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상임대표 인사말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결성 2주년이 되었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귀한 시간을 내어 참석해주신 이재정 통일부 장관님을 비롯한 귀빈 여러분과 남측위원회의 선배, 동료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부족한 저에게 신뢰를 보여주시며 상임대표의 임무를 다시 맡겨주신 공동대표 여러분과 남측위 모든 성원들께 감사하는 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상임대표직 연임은 저로서는 피하고 싶었던 과중한 짐이지만 분에 넘치는 영광인 점도 분명합니다. 최선을 다해 여러분의 신임에 보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여러분.
2005년 초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를 결성하고 뒤이어 금강산에서 남·북·해외가 함께하는 민족공동위원회를 출범시켰을 때, 남북의 당국간 관계는 심각한 단절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기구의 결성과 우리가 마련한 민족공동행사들을 통해 2005년 남북관계의 커다란 진전을 보았습니다.

그에 비하면 2006년도는 시련의 순간이 오히려 많은 해였습니다. 당국간의 대화가 또다시 단절되었고, 평양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8.15행사는 남과 북을 가리지 않고 쏟아진 대홍수로 취소되었습니다. 하지만 남북 수재민을 돕기 위한 거리모금을 비롯한 남측위원회의 노력으로 민간교류는 지속되었으며 당국의 대북지원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10월 이후에 또, 6.15남측위원회는 물론이고 남측 국민 모두에게 힘든 정세가 조성되었고 6.15민족공동위원회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남북 민간 사이의 신뢰를 유지했습니다. 며칠 뒤면 작년 6.15축전 이후 최초의 공식 모임을 중국 심양에서 가질 예정이며, 뒤이어 더 많은 공동사업과 성취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2주년을 맞아 우리가 자랑할 만한 한가지 사실입니다.
우리 남측위원회는 생각과 입장이 다른 수많은 단체들의 연대기구로서 남남갈등이라 부르는 내부갈등이 우리 내부에서도 자못 첨예합니다. 이것도 우리에게 여러가지 시련을 안겨주었고 상임대표인 저에게는 남북간의 갈등 이상으로 힘든 대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었고 그 결과 이제는 남측위원회가 내부의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단합이 쉽게 깨지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을 공유하게 되었다고 믿습니다. 이 점도 2주년을 맞은 우리가 자랑함직한 일이요, 저로서는 큰 보람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함께 애쓰시며 부족한 저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이제 2007년의 새봄은 새로운 희망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6자회담의 2.13합의와 남북 장관급회담 재개 등 제2기 출범에 맞춰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니 이 또한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6.15공동선언은 남북화해의 기틀을 잡았지만 그 자체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출범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그해 10월의 북미공동코뮤니케가 더 확실한 결실로 이어짐으로써만 가능했던 일인데, 미국 행정부의 교체로 쉬운 길이 막히어 멀고 험난한 길을 에두른 끝에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야 비로소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평화체제의 원칙이 합의되었습니다. 여기에도 또다시 부질없는 장애를 주로 미 행정부가 조성하여 1년 반 넘은 곡절과 고난 끝에 공동성명의 원칙이 재확인되고 그 구체적인 이행조치가 시작된 것입니다.

따라서 올해야말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큰 희망을 갖고 민족과 인류의 앞날을 밝혀줄 폭넓고 신명나는 6.15운동을 펼쳐야 하겠습니다. 통일운동이 다수 국민과의 교감 속에서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내릴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의 교류와 협력이 진행되어야 하고, 전 세계 시민들의 연대와 공감을 살 평화운동·진보운동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6.15남측위원회는 지난날의 성과에 만족하거나 호전된 정세에 안주하지 말고 현재의 유리한 흐름이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것이 되게 만드는 데 우리의 몫을 다할 것입니다. 북측 및 해외측과 진행하는 대규모 민족공동행사도 그 내용과 형식에 부단한 쇄신이 있어야 할 터이며, 무엇보다도 각종 접촉의 과정에
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풍토를 진작하는 일이 중요하겠습니다.

저 자신 작년 12월 집행부의 몇몇 보좌진만 대동하고 평양을 다녀온 바 있습니다. 공식적인 공동위원장회의가 아닌 남북 두 위원장만의 회동이었는데 안경호 북측위원장과 솔직한 대화를 통해 한때 발생했던 오해도 풀고 금년 봄의 심양회의와 6월의 평양축전에 대한 공감을 이루었습니다. 이런 직접적인 성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북의 위원장들이 반드시 의견의 일치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제반 정세에 대해 서로가 할 말을 하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과정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우리 남측위원회 내부에서는 지난 2년간 허심한 대화 분위기가 이미 상당히 자리잡아서 결성 당시에 비해 조직의 응집력이 향상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아직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조직의 내부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이른바 남남갈등을 6.15 정신을 중심으로 해소하는 데 우리가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6.15공동선언은 이분법적 사고와 배타적 자세를 넘어서서 교류협력과 자주통일 사업을 하나로 융합하며 민생과 평화를 동시에 가꾸는 일의 가능성과 필연성을 일깨워준 문헌입니다. 동시에, ‘연합제’든 ‘낮은 단계의 연방제’든 그 명칭이나 낡은 명분에 얽매이지 않는 한반도 특유의 평화적이면서 점진적●단계적인 통합과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이는 분단체제의 기득권을 끝까지 수호하겠다는 극소수를 빼고는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과정이며, 실제로 6.15 이후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이미 다방면으로 진행중인 과정이기도 합니다.

6.15민족공동위원회는 그 과정에서 긴요한 몫을 맡은 민간 연합기구임을 자부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런 자부심으로 우리는 남측위원회의 제2기 사업에 더욱 매진할 것입니다. 각종 민족공동행사와 교류협력사업을 더욱 발전시키면서, 남쪽 사회에서는 주민들의 그야말로 압도적인 다수가 6.15공동선언의 참뜻을 이해하고 그 실천에 동참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런 커다란 과업을 앞두고 여러분이 제게 맡겨주신 중책이 저의 양어깨를 짓누릅니다. 다만 2년 전 상임대표직을 처음 맡았을 때도 저는, 통일운동가로 활동한 경험이 미미한 사람을 불러내신 것이 운동의 일선에 나서지 않았던 많은 평범한 시민들을 설득하고 동참시키는 새로운 통일사업, 6.15시대에 걸맞은 통일운동을 펼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미력하나마 그 방향으로 힘써왔습니다. 소임을 다시 맡기신 뜻 또한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믿어, 새로운 각오로 진력할 결심입니다. 많이 도와주시고 일깨워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07년 3월 5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백 낙 청