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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구속되니 세월호 돌아왔다…우연 아닌 필연?

 2017년 3월 31일

 국민일보/ 박정태 선임기자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에 실린 세월호가 31일 오후 1시쯤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박근혜와 세월호. 묘한 악연입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만 머무른 그 사이 304명이 희생됐습니다. 해저에 가라앉은 세월호에는 그 한이 맺혔을까요. 세월호는 박근혜를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내고 다시 떠오릅니다.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당하자 세월호는 3년 만에 햇빛을 봅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귀가하던 지난 22일, 세월호 본인양이 결정됐습니다. 그리고 하루 만인 23일 새벽 4시47분,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람들은 “박근혜가 내려가니 세월호가 올라왔다”고 외쳤습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잡힌 날이 30일입니다. 당초 반잠수식 선박에 오른 세월호는 30일 현장을 출발해 31일 목포신항에 도착하는 걸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이때 사람들은 묘하다고 했습니다. ‘30일 영장심사 때 세월호 출발, 31일 구속 때 도착’이 우연히 맞아떨어진 게 아니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세월호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는 걸 보고서야 뭍으로 오겠다고 다짐한 모양입니다. 강풍을 동반한 비와 높은 파도 등의 기상 악화로 출발이 하루 늦춰집니다. 

박 전 대통령은 결국 영장심사 후 8시간 만인 31일 새벽 3시쯤 구속됐습니다. 이어 4시30분 유치장소였던 서울중앙지검을 출발해 4시45분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신체검사·수의 환복·사진촬영 등의 입감 절차를 마친 뒤 독방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사이 어느덧 오전 7시. 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감을 확인한 세월호는 드디어 동거차도 인근 해역에서 출발했습니다.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는 시속 13∼18.5㎞로 105㎞ 거리인 목포신항까지의 항해에 나섰습니다. 예정대로 순항하면 7시간30분 뒤인 오후 2시30분쯤 뭍에 도착합니다. 세월호의 마지막 여정입니다. 

세월호를 선적한 반잠수선이 31일 오후 전남 해남군 화원면 목포구등대 앞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목포신항 입항을 마중하고 있다.

 

세월호는 사고 해역인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를 떠났습니다. 해정 경비정함 5척이 세월호를 호위했습니다. 미수습자 가족을 태운 어업지도선도 뒤따랐습니다. 이 마지막 여정에 하늘도 눈물을 흘리나 봅니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습니다. 다행히 파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빗줄기는 오락가락으로 바뀌었습니다. 항해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는 오전 9시25분 가사도 해역에서 도선사 2명을 태웠습니다. 도선사들은 안전한 수로로 운항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도선사들의 안내를 받은 화이트마린호는 속도를 냈습니다. 이 속도라면 소요시간을 1시간 이상 단축하게 됩니다. 

낮 12시15분, 목포신항에서 약 8㎞ 떨어진 해역까지 왔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예인선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오후 1시쯤 드디어 목적지인 목포신항 철재부두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리운 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곳입니다. 마지막 항해가 마무리됐습니다. 침몰 1080일 만입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이제 미수습자 9명을 찾게 되는 기적이 일어나면 됩니다. 그리고 그 엄청난 사고의 진실을 찾아내야 하겠습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검찰 차량을 타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들어서고 있다.

 

반면 세월호가 역사 속으로 밀어낸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세 번째로 구속되는 전직 대통령이 됐습니다. 30일 저녁 7시10분쯤 역대 최장시간(8시간40분)의 영장실질심사를 끝낸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8시간의 기록검토를 거쳐 31일 새벽 3시3분쯤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는 이유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 된 데 이어 구속까지 됨으로써 역사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습니다. 탄핵 21일 만의 일입니다. 본인의 불행이자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은 40년 지기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한솥밥을 먹게 됐습니다. 공범이라서 직접적인 접촉은 철저히 차단되지만 감방 선후배로 인연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어찌됐든 박 전 대통령은 침몰했고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우연이 아닌 필연일까요.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사람들은 사필귀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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