 우려하였지만 중국은 군사적 대응까지 압박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앞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랴오펑여우(오랜 친구)”라고 할 지 두고봐야 할 것입니다.

 

사드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취한 첫 번째 대북대응은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수소폭탄을 터트리고 있는데 거기에 고작 확성기를 트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장담하였던 “도발에 상응하는 대가”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군과 보수세력은 “확성기야말로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아킬레스건”이라고 떠들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사운드 마스킹 이팩트(sound masking effect)’무력화시켰습니다. 북한 땅에서 확성기를 틀어 남측의 확성기 소리를 모두 지워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8.25 공동보도문의 북측 발표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와 북한군의 준전시상태 진입을 연동시켜 놓았습니다. 휴전선에서 대북확성기를 다시 켜게 되면, 북한은 방송중단을 요구하며 방송 지속 시 확성기 타격을 공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개성공단까지 패쇄시킨 북한이 앞으로도 확성기에 침묵하리라 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북한은 키리졸브 훈련을 비롯한 차후 국면에서 남측의 확성기 방송을 문제삼고 중단하지 않을 시 전면타격을 공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세 번째 대응조치는 개성공단 가동중단이었습니다. 북한이 2월 7일에 인공위성을 발사하자 박근혜 정부는 2월 11일에 개성공단 가동중단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정부는 북한의 속내를 전혀 읽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2월 13일까지 자재와 제품을 반출하다고 하였지만 북한 조평통은 성명에서 “남측의 일방적 계약파기로 인한 개성공단 패쇄”를 선언하며 2월 11일 오후 5시 30분을 기점으로 개성공단을 차후 군사지대화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북한은 개성공단 중단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어설픈 가동중단 선언에 따라 입주업체의 피해액만 8152억원에 달했습니다. 북한이 아니라 개성공단의 124개 입주업체와 수천개의 협력업체가 제대로 응징당한 꼴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개성공단 가동중단을 발표한 부분도 정부가 그만큼 초조하다는 근거입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초조함은 과연 무엇에 대한 초조함일까요? 북한의 핵과 로켓기술이 더 이상 강화되면, 박근혜 정부가 구상하던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앞으로 영원히 불가능할 지도 모르며 대한민국이 동북아 외교의 주변부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을 등에 업고 북한정권을 붕괴시켜야 한국정치사에 ‘반신반인’의 경지로 추앙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을 등에 업고 남북관계가 불안정해져야 이를 기회로 집권연장을 노릴 수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생전에 반북, 반공카드를 통치수단으로 활용하였는데 박정희로부터 정치를 배웠다고 자임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반북카드를 통치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수소폭탄을 보유하고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기술을 입증하게 된다면 미국을 등에 업고 북한정권을 좌절시켜 통일을 완성시키겠다는 대통령의 구상이 근본부터 허물어지게 됩니다.

 

북한의 전략타격능력이 강화될수록 대북대결은 비현실적이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6.15/10.4 선언이 다시 조명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종미보수세력은 초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힘의 근원은 미국인데, 미국의 북한응징태세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8) 다음 대결은 키리졸브 훈련

지금까지 상황을 복기해보면 북한은 조선노동당 제7차 당대회를 앞두고 지금껏 구축된 국제사회의 노골적인 반북대결행태에 충격을 주고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겠다는 목표 아래 수소폭탄 시험과 인공위성 발사를 단행하였습니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를 답습하며 중국만 쳐다보자 박근혜 정부와 종미보수세력의 초조함은 더해갑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한미가 북한의 핵과 인공위성으로 원투펀치를 얻어맞은 후 중국의 대북제재로 대응한 꼴입니다. 한미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을 상황입니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 훼손은 북한의 노림수입니다. 한미는 남은 라운드에서 점수를 만회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북한도 수소폭탄과 인공위성을 보여주긴 하였지만, 유엔의 대북제재가 거론되는 마당에 이것으로 조선노동당 7차 대회가 원만하게 준비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무리일 듯합니다. 핵과 인공위성에 이은 북한의 세 번째 스리펀치를 충분히 상정해볼 수 있습니다.

 

결국 라운드는 3월 7일의 키리졸브 훈련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키리졸브 훈련의 대결국면은 2013년의 ‘도상전쟁’에 필적할 첨예한 군사적 대결이 펼쳐질 것입니다.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한미와 북한의 세 번째 펀치가 격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계속>

 

 

6.15정신

 

 


615 유럽공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